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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연 문화 동호회 원문보기 글쓴이: ㅌㅇ
요즘 우리 사회는 미군이 몰래 땅에 묻은 고엽제로 몸살이다. 퇴역군인 스티브 하우스가 경북 칠곡의 미군기지인 캠프 캐럴에 1978년 대량의 에이전트 오렌지로 불리는 고엽제를 대량으로 파묻었다고 증언 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이 고엽제가 우리 땅에도 엄청난 양이 뿌려졌다는 것이다. 바로 DMZ이다. 남방 한계선 철책에서 들여다 본 DMZ의 풍경이다. 강원도 화천 모GOP
운좋게 DMZ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남방한계선 철책에서 바라본 DMZ 안의 풍경은 묘한 것이었다. 60년 넘게 봉쇄되었다고 믿기지 않는 이상한 숲의 형태 때문이었다. 어떤 곳은 잡초만 무성한 평원으로, 어떤 나무들은 기형적으로 드문드문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현지 병사의 증언은 산불 때문일 것이라 했다. 바로 남과 북이 시계 확보를 위해 자연발화인 것처럼 위장한 산불 말이다. 경기도 연천 DMZ
이미 우리 사회에서 고엽제는 익숙한 단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밀림의 파괴를 위해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2·4·5-T계와 2·4-D계를 혼합한 제초제를 다량 살포했다. 이 제초제를 고엽제라 한다. 이 제초에는 인류가 제조한 최악의 독물 중 하나인 다이옥신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 제초제가 담긴 용기는 오렌지색으로 표기되어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DMZ 안을 들여다 보며 왜 이런 풍경이 만들어졌는지 궁금했다. 단지 산불 때문인가? 경기도 연천 DMZ
알 수 없다. 이곳은 골프장인가? 이 잔디같은 것은 무엇인가? 들은 바로는 귀화식물인 부스럼쑥과 돼지풀이 주종이란다. 억척같은 식물들이다. 왜 이런 식물들만 자라는가? 혹시 아직도 고엽제로 인한 식생의 파괴가 여전한 것은 아닐까? 경기도 연천 DMZ
고엽제가 다량 살포된 베트남에서는 생태계가 파괴되고, 나무는 말라죽어 회복되지 못했으며, 이에 노출된 사람들은 암 등의 각종 질환에 시달릴 뿐 아니라 2세 3세까지 기형이나 정신질환을 유발했다. 당시 이 고엽제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던 미군과 한국군 역시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도 철원 DMZ
5번 국도가 가로지르는 철원 평야이다. 지금도 사람들이 도로와 주변을 관리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럴리 없다. 최근의 증언에 따르면 산불에 앞서 DMZ를 황폐화 시킨 것은 고엽제였던 것이다. 그간 DMZ 고엽제 살포 작업은 미 군사고문단이 작성한 ‘식물통제계획 1968′에 따라 1968~1969년 미군 지휘 아래 한국군이 두 차례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1968년 4월 15일에서 5월 30일, 1969년 5월 19일에서 7월 31일 두 차례에 걸쳐 비무장지대 일대에 에이전트 오렌지 2만1000여 갤런, 에이전트 블루 3만8000여 갤런, 모뉴런 9000여 파운드 등의 고엽제가 살포됐다”며 “그 이후 추가로 고엽제를 살포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도 거짓말이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62년부터 꾸준히 고엽제는 살포됐다. 강원도 철원 DMZ
당시 근무했던 장병과 민간인들의 계속되는 증언은 70년대 중반까지도 DMZ 안에서 고엽제 사용은 지속되었고, 78년 미 정부의 요구로 매립되기 전까지 이어지지 않았나하는 의심도 든다. 민통선 안에서 농업을 하는 한 민간인은 당시 고엽제가 살포된 지역은 지금도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한다고 충격적인 증언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도 고엽제의 생태계 교란은 여전한 것이다. 강원도 철원 DMZ
지금도 DMZ에 대한 개발 논의는 무성하다. 남방 한계선 철책 밑으로는 자전거 도로를 내겠다고 한다. 이 정권이 아니어도 언제던 DMZ는 최상의 생태 테마 파크로 조성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DMZ 내에 고엽제와 관련된 조사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 얼마나 많은 양이 얼마나 광범위한 지역에 살포되었는지? 생태계의 영향은 어땠는지? 이렇게 이상한 숲이 만들어진 이유가 산불 때문인지, 아니면 고엽제 영향 때문인지 말이다. DMZ 안의 숲은 고요했다. 그러나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우성치며 스스로를 정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수십년을 듣지 못했다. 경기도 파주 DM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