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알프레드 테니슨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네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고
그리고, 그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다시
더욱 더 맑은
황금빛이 되고
마침내 잎사귀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 되어 선
저 발가벗은 힘을
-덧붙임
“나뭇잎을 다 떨군 겨울나무는
자신의 몸을 가릴 것이 없다.
한때 무성했던 나뭇잎과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었던 새,
나무 그늘 밑에서 쉬던
사람들조차 모두 떠나고 없다.
오로지 자신의 발가벗은 몸,
둥지와 가지만으로 겨울을 나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지위나 배경의 도움 없이
인간 아무개가 갖고 있는
본래적인 힘과 의지
‘발가벗은 힘’으로 우뚯 서야 하고,
그 것만이 진정한 내 것이다.”
(윤석철)
“우리는 스스로 내면에 있는
‘참나’를 직시하고 자신의 허울,
즉, 외모나 집안, 학력 등을
다 벗어버린 상태에서의
내 강점을 일컬어
‘발가벗은 힘’이라고 합니다.”
(박창규)
“나에게는 발가벗은 힘이 있는가?”
“나는 지금 명함이 아닌
내 이름 석자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있는가?”
(이재형)
“‘발가벗은 힘’의 반대말은
아마도 ‘명함의 힘’일 것이다.”
(이재형)
『임제록』에서 임제선사,
“법당에 올라 말씀하셨다.
이 生身의 육체상에 아무런 세간의
격위를 갖지 않은 진실한 인간이 있어
항상 그대들의 감각기관에서 출입하고 있다.
이것을 분명히 모르는 자는 자, 보라, 보라!
그때 한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세간적인 격위를 가지지 않는
진실한 인간이란 무엇입니까?
선사는 의자에서 내려와
그 스님을 잡으면서 말했다.
자, 말해보라. 말해봐!
그 스님은 일순지의一瞬遲疑했다.
선사는 그 스님을 놓으면서 말한다.
세간적인 격의가 없는
진실한 인간이란 마른 똥막대기야.
그렇게 말하고 방장으로 돌아갔다.”
어딘가 선승은 난폭하다.
하여튼 임제는 말한다.
자, 그대들의 그 육체의 바로 곁에
“진실한 자기”가 있지는 않는가.
그들은 직함이 있지도 않다.
혈액형이 O형이라든지,
키가 크다든지, 뚱뚱하다든지,
대학교수라든지, 남편이라든지,
부친이라든지, 부산출신이라든지,
그런 세간적인 위격에 속박되지 않는
“진실한 인간”이다.
어때 그대들, 그
“진실한 인간”이 보이는가.
그대들의 눈에서 귀에서 입에서
모혈에서 나오고 들어간다.
그 “진실한 인간”을 못 보는 자는
자, 지금 잘 보라.
임제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한 스님이 나온다.
“그 無位眞人은 무엇입니까?”
임제는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태연하게 나와서 질문할 정도이니까
반드시 이 사람은 무언가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임제는 그렇게 생각했다. 당연하다.
“자, 말해보라, 말해봐!
그대가 파악한 것을 지금 말해보라”
고 한다. 참 난폭하다.
그러나, 임제는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니가 하는구나) 라고
그 제자에게 애정을 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는 아무 것도 모른다.
“진실한 인간”이라고 하는 것
그는 생각한 적도 없었던 것이다.
-상현-
나도 나에게 되묻는다.
“스님을 그만두고 환속을 한다면
살아갈 자신이 있는가?”하고.
나는 답한다.
“나는 말이야,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사람이야.
내가 가진 것이라곤, 배짱하나거든.
맨땅에 헤딩하는 그거, 내 특기야!”
그럼 불특정다수에게 물어본다.
“당신은 있습니까?
지금까지 것을 다 내려놓고
자신할 수 있어요?”라고.
-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