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Red
글쓴이 Abaqa
* 잘못된 점이나 표현상 지적할 부분은 말씀해주세요.
* 슈퍼 히어로물 + 좀비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타입만 모아서 한번 잡설을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안 그래도 부대에서 공부하면서 조금씩 구상하고 있기는 했었습니다.)
1
눈앞에서 지금까지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제프 아저씨가 놈들에게 먹히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지미가 놈들에게 뜯어 먹히고 있었다. 지미는 연신 총을 쏘아대며 저항하고 있었지만 공포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 그들에게는 무의미한 발버둥에 불과했다.
도망가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제 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놈들에게 뜯어 먹히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간신히 총을 들어 총구를 정수리에 갖다 댔다. 놈들처럼 되기는 죽어도 싫었다.
정수리에 금속의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걸로 마무리 짓고 싶었다. 편안할 날 없었던 2년간의 도망자 생활을..
하지만 내가 내 인생을 완전히 포기하려고 했을 때, 내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그들이 나타났다. 우리들이 ‘돌연변이’라고 부르고 배척하던 그들이 말이다.
2
“너무 늦었군.”
유카는 형체도 없이 뜯겨나간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옆에서 남은 놈들을 처리한 현이 그녀에게 말했다.
“아까 살아남은 사람 있던데?”
“Assault Train에 옮겨 놓았어. 외상은 없는데 정신적으로 피로가 심했나봐. 하긴 몇 년간 이런 놈들을 상대하면서 도망치면 살아가는데 정신적으로 피로가 안 쌓이는 것이 이상하긴 하겠지만.”
그러며 유카는 탐지기로 남은 놈들이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탐지기에는 모두 청색 빛만이 감돌고 있었다. 다행히도 다른 놈들은 주변에 없는 것 같았다. 현은 지루한지 하품을 하며 Assault Train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유카도 탐지기를 끄고 현의 뒤를 따라갔다.
문이 열리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느껴졌다. 안 그래도 더웠던 현은 곧장 에어컨 앞으로 가 에어컨 바람을 쐬기 시작했다. 유카는 의자에 앉아 이즈미가 미리 꺼내준 음료수를 마셨다. 유카가 차가운 음료수를 단숨에 들이켰다. 더위가 가시는 것 같았다. 이즈미가 유카에게 수건을 건네주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유카가 말했다.
“그 살아남은 사람은 어때?”
유카의 말에 이즈미가 들고 있던 파일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더니 말했다.
“딱히 바이러스 음성 반응도 없고 타박상 약간 있고 영양결핍도 있지만 딱히 심한 건 아니야. 며칠 잘 자고 잘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아.”
이즈미는 그러고 Mark가 있는 통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리안 녀석의 말에 따라 샌프란시스코까지 온지도 벌써 7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7일 동안 이어도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바이러스 임팩트(Virus Impact)' 이후 전 세계적인 통신망이 사실상 끊긴 지 오래라 그나마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뉴젠들도 연락이 잘 안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것은 없었다.
3
아스널의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모두가 어둠에 잠긴 런던의 다른 지역과 달리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너무 환하면 놈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위험이 있었지만 며칠 전에 파견된 유럽쪽 뉴젠팀이 근 한 달에 걸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주변 수십 블록에 걸쳐 놈들을 학살한데다가 아직 살아남은 인류 저항군 사람들이 주변에 지뢰란 지뢰는 모두 심어놓아서 당분간은 안전할 터였다.
“런던에 사람들이 얼마나 살아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데려올 수 있을 만큼 최대한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전역했지만 바이러스 임팩트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과 함께 저항군을 조직한 제임스 키건이 런던으로 파견된 ‘Wolf Pack Team'의 리더인 칼에게 말했다. 칼은 수고했다는 듯 제임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저와 저희 팀에게 맡겨 주십시오.”
칼의 말에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워키토키에서는 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주변에 배치되 있는 팀원들의 무전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두 놈 발견. 남녀인데 커플인가?”
레인저가 5km 정도에서 다가오고 있는 두 마리의 좀비를 보며 말했다. 레인저의 말에 마리가 말했다.
“왜 부럽냐?”
마리의 말에 레인저가 툴툴대며 말했다.
“필요 없거든요?”
“사실 아니잖아?”
“뭐? 너도 사실 없잖아?”
“나는 필요 없어서 없는 거지. 내가 만들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어.”
레인저와 마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워키토키로 말싸움이 시작 되었다. 주변에서 듣고 있던 티르피츠는 지겹다는 듯 워키토키의 볼륨을 줄였다. 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놈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티르피츠를 본 좀비 2마리가 역시나 달려오기 시작했다. 티르피츠는 달려오는 놈들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티르피츠의 몸이 사라졌다. 좀비들은 갑자기 티르피츠가 사라지자 당황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티르피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 좀비가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가 터져버렸다. 다른 녀석의 운명도 이와 다를 것이 없었다. 2마리의 좀비가 쓰러지고 쓰러진 그들의 뒤로 티르피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선 티르피츠는 벗겨진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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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음 편 기대됩니다. 눈빠지게 기다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