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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세워진 민주정부에 바란다
(WWW.SURPRISE.OR.KR / 정현주 / 2017-08-15)
1.
일본 유학시절,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의 동영상과 사진들을 처음 접한 것이 89년도였다. 1980년 대한민국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9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것도 일본에서. 광주의 비극을 담은 영상은 외국에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철저하게 차단되었다. 너무도 참담한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들을 본 이후 오랫동안 나는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방학이 되어 한국에 와서 광주의 영상에 대한 얘기를 하자 사람들은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는 반응이었다. 아빠는 광주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그냥 몇몇 깡패들끼리 싸운 것 뿐이라 하셨다. 개머리판에 맞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얼굴을 가진 저 수많은 시신들이 단지 몇몇 깡패들의 싸움이라니… 그러면서 아빠는 “그런 얘기 어디 가서 절대 하지 마라..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갈지도 모른다”며 입단속을 시키셨다.
수년이 흘러 다시 방학이 되어 집에 오자 드디어 ‘광주의 비극’이 언론을 통해 거론되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고 자연히 다시 아빠와의 논쟁이 시작되었다. 아빠는 ‘그 당시 죽은 사람은 모두 빨갱이였다’ 라고 일축 하셨다. 정말 기가 막혔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어린아이, 임산부 모두 빨갱이라고? 그래서..빨갱이는 죽어 마땅하다고?
‘빨갱이가 뭐기에 죽어도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북한 간첩’이라고 하셨다. ‘그 많은 광주 시민이 북한 간첩이냐..중고생 임산부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북한 간첩이냐’고 따졌더니 ‘빨갱이란 공산주의자를 말한다’고 말을 바꾸셨다.. 그래서 ‘여긴 민주주의 국가이니 사상과 가치관의 자유가 인정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아빠는.. ‘왜 바락 바락 대드느냐.. 요새 전라도랑 어울려 다니느냐.. 우리 집안에 너 같은 빨갱이는 없었다’라며 호통을 치셨다. 아빠와의 대화는 항상 그렇게 평행선을 달리는 논쟁으로 끝이 나곤 했다.
2.
세월이 흐르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이젠 대부분의 국민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한 줌도 안 되는 군인들이 정권을 강탈하기 위하여 벌인 대학살극. 대명천지에 대도시 길바닥에서 국가권력에 의해 셀 수 없는 민간인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 알려지기까지 수 십 년이 걸렸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그 살인마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진실이 만천하에 밝혀진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지금 아빠는 5년 전 뇌졸증으로 쓰러지신 후 반신마비로 요양원에 계신다. 그런데 병원에서 CT를 찍어 보니 수 많은 총알 파편들이 두개골에 박혀 있었다고.. 6.25때 17살 나이로 참전해 머리에 총알이 스치는 부상으로 5급 유공자가 되셨는데 당시엔 CT가 없었기에 이토록 머리 속에 파편이 무수히 박힌 채로 평생을 사셨다는걸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평생 영문도 모른 채 고통 받으셨을 아빠를 생각하니 아빠가 살아오셨던 시절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격만 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럽기도 했다.
쓰러지시기 한 달 전 쯤, 아빠는 나를 불러 앉히고 그동안 한 번도 들어 본지 못한 얘기를 해주셨다.
“하나 뿐인 형을 집안에서 소련으로 유학 보냈는데 돌아와서는 ‘앞으로 무상분배 무상토지의 세상이 온다’면서 할아버지와 함께 가문의 땅을 하나 하나 팔아 치우시더니 그 돈을 흥청망청 모조리 써서 없애 버리시더라.. 그 후 전쟁이 터지자 형과 할아버지는 어디론가 행방불명이 되었고, 아빠는 빨갱이 집안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17세의 나이로 자원 참전을 했다. 부상 후 상이군인이 되어 지금까지 오로지 가족의 안전을 위해 자유당과 박정희와 보수를 지지하며 살아 왔다”
이 말을 들으며 쇠망치로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빨갱이’에 대한 아빠의 혐오는 증오가 아니라 두려움이었던 것이다. 나는 비로소 <보도연맹 민간인 학살>, <제주 4.3학살>등 수 많은 대량 학살과 ‘빨갱이’나 ‘간첩’으로 지목된 순간부터 온 집안이 참살당하는 일을 숱하게 보고 겪으면서 살아온 아빠가, 아니 우리 아버지 세대, 할아버지 세대가 느꼈을 두려움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을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경험한 그 두려움이, 말문이 막히고, 귀가 닫히고, 보고도 보지 못하게 만들어, 민간인 학살에 침묵하고 수구 기득권에 거수기를 드는 보수 국민과 태극기 부대를 만든 것은 아닐까.. 험한 세상을 살아온 우리 부모 세대는 그 두려움을 씻어내고자 아무렇지 않게 동족을 주적이라 규정하고, ‘빨갱이’는 죽어 마땅한 존재이고, 자신은 ‘빨갱이’가 아니라며 자가검열로 위안삼는 동안 <전 연령대 자살률 1위>, <언론 자유도 최하위>인 극도로 폐쇄적인 나라에 살면서도 살기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살아 왔던 것이다.
