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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을 가다(3) – 소백산
1. 비로봉, 그 뒤는 국망봉
꽃이 지는 가지 사이 새는 우짖고
그늘진 산길에는 맑은 시냇물
졸며 걸으며 읊으니 시 절로 되어도
산중에는 붓 없으니 적을 수 없네
閒花自落好禽啼
一徑淸陰轉碧溪
坐睡行吟時得句
山中無筆不須題
―― 반고 김시진(盤皐 金始振, 1618~1667), 「산행(山行)」
▶ 산행일시 : 2024년 4월 28일(일), 맑음, 미세먼지 나쁨
▶ 산행코스 : 죽령,제2연화봉,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어의곡탐방지원센터
▶ 산행거리 : 도상 17.0km
▶ 산행시간 : 6시간 50분(09 : 12 ~ 16 : 02)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단양으로 가서, 택시 타고 죽령으로 감
▶ 올 때 : 어의곡리 버스종점에서 군내버스 타고 단양으로 가서 저녁 먹고, 단양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청량리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청량리역
08 : 47 – 단양역
09 : 06 – 죽령, 산행시작(09 : 12)
09 : 51 – 쉼터
10 : 30 – 제2연화봉(1,357m)
11 : 13 – 연화봉(1,377km), 비로봉 4.3km, 죽령 7.0km
12 : 42 – 제1연화봉(1,395m), 점심( ~ 13 : 00)
13 : 41 – 천동탐방지원센터(6.0km) 갈림길, 비로봉 0.6km
13 : 55 – 비로봉(毗盧峯, △1,439.5m)
14 : 02 – 국망봉(2.7km) 갈림길, 어의곡주차장 4.7km
16 : 02 – 어의곡주차장, 버스종점, 산행종료
16 : 30 – 단양보건소 앞 버스승강장, 저녁
19 : 07 – 단양역
21 : 00 - 청량리역
2. 소백산 지도
나의 심춘순례 한 코스인 소백산이 일주일 늦어졌다. 안내산악회를 기다렸으나 여태 없다가 지난주에 토요일(27일)
산행으로 나왔기에 얼른 신청했는데 그나마 모객저조로 취소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 혼자라도 가자 하고 왕복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단양 가는 열차표를 예매하기가 쉽지 않다. 상봉역에서 05시 38분발 첫 열차만 표가 남았고,
그 다음 열차들은 이미 매진되었다. 05시 38분발 열차를 타려면 집에서 택시를 타고 상봉역에 가야 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수시로 코레일톡 열차를 조회하여 가까스로 내가 원하는 06시 50분발
열차를 예매할 수 있었다.
단양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죽령을 간다. 군내버스도 다닌다고 하는데 운행시간이 너무 뜸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
다. 택시는 단양 시내를 관통하지 않고 외곽도로로 간다. 택시 창밖으로 대강면 농수산물판매장이 보이기에 기사님
에게 물었다. 대강막걸리가 아직도 맛있고 유명한가요? 아니 그전보다 못하다는 평이 않고 소백산막걸리를 더 찾더
군요. 기사님은 나도 대강 알고 있는 대강막걸리가 유명하게 된 경위를 말해준다.
노무현 대통령 때의 일이라고 한다. 그때 시골에도 막 인터넷이 성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드미마을 이장님이
인터넷으로 청와대에 수없이 민원을 신청했다고 한다. 우리 한드미마을도 제발 방문 좀 해주십사 하고. (나는 한드
미마을이 흰데미산 아래 있는 마을이 아닌가 짐작했는데 아니었다. 어의곡에서 단양 오는 버스를 타고 오는 중에
한드미마을을 지났다.) 어느 날 노무현 대통령이 그 민원을 보게 되었고, 그래 한번 가보자 하고 방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 즈음해서 단양은 일찍이 경험하지 않은 귀한 손님을 맞이하느라 퍽 떠들썩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번에 대강막걸리에 반했다고 한다. 한드미마을 주민들로부터 막걸리를 대접받은 노무현 대통령
은 맛있다고 극찬을 했고, 대강막걸리 중 다섯 가지 곡물로 만든 오곡막걸리를 특히 좋아했으며, 이 맛에 반해 청와
대 만찬주로 자주 내놨다고 한다. 이 일로 대강막걸리는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고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하긴 나도 어느 해 그 근처 산행을 마치고 대강양조장에 들러 막걸리 여러 병을 샀다.
