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을 가다(2) – 사명산
1. 죽엽산, 그 뒤 오른쪽은 수불무산, 왼쪽은 용화산, 그 뒤는 화악산
맞아들이지 않아도 청산은 창으로 들고
산에 가득한 꽃들은 단정히 조회하네
앞 여울 물소리 시끄럽다 싫어마소
시끄러운 세상 소식 듣지 않게 해준다오
入戶靑山不待邀
滿山花卉整容朝
休嫌前瀨長喧耳
使我無時聽世囂
――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 1587~1671), 「낙성 후 절로 흥이 나서(堂城後漫興)」
▶ 산행일시 : 2024년 4월 27일(토), 맑음, 미세먼지 나쁨
▶ 산행인원 : 5명(악수, 자연, 메아리, 하운, 해마)
▶ 산행코스 : 웅진리,505m봉,804m봉,문바위봉(1,004m),임도,△672.1m봉,임도,용두암,선정사,웅진리
▶ 산행거리 : 도상 10.7km
▶ 산행시간 : 6시간 38분(09 : 30 ~ 16 : 08)
▶ 갈 때 : 상봉역에서 전철 타고 춘천역으로 가서, 역사 앞 길 건너 버스승강장에서 시외버스 타고
웅진리(웅진2터널 앞)로 감
▶ 올 때 : 웅진리(웅진2터널 앞 버스승강장)에서 양구에서 오는 시외버스 타고 춘천터미널로 가서, 저녁 먹고
남춘천역에서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53 – 상봉역
08 : 40 – 춘천역( ~ 08 : 48)
09 : 27 – 웅진리(웅진2터널 앞 버스승강장), 산행시작
10 : 32 – 505m봉
11 : 24 – 804m봉, 점심( ~ 12 : 10)
13 : 20 – 문바위봉(1,004m), ┣자 갈림길, 직진은 사명산 정상 2.5km, 오른쪽으로 감
14 : 11 – 임도
14 : 18 - △672.1m봉
14 : 35 – 임도
15 : 02 – 간이주차장, 용수암
15 : 09 – 선정사
15 : 48 – 웅진리, 산행종료, 휴식( ~ 16 : 50)
17 : 40 – 춘천터미널, 저녁
19 : 24 – 남춘천역
20 : 49 - 상봉역
2. 춘천 가는 열차 창밖 풍경, 삼악산(왼쪽)과 등선봉
춘천역에 자전거 타는 젊은이들이 많이 내린다.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그 자전거 타고 서울까지 가느냐고.
그렇단다. 거리가 130km 정도 된다고 한다. 대단한 젊은이들이다. 하긴 나도 저 만할 때(45년 전이다) 한 번은 불광
동 시외버스터미널 옆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통일로로 임진각까지 갔다 왔다. 그때는 불광동에서
임진각까지 갔다 오는 것이 대유행이었다. 그때 통일로는 차량통행이 뜸했다. 올 때는 종종 역풍이 불어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끌고 걸어오기도 했다. 하루 종일 걸렸다. 그때는 별다른 복장을 하지 않아서 이튿날 사타구니가 시꺼
멓게 멍들었다.
춘천역 역사 앞 대로 건너 버스승강장에 등산객은 우리뿐이다. 춘천에서 양구를 오가는 시외버스는 우등버스다.
춘천역에서 웅진리까지 요금은 5,400원이다. 배후령터널을 지나면 춘천을 벗어나게 된다. 춘천 외곽의 준령인 배후
령(背後嶺, 해발 600m)을 뚫은 배후령터널(5,057m)이 한 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이었다. 이 터널은 2004
년 착공하여 2012년 3월 30일 개통하였으며, 개통 시부터 2016년 6월 30일 양북1터널(7.5km) 개통 이전까지 국내
에서 가장 긴 도로 터널이었다. 그전에는 죽령터널(4.6km) 가장 길었다.