3.
분단 7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오래 걸릴지라도 조작된 매트릭스의 실체는 언젠가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다. 민주정부 10년을 겪으며 민중은 더 자유로운 소통과 정보 교환의 필요성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제 더 이상 진정한 두려움은 빨갱이네 아니네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안보를 핑계로 툭하면 국민의 인권을 빼앗고, 때마다 <국면전환용 민간인 학살사태>를 일으키는 썩은 매국노 세력은 권력욕과 탐욕을 위해 사실상 사람의 생명을 개돼지만도 못하게 여기는 살인마들이었고 오히려 진정한 두려움은 대중이 이들의 어젠다에 굴복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이보다 훨씬 거대하고 실재(實在)하는 두려움 또한 알게 되었는데 이는 사대매국노들이 끌어들인 외세로 인하여 우리 민족이 상시 전쟁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사람들이 알게 된 전쟁 공포는 이제까지 국내 전쟁광들이 팔았던 전쟁 공포와는 궤를 달리한다. 기껏해야 외세에 의한 한반도 대리전 정도의 전쟁 공포였었다. 그러나 북의 군사력 수준을 더 이상 감추지 못하고 언론에서 자꾸 터져 나오면서 지금의 전쟁은 대중의 상상대로 재래식 무기에 의한 남북전쟁이 아니라 북미간 전쟁이며 핵전임을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한반도의 안위 따위는 전혀 상관 없다는 미 대통령의 파렴치한 발언은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넘어 치를 떨게 만들고 있다.
ICBM이 날아다니는 지금 전쟁이란 곧 <공멸>을 뜻한다. 방사능 피폭까지 생각한다면 대륙 단위의 <공멸>이다. 한반도 전체는 물론 미 대륙 자체가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한반도 땅에 핵 선제 공격 운운 하고 있는 이 마당에, 심지어 죽는 건 한국인 뿐이고 미국은 안 죽으니 상관 없다는 망발을 해대고 있는 이 마당에, 이념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빨갱이냐 아니냐가 무엇이 중요하다는 말인가. 다 죽은 무덤 위에 이념의 비석이라도 세워줄 사람이 남아 있을까?
더 이상 대중은 <광주의 학살>을 쉬쉬하지 않는다. 이승만의 <보도연맹학살>도 <제주 4.3학살>도 두려워 감춰야 하는 대상이 아니며 <세월호 학살>로도 두려움에 떨기는 커녕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촛불을 들었다. 민중은 더 이상 두려움에 떨기만 하던 우중이 아니다. 이념을 매개로한 매트릭스는 깨어졌고 전쟁이 진정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닫고 거부하며 스스로 힘을 합쳐 자주 평화 통일을 추구하는 민주정부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민중의 눈높이는 이제 이념을 넘어서 민족의 자주 평화공존 나아가 평화통일에 맞춰져 있다. 아무리 감추고 묻으려 해도 침략 본성은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북측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협정을 어떻게든 미뤄 보려고 ‘비핵화’를 내세우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패권주의 세력에게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4.
