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게르니카
차옥혜
봄날 진달래 개나리 목련 꽃봉오리
폭풍우에 흩날려 흩날려
땅이 통곡하는 소리 지구에 진동
장벽에 둘러싸인 지상 감옥
미사일 맞아 불타며 산산이 무너진 도시
5개월째 장갑차가 점령
여성과 어린이 대부분인
3만3천명 민간인 학살, 사상자 11만명
인공지능 표적시스템으로 사람 공격
병원마저 박살 나 치료 못 받는 부상자들
220여만 명 난민 기아에 허덕이며 노숙
어린이들 영양실조로 죽거나 쓰러져
바다가 몸부림치며 운다
지상 보급로 막혀 인도주의 구호품
낙하산에 매달아 바닷가에 떨어뜨리려는데
배고픈 난민들 몰려 머리 다칠까 봐
해변 가까운 바다에 떨어뜨리자
물건 건지려다 바다에 빠져 죽는 사람들
물 없어 바닷물 먹고 설사 바닷물로 빨래
하늘이 번개 치며 울부짖는다
사자 무리 우리 안 토끼 무리 몰살 작전
피카소의 전쟁 참사 그림 게르니카는
왜 더 참혹한 현실로 되풀이되나?
세계여!
매화 산수유 수선화 비바람에 찢겨
강물에 떠내려가는 꽃잎 건지려
허우적거리며 애타는 사람들
인류세
팔십일억명 넘는 세계 사람들 내뿜는 탄소로
지구 내 몸 점점 더 뜨거워져 기후 위기에 직면
나 지구가 우주에서
가장 신선하고 아름다운 행성이던 때 그리워
풀과 나무는 먼지 한 점 없는 잎새 반짝이고
사람, 짐승, 곤충 맑은 공기 마시며
푸른 하늘 눈에 담았지
물고기 떼 깨끗한 물속에서 사랑 나누었지
사람들 무분별한 개발로 숲 점점 사라져
문명의 이기가 쏟아내는 열기에
빙하 녹아 전염병 돌아 폭염 가뭄 산불로
강물 말라 짐승과 물고기 죽어가
폭설로 집 묻혀 홍수로 밭 잠겨 흉년들어
사람이 쏟아내는 쓰레기로 땅 바다 썩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모유 먹은 아기
비만과 뇌 발달 이상에 시달려
전쟁, 분쟁, 테러, 재난 끊임없어
나 지구는 아수라장 맥없이 무너져 가
나 지구의 희망 꿈 미래
캄캄한 밤에 갇혔다
인류여 인류여
카페 게시글
지난호 읽기
시 두 편
게르니카 / 차옥혜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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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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