죽령이 한산하다. 평일이 아닌 휴일인데도 그렇다. 요즘 소백산이 비수기다. 너른 주차장에 산악회 버스는 한 대도
없고 승용차만 몇 대 있을 뿐이다. 야생화 특히 모데미풀 탐화 등으로는 소백산이 인기가 없나 보다. 국공에게 모데
미풀 서식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소백산탐방지원센터 사무실에 들르려는 차에 국공을 만났다.
소백산 어디를 가야 많은 모데미풀을 볼 수 있나요?
거기는 지정 등로를 벗어난 곳이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저에게만 슬쩍 귀띔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그럴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허가를 신청하여 허락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국립공원에서는 그런 허가를 하지 않습니다.
3. 중간이 두악산(오른쪽), 덕절산, 그 뒤가 도락산, 멀리 가운데 흐릿한 산은 월악산
4. 앞 오른쪽에서부터 연화봉, 연화제1봉, 비로봉
5. 왼쪽 뒤는 옥녀봉, 오른쪽 뒤는 원적봉
6. 뒤가 원적봉
7. 맨 왼쪽은 도솔봉, 가운데는 삼형제봉
8. 앞은 연화봉 서릉 1,295m봉
9. 두악산, 덕절산, 사봉, 용두산 등
10. 멀리 가운데는 금수산
11. 앞은 제1연화봉, 그 오른쪽 뒤는 비로봉
12. 연화봉, 오른쪽 멀리는 일월산
죽령에서 연화봉까지 콘크리트 포장 임도가 7.0km나 된다. 빠른 걸음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산꾼으로서는 지겹
고 따분한 길과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오늘은 길섶에 풀꽃이 있을까 찾아보고 또 들여다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참꽃마리는 잠깐 얼굴 내밀고는 사라졌다. 제비꽃과 개별꽃은 산행 내내 동행한다. 특히 개별꽃은 서울
근교의 개별꽃과는 달라 보인다. 우선 꽃이 크다. 언뜻 보면 홀아비바람꽃이 아닌가 하고 다시 본다.
개별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식)에 개별꽃속(Pseudostellaria) 식물이 15종이나 등재되어 있다. 모두 우리나라 자생식물
이라고 한다.
개별꽃, 가거개별꽃, 가는잎개별꽃, 그늘개별꽃, 긴개별꽃, 덩굴개별꽃, 보현개별꽃, 비슬개별꽃, 설악개별꽃, 숲개
별꽃, 애기개별꽃, 정영개별꽃, 지리산개별꽃, 큰개별꽃, 태백개별꽃 등이다.
이중 오늘 소백산에서 나와 동행한 개별꽃은 ‘숲개별꽃’임에 틀림없다. 개별꽃은 꽃잎이 5장인데 비해 숲개별꽃은
6~8장이다.
죽령에서 출발한 지 50분 정도 지났다. 조망이 약간 트이는 쉼터가 있다. 쉼터 탁자에 앉아 사발면을 먹는 젊은 부부
등산객에게 수인사 하고 말을 걸었다. 이들은 혹시 내가 모르는 모데미풀의 서식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청량리역에서 05시 38분발 첫 열차를 타고 왔다 한다. 단양역에서 1시간을 기다려 군내버스를 타고 죽령에 왔다고
한다. 모데미풀을 보러오셨냐고 하자, 그런 풀도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철쭉꽃을 보러 왔는데 아직 필 생각
조차 않고 있다며 무척 서운해 한다.
이들 부부는 나처럼 어의곡주차장으로 진행하고(비로봉을 기준으로 천동탐방안내소는 6.6km인데, 어의곡주차장은
5.2km이다),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단양으로 가서 나와 같은 열차를 탈 예정이다. 그런데 그들은 하산시간이 시간
이 늦어 18시 05분 발 버스를 놓치고 택시를 타고(요금이 27,000원이더라고 한다) 단양역에 왔다.
제2연화봉 직전 갈림길이다. 제2연화봉(산상전망대)은 0.3km를 더 올라갔다가 뒤돌아 와야 하고, 연화봉(2.7km)
은 우람한 백두대간 표지석 앞을 지나 곧장 간다. 나는 당연히 들른다. 죽령에서 산행시작하고 나서 모처럼 사방
조망이 훤히 트이는 경점이다. 미세먼지가 없진 않지만 멀리 일월산과 월악산이 보이고 가까운 원적봉이나 옥녀봉
에 이르는 소백주릉 동남쪽 지능선과 그 사면의 봄빛이 찬란하다. 제2연화봉을 뒤돌아 내리는 길은 도중에 헬기장
옆 인적 쫓아 잡목 헤치고 생사면을 내린다.
