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 역 /김세영, 2023년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역＞

[김세영]

.2023년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역>

하늘공원 역

                    김세영

슬퍼도 들뜨게 하는 오방색 바람이

깃발을 펄럭이는 장날, 시골 역전 시장 같다

적석총積石塚 계단을 밟으며 하늘 정거장에 올라갔다

강 건너 권역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고니들의 긴 날개의 쇳소리,

우는지 노래인지 불명한 방풍림의 새소리,

수천의 시공을 건너온 아로*의 소맷자락에

향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소리,

손바닥 흔드는 소리, 상여 노랫소리...

수천억 새 떼가 살다 간, 플랫폼에는

계주 트랙의 배턴 체인지 선수들처럼

환승을 기다리는 혼령들이

자투리 시간을 바람개비로 돌리고 있다

바람개비와 풍차의 회전수가 같아질 때

공명의 회오리가 일어나서

풍력발전기 타워의 전자기력이

낮달의 선미를 당겨 플랫폼에 세운다

호명하는 소리에 기억 기파 덩어리들이 승선한다

만선이 된 흰 우주선이 대항해의 방주처럼,

하늘을 가득 채운, 닻줄 풀린 풍선처럼 떠올라 간다.

* 신라의 시조 혁거세 거서간의 딸이며, 여제사장으로서

시조묘의 제사를 주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