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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역린(逆鱗)을 건드린 우방국과 갈등 조짐
◦ 이란, 아랍에미리트와의 도서 영유권 분쟁에 개입한 러시아에 항의
- 페르시아만에서 아랍에미리트(UAE, United Arab Emirates)와 도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이란이 최근 우방국인 러시아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7월 10일 러시아와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제6차 각료회의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과 UAE의 영유권 갈등에 대하여 양자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거나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 제소하여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 이에, 7월 17일 아미르 압돌라히안(Amir Abdollahian) 이란 외무부 장관은 테헤란(Tehran)에서 사이드 바드 빈 하마드 빈 하무드 알 부사이디(Sayyid Badr Bin Hamad Bin Hamood al-Busaidi) 오만 외무부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의 영토 주권과 관련된 문제에 러시아나 다른 국가들이 왈가왈부하는 행위를 결코 수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나세르 카나니(Nasser Kanani)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러시아와 GCC가 발표한 공동성명이 지극히 정치적이고, 부정확하며 건설적이지 않다”고 공격하면서, “UAE와 러시아 정부를 포함한 어떤 당사자도 이란의 영토 보전에 개입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UAE 독립 이래로 해결되지 않는 해묵은 분쟁
- 1971년 12월 2일 UAE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로 이란과 UAE는 페르시아만에 있는 3개 섬인 아부 무사(Abu Musa) 그리고 대·소 툰브(Greater and Lesser Tunbs)에 대한 영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섬은 페르시아만을 출입하는 유조선이 드나드는 전략적 요충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의 근거리에 있고, 이란은 해당 3개 섬을 실효 지배하면서 행정적 통치를 시행하고 있다. GCC는 성명을 통해 해당 3개 섬에 대한 UAE의 영유권 주장에 지지 표명을 해왔으나 이란은 이러한 주장을 일관되게 거부해 왔다.
- 2022년 12월 이란의 우방국인 중국이 GCC와의 공동성명에서 “UAE가 국제적으로 해당 도서(島嶼) 영유권 대한 후속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음”을 언급하자 이란 정부는 곧바로 중국 대사를 초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3년 1월에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을 베이징(Beijing)으로 초청하여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협정에 서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 이란과 러시아, 상호 보완 관계 속에서도 갈등 확대
◦ 이란, 다른 이해관계로 최근에 러시아와 대립각
- 일각에서는 이란과 러시아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뉴욕(New York)에 위치한 민간 정치 위험 분석기업인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의 그레고리 브루(Gregory Brew)는 이란과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 정부를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때때로 부딪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한, 그레고리 브루는 “러시아가 이란과 가까워지고 있기는 해도 GCC 및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란과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것을 경계한다”고 주장했다.
- 특히, 자바드 자리프(Javad Zarif) 전(前) 이란 외무부 장관은 최근 러시아가 이란 핵 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체결을 위한 협상에 제동을 걸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부 장관은 “에너지 분야 경쟁에 집중하는 러시아가 JCPOA 회담 첫날부터 이란의 우라늄 농축 공장에 반대했고, 부셰르(Bushehr)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를 생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이란 정치 전문가 파르딘 에프테카리(Fardin Eftekhari)는 “이란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중동 지역에서 긴장과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러시아가 이란의 지역 안보 결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데 있어서 아랍의 유용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는 러시아의 기회주의적인 정치 및 외교적 책략을 위한 공간 창출을 위한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 그레고리 브루는 “이란과 러시아가 서방에 대해 적대적이고 대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나, 양국 관계가 주로 자국의 이익과 상황에 기반하고 있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7월 12일 자바드 자리프 전(前) 이란 외무부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가 우리의 전략적 우방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전략적과는 다르다”는 말을 남기도 했다.
◦ 이란-러시아 갈등 국면을 확대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 한편, 마크 카츠(Mark N. Katz) 미국 조지 매이슨 대학교(George Mason University) 교수는 러시아-GCC 공동성명의 의미를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ICJ의 중재를 수락하지 않으면 영토 분쟁처럼 국가 주권이 달린 문제에 ICJ는 일방적으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 또한, 이란이 영유권 분쟁 대상이 된 3개 섬을 실효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GCC 공동성명이 현상을 변경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마크 카츠 교수의 설명이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2023년 3월에 알리레자 페이만-팍(Alireza Payman-Pak) 이란 무역진흥기구(Iran's Trade Promotion Organization) 대표는 “이란에는 러시아 제품이 필요하고 러시아에는 이란에서 생산된 제품이 필요해 이란과 러시아 경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밝혔다. 알리레자 페이만-팍 대표는 “러시아가 경험한 몇 주간의 위기 속에서 이란은 군사용 드론을 비롯하여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제품의 상당 부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 감수 : 김은비 국방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Nikkei Asia, Iran grows wary of Russia amid Moscow's support for UAE in island spat, 2023.07.23.
Middle East Eye, Why Iran and Russia are openly disagreeing in the Middle East, 2023.07.19.
Atlantic Council, Is Russia really siding with the UAE against Iran?, 2023.07.18.
Caspian News, Iran’s Foreign Minister Slams Russia’s Joint Statement with GCC on Contested Islands, 2023.07.18.
Aljazeera, Iran summons Russian envoy over statement with GCC on islands, 2023.07.12.
[관련 정보]
1. 이란 외무부 장관, 러시아와 걸프협력회의 발표 영유권 관련 공동성명에 반박 (202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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