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매미가 보통 여름에 나타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온대 지방인 우리 나라에서는 매미 출현이 여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나,
3월부터 11월까지 매미소리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매미는 옛날부터 소리내어 우는 곤충으로 잘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매미의 암컷은 울지 않습니다.
아니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울지 못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암컷은 신체 구조상 울수 있는 발음기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컷 매미의 배에는 공명실이라고 하는 큰 공기주머니가 있습니다.
텅 비어 있는 배의 위 쪽에 V자형 발음근이 뻗어 발음판에 이어져 있고
발음근을 격렬하게 오므렸다 늘렸다 하면 발음판이 진동하여 큰 소리를 냅니다.
다시 말하자면 수컷 매미의 발음기관은 관악기의 구조와 비슷한 것입니다.
그 좋은 예로 8~10월에 우는 애매미의 울음소리를 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츠츠츠-오씨' 하고
짧게 시작하지만 점차 '오씨-오씨-히 히-씨우' 하고 그 빠르기와 소리가 더 커지면서 고조됩니다.
그 소리는 맑고 화려하며 아름다운 음색을 지닌 플룻처럼 싱그럽고 간결합니다.
그렇다면 수컷 매미는 어째서 우는 것일까요?
6~7월에 울고 있는 소요산 매미를 관찰하고 있으면 열풍에 실려오는 소요산 매미의 음률은
이렇게 들리기도 합니다. '뜨거! 뜨거 뜨거-뜨거워-뜨거워-앗 뜨거' 이 소리는 단편적이고 뿔뿔이 흩어진
음표를 이어서 엮어놓은 것이지만 소요산 매미의 음악은 지상을 뜨겁게 달구는 태양을 향해
미친 듯이 반항하며 날뛰는 광인처럼 독보적인 특색을 띠고 있기도 합니다.
소요산 매미 수컷의 울음소리에 이끌려 다른 나무에서 암컷이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수컷은 암컷에게 가까이 접근하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울음소리를 내며 암컷의 주위를 한바퀴 돕니다.
그 다음에 교미에 들어갑니다. 이와 같이 수컷 매미의 울음소리는 암컷을 유인하는 구애의 전달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구애의 수단으로 울음소리가 제 기능을 다하려면 종에 따라 우는 소리가 달라야만 됩니다.
그래서 하루 중 아침, 오전, 오후, 저녁 등 우는 시각도 종마다 각기 다르고
일 년 중 나타나는 출현시기도 다릅니다.
여름에 세상 밖으로 쏟아지듯 나온 매미는 달콤한 사랑을 한 달 정도 나눈 뒤 생을 마감합니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한 뒤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습니다.
적당한 나뭇가지를 하나 선택한 뒤 가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암컷이 그 속에 알을 낳으면,
몇 주일 지나 알은 애벌레로 부화한 뒤 먹이를 찾아 땅으로 내려와
땅속 40cm 정도에 구멍을 파고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곳에서 나무뿌리의 액을 빨아 먹으면서 오랫동안 애벌레로 지냅니다.
지구에는 3000여 종의 매미가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북쪽과 아시아 온대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우리나라에 많은 참매미와 유자매미는 5년을 주기로 지상에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매미 유충에 비해 17년 매미(17년마다 지상으로 올라온다 하여 붙은 이름)가
땅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매우 길죠.
놀라운 사실은 정확히 17년을 채운다는 사실입니다. 빨리 자란 애벌레라도 절대 먼저 땅 위로
올라오는 법이 없습니다.
참고로 수컷 매미 한 마리가 내는 소리는 믹서기 소음에 맞먹는 70∼90dB(데시벨, 소리 크기의 단위).
매미의 울음에는 다음과 같은 단계가 있습니다.
멀리 있는 암컷을 가까이 다가오도록 유인할 때의 본격울음이 있고,
일단 암컷이 가까이 접근하면 더 세게 울어 그 마음을 사로잡는 유인울음이 그 다음.
그런가 하면 이를 시기한 다른 수컷이 방해하기 위해서 우는 질투심 가득한 방해울음도 있고,
적에게 잡혔을 때 강열한 비명소리를 내어 적을 위협할 때는 경고울음을 울게 됩니다.
한꺼번에 때를 지어 마구 울어대는 것은 이런 특수목적과는 관계없고
일종의 동료를 확인하기 위한 신호입니다.
암컷은 '공명실' 이라는 발음기관이 없어 울지 못하기 때문에
매미 암컷을 '벙어리 매미' 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