Alessandro De Carolis / 번역 김호열 신부
(루마니아 정교회) 새 주교좌 성당은 부쿠레슈티 시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다. 주교좌 성당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공사 중인 성당을 둘러싼 크레인들은 마치 종탑을 대신한 듯 보인다. 약 300평에 달하는 규모로 건물은 이미 지어졌지만, 공사는 앞으로도 수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교좌 성당은 매일 먼지와 시멘트로 가득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당 주위에 꽃들이 놓이고 있다. 왜냐하면 조만간 이곳을 방문하게 될 큰 손님(교황)을 맞이하기 위함이며, 공사장의 벽돌과 시트에 가려 보이지 않는 영적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교황에게 보이기 위함이다. 정성을 다해 준비한 꽃들은 곧 이곳을 방문할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을 환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31일 금요일 이곳에서 서른 번째 해외 순방을 특징짓는 교회 일치를 위한 여러 행보 중 하나로, 루마니아 정교회 다니엘 총대주교와 함께 “주님의 기도”를 바칠 예정이다.
뜻밖의 소식
교황의 순방 중 가장 “상징적” 행보인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행사는 가장 놀라운 소식 가운데 하나였다. 루마니아 정교회 총대교구청 관계자가 루마니아의 모든 방송 매체를 통해 발표한 소식은 다음과 같다. “루마니아 정교회 새 주교좌 성당에서 있을 다니엘 총대주교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에 함께 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은 행사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 주교좌 성당 광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프로그램의 설명에 따르면, 뜻밖의 이 초대는 정교회 신자들에게 있어서 (두 교회 사이의) 장벽이 아니라 건너야 할 다리다. 또 이 초대는 (주교좌 성당을 꾸미고 있는) 꽃들이 그저 장식의 차원을 넘은 나눔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다.
교회 일치를 위한 첫 시도들
무엇보다도 (교황을 맞이하기 위해 주교좌 성당을 꾸미고 있는) 꽃이 유일한 표식은 아니다. (두 교회 사이에) 아직 풀리지 않은 매듭과 다른 시각들, 해명들을 뛰어넘어 교황 방문을 기다리는 루마니아 정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일종의 ‘행동하는 에큐메니즘’을 비롯해 교황 방문 전야의 시간을 관통하는 침묵의 전류와 같은 감정들이 흐르고 있다. 저널리즘적으로 과장해서 말하자면 “신기록”의 에큐메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일화가 한 가지 있다. 불과 며칠 전 교황 순방 동행취재단 책임자 빌헬름 댄카 신부가 “트리니타스 TV”에 출연한 것이다. 트리니타스 TV는 시청률이 매우 높은 루마니아 정교회 방송 매체다. 교황 방문에 대한 TV 논평이 무슨 뉴스거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가톨릭 사제가 루마니아 총대교구청 TV 스튜디오에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교황 방문은 분명 새로운 측면이 있다.
뜻밖의 것이 아름답다
친교를 위한 이 무언의 소망에 대한 단서는 교황 방문을 오랫동안 기다린 다른 많은 측면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번 “신기록”에는 그리스 가톨릭 교회가 6월 2일 주일 블라지에서 거행되는 7위의 가톨릭 주교 순교자들의 시복식에 루마니아 정교회 다니엘 총대주교를 초대한 사실도 포함돼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비잔틴 전례를 거행하는 가톨릭 공동체와 정교회 공동체 사이에 역사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 무게를 고려한다면 이 초대 역시 뜻밖의 아름다운 행보다. 다니엘 총대주교의 초대 수락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5월 31일 금요일 오후 6시10분(현지 시각) 부쿠레슈티 성 요셉 (가톨릭) 주교좌 성당에서 교황이 주례하는 미사에는 루마니아 정교회 총대교구를 대표해 요시프 대주교가 참례할 것이다.
외침의 메아리
교황은 이달 초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역사적 분열과 피와 가난한 이와 선교의 분열을 넘어 그리스도인들을 일치시킬 수 있는 세 가지 에큐메니즘을 강조한 바 있다. 교황 도착 전날 부쿠레슈티는, 역사가 차단시켰고 현재까지도 반목하고 있는 ‘위로부터의 에큐메니즘’을 대신해, 아래로부터 밀고 올라오는 것 같은 ‘마음의 에큐메니즘’에 대해 말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순방은 20년 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루마니아 정교회 테오치스트(Teoctist) 총대주교를 향한 “아래로부터”의 외침이 두 사람의 포옹으로 강화된 것과 유사하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자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한 여정의 필수품과 같다. 구체적인 행동과 소매를 걷어붙인 팔을 좋아하는 교황이 기뻐하지 않을 수 없는 신호들인 셈이다. 그리고 교황은 많은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행동하는 것에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