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수탉과 아버지
표순복
한 해의 마지막 날
바싹 마른 감나무 밭 우리 열어
자유세상 안겨준다
‘내가 대장이다 ’목청 돋우는 수탉
엄마 앞에 당당히 소리치던 아버지를 본다
풀 한 포기 없어도 자유가 좋은
가방 하나 둘러메고 방랑객이 되고 싶던
아버지의 옛 시절이 떠오르고
고기와 계란 재미를 주는 청계 삼십여 마리
퍼덕퍼덕 빙글빙글 돌고 달리고
누가 닭을 미련하다 했는가
때 되면 들어가고 순서 찾아 오르며
저 잡으러 온 줄 알아 피하는
가족 지킨 아버지의 지혜를 닮은
꽁지깃 솟아 휘고 등허리 곡선 우아하여
눈길 붙드는 대장 수탉
얼갈이배추와 별꽃나물 주고 바라보는데
암탉 싸움 말리고 평정 여는 보호자다
맛난 음식에도 가족 불러 먹이며
자신은 점잖 빼며 달려들지 않는 고고함
가족 위해 몸을 던진 아버지의 지난한 여정
인간 사회 닮은 닭의 생 놀이 지켜보며
아버지의 한 생애가 저물고
허허, 소리 없이 새해를 맞는다
비워내고 사는 삶
이십 년을 살아온 뜰 안 매화를 두고
삼백 오십년 응축된 세월 만나러
진달래와 개나리 수선화는 제쳐두고
산자고 현호색 흰털제비꽃... 야생화를 지나쳐
한쪽 구석 자리한 백양사 고불매를 만난다
다섯 개의 의족으로 선 고불매
기적처럼 수백 년을 비워내 고결하고
손에 손에 카메라를 든 방문객
매화향 곁을 떠날 줄 몰라
코끝 실려 오는 향기 전신을 감아
나도 틈에 끼어 몇 컷 찍어둔다
우화루 쪽마루 앉아 흘러온 몇 백 년을 가늠하는데
속을 다 비워낸 어머니의 세월이
고불매 안에 들어있어
열 자식 품어 키운 그 속 쩍쩍 갈라져
바람 든 허깨비로 살아도
더 고매한 고불매 고귀한 향기
어머니의 따뜻한 기운 봄을 일으켜
많은 사람 불러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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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 편
대장 수탉과 아버지 / 표순복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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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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