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길게 말하면 세금 달랠까봐 짧게 끊어버리는 코흘리게 쩍
친구의 전화를 받고 나는 한마디도 못하고 웃을수 밖에...
딸아이와 일주일분의 부식을 사러 마트에 나왔다가 이내 마음이 부산해 버렸다.
대충 주워담고 집에와서 정리도 못하고 다시 터미널로 내달았다.
<멋대가리 없는년...출발할때 전화하든지..아님 차안에서 하든지..
도착해서 전화하는 년이 어딨어! 내가 목욕탕에 들어앉았던지..
극장안에 있었으면 어쩔뻔했어! 멍청한년!!>
속으로 연신 욕은 해 댔지만 입가엔 웃음이 번졌다.
가만히... 내 유년의 기억을 밑그림으로 그려본다.
촉촉하게 가슴을 적시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북적거리는 구의동에서 친구를 찾기는 쉬웠다.
유난히 키가커서 내 작은눈에도 쉽게 들어왔으니...
지난 설 얼마전에 오랫동안 지병으로 힘들게 했던 남편이
스스로 하늘나라로 주소를 바꿔버린 후
더욱 말이 짧아진 그네를 보며 묘한 연민을 느꼈다
<얘! 우리 비싼곳에가서 우아하게 차 마시자. 우리나이가 그래도 될 나이잖냐..>
눈을 흘기는 친구에게 여유있게 웃으며 워커힐로 갔다.
광나루가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나도 모르는 무조건 이름이 그럴싸한 커피를 시켰다.
무슨 차 냐고 묻는 그네에게 베시시 웃어보이고 세련된척 해보이자
어김없이 욕을 해댔다. 미친년같으니라고...
우린 한참이나 말이없이 얼마전에 개통한 다리를 쳐다보며
머릿속엔 각자 다른 생각으로 향이짙은 차가 왔는데도 넋을 빼놓고 있었다.
<뭘..해먹지...?>
<뭘해먹다니...너 이제껏 뭐 먹고 살았니...그거 그대로 먹고 살아...>
<미친년...> 늘상 잘쓰는 욕을 거침없이 내게했고 나는 또 베시시 웃었다.
혼자가 된 그네와 별다를게 없는 그저 그런 나와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내일에 대한 불안이나 초조를 생각않고 살았다.
지금을 살면서 설혹 우리를 아프게 하는 일이 있다하더라도
하루만 아파하고 그 다음날은 기억에도 없는 것처럼 다시 용감해져 버렸다.
나는 내가 한없이 장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네는
지가 더 장하다고 늘 나를 깔아뭉갠다.
서로 마주보면서도 머리는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 우리는
커피가 다 식어서 냉수마시듯 한입에 넣고 일어서서
아차산을 둘러싸고 있는 워커힐 길을 한참이나 걸어내려와서
<아구.해물>이라고 써진 간판을 보고들어가 술을 마셨다.
각자의 집에서 그냥...있는 존재로 유년을 보냈던 나와 그네는
그때도 늘 붙어다녔지만 싸웠던 기억은 없는 그렇게 오십을 바라보며
함께 한 내가슴에 늘 돌덩어리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지지리도 문딩이같이 복도없어.
넌 나보다 쬐금 더 이뻐서 나을줄 알았는데..모지리같이도..>
내 인물이 훨씬 더 괜찮은데도^^ 그네는 꼭 쬐끔이라는 말을 곁들인다..
일곱살쩍...(아직 학교입학을 안했으니) 봄 이었을게다.
그 친구 집에서 쑥을 캐서 밀가루에 버물려쪄먹는 쑥개떡을 했던것 같다.
나를 줄려고 조금 떼내어 급히 달려오다가 넘어져
쑥개떡이 흙범벅이 된 모양이었다. 얼마나 크게 울었던지 엄마가 급한대로
쌀을 호주머니에 넣어줬단다.
친구는 또 넘어질까봐 지네 큰 언니가 쓰던 분통에다 쌀을 담아서 뛰어오니
쌀과 분이 섞여서 온통 분 냄새 천지였다.
우린 성당 마당 한켠에서 그 쌀을 입으로 불어가며 다 먹었다.
지금 내가 분 냄새를 싫어하는 까닭과 연관이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옛날의 서러웠던 이야기를 눈가에 눈물이 그렁해가며
여자 둘이서 소주잔을 비웠다.
그렇게~~~우리가 일어섰을때 밖은 늦은 시간이 되어버렸고
막차를 타고간 친구의 등 뒤로 서늘한 냉기를 느낀 나는
그자리에서 한동안 움쩍도 못했다.
체했는지 알수없이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차산 줄기 정립회관을 거쳐 워커힐로 가서 대리기사 전화번호를 찾아
삐리리를 친 후 대리아저씨를 기다렸다.어디서 오는지
금방 도착한 그양반에게 이만원을 준 후 뒷좌석으로 가서
혼자 베시시 여유를 부리며
길게 늘어서 있는 동부간선도로에 눈을 돌렸다.
대리아저씨가 룸미러로 힐끗대며 나를 보는 느낌도 훤히 꿰보았고...
대리아저씨~~속으로 욕했을테지. 내친구가 잘쓰는 욕으로 <미친년...>이라고
집에와서 옷을 갈아입으려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아!~~~~느닷없이 나를 만나러 온 그 맹추같은 친구..
대학에 들어갈 아들녀석의 추가등록금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불쑥 난 것이다.
나는 닭대가리...그 생각이 왜 이제야 난걸까..
그래 그 미련 곰탱이는 그 말을 못 꺼내고 그냥 갔단 말이야?!
얼마나 망설였을까를 생각하니 짜안한 마음보다는 화가 치밀었다
<나쁜년아!!! 니 아들 등록금 내일 부친다
이자붙여서 니 아들 놈한테 받을꺼니까 그리알아라..
그 말도 못 꺼낼꺼면 뭐하러 와서 비싼 찻 값 내게 만드냐..
워커힐 찻값은 세금도 붙드라 이 웬수야..>
첫댓글 두분의 우정이 참으로 가슴뭉클하네요...
얼마나 아름다운 우정입니까 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두분 우정 오래 간직하시길 ..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될것입니다
흑...가슴이 촉촉해 짐을 느낌니다 꼭 행복하셔야 되요
꿈같은 유년의 추억 눈물겹게 젖고 가옴니다!그리고 영원한 우정을 빌어 드림니다^^*
서로에 마음을 느낌만으로도 모두 알수있는 진정한 친구란?,....보는이로 하여금 충분한 귀감으로 여겨 진답니다. 소중한 친구와의 아름다우신 우정이, 영원히 빛나시길 빌어드립니다.
친구보다 날 더 잘 알아주는 사람은 없더이다...
오랜만입니다. 어려운 발걸음을 하고도 친구에게 말을 못꺼낸 땅강아지님의 친구분 또한 참으로 고운 분 같습니다. 그분에게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네요...............
아름다운 우정 부럽읍니다 성모님의 사랑이 두분의가정에 충만하시길...........오늘아침마음이 훈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