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良知)
타고난 본연으로 배우지 않아도 얻는 지혜나 생각하지 않아도 아는 것을 말한다.
良 : 어질 양(艮/1)
知 : 알 지(矢/3)
왕양명(王陽明)의 주된 사상으로 '인간의 마음은 이미 우주의 모든 이치를 갖추고 있으므로 인간은 사물에 대한 처음의 반응에서 옳고 그름을 알게 된다. 이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본성에 의한 것'으로 이것을 양지(良知)라 한다.
청(淸)나라 때 학자 김영(金纓)이 편찬한 격언연벽(格言聯壁)은 현자들의 처세에 관한 격언과 명구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명(明)나라 때 사람 홍응명(洪應明)이 지었다고 하는 채근담(菜根譚)은 책 제목 그대로 나무의 뿌리를 캐듯 삶의 지혜와 현명한 처세를 위한 명구들을 캐낼 수 있는 좋은 수양서라 할 수 있다. 그중 한 대목이다.
蓋世功勞(개세공로),
當不得一個矜字(당부득일개긍자)
彌天罪惡(미천죄악),
最難得一個悔字(최난득일개회자).
세상에 둘도 없는 공을 세웠어도 잘난 척하지 않아야 하며, 천하에 큰 죄를 지었으면 뉘우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청나라 사람 김영(金纓)의 격언연벽(格言聯壁) 지궁(持躬)에 보면 “잘못을 미루고 공을 가로채는 짓은 소인배들이 하는 짓이고, 죄를 덮고 공을 떠벌리는 것은 보통사람이 하는 일이며, 양보의 미덕으로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군자의 일이다”라고 했다.
좋지 않은 일을 저질러 타인에게 미안한 결과를 초래했다면 뉘우쳐야 마땅하다. 이는 양심의 발견이자 양지(良知)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도덕의 자율이라 할 수 있다.
양지(良知, conscience)란 타고난 본연으로 배우지 않아도 얻는 지혜나 생각하지 않아도 아는 것을 말한다.
맹자(孟子) 진심상편(盡心上編)에 보면 '사람이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을 양능(良能)이라 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을 양지(良知)라 한다.'고 했다.
김영은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알고 부끄러워할 줄 알면 타인의 잘못(실수), 특히 자신과 관련된 타인의 잘못을 끌어안는 남과(攬過)의 미덕을 발휘하게 되고, 이것이 그를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런데 이 같은 양지의 실천에서 중요한 것은 지(知)다. 부끄러움을 아는 용기 지치지용(知恥之勇)에서 안다는 지(知)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가?
부끄러움을 안다는 전제는 자신의 언행에 잘못이 있음을 아는 지과(知過)이다. 이 두 단계가 전제되어야 개과(改過)하고 나아가 천선(遷善)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문제는 사람도 보고 세상도 볼 줄 알면서 한때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심하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을 허무는 일도 발생한다. 다른 것들은 다 보았으면서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이런 사람들이 넘쳐난다. 자기 수양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 절감하는 시절이다.
양지(良知)
중국철학사(펑유란)중에 新儒家편에 양지와 대학의 8條目에 대한 내용을 보자.
우리는 선하든 악하든 간에 모두 근본적으로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음은 결코 사욕에 의해 전적으로 가리워져 있을수 없고 언제나 사물에 대한 직각적인 반응속에 나타난다. 예를 들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것을 갑자기 보았을때 느끼는 깜짝 놀라는 마음이다.
사물에 대한 최초의 반응에서 우리는 자연히 그리고 자발적으로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이렇게 타고날 때부터 가진 본성이 나타난 것이 양지(良知)라는 것이다.
이런 본성에 따라 주저하지 않고 행동하는 본질을 보고 맹자(孟子)는 인간은 선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성선설(性善說)을 보았고, 또한 본성에 따라 즉각 행동하지 않고 변명할 구실을 찾으려 하는 마음을 읽은 순자는 사람은 악을 타고 났다는 성악설(性惡說)을 편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대학(大學)에서 말하는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8조목(條目)도 모두 양지(良知)를 넓히는 치양지(致良知)에 있다고 하여 선현(先賢)들이 양지를 최고의 근본으로 가르치고 있는것 같다.