웅진2터널 바로 앞 버스승강장에서 비탈길 내려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지용 철조망을 열고 나가면 구도로다. 산모퉁
이 길게 돌아 0.3km 정도 가면 저고리골 표지석이 있는 웅진리(雄津里) 동구다. 왼쪽 깊은 절벽 사면 아래 소양호는
‘봄 물은 사방 못에 가득하고(春水滿四澤)’라는 도연명의 시구를 떠올리게 한다. 웅진리 입구 대길교를 건너 아프리
카돼지열병 방지용 철조망 쪽문을 열고 등산로 방향표시 따라 능선에 붙는다.
전에 몇 번 오른 능선인데 올 때마다 점점 더 가팔라지는 것 같다. 다음에는 여기를 오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으면
서도 까맣게 잊고 또 오곤 한다. 과장 없이 땅에 코 박는 오르막이다. 대길교에서 505m봉까지 0.8km 오르막을 3개
피치로 오른다. 각 피치마다 긴 핸드레일을 자일처럼 움켜쥐고 오른다. 확실히 믿을 건 나침판이다. 짐작으로는
서쪽을 오르다 505m봉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여겼는데, 나침판 꺼내 확인하니 남서쪽을 오르다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언뜻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804m봉이 마치 사명산 정상으로 착각할 만큼 준봉으로 보인다. 진달래도 철쭉도
다 졌다. 더운 날이다. 건너편 사면의 봄빛은 무르익었다. 작년에 여기 올 때는 봄비 내리고 봄 안개가 자욱했다. 그
때의 풍경은 사뭇 고혹적이었다. 오늘은 땀 흘려 눈 못 뜨니 등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볼 여유가 없다. 804m봉 아래
오른쪽 사면이 지도에는 펑퍼짐하여 보기에 좋다. 직등하기 보다는 그리로 간다.
봄 산은 마냥 걸어도 좋다. 피나물, 노랑제비꽃, 흰제비꽃, 양지꽃, 각시붓꽃, 홀아비꽃대 등이 너른 사면을 수놓았
다. 조용경은 ‘야생화 산책’에서 홀아비꽃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홀아비꽃대의 꽃말은 ‘외로운 사람’입니다.
하나의 뿌리에서 단 하나의 꽃줄기가 나와서 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아내를 먼저 보낸 홀아비처럼 외롭고 쓸쓸하게
보인다 하여 그런 이름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그 흰색의 눈부신 아름다움에서 저는 ‘외로움’ 보다는 ‘고고함’을
엿봅니다.”
그러면서 ‘유유’라는 시인의 ‘외로움 달래는 홀아비꽃대’라는 시를 소개한다.
만남보다는 이별이 익숙해졌기에
잊고 버리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련이 없다
그런데도
그럼에도 말이다
홀아비 여럿 모이면
자존심 세우느라고 난리다
기가 찰 노릇
그래서 홀아비는 냄새가 나는 모양이다
3. 춘천 가는 열차 창밖 풍경, 삼악산(왼쪽)과 등선봉
4. 웅진리 앞 소양호
5. 소양호 주변 산색
6. 각시붓꽃
7. 피나물
8. 홀아비꽃대
9. 등로 주변
10. (건너편) 사명산 동쪽 능선
11. 왼쪽은 계명산
12. 오른쪽 뒤는 바위산(?)
13. 죽엽산, 그 뒤 오른쪽은 수불무산, 왼쪽은 용화산, 그 뒤는 화악산
14. 봄빛이 무르익었다
15. 멀리는 가리산
804m봉 넘은 안부에서 둘러앉아 점심밥 먹는다. 이때는 봄바람이 살랑살랑 일었다. 봄 소풍을 온 것 같다. 주변의
방초 그윽한 향기가 입맛을 더욱 돋운다. 반주 탁주 또한 미주다. 식후 즉석 조제한 냉커피로 입가심하고 일어난다.
