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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
아프리카 지역 내 많은 국가들은 오랫동안 정치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23년 4월 15일 발발한 수단 내전이다. 1993년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Omar al-Bashir) 수단 대통령의 오랜 독재 기간 수단 국민은 국가의 탄압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 왔다. 이로 인해 수단 내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였고, 2018년 12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8개월 넘게 이어진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던 알-바시르 독재정권은 결국 2019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되었고, 민주주의 이행을 위한 민-군 임시 연합 정부가 구성됐다. 그러나 민-군 임시 연합 정부는 2021년 10월 수단의 정규군(SAF, Sudanese Armed Forces)과 준군사(paramilitary)조직인 신속지원군(RSF, Rapid Support Forces)이 연합하여 일으킨 쿠데타로 무너지고, 군부가 수단의 권력을 독점하게 된다. 권력을 장악한 수단 정규군은 신속지원군을 정규군으로 빠르게 편입하려 시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단 정규군과 신속지원군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2023년 수단 내전이 발발하게 된다.
이렇게 2018년부터 이어진 수단 정치 불안정의 여러 원인들 중 하나가 자원이다. 수단 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석유·금·구리·철광석·우라늄 등의 자원 수익을 얻기 위해 여러 세력들은 수단 내 권력 장악을 시도했고, 이로 인해 수단은 1956년 독립한 이래 세 번의 내전과 열네 번 이상의 쿠데타를 겪고 있다. 이번 수단 내전의 경우도 수단 내 상당한 금광을 장악해 막대한 경제적 부를 얻고 있는 신속지원군이 정규군에 편입이 될 경우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2023년 수단 내전이 현재는 소강상태이나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이 금광에 있다.
아프리카에는 수단 사례처럼 자원이 정치 불안정을 초래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발생한 사례들을 보면, 2021년 발생한 기니 쿠데타의 원인은 기니가 전 세계 매장량의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알루미늄의 원재료 보크사이트의 경제적 이익과 관련 있다. 2010년 민주적 선거를 통해 당선된 알파 콘데(Alpha Condé)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보크사이트 채굴 확대로 기니의 경제규모는 커지고 있었으나, 대통령 및 엘리트들만 보크사이트에서 발생한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 이 이익을 보다 오래 향유 하기 위해 알파 콘데 대통령은 2020년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국민들이 정부에 불만을 갖게 되어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군부는 이 상황을 이용해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으나, 군부 역시 쿠데타를 일으킨 궁극적인 목적은 보크사이트 판매 수익을 장악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22년 쿠데타 공모 사건이 발생했던 콩고 민주 공화국 또한 2차 전지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구리·다이아몬드 등 풍부한 부존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 내전을 겪으면서 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다수의 지역을 반군단체가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원의 저주: 자원의 네 가지 특성
이처럼 부존자원이 풍부한 국가일수록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경제 발전이 둔화되며 국민 삶의 질이 낮아지는 상황을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라 한다. 자원의 저주는 자원의 네 가지 특징1) 때문에 발생한다. 첫째, 자원 이익의 규모는 매우 크며, 민간보다는 정부 이익을 증가시키는 특성이 있다. 자원 산업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 및 정교한 행정체계, 또는 경영전략의 영향이 덜하여 상대적으로 쉽게 자원 매장지 소유주의 이익을 증가시킨다. 비(非)민주주의 국가이면서 경제 발전도가 낮은 국가의 경우 사유 재산권 보호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거나 강제 국유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여 자원이 많이 매장된 곳들을 정부가 소유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런 국가 내 자원의 존재는 민간보다는 정부 이익을 증가시킨다. 자원 이익의 막대한 규모로 인해 자원 부존량이 높은 국가일수록 정부 재정의 세금 의존도가 낮다. 세금에 덜 의존한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경제활동을 장려할 동기가 부족하고 정권을 장악할 때 막대한 부를 쉽게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자원이 풍부한 비(非)민주주의 국가의 경우, 국민은 지속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만, 엘리트들은 자원 이익을 독식하기 위해 극심한 권력 경쟁을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둘째, 풍부한 자원은 다른 민간 경제영역의 발전을 저해한다. 먼저 자원 산업들은 다른 산업과 달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은 발전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보다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고용된 노동자는 임금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소비하며, 제조업 회사 또한 생산 확대 및 개선을 위해 다른 기업 제품을 소비하는 등 제조업 발달은 전체 경제의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자원 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다른 경제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자원 산업은 보통 제한된 인원의 저숙련 노동 또는 고비용 장비를 위한 대규모 자본만 필요로 한다. 자원 관련 산업이 발달한다고 해도 다른 산업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는 소비층 형성이 어려우며, 제한된 일부 경제 행위자에게만 자원 이익이 머무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자원 산업은 다른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데, 천연자원에 의존해 급성장한 국가가 산업 경쟁력 제고를 등한시하여 경제발전이 둔화되고 국민 삶의 질이 하락하는 이 현상을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이라 부른다.
