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자연속학교[7.7-7.12] [전정일]
고성 여름 자연속학교를 잘 마쳤다. 언제나 그렇듯 하늘의 도움으로 날씨가 좋아 여름 물놀이를 실컷 했고, 어린이들은 자연 속에서 함께 살기를 실천하며 몸과 마음을 부쩍 자라게 했다. 이번 여름 자연속학교는 본디 낮은샘, 높은샘으로 나눠가던 것을 다 함께 고성으로 갔다. 교사 수와 학생 수가 줄어든 상황을 고려하고, 통일체험교육 지원 사업으로 예산이 확보된 게 큰 까닭이었다. 빠른 판단으로 어린이들과 교사들은 서로를 충분히 돌보며 안전하게 여름 교육활동을 할 수 있었고, 학부모님들의 자원교사 안정된 참여와 차량을 비롯한 외부 지원사업으로 더 안정되고 풍족하게 지낼 수 있었다.
나눠살지 않고 고성애서 함께 살아 더 좋았다.
늘 전체가 함께 가던 자연속학교를 낮은샘 높은샘으로 나눠 갔던 까닭은 더 오붓하게 작은 규모로 살기 위해서이다. 작은 규모로 살면 안전과 건강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고, 어린이와 교사의 친밀도는 더 높을 수 있다. 밥을 나눠줄 때도, 이동할 때도 호흡이 쉽고 서로 도우며 할동하는 게 한눈에 보일 수 있다. 또한 발달 단계에 맞는 활동을 조직할 수 있다. 더 많은 예산이 들지만 교육의 장점을 위해 과감하게 나눠살기를 실천해왔다. 우리는 작은 규모 기준을 20명으로 봤다. 학생 40명과 교사 6-7명이 살 때도 오붓할 수 있지만, 20명을 기준으로 나눠 사는 것은 더 오붓함과 여유로움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나눠가는 자연속학교를 배치하고 그 성과를 확인했기에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6학년이 청소년교육과정으로 분리되어 따로 가다보니, 초등과정 어린이들 수가 예전보다 줄었다. 해마다 수가 다르지만 25명-30명 안팎으로 줄어드니 나눠가는 자연속학교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두 패로 나눠가니 교사들의 할 일이 늘어나고, 전체로 교육활동 안전에 대한 긴장도도 높은 게 당연하다. 올해도 25명이 참여하는 자연속학교를 나눠서 가면 교사들도 어렵고, 수가 크게 줄어 오붓함보다는 오히려 놀이하기에는 어린이 수가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자연속학교 밥선생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학부모에게도 부담이고, 당연히 적자 예산의 규모가 큰 것도 부담이다. 따라서 올해 함께 가는 자연속학교로 방향을 전환한 건은 긴급했지만 여러 가지로 알맞은 판단이었다. 앞으로도 초등과정 어린이수가 25명에서 30명 사이라면 당분간은 통합해서 여름 자연속학교를 가는 걸 적극 살펴야 할 때가 됐다. 어린이, 교사, 학부모, 재정 모든 면에서 살펴도 통합하는 게 알맞은 방향이겠다 싶다. 함께 가는 걸 바탕으로 해마다 살펴 판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성은 여름 물놀이와 통일교육을 하기에 적당했다.
두 해째 고성의 지금 잠집과 바닷가에서 살았다. 기존 백도바닷가와 달리 잠집도 크고 물놀이도 안정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 큰 장점이었다. 두 해 지내보니 확실히 그렇다. 여름 바닷가 물놀이를 하기에 현재까지는 가장 알맞은 곳이다. 밥상을 따로 챙겨가는 수고로움은 장점이 비할 수는 없다. 자연속학교를 여는데 알맞은 장소를 찾을 때 잠짐과 시설, 둘레 환경, 마을과 사람, 지역사회 풍물과 역사를 모두 살펴서 찾아왔다. 우리는 통일을 주제로 고성통일전망대와 DMZ박물관을 방문하고, 공부해서 조사한 통일 주제들을 자연속학교에서 함께 발표하며 함께 배웠다. 설악산 걷기, 산악박물관 가기가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반나절 활동으로 충분했다. 비가 왔을 때 실내에서 연극놀이를 하고, 함께 종이놀이감을 만들어간 것도 모두 재미난 추억이자 자연속학교 전통이다.