가파른 오르막은 계속 이어진다. 사진은 발로 찍는 것. 등로 벗어나더라도 조망이 트일 만한 데는 꼬박 들른다. 굵은
나뭇가지에 오르기도 한다. 미세먼지가 심하다. 원경은 흐릿하다.
1,004m봉. 지도에 따라서는 ‘문바위봉’이라고 한다. 이 봉우리 남서쪽 추곡약수 가는 길을 0.6km 내리면 경점인
문바위가 있다. 오늘은 문바위도, 2.4km 더 가야 하는 사명산 정상도 들르지 않는다. 게을러졌다. 거기를 간들 여태
보다 더 나은 경치를 볼 것 같지 않고, 더구나 미세먼지가 심하여 원경이 가릴 거라는 핑계를 댄다. 문바위봉 북동쪽
지능선을 내린다. 사명산 주등로의 하나인데 다른 데보다 발길이 뜸하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그 내리막 북쪽 사면은 펑퍼짐하다. 낙엽이 수북하다. 그 속에 노루귀 꽃이라니. 한 두 송이가 이곳 봄의 사절(使節)
이다. 납작 엎드려 맞이한다. 쭉쭉 내린다. 지난 가을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자리가 여기던가 저기던가 헷갈린다. 그
아래에서 덕순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 안부도 알아보지 못하고 내린다. 산허리 도는 임도가 나오고 곧바로 이어지는
능선을 잡는다. 묵은 헬기장은 △672.1m봉이다. 삼각점은 양구 480, 2007 재설이다.
노송 숲 지나고 잠깐 수렴(樹簾) 걷어 멀리 가리산까지 바라본다. 이번에는 산자락 도는 임도다. 임도 따라 선정사
쪽으로 간다. 굽이굽이 돈다. 간이주차장 지나 산모롱이 용수암 앞을 돌아내린다. 웅진리 2.7km. 우리에게 정작
험로는 지금부터다. 땡볕 가득한 임도다. 고스란히 안고 내린다. 선정사는 임도 내리며 다만 바라본다. 풍경소리가
고즈넉한 산사다.
춘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 웅진리 대길교 아래 계류에 탁족하러 내려간다. 옥수에 발을 담그니
그 서늘한 기운이 온몸에 퍼져 오전에 비지땀 흘리며 산등성이 오를 때 간절했던 알탕 생각이 그만 천리만리 달아난
다. 이때는 우리가 지엄(智嚴, 1464~1534) 스님의 삶을 엿본다. 그의 「심인선자에게 주다(贈心印禪子)」라는 한시
다. 위쪽 산속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자지러진다.
산은 뾰족뾰족 계류는 졸졸졸졸
바람은 살랑살랑 꽃은 도란도란
도인의 삶이 바로 이와 같으니
이런저런 속세의 일 걱정하여 무엇하리
山矗矗水冷冷
風習習花冥冥
道人活計只如此
何用區區順世情
16. 노루귀
18. 각시붓꽃
19. 오른쪽이 계명산
20. 멀리 오른쪽이 가리산
21. 계명산
22. 멀리 뒤가 봉화산
23. 사명산 동쪽 능선 봄빛
24. 큰구슬붕이
26. 선정사 위쪽 계곡
27. 뜰보리수
28. 대길교 아래 계류
첫댓글 그저 봄빛이 완연합니다. 걷기만 해도 좋은 숲길이네요...
봄날 하루하루가 아깝습니다.
특히 봄산은 바라만 보아도 흐뭇합니다.
걸어도 걸어도 좋은 봄 날의 숲길입니다^^
그런데 사명산은 우리와 인연이 그리 닿지 않는 것 같아요.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심하거나.ㅠㅠ
봄빛이 봄봄봄 하는군요.
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금방 여름 될 듯 합니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세요.
그렇습니다.
봄볕이 하루가 다르게 따갑습니다.
여름같은 기온인데 춘천의 산하는 아직 봄꽃들이 볼만하네요.
높은 산은 아직 이른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