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방정부 차원의 일제강제동원피해지원 사례와 향후 과제 (김선호 광주시 교육의원)

[이국언]

한국 지방정부 차원의 일제강제동원피해지원 사례와 향후 과제
- 광주광역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조례를 중심으로-

1. ‘조선여자근로정신대’란? 1)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상급학교에도 갈 수 있다” 양금덕(84. 광주광역시) 할머니가 당시 일본인 교사와 교장의 거짓말에 의해 일본으로 강제동원된 것은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5월경. 패색이 짙어진 일제는 전시 노동력 조달을 위해 13세, 14세의 어린 초등학교 또래 소녀들까지 그 희생양으로 삼았다. 당시 전남 나주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양금덕 할머니는 일본인 교장과 담임선생으로부터 “일본에 가면 상급학교에도 진학할 수 있고, 돈도 벌수 있다”며 일본에 갈 것을 권유받았다.

교육의원 김선호 (광주광역시의회)

배고픈 시절,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는 제안은 배움에 목마른 어린 소녀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동원 대상은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거나,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사 일을 돕고 있던 13~15세의 어린 소녀들이었다. 심지어 12살 어린 아이들까지 있었다. 목적은 일제의 전시 노동력 조달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었다. 일찍부터 일본어 교육을 강요받은 초등학교 재학생이나 초등학교 학력을 이수한 사람들이 적절했던 것이다.

목포, 나주, 광주, 순천, 여수 등 전남지역 5개 도시에서 동원된 이들은 여수에서 연락선을 타고 시모노세키에 도착한 뒤, 이어 대표적 공업도시인 나고야의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 배치됐다. 그리고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굶주림과 혹독한 감시 속에 하루 8~10시간 동안의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나고야는 일본 최대의 군수공장이 밀집해 있던 지역으로, 미쓰비시중공업은 당시 군용 항공기(정찰기)를 이곳에서 제작하고 있었다. 양 할머니와 같이,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된 사람은 광주,전남에서 150여명으로, 당시 충남 지역에서 동원된 사람 150여명을 포함, 약 300여명에 가까운 어린 소녀들이 인력수탈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군수공장에서의 노동은 혹독했다. 불과 13~15세의 어린 소녀들에게 육중한 선반, 비행기 기체 등이 몸에 맞을 리 없었다. 키가 닿지 않아 사과궤짝을 놓고 그 위에 위태롭게 서서 페인트칠을 해야 했으며, 찬 겨울 장갑하나 없이 맨손으로 철판을 만지고 찬물에 부품을 씻느라 손등은 퉁퉁 붓고 갈라져 있었다. 열악한 작업 환경과 강요된 할당량 때문에 그만큼 부상도 많았다. 김성주(84. 경기도 안양시) 할머니의 경우 선반 작업 중 사고로 손가락이 잘리기도 했다.

특히 배고픔이 문제였다. 반찬이라고는 된장국이나 단무지 한 쪽이 전부였다. 허기를 견디다 못한 소녀들은 물로 헛배를 채우기도 했고, 심지어 길가에 이름 모를 잡초를 뜯어 허기를 달래기까지 했다.

1944년 12월 7일 정오 무렵, 도난카이(東南海) 대지진이 나고야 일대를 강타했다. 나고야 미쓰비시 공장도 예외가 아니었고, 일본인을 포함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전남 출신 6명의 소녀들이 건물더미에 깔려 현장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1945년으로 접어들면서 패전의 기운이 본토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어린 소녀들은 연합군의 폭격을 피해 다니느라 또 다른 고역을 겪어야 했다. B-29 소이탄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한밤중에 들로 산으로 도피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공포에 떨며 밤새 눈 한번 붙이지 못한 몸들이었지만 다음날은 여지없이 작업장으로 나서야 했다.

약속했던 임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다달이 적금을 해서 나중에 지급하겠다’는 식이었다. 일본이 패망할 무렵에는 ‘조선에 돌아가 있으면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모두 거짓이었다.

