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세계 곡물 생산 감소폭 10년來 최대
美 가뭄 해소되지 않을 경우 '곡물파동'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작년 전 세계에 몰아닥친 가뭄 등의 이상기후로 세계 곡물 생산량이 1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곡물 재고율이 낮은 상황에서 세계 최대 곡물 생산지인 미국의 가뭄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곡물파동'(Food Crisis)'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국제금융센터와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의 쌀, 밀(소맥), 옥수수, 보리, 귀리, 수수 등의 곡물 생산량이 22억4천360만t에 그쳐 전년(23억1천490억t)보다 3.1% 줄었다.
감소 폭은 2002년(3.1%) 이후 가장 큰 것이다. 2002년 당시에는 미국, 캐나다, 호주에 동시에 흉작이 들어 곡물 생산이 감소했다.
작년 쌀 생산량은 4억6천580만t으로 전년보다 0.2% 늘었지만 밀과 기타 곡물 생산량이 17억7천780만t에 그쳐 3.9% 줄었다.
미국은 옥수수 생산량이 2억7천400만t으로 전년보다 12.8% 줄었고 러시아의 밀 생산량은 3천770만t에 그쳐 33%나 감소했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연방국의 밀 생산량은 32.9% 줄었다.
작년 곡물 생산량은 전 세계 수요(22억8천500만t)보다 4천100만t이 부족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작년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밀 가격은 1년간 19.2% 올랐고 옥수수는 8.0% 상승했다.
곡물 생산량이 이처럼 부진을 보인 것은 미국, 러시아 등 주요 곡물 생산지에 가뭄을 비롯한 기후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이후 강우, 강설로 가뭄이 다소 해소됐지만 미국 본토 48개주(州)의 65.9%가 가뭄 상태이며, 특히 중부 평원 지역은 가뭄 비율이 95%에 달한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기후여건도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주요 곡물 생산지인 아르헨티나와 카자흐스탄의 건조한 기후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곡물 재고율이 낮은 상황에서 미국의 가뭄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곡물파동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작년 전 세계 곡물 재고율은 18.6%로 2007년(17.8%) 이후 5년래 가장 낮다.
미국의 옥수수 재고율은 6.1%로 198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러시아 밀 재고율은 16.5%로 전년보다 12.2%포인트 감소해 5년래 최저였다.
곡물 재고율이 낮은 상황에서 미국, 러시아 등의 기후여건이 악화할 경우 곡물 가격이 급등해 곡물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곡물 생산국들이 수출을 제한하면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에는 정정불안까지 야기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지난 2007년과 2010년 곡물파동 때도 기후여건 악화로 생산이 감소하고 재고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발생했다.
올해 전반적으로 기후여건이 좋아지고 미국의 경작면적이 확대돼 곡물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이 때문에 밀 가격은 이달 26일 현재 부셸(Bu)당 7.06달러로 올해 들어 9.3%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원자재시장팀장은 "그러나 작년에도 6월까지 주요 기관들은 곡물 생산이 전년보다 3%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에 6월 이후 가뭄이 닥치면서 예측이 크게 빗나갔다"며 "낙관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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