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는 기꺼이 군대를 간다. 그것은 국민으로서 신성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모두 편한 길만 찾는다면 이 나라를 누가 지킬 것인가. 병영에서 보낸 시간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귀중한 정신적 자산을 제공한다. 누구나 남자들이 만나면 군대에서 고생하던 얘기로 꽃피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젊은이들이 군대에 다녀온 또래 한국인 친구를 부러워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우리의 군복무는 10 몇 년 씩 그야말로 ‘썩는’ 북한의 경우와는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징병제의 나라에서 군대 가기 싫어 별별 수단을 다 쓰는 건 결코 잘하는 짓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이 원래 그렇다. 예수도 마지막 순간 피할 수만 있다면 십자가의 잔을 피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회창 대세론이 두 번씩이나 붕괴된 불운(不運)도 아들의 병역문제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병역 비리(非理)라고 불렀다. 그만큼 합법, 비합법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가지 않을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게 대한민국의 병역이다. 잘 나가던 가수 유승준은 군대 가지 않으려고 미국 시민권을 선택하고 꿈을 접었다. 말 많은 원정출산도 병역 기피 수단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런 백성을 달래고 격려하면서 국민 의무의 엄중함과 신성함을 강조하여 개인에게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심어주고 그래서 집단으로서의 대한민국 군대에게 최고의 사기를 안겨주는 일이야말로 이 나라 지도층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이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혹한의 최전방에서, 먼 바닷가에서, 칠흑의 밤하늘에서 두 눈 부릅뜨고 국토를 지키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 그 대통령 입에서 “군대에서 썩는다”는 말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군대생활은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불필요한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대통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 지금 전선을 지키는 병사들은 “나는 바보처럼 여기서 썩고 있구나” 탄식하면서 자신과 부모들을 원망할지 모른다. 직업군인인 장교들은 평생 거름통 속에 살기를 작정한 신세를 한탄할 것이다. 그늘 속에 숨어 지내던 기피자들은 양심의 갈등을 조금은 벗었을 것이며 아들, 딸 군대 보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죄지은 심정일 터이다. 이미 군대 갔다 온 사람은 억울해서 이를 갈 것이며 앞으로 가야 할 사람은 갈까 말까 심각하게 장고(長考)를 시작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그것도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가장 잔학한 독재자가 다스리는 미친 정권과 대치하고 있다. 지금은 현금이나 식량을 얻으려고 잠자코 있지만 북한은 언제 서해교전과 같은 사태를 다시 일으키고 잠수함과 무장 특공대를 침투시킬지 모르는 엄연한 적대세력이다.
더구나 지금은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실험까지 마친 상태다. 그들이 핵폭탄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든가 한반도가 통일될 때까지 우리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최소한 그때까지는 북을 압도하는 병력을 유지하거나 미국이라는 굳건한 동맹군을 주둔시킴으로서 그들의 전쟁 도발을 억제해야 하는 것이다. 훗날 통일이 돼도 주변의 중국, 러시아, 일본과 맞서 국토를 보존하려면 막강한 군대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은 우리의 주적(主敵)이 아니라고 결정하더니 김정일 정권에 대해 달러와 군량미를 계속 원조했다. 그리고는 보안법 폐지, 한미동맹 허물기,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사 해체 같은 작업을 추진해왔다. 동시에 국군의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도 꾸준하게 모색하고 있다. 결국 적전(敵前)에서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있는 꼴이다. 이게 가당치나 한 일인가.
여기서 묻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심회 간첩단 첫 공판정에서 판검사에게 야유하고 간첩 피의자들을 격려하던 방청객들과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가. 대한민국 법정에서 소란 피우던 민노당원들과 같은 심정인가. 6.25가 내란이고 통일전쟁이라는 동국대 교수 강정구와 같은 인식인가. 6.25 때 부역하고 많은 동네 유지를 죽게 만든 사람들이 옥살이 한 게 억울하니 이제는 보상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보안법을 박물관에나 보내자는 생각에 아직도 변함이 없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대통령 막말 행진의 여진이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연휴, 만나는 사람마다 대통령을 성토한다. 이 나라에 군대와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누구나 한마디씩 하고 노사모 철부지가 아닌 다음에야 잘했다는 말보다는 험한 소리 일색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애꿎은 닭과 오리들이 집단으로 ‘殺처분’ 받는 판인데 어디 ‘탄핵처분’은 없는가며 흥분한다.
‘우울한 일요일’ (gloomy Sunday)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도나우강을 배경으로 애조 띈 곡조의 노래와 함께 전쟁, 사랑, 자살 등의 스토리가 얽혀 긴 여운을 안겨줬다.
착란(錯亂) 증세까지 보이는 막말로 한줌의 극단주의자들, 자기보다 많이 가진 자를 저주하고 나아가 사회를 증오하고 이념적으로 꼬이고 편향된 철부지들을 선동하는 모습은 정말 이제는 묵과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정말로 난세(亂世)다. 스스로 하야(下野)하지 않으면 또다시 탄핵이라도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심각하게 대한민국의 진로를 생각해야 하는 ‘우울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고 있다.
첫댓글 자기 주둥이로 자신의 인격을 깍아내리는 무식한고 배은망덕한 인간입지요..
국민들앞에 경거망동한 자세는 막가자는것 아닙니까 ?
보안법 폐지, 한미동맹 허물기,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사 해체 같은 작업을 추진해왔다. 동시에 국군의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도 꾸준하게 모색하고 있다. 결국 적전(敵前)에서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있는 꼴이다. 이게 가당치나 한 일인가.아~~~ 대한민국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