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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3시, 고요한 산사의 선방 108배뒤 ‘참나 찾는’ 참선시간 번뇌 망상 하나씩 내려놓고 발우공양 하며 ‘공생’ 깨달음을 | |
아직 미명에 휩싸인 화엄사 산문을 들어서자 차가운 새벽 공기에 맑은 소나무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온다. 100평 남짓한 범음료(선방 이름)에는 포교국장 대요스님과 더불어 새벽 3시 도량석을 시작으로 법당에서 예불과 108배를 마친 수련생 20명이 아침 참선에 빠져 있다. 서울과 경기도, 부산, 마산 등에서 모여든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잿빛 승복 차림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 544년 백제 성왕 22년에 인도에서 건너온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화엄사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광과 천년 고찰의 정갈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템플 스테이를 하기에 좋은 대가람이다. 올 여름에는 외국인 500명을 포함해 모두 1500여명이 화엄사를 다녀갔으며, 겨울에는 지금까지 300여명이 참가했다. 직장인이 가장 많고 교수와 교사, 학생, 자영업 등 직업도 다양하다. 대요 스님은 “템플 스테이가 끝나 묵언을 풀고 산중법담 시간에 대화를 나누다보면 뜻밖에 불교 신자보다 가톨릭 신자들이 더 많다. 개신교인들도 더러 눈에 띈다”고 귀띰한다.
아직 새벽잠이 덜 깬 김한결(8·서이초등2학년)이 터져나오는 하품을 손으로 가리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의자 생활을 해오다 가부좌로 앉아 있으려니까 불편했는지 이따끔 몸을 들썩거리다 몰래 아빠 김정규(41·토목설계사·서울 서초구 서초1동)씨의 눈치를 본다. 묵언수행 중에는 일체 소리를 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음의 여유가 참 없는 것 같았어요. 방학을 맞아 아이와 단 며칠이라도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저도 세 시간 이상 앉아서 제 자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본 것은 처음입니다. 아이도 저도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한결이도 “108배도 힘들었지만 참선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하지만 형아랑 싸운 것을 많이 반성했어요. 앞으로는 많이 안 싸우겠다고 결심도 했고요”라고 털어놓았다. 올해 대학진학을 앞둔 최문주(19·마산성지여고3) 양은 “기대한 만큼 시험을 못 쳐서 방황하다가 이러다가는 대학에 가서도 방황할 것같아서 템플스테이를 삶의 전환점으로 삼고 싶어서 혼자서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참선을 하면서 고3 때 힘들었던 일과 후회스러웠던 일, 부모님께 죄송했던 일 등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라 괴로왔다”면서 “하지만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대학에 가서 전공하고 싶은 법학이 과연 내 적성에 맞는지, 앞으로도 열심히 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침 참선을 끝내자 발우공양이 시작된다. 발우란 ‘양에 알맞은 그릇’이란 뜻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누어 갖는 평등공양의 뜻이 담겨 있다. 조금도 낭비가 없는 절약공양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대요 스님이 가볍게 죽비를 세번 치자 모두를 합장 반배하고 발우를 펼친다. 또 죽비가 한번 울리고 선정의 자세에서 어시발우와 국발우, 천수발우, 반찬발우에 절 음식을 조심스레 받는다. 정갈한 산나물이 먹음직스럽다. 하지만 욕심을 내어서는 안된다. 공양에서는 밥 한톨도 남겨서는 안 되므로 먹을 만큼만 받아야 한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보리를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비록 입에 맞지 않는 절 음식이지만 ‘오관게’를 외고 공양을 하는 모습이 짐짓 근엄하다. 가진 것이 많든 적든, 함께 나눠 소박하게 먹는다.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이루는 공동공양의 정신이 엿보인다.
원주 스님인 덕제 스님이 아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절에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귀라는 동물이 살고 있는데 배는 태산만 하지만 목구멍은 바늘구멍보다 작다고 한다. 스님들이 먹고 남은 고춧가루 하나라도 버리면 아귀가 먹다가 목에 걸려서 숨이 막혀 죽는다고 한다. “저는 아귀가 자연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 찌꺼기가 결국 자연과 환경을 파괴시키는 이치와 같지요.” 선방을 몰래 빠져나와 희뿜하게 밝아오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법당 앞 경내로 나섰다. 국보인 각황전을 돌아서자 4사자삼층석탑으로 향하는 108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희끗희끗 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면서 대요 스님의 말씀을 마음에 되새긴다. “여러분들이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세속의 모든 번뇌망상을 하나씩 하나씩 버리고 올라가시라. 그리고 적멸보궁을 참배하고 다시 108계단을 내려오면 세상을 사는 108가지 지혜가 생길 것입니다.” 구례(화엄사)/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온 가족 손모아 황토 염색 해볼까? 구례구역에서 섬진강을 따라 6㎞쯤 달리다 구례읍 계산리에 이르면 섬진강을 앞마당처럼 거느린 다무락 마을이 나온다. 유곡마을이라는 본 이름 대신 전라도 사투리로 담장을 뜻하는 마을 초입에는 황토 체험학교 ‘황기모아’가 있다. ‘황토의 기를 모은다’는 뜻을 가진 이곳은 창업주인 류숙(56)씨가 지난 1999년 폐교된 계산분교를 개조한 뒤 황토를 비롯해 명아주 토란 민들레 물푸레 진달래 쑥 황칠 인삼 등 이 땅의 토종식물을 이용해 만든 78가지 천연염료를 이용해 침구류, 의류, 소품류, 지장수단, 황토팩 등 생활용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이 곳 황토체험장에서 자신이 가져간 옷이나 천에 황톳물을 들이는 염색체험을 할 수 있다.
황기모아의 조성래(40·전남 순천시 해룡면 상삼리) 팀장은 “관광객들이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체험하면서 황토염색의 좋은 점을 깨닫는데 보람을 느낀다”면서 “주로 본인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속옷, 손수건 등을 가져오는데 아토피피부염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엄마들이나 할머니들이 아기 기저귀감 천을 많이 가져온다”고 일러준다. 황기모아에서는 황토염색뿐만 아니라 대나무 염색과 치자 염색 등 천연염색 체험을 비롯해 양초 만들기, 비누 만들기, 구례에서 나는 우리 밀을 이용한 오색 수제기 만들기, 초코렛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문의 (061)783-5515, 5942~3. www.hwanggi.com 구례/글·사진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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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001년 여름휴가때 3박4일 동안 나도 화엄사에 있었지....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정신적으로는 너무 편한 시간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