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기장으로 바꾸며 / 홍속렬
양지 노트 두꺼운 노트 한 권을 지난해 3월부터 쓰기 시작해서 오늘 다 썼다.
이제 새 노트로 바꾸며 계속해서 일기를 써온 세월.
내 삶을 기록하며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로 나 개인의 삶을 기록 해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일기를 썼다
숙제로 시작해 성실과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로 쓰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른다. 그 사람의 성실성을 재는 척도로 일기를 들면 좋은 평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의무와 책임이 따르는 사회에서 일기를 쓰는 일은 책임과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켜 내는 일이라
내 짐에는 다이얼리와 일기장만 해도 몇 트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정한 거처가 없었던 내겐 책이나 짐은 다 소모되어 버리고 물에 잠기고 해서 옛 과거는 모두가 다 사라져 버렸다
몸만 있지 역사적 사실은 하나도 남아있지않다.
때때로 월남전투에서 적 시체를 앞에 두고 찍었던 사진들 그때 당시 전우들의 사진이 매우 그리울 때가 있다
공수부대에서의 사진, 심지어 결혼사진까지 몽땅 물에 잠겨 버려 없어져 버린 안타까운 나의 지난날들 . . .
그래 나는 과거는 없고 앞으로 앞으로만 전진하는 삶을 살라는 명령으로 여기고 냅다 앞만 바라보고 달리고있는 중이다.
사람은 아니 나는 기계가 아니다.
하고 자신을 일깨우며 때로는 슬퍼하기도 하고 멈춰 서서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갖기 위해 여행도 하고 휴식도 해야 하나 내겐 그런 정신적 공간적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맘 편하게 여행을 하거나 휴식을 취해 보지 못했다
그런 일은 내겐 사치한 일로 그런 시간이 주어지면 불안이 엄습해 오곤 한다.
걱정도 팔자란 말이 있는데 꼭 날 두고 하는 말인 모양이다
근심과 걱정에 휘말려 살아온 나의 삶?
이젠 거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
진정한 평안을 누리고 싶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우선 불안이 안개 끼듯 마음으로 안개처럼 엄습해 온다
6.25 전쟁 피난 시절과 어린 나이에 군에 들어가 제도의 노예로 살아온 젊은 날들이 불안의 요소가 되어 주나보다.
그래서 나의 도피처는 신앙이다
그래 늘 부르짖고 기도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래야 맘에 평안을 간직할 수 있니 도피처를 찾아간다.
이제 쉬고 싶고 봄이 오는 고국의 봄맞이 여행도 하고 싶다
그러나 난 그럴만한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조금도 없다.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다 그렇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대단히 미안하다는 생각을 깊이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