미국인은 죽지 않으므로 한민족의 희생 따위는 아무 상관 없다는 트럼프의 막말로 인해 한미동맹의 근거가 얼마나 황당한 거였는지 국민들은 알게 되었다. 그 덕분에 외세 의존 매트릭스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우리 국민은, 북의 핵무기나 어떤 정치적 이념보다 미국의 패권주의 도발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전면전과 <공멸>이 더욱 큰 두려움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보수 국민들에겐 실망스럽게도 북의 핵무기는 동족이 아닌 미 패권주의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다. 북의 핵무기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시키는 억지력으로서의 역할, 그것이 ICBM의 존재 이유이다. 문제는 외세를 겨냥한 동족의 핵무기가 아니고 한반도를 겨냥한 미국의 핵무기인 것이다.
미국 욕할 거 없다. 트럼프 욕할 것도 없다. 트럼프는 그냥 미국의 대통령이기에 미국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무조건 미국에 맹종하며 추종하는 인간들이 더 큰 문제이다. 이들의 존재로 인해 미국의 패권주의는 아직도 한반도에서 활개를 치고 있으니 말이다. 청산해야 할 적폐 1호는 바로 이들 친일친미 사대주의자들이며 한반도에 핵무기를 들여온 미군산복합체의 군대이다.
자 이제 촛불로 세워진 민주정부가 대답해야 할 차례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다. 여차하면 등을 맞대고 공조를 해야 할 상대는 바로 동족이며 통일의 대상은 조선이지 미국이 아니다. 더 이상 애매한 립플레이는 대다수 상식적인 국민들의 열망과 부합하지 않으며 이미 명분을 잃었다. 트럼프가 주둔비를 올려 달라고 하면 이제 편안히 돌아들 가시라고 하자. 적당히 선을 그을 때가 된 것이다.
오늘은 전 민족의 기념일인 8.15 광복절이다. 수구세력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재물이었을 뿐인 양심수는 과감하게 석방하고, 남측에 억류중인 김련희씨와 아직은 부모 곁에 머물러야 할 12명의 처녀들을 북녘 가족들에게 돌려 보내 주자. 동족에 칼날을 세우는 한미 연합훈련은 이제 그만 하자고 하자.
보수국민이 등을 돌릴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더 열정적이고 더 큰 통일세력의 지지율이 상시 대기 중이다. 게다가 트럼프의 막말로 이미 보수국민의 마음도 미국에게서 멀어져 가는 중이다. 미국이 본성을 드러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념론을 들먹이며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수는 이미 보수가 아니고 그저 수구일 뿐이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 죄 없는 죽음은 더 이상 없다. 이것을 국민들에게 공표하고 친일.친미 세력과 미 패권주의와 선을 그은 후, 동족과 차분히 대화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전쟁과 평화. 그 선택의 기로가 바로 우리들 코 앞에 다가와 있지 아니한가.
정현주 (새날희망연대)
http://www.surprise.or.kr/board/view.php?uid=42978&table=surprise_13
대한민국은 6.25 이후 ‘절대시점’에 서 있다
[다른백년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8.15경축사에 부쳐
2017-08-16
조금은 수그려 들었지만 트럼프와 김정은 간에 전쟁불사의 막말 싸움이 진행되는 현재, 우리는 한국동란 이후 절대시점(絶對時点)에 서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절대시점이라는 것은 이후 전개되는 상황을 돌이킬 수 없게 하는 시간적인 결점 또는 분기의 순간을 뜻한다.
한민족이 결국 북미간의 핵전쟁으로 공멸의 순간을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전화위복을 맞아 평화를 정착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형성할 것인가를 가르는 시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옛 사람들은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고 가르쳤다. 상황이 극에 달하면 새로운 국면이 열린다는 뜻이다. 자연의 이치가 여름이 성하면 가을을 거쳐 겨울이 다가 오듯이, 현재 벌어지는 일도 한끝으로 치우치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변증의 진리를 암시한다.
그러나 자연의 순환은 계절에 의해 반전되지만, 사람이 벌리는 일은 시간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점과 입장을 버리고 과거의 일을 성찰하고 비판을 거쳐 담대한 대전환을 이룰 때 비로소 꽉 막힌 현재 상황이 타결되고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기대를 갖고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경청하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은 실제적 제안이 빠진 상태에서 앞선 수구 정권과 별 차별성이 없이 그저 한달 전에 베를린에서 행한 예의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미사여구만 잔뜩 나열되어 있고 근거 없는 감성을 촉발하는 반면에 내용에 있어서는 전혀 상황을 반전시킬 어떠한 기제도 제공하지 못했다. 잔걸음에 마음만 급할 뿐이었다.