2) ‘일본군 위안부’ 오인 손가락질... 해방된 땅에서의 고통

1945년 해방이었다. 그러나 이들 앞에는 또 다른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일제 식민지에 대한 상처가 워낙 큰데다, 유교적 봉건 질서가 뿌리 깊게 자리해 있을 때였다. 즉, 일본에 갔다 왔다는 이유로 일본군 위안부 취급을 당한 것이다. ‘저 집 딸은 일본 다녀온 여자’라는 말은 곧 위안부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오가던 혼담이 갑자기 깨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겨우 가정을 꾸렸더라도 그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어렵게 가정을 이뤄 자식을 낳고 살다가도 뒤늦게 소문을 듣게 된 남편으로부터 갖은 학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지 못했고, 때론 자식들로부터의 냉대까지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뒤늦게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투쟁에 나서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 일이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참으로 외롭기 짝이 없는 재판투쟁이었다. 원고들은 재판을 위해 일본에 다녀 올 때는, 이웃에 ‘서울에 있는 아들네한테 며칠 다녀온다’거나, 반대로 자식들한테는 ‘동네 계모임에서 강원도 며칠 관광 다녀오기로 했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야 했다.

심지어는 근로정신대 피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갑이 넘는 나이에 이르러 이혼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었다. ‘정신대’를 ‘위안부’와 혼동하도록 방치한 한국 사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다 큰 책임은 원인제공을 하고도 패전 후 피해자들을 팽개친 일본 정부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겠다.

원고들은 대부분 80대 중반에 가까운 고령으로, 현재 대부분 가족과 떨어져 병마와 신음하며 혼자 궁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 문제는 군 위안부와 함께 대표적인 여성 인력 수탈의 상징이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조명받기 시작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그동안 제대로 그 존재 자체마저 주목받아 오지 못해 왔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구별해서 볼 수 있도록 한 결정적 계기는 2009년 양금덕 할머니 등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들에 대한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 사건이었다. 그만큼 ‘소외 속의 소외’였던 것이다.

2. 패소 후 불붙기 시작한 진실규명 투쟁

1) “광주에 부여된 역사적 책무”... ‘시민모임’의 출범

2009년 2월 중순. 광주의 한 허름한 식당 한 켠에 18명의 시민들이 무릎을 마주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태동이었다.

“이미 다 끝난 마당에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느냐”는 시선이 없지 않았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돌아보면 늦어도 한참 늦은 출발이 아닐 수 없었다. 한일 양국 시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2008년 11월 도쿄 최고재판소 판결마저 끝난 마당이었다.

무슨 특별한 기대를 품을 수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동안 일본만 탓할 줄 알았지 정작 그동안 피해자들의 외로운 투쟁을 남의 일처럼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양심의 가책이 더 컸다.

특히 일본인들의 양심은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했다. 사실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10년에 걸친 손해배상소송을 전개할 수 있었던 데는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대표 高橋 信)이 그것이다. 지원회는 1999년 3월 1일 소송이 시작되면서부터 10여년에 이른 재판 기간 동안 원고 할머니들의 항공료와 체류비 일체를 지원해왔다. ‘공동변호단’(단장 內河惠一) 역시 무료 변론을 자처하며 할머니들의 투쟁에 앞장서 왔다.

특히 당시 이들은 나고야에서 도쿄까지 약 300km에 이르는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사생결단(死生決斷)의 태도로 매주 금요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원정 금요시위를 전개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심지어 2008년 11월 최고재판소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빌미로 사건을 기각하자, ‘판결이 결코 미쓰비시한테 강제연행과 강제노동에 대한 도의적 책임마저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며, 원정 금요시위를 원래대로 강행하기로 한 상태였다. 실로 이 같은 소식들은 오히려 한국의 뜻있는 시민들을 면목 없게 만드는 것이자, 시민모임을 태동시킨 가장 큰 자극제였다.

이렇게 시민모임으로 모인 사람들이 무슨 이름깨나 있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평범한 직장인, 예비 사회인, 세일즈맨, 학교 선생님, 시민단체 활동가, 학생, 주부,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진 건 그저 빈손 뿐, 다만 누구보다 가슴 뜨거운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날 10대에서 60대에 이른 이 이름 없는 사람들은 역사가 광주에 부여한 책임을 외면하지 말자며 뜨겁게 손을 맞잡았다.

2) 208회에 걸친 1인 시위... 13만5천명 항의 서명운동

역사에 사라질 뻔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투쟁에 불을 지른 것은 역설적이게도 미쓰비시였다. 2009년 9월 25일 광주 한 복판에 미쓰비시 자동차 전시장을 연 것이 그것이다.