연화봉 가는 길은 한결 완만하다. 예의 길섶과 산비탈 풀숲을 살핀다. 작년(4월 22일이었다)에 여기에선가 보았던
처녀치마가 보이지 않는다. 졌다. 꽃대는 남았다. 내가 너무 늦게 왔다. 이러면 모데미풀도 보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잰걸음 한다. 마침내 임도는 끝나고 0.2km 돌길 오르면 연화봉이다. 한산하다. 연화봉 역시
사방 조망이 훤한 일대 경점이다. 그 조망을 안주 삼아 입산주 탁주 마신다.
나더러 정상 표지석과 인증사진을 찍어달라는 젊은 등산객과 수인사 나눈다. 그는 복장도 배낭도 등산화도 간편한
차림이다. 산악마라톤 선수 같다. 어의곡에서 올랐는데 죽령이 아닌 온 길을 뒤돌아 천동으로 하산할 거라고 한다.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도 생판 남인 사람은 없다.
연화봉 돌길을 내린다. 나에게는 마땅히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주춤주춤 내린다. 길옆 홀아비바람꽃이 줄줄이
반긴다. 모데미풀은? 끝물이다. 더러 지고 봄을 버티고 있는 모데미풀은 드물다. 그래도 반가워 일일이 눈맞춤 한다.
13. 왼쪽 멀리는 일월산
14. 연화봉 서쪽 지능선들
15. 앞 오른쪽은 원적봉
16. 중간 오른쪽은 옥녀봉
17. 비로봉, 오른쪽 뒤는 국망봉
18. 홀아비바람꽃
19. 모데미풀, 끝물이다
21. 오른쪽 뒤는 원적봉
22. 제1연화봉, 멀리 오른쪽 뒤는 비로봉
23. 가운데가 원적봉
소백산에서 겨우 이곳만이 모데미풀의 서식지는 아닐 것이다. 소백산은 모데미풀이 깃대종이라며 우리나라에서 그
개채수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광고하지 않았던가. 이곳도 등로 주변만이 그 서식지가 아니지 않을까 궁금하여 금줄
넘어 멀리까지 풀밭에 들어가 살펴본다. 홀아비바람꽃과 박새, 숲개별꽃 등만의 세상이다. 모데미풀은 보이지 않는
다. 긴 내리막 한 피치 내리면 모데미풀은 끊긴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을 가기로 한다.
제1연화봉 오르는 길은 긴 데크계단이다. 계단마다 뒤돌아보아 경점이다. 그에 취해 숨 가쁜 줄 모르고 오른다.
제1연화봉 정상은 등로에서 약간 벗어났다. 배낭 벗어놓고 들른다. 되똑한 바위에 조그만 정상표지석이 있다. 사방
둘러보고 내린다. 예전에 이 근처에서 보았던 노랑무늬붓꽃이 잘 있을까 들여다보았는데 없다. 그 주변의 풀도 함께
파헤친 흔적이 남았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이기도 한 노랑무늬붓꽃을 누군가 캐 간 것이 분명하다.
이제 비로봉 가는 길 2.5km는 큰 오르내림이 없다. 속도전 벌이기 좋다. 봉우리 3개 넘으면 야트막한 안부로 내리
고 ┫자 갈림길이다. 지도에 따라서는 여기를 민백이재라고도 한다. 왼쪽은 소백산 주등로의 하나인 천동리(6.0km)
로 가고 직진은 비로봉 0.6km이다. 철망로드다. 예로부터 이곳의 바람은 세기로 이름났다. 오늘은 세지는 않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댄다. 비로봉도 한산하다. 삼각점은 1등이 아닌 4등이다. 단양 425, 2003 재설이다.