누가 선과 악, 옳고 그름을 물을때 본성에 따라 즉각적으로 떠오른 대로 행하도록 말해준다면 좋은 지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 良(어질 량/양)은 ❶상형문자로 곡류 중에서 특히 좋은 것만을 골라 내기 위한 기구의 상형으로 좋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良자는 '어질다'나 '좋다', '훌륭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良자는 艮(그칠 간)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아무 관계가 없다. 良자의 갑골문을 보면 지붕이 있는 복도인 회랑(回廊)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회랑은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복도를 말한다. 갑골문에는 이렇게 건물을 연결하는 복도와 중심부가 표현되어 있었다. 그래서 良자의 본래 의미는 '회랑'이었다. 그러나 후에 良자가 '좋다'나 '아름답다', '어질다'와 같은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廊(복도 랑)자가 '회랑'이나 '복도'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良(량/양)은 ①어질다 ②좋다 ③훌륭하다 ④아름답다 ⑤착하다 ⑥곧다 ⑦길(吉)하다 ⑧잠깐 ⑨잠시(暫時) ⑩진실(眞實)로 ⑪참으로 ⑫남편(男便)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질 인(仁)이다. 용례로는 선악을 판단하는 뛰어난 식견과 훌륭한 판단력을 양식(良識),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바르고 착한 마음을 양심(良心), 내용이 좋고 유익한 책을 양서(良書), 성적이나 성질이나 품질 따위가 주로 질적인 면에서 대단히 좋음을 양호(良好), 사람으로서의 좋은 바탕 또는 물품 따위의 좋은 질을 양질(良質), 어질고 착한 성질로 어떤 병이 낫기 쉬운 상태 또는 그 성질을 양성(良性), 좋은 약을 양약(良藥), 어진 재상을 양상(良相), 어질고 충성스러운 신하를 양신(良臣), 좋은 버릇을 양습(良習), 질이 좋은 화폐로 실제의 값이나 조건이 법정 값이나 조건과 차이가 적은 화폐를 양화(良貨), 사람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지능이나 타고난 지혜를 양지(良知), 선량한 백성을 양민(良民), 착한 사람이나 선량한 백성을 양인(良人), 좋은 때라는 뜻의 양시(良時), 나쁜 점을 고쳐 좋게 함을 개량(改良), 행실이나 성질 따위가 나쁨을 불량(不良), 뛰어나게 좋음을 우량(優良), 착하고 어짐을 선량(善良), 아름답고 착함을 가량(佳良), 뛰어난 인물을 뽑음 또는 선출된 인물을 선량(選良), 순진하고 선량함을 순량(純良), 어진 이와 착한 이 또는 어질고 착함을 현량(賢良),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뜻으로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는 말을 양약고구(良藥苦口),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둥지를 튼다는 뜻으로 어진 사람은 훌륭한 임금을 가려 섬김을 이르는 말을 양금택목(良禽擇木), 지아비에게는 좋은 아내이면서 자녀에게는 현명한 어머니를 두고 이르는 말을 양처현모(良妻賢母), 훌륭한 장인은 애쓴다는 뜻으로 재주가 뛰어난 사람의 가슴 속에는 고심이 많다는 말을 양공고심(良工苦心), 좋은 옥과 아름다운 금이라는 뜻으로 아주 좋은 문장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양옥미금(良玉美金),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도 알고 배우지 않고도 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으로 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사물을 알고 행할 수 있는 마음의 작용을 이르는 말을 양지양능(良知良能), 좋은 시절과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으로 봄 경치를 이르는 말을 양신미경(良辰美景), 아름답고 좋은 풍속을 일컫는 말을 미풍양속(美風良俗), 어진 어머니이면서 또한 착한 아내를 일컫는 말을 현모양처(賢母良妻), 순수한 금과 좋은 옥이라는 뜻으로 인격이나 문장이 아름답고 깨끗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정금양옥(精金良玉), 악한 일을 한 사람에게도 아직 양심은 남아 있음 곧 바르게 인도할 여지가 있음을 뜻하는 말을 상유양심(尙有良心), 남자는 재능을 닦고 어진 것을 본받아야 함을 이르는 말을 남효재량(男效才良) 등에 쓰인다.
▶️ 知(알 지)는 ❶회의문자로 口(구; 말)와 矢(시; 화살)의 합자(合字)이다. 화살이 활에서 나가듯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말한다. 많이 알고 있으면 화살(矢)처럼 말(口)이 빨리 나간다는 뜻을 합(合)하여 알다를 뜻한다. 또 화살이 꿰뚫듯이 마음속에 확실히 결정한 일이나, 말은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알다, 알리다, 지식 등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知자는 '알다'나 '나타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知자는 矢(화살 시)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知자는 소전에서야 등장한 글자로 금문에서는 智(지혜 지)자가 '알다'나 '지혜'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슬기로운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智자는 '지혜'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知자는 '알다'라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智자는 아는 것이 많아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만큼 말을 빠르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知자도 그러한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知(지)는 (1)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정신의 작용하는 힘. 깨닫는 힘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알다 ②알리다, 알게 하다 ③나타내다, 드러내다 ④맡다, 주재하다 ⑤주관하다 ⑥대접하다 ⑦사귀다 ⑧병이 낫다 ⑨사귐 ⑩친한 친구 ⑪나를 알아주는 사람 ⑫짝, 배우자(配偶者) ⑬대접(待接), 대우(待遇) ⑭슬기, 지혜(智慧) ⑮지식(知識), 앎 ⑯지사(知事) ⑰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인(認), 살펴 알 량/양(諒), 알 식(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나 사물을 지식(知識), 사물의 도리나 선악 따위를 잘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을 지혜(知慧), 지적 활동의 능력을 지능(知能), 지혜로운 성품을 지성(知性), 지식이 있는 것 또는 지식에 관한 것을 지적(知的), 알아서 깨달음 또는 그 능력을 지각(知覺), 지식과 도덕을 지덕(知德), 아는 사람 또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봄을 지인(知人), 새로운 것을 앎을 지신(知新), 은혜를 앎을 지은(知恩), 지식이 많고 사물의 이치에 밝은 사람을 지자(知者), 제 분수를 알아 마음에 불만함이 없음 곧 무엇이 넉넉하고 족한 줄을 앎을 지족(知足), 자기 분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을 앎을 지지(知止),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 여러 사람이 어떤 사실을 널리 아는 것을 주지(周知), 어떤 일을 느끼어 아는 것을 감지(感知),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붕지(朋知), 기별하여 알림을 통지(通知), 인정하여 앎을 인지(認知), 아는 것이 없음을 무지(無知), 고하여 알림을 고지(告知), 더듬어 살펴 알아냄을 탐지(探知), 세상 사람들이 다 알거나 알게 함을 공지(公知), 서로 잘 알고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을 친지(親知), 자기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한 친구를 일컫는 말을 지기지우(知己之友),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적의 형편과 나의 형편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말을 지피지기(知彼知己), 참 지식은 반드시 실행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지행합일(知行合一), 누구나 허물이 있는 것이니 허물을 알면 즉시 고쳐야 한다는 말을 지과필개(知過必改)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