그해 10월 5일부터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미쓰비시 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누가 강요한 것도 마지못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1인 시위는 월~금 12시~1시까지 진행됐는데, 예상과 달리 1인 시위에는 평균 8~9명이 참가하는 전혀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가운데, 그나마 1인 시위라도 맥이 끊어져서는 안된다는 데 이심전심 공감하게 되었고, 그 결과 서로가 먼저 1인 시위 현장을 자처하다 보니 생긴 결과였다. 2010년 7월 30일까지 총 208회에 걸친 1인 시위 과정에 참여한 연인원만 약 2,000여명에 달했다. 대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관심을 모았던 그 어떤 이슈들에 있어서도 가히 그 전례가 없는 시민적 호응이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몸을 가누기 힘든 혹한의 눈보라, 장대 같은 빗속을 뚫고, 다시 찌는 듯한 폭염과 맞서며 1인 시위로 촉발된 시민들의 분출된 열기는 가을, 겨울, 봄을 넘어 여름으로 향했다. 결국 미쓰비시 자동차는 2011년 협상에 나설 것을 공식 표명하기에 이르렀고, 미쓰비시 자동차 역시 광주에 진출한 지 1년여 만인 2010년 11월 16일, 시민들의 부정적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광주전시장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앞서 2009년 12월 놀라운 소식이 일본으로부터 전해졌다. 후생노동성 사회보험청이 후생연금 탈퇴수당금으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해방 당시 액면가 그대로인 단돈 99엔(한화 약 1,300원)을 지급한 것. 99엔은 아이들 아이스크림 값에 불과한 금액이었다.

곧바로 항의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목표는 일제시대 미쓰비시에 동원된 규모인 10만명이었다. 사실 쉽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추운 날씨를 아랑곳 하지 않고 시민모임 회원들은 주저 없이 매주 거리로 나섰다. 휴일도 잊은 채 거리에서, 직장에서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중고등학교를 찾아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지나간 역사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결국 99엔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분노는 서명운동으로 표출됐다. 광주 86여개 초,중,고등학교를 포함해 전국의 114개 초,중,고등학교에서 서명운동에 참가했으며, 이렇게 모인 서명은 애초 목표를 훨씬 뛰어넘어 13만5천여명에 이르렀다. 서명용지를 쌓아 놓으니 높이만 거의 성인 키에 육박했다.

이용섭 국회의원(민주당) 역시 한국 국회의원 100명의 서명을 받아 이 사안에 대한 국회의 관심을 전했다. 이용섭 의원을 포함, 광주 지역 각계를 대표하는 20여명의 일본 항의방문단은 2010년 6월 23일 오전 13만 5천여명의 항의 서명용지를 앞세우고 도쿄 시나가와(品川)역에서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까지 삼보일배(三步一拜) 시위에 나섰다. 항의방문단은 아울러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를 방문, 그해 7월 14일까지 협상에 응할 것인지 말 것인지 양단간의 결단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재판 이후 오히려 한국 내에서 뒤늦게 확산되는 反미쓰비시 운동 …. 미쓰비시 중공업으로서는 근로정신대 문제를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3) “99엔 값을 투쟁 기금으로”... 10만 희망릴레이

하나의 산을 넘으니,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판 이후 오히려 더 불붙기 시작한 한국에서의 反미쓰비시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마지못해 협상 테이블에 나온 미쓰비시 중공업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구실로 시작부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예상됐던 상황이었고,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2011년 초, 시민모임은 고심을 거듭하던 끝에 또 하나의 새로운 결단을 내렸다. 이번에는 국민 10만명을 목표로 1인당 1천원씩의 투쟁기금 모금운동에 돌입한 것이다. 일명 ‘10만 희망릴레이’가 그것이었다. 한화 1천원은 곧 일본 정부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지급한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 값, 10만명은 일제시대 미쓰비시로 강제동원 된 숫자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사실, 서명운동도 쉽지 않는 마당에, 국민 10만명을 상대로 투쟁기금을 모금하는 일은 아직 그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치욕을 반드시 만회하자는 국민들의 의지는 뜨거웠다. ‘99엔의 치욕을 투쟁기금으로’라는 호소에 초등학생들부터 80대 촌로(村老)까지 한데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에는 광주광역시 산하 모든 공무원, 광주광역시 교육청 소속 거의 모든 공무원까지 합세했다.

