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자유시 참변 홍범도, 육사에 맞겠나”… 野 “남로당 가입 박정희 육사 碑는 온당한가”
국회 운영위 '홍범도 흉상' 놓고 공방
조태용 “장병들 투철한 대적관 필요
안보실, 흉상 이전 지침 안내릴 것”
국회 운영위 출석한 대통령비서실장-안보실장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국회의 입법 지원을 강조했다. 왼쪽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이훈구 기자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경력이 문제라면 남로당 가입과 반란 기도죄로 사형,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호국비가 육사에 있는 건 온당한가.”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전향한 박 전 대통령과 (공산주의자로 살았던) 홍 장군과는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은 나중에 우리 국군으로 왔다. 전향한 분을 공산당으로 볼 수 없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과 야당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을 놓고 팽팽한 이념 논쟁을 벌였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흉상 이전과 관련해 “홍범도 장군의 전체 삶이 아니라 (1921년 벌어진 시베리아) 자유시 참변 이후의 삶으로 좁혀 봐야 한다”며 “육사라는 특수한 기관에서 생도들이 매일 경례를 하면서 롤 모델로 삼는다는 기준으로 봤을 때, (홍범도 흉상이) 잘 맞겠느냐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어떻게 하자고 얘기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한 번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흉상 이전에 대해 “안보실 또는 대통령실이 지침을 주거나 방침을 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관인 국방부와 국방장관이 결정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보실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우리 장병들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올바른 역사관을 확고히 하고 투철한 대적관과 국가관, 필승의 군인 정신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정신전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임종득 안보실 2차장은 “홍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면 육사 생도들의 정신정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유 의원 질의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홍 장군 흉상이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육사에 설치된 점도 문제삼았다. 조 실장은 “정권마다 다른 기준을 세우면서 국민에게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의 질의에는 “2018년 흉상을 세우기 전에 이런 부분들이 다 걸러져서 의견수렴이 됐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민주당은 “남로당에 가입한 이력이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휘호로 만든 호국비가 육사 캠퍼스 내에 있는 것은 적절하느냐”고 반박했다.
유 의원이 “남로당과 소련 공산당이 뭐가 다른가”라고 재차 묻자 김 실장은 “박 전 대통령하고 비교하면 좀 그렇다. 나중에 우리 국군으로 오신 분하고(어떻게 비교할 수 있나)”라고 했다. 조 실장도 “박 전 대통령이 공산당원이었던 것은 맞지만 국가발전을 위해 20년 이상 노력했고 우리나라를 빈곤의 수렁에서 커다란 나라로 발전하는데 가장 큰 공이 있지 않나”며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참 잣대가 이상하다”며 “이종찬 광복회장도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시도가 최근 일련의 독립운동 역사를 폄훼하는 반헌법정 행태와 무관하지 않은 일로 보고 있고 개탄스럽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늦은 밤까지 야당 의원들의 질타는 이어졌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홍 장군이 70세 때 미국소련 연합군에 가담해서 일본군하고 싸우게 해 달라고 지원한 말년을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훼손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조 실장은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해 왜곡된 인식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윤 대통령이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이런 흉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 참모 뒤에 숨는다”고 지적하자 김 실장은 “참모 뒤에 숨는 게 아니다. 역사에 대한 해석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잖느냐”고 맞받아쳤다. 김 실장은 이어 ‘대통령이 홍 장군 흉사이 독립기념관 같은 곳에서 기리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방향성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도 홍 장군 흉상 이전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대적관이 확실해야 할 육사에 (흉상을) 전시할 수 없다”고 한 반면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독립군은 독립군으로, 음악가는 음악가로 기리는 게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했다.
신나리 기자, 권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