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부터 서울부터 도쿄까지 걷는 제7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지난 토요일(3월 30일) 저녁에 일본 참가자들이 한국의 오랜 참가자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하여 환담의 시간을 갖고 일요일(3월 31일) 저녁에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 각국 참가자들과 관련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발대식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이 행사에 참여한지 여러 번이나 작금의 한일 간을 둘러싼 정세와 환경이 복잡한데다 조선통신사 기록이 유네스코세계기억유산에 등재된 후 처음 갖는 기회라서 새로운 마음과 자세로 참여하여 스스로를 연마하며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행보가 되기를 다짐한다. 출발에 앞서 가진 친선모임과 일요걷기, 발대식의 정황을 살펴본다.
1. 오랜 우의를 다진 한일 동호인들의 친교
3월 30일 저녁 7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의 조촐한 음식점에서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일본 참가자 25명과 한국의 오랜 친구들 1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 달여 전에 약속한 비공식만찬, 아내와 함께 일찍 음식점에 도착하여 일행을 기다렸다. 잠시 후 한국체육진흥회 사무실 앞에서 만나기로 한 일행 30여명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한꺼번에 들어선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엔도 야스오 일본 대표가 그간 한일우정걷기에서 다진 우의를 새기는 의미에서 간단한 식탁을 마련하였다며 즐거운 시간이기를 제창한다. 식탁에 오른 메뉴는 얼큰한 감자탕에 맥주와 소주를 곁들인다.
바쁜 틈을 내어 초대해준 호의에 감사하며 작년 10월에 함께 걸었던 도쿄-닛코 기행록의 일본어 번역본을 책자로 만들어 그때 걸었던 일행들(약 15명)에게 나누어드렸다. 오후에 들른 국립중앙박물관의 일본어판 팸플릿도 곁들여서.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친절이라 여기며. 여러 사람이 즉석에서 이를 훑어보며 좋아한다. 내 앞자리에 앉은 이는 부산의 일본총영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 이를 받아들며 정중하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밖은 쌀쌀한데 인정은 훈훈하다. 한일 간의 냉랭한 기운도 이처럼 풀어지라.
2. 일요걷기에서 접한 자연의 숨결
한국체육진흥회가 매주 일요일에 갖는 일요걷기의 이번 주 코스는 서울숲에서 한남동 거쳐 남산중턱을 가로지르는 12km의 느긋한 행로, 쌀쌀한 날씨에도 30여명의 동호인들이 참여하였다. 일행 중에는 러시아에서 온 한 가족이 함께 하기도. 지하철 분당선의 푸른숲역에 모인 일행들이 수목들이 울창한 푸른숲공원을 지나노라니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활짝 핀 목련이 수려하다. 공원 너머 산자락에는 온 산에 활짝 핀 개나리 꽃밭이 장관을 이루고. 꽃동산은 서울에서 개나리꽃이 가장 화려하게 피는 응봉산, 오랜 기간 지방에 거주하느라 이런 명소가 있는 줄 몰랐다. 응봉산에 들어시니 주말을 맞아 노랗게 물든 개나리동산을 오르내리는 상춘객들이 줄을 잇는다. 정상에서 10여분 휴식하며 만발한 개나리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응봉산에서 내려와 한강변을 따라 걸으니 이내 달맞이공원에 이른다. 여러 계단을 올라 중턱의 휴게소에서 각자 챙겨온 간식을 들고 다시 한강변 따라 한남대교까지 내쳐 걸으니 12시가 지난다. 길가의 정갈한 식당에 들러 맛있는 식사, 오후 걷기는 국립극장 지나 남산 중턱의 산책로로 이어진다. 남산은 개나리와 진달래가 뒤섞여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예년보다 화신이 이른 편, 걷기 쾌적한 기온에 화려한 꽃동산을 누비는 발걸음이 가볍다. 최종목적지는 남산 한옥마을, 남산 중턱 돌아 오후 2시 반 광장에 이르니 일단의 국악놀이패가 신명나게 춤판을 벌인다. 마치 우리 일행을 기다린 것처럼. 이래저래 새봄 맞아 유쾌한 일요걷기가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남녘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화려한 꽃무늬를 수놓는다니 전국이 꽃밭이라, 모두들 아름다운 꽃동산 찾아 자연의 숨결에서 청량한 기운을 얻자.
3. 제7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발대식
3월 31일(일) 오후 5시, 남산 한옥마을 한국의 집에서 제7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발대식과 교류회가 열렸다. 참석자는 한국∙ 일본∙ 대만의 걷기 동호인들과 내빈 등 100여명, 영천에서 올라온 청소년국악관현악단의 만남과 돌아와요 부산항의 취타로 막을 열고 영천의이온하 무용단의 축하퍼포먼스가 이어진다. 최영우 대원의 아코디언 연주가 피날레로 이어지고.
강기홍 제7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추진위원장의 개회인사, 12회로 예정된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의 7회를 맞아 일본에서 예년보다 많이 오시고 특히 대만과 러시아도 합류하여 더 큰 국제적 행사로 발전하게 되어 뜻 깊다. 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도록 후원해준 한국관광공사와 프로 스팩스에 감사한다. 걷기뿐만 아니라 자연과 문화, 역사를 아울러 살피며 내일 출발하여 53일 후 도쿄 히비야공원에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원한다. 박정호 한일의원연맹 사무총장은 정치적으로 한일관계가 엄중한 때에 민간분야에서 이처럼 교류와 친선을 증진하는 행사를 꾸준히 이어오는 것을 축하하며 좋은 결실 맺기를 염원하였다. 엔도 야스오 일본 대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구간 걷기를 취소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7차까지 이어온 것을 감사하며 참가자들이 서로 격려하며 우의와 친선을 더욱 증진하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하였다. 참가자 모두 같은 심정이리라.
한국, 일본, 대만, 러시아에서 이번 걷기에 참가하는 이는 76명, 그중에는 85세의 노익장도 들어 있고 70전후의 건각들이 다수다. 한일양국의 대표가 선서를 통하여 성심우호를 다지고 역사, 문화, 자연을 살피며 건강하게 걸을 것을 다짐하였다. 한 시간여의 발대식을 마치고 푸짐한 만찬과 따뜻한 친교의 시간을 가지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넘는다. 내일부터 시작하는 대장정이 아무쪼록 성공적이기를 합심으로 기원하며 피날레!
첫댓글 참가자분들의 대부분이 70대시라니...대단들하십니다.
한달 넘게 진행되는 대장정의 길!
이 곳 광주에서도 응원하겠습니당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