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금대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박모(57)씨는 요즘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펜션 운영 수익이 기대했던 수준만큼 나지 않아 호가를 크게 낮춰 매물을 내놨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서다.
박씨는 2005년부터 운영하던 이 펜션을 올 봄 6억5000만원에 팔려고 매물을 내놨다. 그런데 잘 팔리지 않자 한 달 전에는 매도 호가를 5억원으로 낮췄다. 그런데도 사겠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겨울 스키 시즌이 다가왔지만 펜션·전원주택·콘도·리조트 등 레저형 부동산시장은 썰렁하다. 매수세도 없고 가격도 약세다. 전원주택·펜션 전문업체인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공급 과잉에 따른 이용객 감소 등으로 운영관리가 어려워지자 소유주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추운 겨울 맞는 펜션시장
레저형 부동산시장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펜션·전원주택시장은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운영 중인 펜션은 객실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졌고, 분양 펜션도 쉽사리 팔리지 않는다.
특히 서울에서 원거리에 있는 지역의 경우 유가 인상 등으로 객실 가동률이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강원도 평창·횡성·춘천 등지의 연평균 객실 가동률은 요즘 일부 펜션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40%대 미만에 머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콘도·호텔·민박 등의 다양한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판에 펜션의 숙박비마저 비싸 이용객이 줄어들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펜션의 하루 숙박비는 전국적으로 평당 1만원 정도다. 4인 가족이 묵을 수 있는 72㎡(22평)은 하루 22만원을 줘야 한다.
매물은 쌓이고, 사려는 사람은 없고
이 때문에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펜션 매물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펜션 열풍을 타고 펜션이 잇따라 들어섰던 강원도 평창에는 중개업소마다 펜션 매물이 2∼3건씩 쌓여 있다. 평창군 도암면 민들레공인 관계자는 “돈 벌 목적으로 펜션에 투자했다가 별 재미를 못 본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호가를 5000만~1억원 가량 낮추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지난 7월 5억원에 매물로 나왔던 평창군 봉평면 유포리 소재 한 전원주택(대지 661㎡)은 사려는 사람이 없자 현재 매도 호가가 4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3월 시세보다 5000만원 가량 싼 7억원에 급매물로 나온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P펜션도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토지컨설팅업체인 광개토개발 오세윤 실장은 “운영난을 견디지 못한 펜션 주인들이 주로 매물을 던지고 있다”며 “매매 호가가 많이 내렸는데도 토지거래허가제로 외지인 투자가 어려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경기 침체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도 있지만 공급 과잉과 함께 정부의 각종 규제 강화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펜션은 현재 전국에 걸쳐 1만4000여실이 공급된 상태다. 주로 2001년∼2005년 사이 일었던 펜션 붐을 타고 강원도 평창, 충남 태안, 제주도 등에 집중적으로 들어섰다. 결국 수요가 한정된 일부 지역에 펜션이 집중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 펜션시장은 숙박업 허가를 받도록 해 소득이 노출되는 등 투자 수익률이 예전만 못하다. 주말주택으로 각광받던 전원주택 역시 1가구2주택 양도세 중과 조치 이후 조정기에 들어간 상태다.
콘도 회원권 시세도 약세
펜션과 함께 대표적인 레저용 숙박시설로 꼽히는 콘도 회원권 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용하기 불편하거나 시설이 낙후한 일부 콘도의 경우 회원권 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콘도 회원권 전문 거래업체인 에이스회원거래소에 따르면 용평리조트 그린피아 125㎡형 회원권은 올 초보다 100만원 가량 내린 31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홍천 대명리조트 노블리안과 메이플 콘도도 전용 면적별 시세가 1200만∼7000만원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원주 문막 오크밸리와 휘닉스파크 등도 투자 수요가 없어 시세가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콘도 회원권 값이 내리고 매물이 느는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콘도는 전국적으로 6만여실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에이스회원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2~3년간 멤버십 콘도회원권 신규분양이 남발돼 적정 공급량을 넘어선 데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로 인한 후유증도 만만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저형 부동산 투자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5~10년 이상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저평가된 매물을 고르면 적잖은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조트 전문업체인 훼미리아리조트 조성규 전무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서면 필연적으로 세컨드하우스 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며 “서울·수도권과 가까운 강원도 등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 오히려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