시민모임 회원들은 장장 9개월 동안 광주의 대표적 명산인 무등산 등산로에서 추위와 더위를 가리지 않고 거리 모금 캠페인을 펼쳤다. 이번에도 내일의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중심을 이뤘다. 광주지역 170여개에 이르는 중,고등학교 학생들 역시 학생들이 주도해 성금 모금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 결과 애초 목표를 뛰어넘어 약 12만 2천여명이 성금모금에 동참하는 또 한 번의 전례 없는 일을 만들어 냈다.

3. 광주광역시 여자근로정신대 지원 조례의 의미와 향후 과제

1) 조례의 의미

① 시민사회의 의지 반영

▲208회에 걸친 미쓰비시 자동차 광주전시장 철수 1인 시위(2009.10~2010.7) ▲13만5천여명 사죄 촉구 항의 서명운동(2010년) ▲12만2천여명에 달하는 희망릴레이(2011년)….

짧지만 ‘시민모임’의 지난 과정은 역사의 그늘에 가려 자칫 역사의 창고에 들어가 묻힐 수 있었던 ‘근로정신대’ 문제를 현실 역사의 무대로 끌어내는 과정이었다. 아울러 한일 과거청산 문제에서도 매우 드물게 피해 당사자와 지식인 사회를 뛰어 넘어, 결집된 시민적 의지를 힘껏 보여준 과정이기도 했다.

‘광주광역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조례’는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시민들이 지난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 낸 투쟁의 산물이자, 시민들의 결집된 의지가 지방자치단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② 한국사회 내 역할을 구체화 시킨 사례

그동안 일제 강제동원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한일 양국 간의 문제나 한국 정부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한일 양국 간에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입장 차이로 전혀 진전이 없었으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책 역시 피해자들의 요구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에서도 외면당하고 한국 정부로부터도 소외당하는’ 상실감에 있었다.

광주광역시의회와 광주광역시는 지방자치법 제22조에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제9조 제2항 제2호에서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소관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한국 정부의 지원책이 불충한 점을 감안해 이번 조례를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광주광역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조례’는 한일 양국 간의 책임이나 한국 정부의 과제와는 별개로, 비록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피해자들을 위해 자치단체 차원의 지원 가능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③ 대일 협상력 강화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피해자 일부는 현재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교섭을 진행 중에 있다. 15차례 걸친 협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답보상태에 있는 가운데, 이번 조례는 그동안 보여준 시민적 의지를 넘어 이 문제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④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최초의 조례

일제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 조례가 없지 않지만, ‘광주광역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조례’는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한국 최초의 지원 조례이자, 강제동원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조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참고로, 원폭 피해자에 대한 경상남도 조례(경상남도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 조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무관하게, 원폭 피해자에 대해 피폭 1세는 물론 후손까지를 포함한 포괄적 범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2) 조례의 주요 내용

<주요 내용>

지원 대상(제3조)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위원회에서 피해자로 결정된 사람 중 1년 이상 시에 거주하는 자
지원 내용(제4조)
생활보조비(월 30만원), 진료비(월 20만원 이내), 사망시 장제비(100만원)
기타 사업(제9조)
자료수집 및 조사 연구, 국제교류사업 및 교육 홍보사업에 대한 지원

3) 향후 과제

① 조례의 지방자치단체 확산

근로정신대 동원은 전국적 범위에서 이뤄졌으며, 피해자들 거주 현황 역시 전국적 범위에 걸쳐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광주광역시의 사례를 전국적으로 전파해, 전국적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 시급하겠다. 광주광역시의 사례가 만들어진 이상, 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용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과제라 하겠다.

② 미신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 마련

조례에서는 지원 대상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위원회’에서 피해자로 결정된 사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자칫 ‘위안부’로 오인 받고 있는 분위기, ▲피해자 지원금에 대한 기대감 미약(연 80만원 위로금), ▲신고에 대한 정보의 부족 등으로 일부나 아직 신고하지 못한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현재 위원회 지원신청은 2012년 6월(특별법 제27조)로, 피해자조사 및 지원심사 업무는 2012년 12월로 완료(특별법 제18조) 될 예정임에 따라, 추가 신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위원회 기간 연장이 필수적 과제가 되고 있다.

