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면 아파트 단지마다 이사 차량과 사다리 차를 많이 볼 수 있지만 올해는 예년과 딴 판이다.
주택시장의 침체로 매매와 전세거래가 확 줄어들면서 시장의 움직임이 없다.집을 빼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이사 갈 생각을 접고 아예 눌러앉는 경우가 많아졌다. 거래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새 아파트 입주가 많아 수요를 모두 빨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 가을에도 새 아파트 입주가 잇따라 전세시장을 압박하게 됐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 조사에 따르면 9~10월 중 전국에서 7만여가구의 아파트가 완공된다. 다음달에만 해도 8월보다 14% 늘어난 3만1000여가구가 입주해 시장을 짓누르게 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용인시의 물량 증가가 두드러진다. 죽전지구나 구성,기흥읍에 가면 마음에 드는 싼 전셋집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두 달동안 죽전지구를 포함해 10여개 단지에서 7183가구나 입주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입주가 시작된 죽전지구의 경우 물량이 넘쳐나는 가운데 전셋값도 약세를 보여 전세 수요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된다. 9월 3곳 2700가구에 이어 10월에는 구갈(코오롱), 구성(성원상떼빌), 신봉(대우푸르지오), 죽전(현대홈타운), 마평동(주공)등지에서 잇따라 공급된다.
죽전지구의 경우 32평형 전셋값이 8000만원 선인데 6월보다 1000만~2000만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세입자가 별로 없어 빈 집이 넘쳐난다.
용인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단지는 신갈지구 주공새천년그린빌. 28~38평형 915가구인데 주택공사가 2000년대를 맞은 기념으로 조성하는 단지로 조경에 특히 신경을 썼다. 수원골프장 조망권을 가지는 특급 환경에다 테라스하우스라는 이색 주택까지 포함돼 관심을 끌었다.
만성 소화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인천 서구 일대에서는 원당동 풍림아이원 1739가구가 다음 달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워낙 물량이 많아 분양권 웃돈도 많이 붙지 않은 데다 전세시세마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3평형의 경우 5000만원, 39평형은 6500만원 정도에 셋집을 구할 수 있다.
서울은 송파구 문정동 삼성래미안(1696가구)단지의 입주가 관심을 끈다.33~60평형으로 다양한 데다 입지여건도 좋아 분양 당시 많은 인기를 모았고 분양권 시세도 급등했다. 33평형 분양가가 2억4000만원대였으나 지금은 시세가 5억2000만~6억2000만원을 호가한다.
인근 삼성공인 박한숙 실장은 “분양권 거래가 많이 줄었지만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있다”며 “전세는 30평형대보다는 40평형대 이상의 물건이 많이 나오는 편이나 다른 단지에 비해 넉넉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광역시 가운데서는 부산의 입주물량이 많다. 다음 달에는 5곳에서 2430가구가 집들이하고 10월에도 4개단지 2707가구가 주인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