학부모들의 안정된 자원교사 활동과 바깥 재정지원이 있어 풍요롭고 안정됐다.
자연속학교 부모자원교사들은 부엌살림과 이동 차량 운전을 맡아 건강과 안전한 교육활동을 돕고 교사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었다. 부모회 자원교사 활동으로 자연속학교가 완성되어가는 셈이다. 또한 이 년동안 바깥재정 지원이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꾸준히 살려가도록 애쓸 일이다.
교사마침회 흐름을 바꾸니 더 체력이 확보되었다.
어린이들이 잠을 자면 교사들은 마침회를 하며 하루 흐름을 되돌아보고 어린이들 몸 상태를 살피고 다음 날 예정된 교육 활동과 날씨를 살핀다. 일 나누기와 교육 활동 앞뒤채비도 다시 점검한다. 또 자원교사로 함께한 학부모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속학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어린이들의 활동을 안내한다.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이뤄지다 보니 자연스레 밤참을 먹는다. 학부모자원교사들이 일부러 밤참을 챙겨오셔서 입이 즐겁다. 올해는 밤참 음료에 대한 약속을 세우고 교사들의 몸을 더 돌보았다. 혹시나 밤에 생길 상황에 대비해 교사마다 운전 당번을 정하기도 하지만 더 엄격하게 어린이들과 24시간 지내기 위한 몸가짐을 가다듬었다. 앞으로도 줄곧 지켜가야 할 방향이다.
2023. 7. 7. 금요일
여름 통일 고성 자연속학교(자연 속 여행기숙학교) 첫 날, 고성에 닿아 짐을 정리하는데 한참 걸렸다. 어린이들이 모두 나서서 짐을 날라주었다. 지난해와 달리 2층에서 지내게 되어 조금 더 번거로웠지만 다 함께 흘린 땀이 또 보람차다. 짐 풀고 살 채비를 해놓은 뒤 좀 쉬다가 다 함께 함께 살기 규칙과 모둠을 정했다. 첫 날 물놀이는 잠깐이지만 신났다. 통일부 지원으로 내일 낮까지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어 느긋하고, 밤참으로 자연산 회를 먹을 수 있어 즐겁다.
2023. 7. 8. 토요일
둘째 날 아침나절 공부는 고성통일전망대에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썼다. 통일전망대 앞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낮 공부는 DMZ박물관에서 했다. 반팔 옷에 통일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계획했는데 예정한 시간대와 달라 반팔옷만 받아왔다. 재정지원 덕분이다.
어제부터 줄곧 뿌리샘과 누리샘 어린이들이 미리 조사하고 공부해온 강원도, 고성, 통일, DMZ, 설악산 공부를 차례로 발표했다. 어린이들은 발표하며 또 자란다.
둘째 날 오후 마무리 공부는 마차진바닷가 물놀이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놀이를 실컷 하는 여름 자연속학교다. 지난해보다 사람들이 더 많지만 놀기에 충분하다. 선생들은 바닷가 한 가운데서 서서 경계를 잡아주고 아이들을 살핀다, 물놀이 하기에 좋은 날이다. 조개를 잡기 시작해서 다들 신이 났다. 동해 민들조개를 정말 많이 잡았다. 저녁 때 잡아온 민들조개를 보며 조개도감을 꺼내 동해 조개를 알아봤다. 자연스러운 과학 공부가 된다.