하산. 비로봉에서 철망로드를 0.4km 가면 국망봉 갈림길이다. 국망봉은 봄철 산불방지로 출입금지구간이다. 그리
로 갈까 말까 하는 마음고생을 덜었다. 홀가분하여 어의곡으로 내린다. 당분간은 등로 주변에 풀꽃이 드물어 속도
낸다. 울창한 잣나무 숲길 지나고 1,058.2m봉 직전에서 오른쪽 사면을 내린다. 한차례 가파른 데크계단 내리면 돌
길이 이어진다. 이윽고 큰명이골(명기리골) 계류와 함께 내린다. 이곳 등로 주변에도 볼 만한 풀꽃이 많다. 노루삼,
피나물, 선괭이눈, 미나리냉이, 천남성, 족두리풀 등등. 뜻밖에 너도바람꽃을 본다. 꽃은 지고 씨방이 맺혔다.
그 모습이 꽃보다 더 기이하고 아름답다.
어의곡주차장이자 버스종점이다. 16시 05분에 단양 가는 군내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 다음 버스는 18시
20분에 있다. 자로 잰 듯이 딱 알맞게 내려왔다. 단양 가는 길. 금계 황준량(錦溪 黃俊良, 1517~1563)이 소백산을
읊은 시가 있어 이에 내 발걸음을 반추해 본다. 금계의 「무릉과 퇴계 두 선생께서 모두 창려의 〈형악묘〉에 화운하여
소백산을 읊었기에 졸렬함을 잊고 감히 이어서 읊다(武陵退溪兩先生皆和昌黎衡岳廟 以賦小白 忘拙敢賡)」라는
시의 일부다.
奠開川嶽謝天公 산천을 열어준 하늘에게 감사하니
氣凝淸淑橫雲中 기운이 맑게 엉겨 구름 속에 비껴있네
神光秀色亘今古 신묘한 빛과 빼어난 물색이 고금에 걸쳐있어
登覽氣岸恢奇雄 올라보면 의기가 더없이 씩씩해지네
靑丘小白壯南紀 청구의 소백산은 남방에서 웅장한데
磅礴厚地根無窮 땅이 넓고 두터우며 근원은 무궁하네
蒼蒼積氣渺浮空 짙푸르게 쌓인 기운 허공에 떠 있고
灌注雲雨馳雷風 물 머금은 비구름에 바람 우레 내닫네
萬里崧岱勢爭高 만 리 밖의 숭산 대산과 높이를 다투고
三韓方丈根相通 삼한의 방장산과 뿌리가 서로 통하네
ⓒ 안동대학교 퇴계학연구소 | 강성위 (역) | 2014
※ 이날 찍은 꽃 사진은 별도로 올릴 예정이다.
24. 오른쪽이 슬음산(?)
25. 멀리 왼쪽은 도솔봉, 그 앞 오른쪽은 연화봉, 그 오른쪽 뒤는 제2연화봉
27. 소백주릉
28. 멀리 가운데는 도솔봉
29. 소백산 주봉인 비로봉
30. 국망봉
31. 멀리 가운데 왼쪽은 월악산, 멀리 맨 오른쪽은 금수산
32. 큰명기리골
33. 천남성
첫댓글 소백산 모데미풀은 아직도 정정하군요. ㅎㅎㅎ
대부분 다 지고, 늦둥이들만 몇 개 남았습니다.^^
소백산 옥녀봉 원경은 처음(?) 봅니다. 정상에는 아무것도 없더군요 천남성과 명이나물 어린 것들은 비숫해서 간혹 중둑 사고가 난다고 하네요...
옥녀봉은 국망봉 동남릉 끄트머리에 있더군요.
하긴 개당귀도 참당귀로 잘못 알고 드시다 죽을 뻔한 사례가 종종 있으니...
이틀연짱달리시네요...아직도 봄꽃은 형님은 발길을 기다리고 있었네요^^
그래도 봄날을 쫓아가지 못하겠습니다.^^
봄이 가는게 아쉬우신 모양입니다. 열심히 다니시네요 ㅋㅋ 이제 황사며 미세먼지가 없어질거 같습니다. 조망도 좋아지고~~
갈 데는 많고, 몸은 하나고, 안타까운 날들입니다.
곰배령도 가야하는데...
아! 소백을 다녀오셨군요. 모데미 반갑고, 아스라한 정상능선길이 반갑네요. 그나저나 교통편이 ... ㅎ
내년에는 소백산 모데미풀 서식지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가야겠습니다.
반가운 임을 만난다는데 불원천리하고 찾아가야지요.ㅋㅋ
고생하셨읍니다
이제 봄꽃도 마지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