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宋나라 때 일이다.
狙公은 원숭이 키우기를 좋아했다.
저공의 집안 사람들이 먹을 것을 아껴가며 원숭이를 키웠는데 형편이 어려워져 원숭이 먹이도 줄여야 했다.
그래서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주고 저녁에 4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저공은 다시 '도토리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말을 바꾸었더니 원숭이들이 만족해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래한 조삼모사(朝三暮四)는 흔히 잔꾀로 남을 속이는 것을 뜻한다.
이 고사성어에 나오는 것처럼 원숭이는 잔꾀로 속일 수 있는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원숭이를 연구한 동물학자들은 원숭이가 인간과 가장 닮았고 '정치'를 할 줄 아는 동물이라고 한다.
'정치하는 원숭이(Chimpanzee Politics)'를 쓴 네델란드의 동물학자 프린스드 발은 '원숭이 사회에서
권력의 균형은 나날이 테스트되고, 만일 그것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곧바로 도전을 받아 새로운 균형을 향한 투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원숭이도 사람과 같이 서열관계가 주로 인사할 때 드러난다고 한다.
높은 지위의 원숭이는 몸을 곧추세우고 키가 커 보이게 하거나 털을 곤두세운다고 한다.
반면 서열이 낮은 원숭이는 상대를 우러러본다.
지위가 높은 원숭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일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순위가 낮은 침팬지가 반격하고 항의하는 일은 아주 흔하게 벌어진다.
더욱이 다른 원숭이들과 협력해 높은 지위에 있는 놈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
상대를 완전히 녹초가 되게 만들기도 한다.
지위가 높은 원숭이가 공포감을 자주 갖거나 쭈뼛쭈뼛할 때
서열이 낮은 원숭이들은 이를 놓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사회에서 정당을 구성하고 정권이 약해질 때 교체를 하는 것과 똑같다.
아무리 싸움이 탁월한 젊은 수컷이라도 상당히 많은 멤버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결코 권력을 탈취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원숭이들도 외부의 공격이 있을 때는 충돌을 멈추고 신속하게 화해하고 공동 대응에 나선다.
서로 싸움을 한 뒤에는 적대자들끼리 놀라울 정도로 빨리 접촉을 하며 안정시키는 것이 관찰되고 있다.
60년 만에 찾아온 붉은 원숭이의 해가 밝았다.
원숭이도 그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를 하고 지켜지는 률이 존재한다.
제 20대 총선이 있는 올해 우리 정치가 원숭이보다 못하다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이현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