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받은 은사에 따라, 하느님의 다양한 은총의 관리자로서 서로를 위하여 봉사하십시오. 말하는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봉사하는 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힘으로 봉사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하느님께서 무슨 일에서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10-11)
8절과 9절에 이어, 베드로는 본절에서도 재림을 기다리는 신도들이 상호간에 취해야 할 바람직한 생활 자세에 대하여 권면한다. 그것은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느님의 다양한 은사를 맡은 선한 관리자 같이 서로 봉사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관리자'로 번역된 '오이코노모이'(oikonomoi)의 원형 '오이코노모스' (oikonimos)는 '집'을 의미하는 '오이코스'(oikos)와 '관리'를 의미하는 '노모스'(nomos)의 합성어로서 본래는 '집안 관리'라는 의미이다.
이 단어의 용례를 보면, 맡겨진 일과 연관된 집안 관리인의 활동이나 직위를 의미하는 것(루카12,42; 16,1-9)에서부터, 은유적으로 교회의 일이나 기능에 관계되는 용어(1코린4,1;9,17; 콜로1,25)에 이르기까지 '관리' 혹은 '봉사'라는 두 가지 의미를 포괄적으로 가진다. 본문에서는 하느님께서 맡기신 일을 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쓰였다.
본절에서는 이 관리인(청지기 혹은 집사)들이 하느님께로부터 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은사' 즉, '카리스마'(charisma)는 하느님의 은총에 기초해서 그 백성에게 무상으로 주어진 영적 선물 (특은)을 말하는데, 코린토 전서 12장 8절 이하에 나오는 특별한 은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를 돌보는 것, 가르치는 것, 자선을 베푸는 것, 자비를 베푸는 것들처럼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섬기는 데 유익한 모든 것을 포괄한다.(로마12,6-8)
그런데 이 은사를 받은 관리인들은 특별한 사람 몇 명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라는 표현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관리인들은 소수가 아닌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즉 본절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각각 은사가 주어졌으며, 그 은사를 맡은 관리인으로서 받은 바 은사를 가지고 서로의 유익을 위해서 봉사하고 섬겨야 한다고 권면하는 것이다.
은사를 교회 봉사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은사를 맡기신 목적이 바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유익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말하는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봉사하는 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힘으로 봉사해야 합니다.' (11)
본절은 10절에 이어, 신도들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아 사용하는 은사의 범주를 두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말하는 것에 관계되는 것이고, 둘째는 봉사하는 것과 관계되는 것이다.
원문은 '만일 누가 말을 한다면, 하느님의 말씀을 하는 것같이 하라'이다.
본절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가리킬 때는, 흔히 '말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랄레이'(lallei)가 쓰였지만, 하느님이 말씀을 가리킬 때는 특별히 '신탁'(oracles)을 의미하는 '로기아'(logia)가 쓰였다.
이런 점으로 보아, 하느님의 말씀을 하는 것같이 말을 하라고 하는 것은, 교회 안에서 말할 때, 특히 말씀을 가르치고 선포할 때에 '하느님의 신탁'을 전하는 것처럼, 신중하고 또한 그 신탁을 주신 자의 존귀함과 영광이 잘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모습은 오직 하느님의 영광만을 위해서 말씀을 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그 모범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베드로는 신도들이 봉사를 하려면, 하느님께서 주신 힘으로 봉사하는 것같이 하라고 권한다. 여기서 '주신'으로 번역된 '코레게이'(choregei)의 원형 '코레게오'(choregeo)는 본래 고전 희랍어에서는 '합창단의 연습 비용을 지불하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신약성경에서는 '충분히 공급하다' 라는 의미로 사용된다.(2코린9,10)
본문에서는 현재 시제로 쓰여, 하느님께서 봉사에 필요한 능력을 한 번만 주시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충분하게 공급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신도들은 봉사할 때에 자신들의 특출한 능력 때문에 하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그로 인해 자신을 드러내는 교만한 태도를 버리고, 그 모든 것을 주시는 하느님께 모든 영광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것 또한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상에서의 생애동안 하느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도록 말하고 행동했던 것처럼, 신도들도 예수님의 본을 따라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면 하느님께서 무슨 일에서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11)
본문에서 베드로는 하느님의 영광(doxa; 독사)을 위하여 은사를 사용할 것을 권면하는 동시에 감격에 넘친 찬양을 드리고 있다.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광을 받으시는 분은 '성부 하느님'이시다.
출처: 피앗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