최소한 연례적인 을지 한미군사훈련을 대폭 축소 또는 보류한다거나, 한국의 역사에 무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무시하고 남북간의 평화를 상징하는 개성공단을 무조건 재개하겠다는 수준의 제안을 기대한 필자로서는 크게 실망했고, 문재인 정권은 결국 기능적 연출 정권이라는 필자의 평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확인만 있었다.
역사의 절대시점인 오늘은 문제의 핵심인 한미군사동맹의 명암과 득실을 냉정하게 되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 민족동란 이후 휴전 상태가 60여 년 지속되면서, 과거에 유효했던 전쟁 억제력으로써 주한미군의 역할을 급속히 축소하거나 상황 변화에 따른 커다란 전환을 이루었어야 했다.
1991년 구 소련이 무너진 후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고, 적성국으로 대립하던 대한민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간 국교가 수립되었고, 더구나 남북한 간의 산업 수준과 경제력의 격차가 수십 배에 달할 만큼 심화되면서 재래식 군사력에서도 남한이 북한을 압도하는 현실에서 남북한의 군사대결 시기는 사실상 종결되었다. 오히려 이후 북한 정권의 존속과 변화 여부가 핵심적 주제이어야 하며 따라서 주한미군의 역할은 대북전쟁 억제력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전체의 세력을 균형 잡아주는 평화유지군으로서 기능을 할 때 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1991년 당시 북한 주석 김일성의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과 북미간 국교정상화의 제안을 일방적으로 거부했고 이에 대응하여 북한이 핵개발로 진입하자, 제네바 협정과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도 어렵게 이룬 합의 사항들을, 북한이 위반한 사소한 사례를 근거로 들면서, 30여 년간 일방적으로 무시해 왔다. 오롯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명분과 구실만 제공해 왔다.
역사적 요구와 흐름과는 반대로 미국은 초대강국으로서 군사적 지위에 도전하는 북한을 스스로 붕괴될 정권 내지는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래, 대북 제재의 강도를 강화시켜 왔으며 근래에는 한미군사훈련 중 가공할 협박 수준으로 전략 무기의 전개를 통해 리비아와 이라크에서 보여준 예방적 선제 공격의 위협을 과시하면서 끊임없이 북한에 굴욕적 항복을 강요해 왔다
반면 구 소련의 붕괴 이후 90년대의 혹독한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북한은 공화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상황과 조건에서도 조국을 지켜내고야 말겠다고 불굴의 투쟁을 결의하고 옥쇄를 각오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 오늘 지경에 이른 북핵과 탄도미사일 문제의 일차적 책임은 명백하게 미국에게 있으며 부분적으로 북한과 이명박근혜 정권 그리고 상황을 방관한 중국이 함께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과 시점에서 미군이 운용하는 사드의 배치를 국내에 승인하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필자가 여러 번에 걸친 칼럼에서 언급하였듯이, 미군의 사드 배치 일차적 목적은 사태 진행에 따라서 북한에 대해 선제 공격을 가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미사일방어체계의 일환으로 사드의 남한 내 배치는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응한 북한 또는 중국의 보복 공격을 무력화하는데 있다.
두 번째는 사드 시스템의 구성으로서 X-band의 설치를 고집하면서 경제적으로나 국제적 정치에 있어 급부상하는 중국을 군사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첨병적 정보를 획득하고자 한다.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탐사거리 800 km 수준의 그린화인 레이더로 대체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X-band를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로서 한국은 중국과 대립하는 상황으로 진입하면서 향후 한국경제에 거대한 어둠이 드리우게 되었다.
세 번째는 새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를 미국의 입맛대로 길들이겠다는 의도이다. 2017년 말에 설치하기로 한 합의된 원래 계획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지난 봄 한미 군사훈련 중에 도둑 고양이처럼 국내에 반입하고 공석중인 대통령 선거일을 불과 수일 앞둔 시점에서 성주에 긴급 배치를 감행한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대한민국 주권 침해의 행위이다.