물놀이 하고 난 뒤 어린이들이 방마다 씻는 게 가장 큰 일이다. 푸른샘은 박경실 선생님이랑 차례로 잘 씻고, 2학년부터는 대체로 알아서 잘 씻는다. 물론 선생들이 줄곧 챙겨서 씻는 걸 돕고 옷 정리를 하고 널고 살피는 일은 줄곧 된다.
2023. 7. 9. 일요일
사흘째, 아침 산책과 아침열기와 빨래 공부를 하고 여유롭게 쉬었다, 낮에는 비가 오니 모둠마다 이야기를 만들고 공연을 하는 연극놀이를 했다, 모둠마다 정말 멋진 연극을 만들어서 정말 재미있게 봤다. 다들 웃느라 신났다. 오후 늦게 비가 개이니 다시 바닷가로 나갔지만 물놀이는 하지 않았다.
2023. 7. 10. 월요일
나흘째 아침나절, 아침 일찍 일어나 점심밥을 쌌다. 설악산 가는 날이라 밥을 싸가야 해서다. 유부초밥이 맛있다. 앗 그런데 예보와 달리 설악산 가는 길에 비가 쏟아진다. 예보가 틀렸다 투덜대며 어쩔 수 없이 주차장에 닿아 비옷을 입고 가려는데 비가 그치고 햇살이 쏟아진다. 정말 좋은 하늘의 날씨 축복이다.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풍광이 예술이다. 덕분에 비선대까지 휙 다녀왔다. 비선대 가는 길에 도란도란, 왁자지껄 재미났다.
비선대에 닿아 아침에 우리가 싼 유부초밥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시 한 편씩 쓰고 내려와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시원한 얼음과자 입에 물고 쉬었다. 설악산 참 좋다.
설악산 다녀와서 바로 바다로 갔다. 물놀이 원없이 한다. 부모자원교사들이 수박을 바닷가에 가져와서 먹고 또 물놀이다. 이번에는 천막을 치기도 했다.
나흘째가 되니 다들 슬슬 체력이 떨어지는 때인데 하루가 알차다보니 교사들이 초인이 된다. 아침밥하고, 운전하고, 산 오르고, 물놀이까지 하는 날이라 어린이들처럼 바로 곯아떨어지겠다.
2023. 7. 11. 화요일
아침나절 날이 좋더니 낮에 비가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분다. 산악박물관에서 신나게 놀았다. 오가는 시간이 걸리지만 재미난 활동이니 그것도 괜찮다. 푸른샘들을 태워서 다니다보니 푸른샘 말과 장난이 쏙 들어온다.
낮에는 통일부에서 선물로 준 체험꾸러미로 모둠마다 통일 지리 공부와 글쓰기를 했다. 어린이들 체력이 떨어질 때니 실내 활동을 일부러 찾는게 도움이 된다.
자연속학교 밤에는 역시 깔깔콘서트다. 깔깔콘서트는 자연속학교 때마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공연을 기획하고 저마다 신청을 해서 선보이는 자연속학교의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공연놀이다. 이번에도 기획자와 사회자로 나서는 이석이에게 넌지시 이야기를 했더니 척척 알아서 채비해서 잘한다. 진짜 재미있다.
2023. 7. 12. 수요일
자연속학교를 본디 예정보다 하루 줄였더니 시간이 휙 갔다. 어느새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산책 길에 한 어린이가 동무 모자를 휙 던졌는데 지붕 위로 올라가버렸다, 덕분에 지하에서 사다리를 가져다 올라가서 꺼냈다. 해마다 특별한 여름의 추억이 쌓여간다. 그동안 원주, 덕적도, 태안, 주문진, 고성, 인제에서 여름 자연속학교를 열어왔다. 아이들과 교사들, 장소가 바뀌었지만 여름 자연속학교 활동 풍경은 비슷하다. 자연 속에서 일과 놀이로 자라는 어린이들은 행복하다.
그런데 8월에 일본의 방사능 쓰레기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면 바다 생명과 갯살림은 어찌하나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