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월드시리즈를 취재하기 위해 미국에 갔을 때다.신예 플로리다 말린스와 명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한판 승부였다.
마이애미에서의 1·2차전이 끝나고 공업도시 클리블랜드행 비행기에 오르자기내 곳곳에서 인디언스 모자를 쓴 원정 응원객들을 볼수 있었다.옆 좌석에앉았던 60대 열성팬은 클리블랜드에서의 홈경기 표를 구하지 못해 플로리다까지 가서 2차전을 봤다고 했다.메이저리그 100여년 역사가 주위를 감싸고있었다.순간 부러움과 시샘이 가슴에서 솟구쳤다.
20일 오전 10시30분 김포공항에서 대구행 아시아나 305편에 올랐다.대구구장에서 벌어질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최강두산’이라는 깃발을 돌돌 말아 손에 든 젊은 남녀가 눈에 띄었다.좀더 주의깊게 좌석을 살펴보니 두산 응원단으로 보이는 탑승객이 상당수였다.
아니나 다를까.대구공항에 도착해 택시 승차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대구구장까지 어떻게 가는지,택시 요금은 얼마나 돼나?”를 묻는 이들을 자주 목격했다.두산 열성팬들이 비싼 항공료를 물어가며 대구 원정 응원에 나선 것이다.
비슷한 시각 동대구역 대합실은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온 베어스 응원단들로 가득찼다.이들은 주로 인터넷 동호회 단위로 그룹을 지어 내려왔다.
한국시리즈 1차전 입장권은 이날 오전 완전 매진됐다.대구구장 1루측 두산응원석에는 미리 예매표를 구입해 먼길을 달려온 700여명의 두산 팬들이 풍선막대를 휘두르고 있었다.
20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가 이제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좋아하는 팀을응원할 정도의 열성 팬들을 갖게됐다.선수나 구단보다도 팬들이 먼저 메이저리그 수준에 다가서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