네 번째는 미국과 핵심동맹인 일본을 위해서는 한반도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암시이다. 사드가 방어하는 영역이 한반도 남부를 포함하여 일본 혼슈 및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기지들이다. 한일간의 위안부 문제의 합의를 강제하고 곧바로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도록 강요한 것은 이후 부산과 대구 근처에 어마어마한 병참과 군수기지를 구축하고 만약에 있을 동아시아 전쟁시 미일(한)간 군사합동작전에 한반도를 주요 전쟁지역으로 희생시킬 것이 명백하여 보인다. 한미군사동맹은 민족동란 이후 휴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매우 긴요하지만, 이에 후속되어 진행되는 한미일간의 군사협력과 진행은 중국봉쇄라는 단어만 제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주제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일본국은 남북 평화가 정착되면 군사적으로 제일의 잠재적 위협국가이다.
마지막으로 반공을 빌미로 하여 미국을 조국으로 삼고 있는 매판수구적 기득 세력에게 안전판 (이부영 의장 표현으로 심리적 인계철선)을 제공한다. 이를 통하여 미국은 여전히 한국 정치에 개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며, 남북간의 갈등에 더하여 남남간의 허구적 이념 갈등을 증폭시킬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저간의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절차와 과정 그리고 환경에 문제가 없으면 사드 배치를 수용하겠다며 때마침 화성14호 2기 발사를 핑계로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적으로 무책임하게 추가 4대 발사기의 임시 배치를 지시한 일에 대해 필자는 분노를 금치 못한다. 도대체 미군의 하수인 역을 자임했던 정신박약적 박근혜 정권과 다른 것이 무엇이던가? 다만 잘 포장하여 사용한 언어와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북미간 핵전쟁을 운운하는 현재, 당장 사드를 철수 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조건이 민족의 운명에 절대상수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일단은 현 상황에서 추가 배치와 진행을 보류시키고, 평시 및 전시 군사전작권을 회수하면서 대한민국을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을 결정하면, 자연스레 미군이 직접 운용하는 사드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철수가 가능한 조건이 형성될 것이다.
북핵문제 대해서는 존폐의 위기에 처한 북한정권의 어려움을 역지사지 이해하는 관점으로 상황의 완화, 핵과 미사일 동결, 점진적 축소 그리고 해체의 수순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를 여는 단초로서, 문재인 정부는 생각없이 미군의 사드 배치를 수용 하면서 민족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을 것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한 압박과 협상의 전략을 반대로 보완하여 최대한 포용과 실효적 제재 (max. engagement in effective sanctions)의 전략을 구사할 것을 조언하고 싶다. 이와 관련하여 때마침 지난 11일 YMCA 가 주도하여 준비한 아래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성명 내용을 수용하고 실천할 것을 요구한다.
전제로서 조건 없는 남북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 상호 진정성과 신뢰감을 높일 수 있도록 전쟁이 아닌 평화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남북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8월 중순 개최 예정인 한·미군사연합 작전인 을지 프리덤가디언(UFG)훈련을 중단 또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
둘째 귀북을 호소하고 있는 김련희와 중국 닝보식당 12명의 탈북유인 종업원들을 본인들의 의사를 제삼자와 제3국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본인들의 희망에 따라 조속히 북한에 송환해야 한다.
셋째, 남북교류협력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는 5.24조치를 즉시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개성공단의 단순 재개를 넘어 미국, 일본, 중국, 유럽들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제2의 국제적 투자단지를 조성하여 남북간의 평화를 담보하여야 한다.
넷째, 한반도 전쟁 위기의 근원인 휴전체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 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계속 주둔하되, 대북 전쟁 억제력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유지군으로서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
다섯째, 북한에 즉각적으로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내용 없는 언어적 선언과 시효가 지난 한미동맹, 과거회귀적 보수세력들에 얽매여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여력이 없다. 즉각적인 특사파견 등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 민족의 앞날이 정말 걱정스럽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65653
첫댓글
청량산 선생님, 제시한 칼럼 잘 읽어봅니다.
<정현주 선생> 칼럼은 정서적이며 섬세하게 와 닿고
<다른 백년> 칼럼은 학술적이며 논증적으로 다가와 각각의 맛이 있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시사평론님/
송구스럽게 선생님이라뇨...당치 않습니다
저야 글만 퍼온 것 뿐인데요...
그 소린 님께서 들으셔야죠. 시사평론 선생님의 좋은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전두환 정권욕에 광주지역 빨갱이 난돋지역으로 만들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