③ 공동조사 및 사료 수집 추진

근로정신대 문제는 아직 제대로 된 사료 축적과 조사마저 이뤄지지 않는 분야인 만큼, 조례가 뒷받침하는 범위에서나마 진상규명을 위한 제반 조사 연구 활동을 통해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한 객관적 사료를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1]

광주광역시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조례

(제정) 2012-04-01 조례 제 4064호

제1조(목적) 이 조례는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생활지원과 명예회복 및 피해구제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올바른 역사관 정립과 인권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조례에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란 일제 강점기에 회유 및 강압 등에 의하여 강제로 동원되어 군수회사 등에서 강제노역 피해를 당한 여성을 말한다.

제3조(지원대상) 이 조례에 따른 지원대상자는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로서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이하 “대일항쟁기지원위원회”라 한다)의 심사에 따라 피해자로 결정된 사람 중, 광주광역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계속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 한다.

제4조(지원내용)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지원내용(이하“생활보조비 등”이라 한다)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생활보조비 월 30만원

2. 진료비 지원(본인부담금 중 월 20만원 이내로 한다)

3. 사망시 장제비 100만원

제5조(지원신청) ① 피해자는 피해증명자료를 첨부하여 서면으로 주민등록지 관할 동장에게 생활보조비 등의 지급을 신청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생활보조비 등의 지급신청 구비서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생활보조비 등 지급신청서 1부

2. 피해증명자료 1부(대일항쟁기지원위원회 심의ㆍ결정통지서 등)

3. 진료비 영수증(해당자에 한한다)

4. 사망진단서 또는 말소자 등본(해당자에 한한다)

5. 입금통장 사본 1부

③ 시장은 신청서 접수 후 30일 이내에 신청자에게 결정(대상, 비대상) 통지서를 송부한다.

제6조(지급방법) 생활보조비 등의 지급방법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지원대상자의 개인별 은행계좌로 지급한다.

2. 생활보조비는 매월 말일까지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전출, 사망 등으로 거주기간이 15일 미만인 경우에는 지급하지 아니한다.

3. 장제비는 지급대상자와 동거하는 가족 또는 장례집행인에게 지급할 수 있다.

제7조(지원중지) 지원대상자가 다음 각 호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생활보조비 등의 지원을 중지한다.

1. 지원대상자가 지원 받기를 거절한 경우

2. 전출, 사망 등의 사유로 지원대상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경우

제8조(생활보조비 등의 환수) ① 시장은 이 조례에 따라 생활보조비 등을 지급받은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

1.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생활보조비 등을 지급받은 경우

2. 과오급(過誤給)된 경우

② 시장은 제1항에 따라 환수하는 경우 생활보조비 등을 반환할 사람이 정하여진 날까지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면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한다.

제9조(조사·연구 등 사업 지원) 시장은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법인에 대하여 사업 경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1.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에 관한 역사적 자료수집 및 조사·연구

2.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에 관한 교육 및 홍보

3. 여자근로정신대에 관한 국제교류 및 공동 조사

4.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에 딸린 사업

제10조(지원재원) 시장은 지원재원을 예산에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제11조(시행규칙) 이 조례의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규칙으로 정한다.

부 칙<2012. 4. 1>

이 조례는 2012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참고자료 2]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현황

[표] 3개 회사 현황

회사명	도쿄 아사이토 방적	미쓰비시 중공업	후지코시 강재
작업장	누마즈 공장	나고야항공제작소 도토쿠 공장 오에 공장	도야마 공장
소재지	시즈오카현 누마즈시 오카	아이치현 나고야시 미나토구 오에정	도야마현 도야마시
동원인원	약 300여명 추정	약 300여명 추정	1,089명 추정
공탁자료	71명 (3,183엔28전)	기록 없음	485명 (90,325엔76전)
현재 확인된 생존자	30명	31명	101명

출처: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

3개 기업으로 동원된 수치를 약 1,60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에서 확인된 동원기업(3개소) 및 생존자는 162명으로 추정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음.

참고로 광주광역시 관내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는 총 30명(동구 6, 서구 6, 남구 7, 북구 7, 광산구 4)이며, 현재 생존자는 15명(동구 3, 서구 4, 남구 2, 북구 4, 광산구 2)으로 파악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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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국무총리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등 지원위원회와 이명수의원 주최로 위원회와 이명수 의원이 공동 주최한 ‘2012 국내외 관계자 초청 국제워크숍’에서 김선호 광주광역시 교육의원이 발표한 발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