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소름 돋는 빅테크 표적광고
‘그들은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자동추천 콘텐츠나 광고를 보면서 깜짝 놀라는 경험을 반복하게 된다. 딱 한 번 검색했거나 클릭했을 뿐인데 내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연관 내용들이 곧바로 따라붙는다. “뜬금없이 당뇨약 광고가 뜨기에 무심히 넘겼는데 며칠 뒤 병원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며 혀를 내두른 사람도 있다. 이쯤 되면 사용자들의 반응대로 “소름이 돋는, 무서운 수준”이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추천 알고리즘의 수준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각종 검색과 시청 등을 통해 입력되는 사용자 정보가 그 바탕이 된다. 연령과 성별, 직업, 거주지역 같은 정보는 물론이고 식습관과 패션 스타일, 정치 성향 등까지 세세히 수집, 분석되고 이용된다. 이를 바탕으로 40대 여성에게 “20대처럼 보인대요∼”라며 화장품과 의류 구매, 피부과 추천 광고가 줄줄이 날아드는 식이다. 이 중에는 업체들이 동의 없이 확보해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동의를 사실상 강제해 얻어내는 사적인 정보들도 적잖다.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 등 우려가 커진다.
▷해외에선 이념적 편향성을 강화하는 정치 광고나 증오 연설이 문제가 된다. 불법 이민자 유입, 흑백 인종차별, 선거 때마다 심화하는 정치·사회적 양극화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확증편향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극단적 여성혐오 성향을 가진 극단주의자 앤드루 테이트의 유튜브 영상이 퍼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주요 플랫폼들의 추천은 집요해서 ‘연관 게시물’ 사이클에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
▷빅테크 기업들의 ‘맞춤형’ 콘텐츠 제공을 제한하는 유럽연합(EU)의 규제법이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따라 기업들은 앞으로 개인의 종교나 정치 성향에 근거한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지 못한다. 사용자가 추천 기능을 원하지 않으면 이를 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세계 디지털 시장 2위인 유럽의 강력한 규제에 메타와 알파벳 같은 기업들은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EU 규제에 맞춘 제한조치들이 곧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맞춤형 게시물 규제가 장점까지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반발도 없지는 않다. 소비자 욕구는 점점 다양해지고 정보가 범람하면서 효율성도 그만큼 요구되는 시대다. 필요한 이에게 필요한 내용만 취합해 제때 제공하는 알고리즘에 대한 비즈니스 업계의 수요는 늘고 있다. 강점을 살리고자 한다면 정보의 무단 수집과 편식 같은 부작용부터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규제 논의를 시작한 한국에도 던져진 숙제다.
이정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