자원 관련 산업은 부가적인 경제 기회 창출 및 발생 정도가 낮고 많은 노동자들을 고용하지도 않는다. 또한, 국가 내 자본을 급격히 축적시키고 자국 통화 가치를 크게 상승시킨다. 이로 인해, 자원 산업을 제외한 제조업 및 농업 등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둔화되고, 자국 생산품의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경기침체가 발생해 많은 국민의 소비능력이 저하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서는 보통 자원 산업을 제외한 다른 경제 분야 발전이 둔화되고, 대다수의 국민은 제대로 된 경제적 기회를 얻지 못해 빈곤에 시달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셋째, 자원 가격은 변동성이 너무 높아 자원에 경제를 의존하는 국가의 경제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경향이 있다. 자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자원 시장의 공급은 비(非)탄력적인 반면 수요는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국제시장에서 자원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자원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제 또한 덩달아 변동성이 높아져 정부의 안정적인 경제계획 수립이 어려워진다. 자원 가격 변동성에 의해 야기된 경제 불안정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증대시키고 정치를 불안하게 만든다.
넷째, 비(非)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자원 수익은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비(非)민주주의 국가는 자원 매장 지역 관리를 통상 정부가 시행하는데, 이는 정부의 자원 이익 관련 정보의 독점을 의미한다. 앞서 기술한 대로 자원에 경제를 의존하는 비(非)민주주의 정부는 자원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경제 불안정과 반(反)정부 여론 증가를 우려하는데, 경제 변동성으로 발생하는 반(反)정부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자원 이익 관련 정보 공개를 회피하려 하게 된다. 또한, 이런 정부는 자원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서도 대중에 자원 이익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자원과 정치 불안정
이와 같은 자원의 네 가지 특성은 다음의 세 가지 정치적 불안정을 발생시킨다. 첫째, 자원은 국민의 반(反)정부 감정과 엘리트의 권력 탈취 의욕을 증가시켜 정치적 혼란을 야기한다. 자원 매장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자원 수익에 접근하기 어려운 반면, 자원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거주 환경 악화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다수 국가에서의 자원 채굴은 해외 기업에 의해 진행되어 외국인 또는 타 지역 노동자 유입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내 범죄 발생이 증가하는 등 지역주민과 유입 노동자 간 갈등이 촉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원이 매장된 지역의 주민들이 자원 채굴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보통 저임금 노동에 활용된다. 이렇듯 자원 채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생활 여건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자원 이익은 정부와 채굴 과정에 참여하는 해외 기업이 대부분 가져가기에, 지역주민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증대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불만이 누적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반(反)정부 시위 또는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내전에 참가하게 되며, 자원의 이익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권력 탈취 가치를 크게 증폭시킨다. 이로 인해 엘리트들은 권력 탈취를 통한 자원 이익 접근을 위해 사회적 갈등을 이용해 내전을 일으키거나 쿠데타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따라서 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정치 불안정에 자주 시달리게 된다.
둘째, 일반적으로 정부가 세수에 많이 의존할수록 안정적 징세를 위해 국가의 행정 역량이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자원 수익의 규모가 커 세수보다는 자원 수익에 대한 정부 예산 의존도가 높다. 이를 종합하면,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지 않은 국가의 경우, 자원이 풍부할수록 국가 행정 역량이 낮은 경향이 있다. 국가의 행정 역량이 부족한 경우 국민의 정부에 대한 반감이 정치 및 행정을 통해 쉽게 해소되지 않는데, 이 때 정부는 체제 안정을 위해 공권력을 활용해 국민을 탄압하려 하게 된다. 그러나 국가 탄압은 단기적으로 국민의 반(反)정부 감정 표출을 억제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불안감과 반(反)정부 감정 확대로 이어져 대규모 시위나 내전 등의 정치 불안정을 촉발한다. 즉, 자원이 풍부한 국가의 정교하지 못한 정치 행정체계는 정치 불안정을 증폭시킨다.
셋째, 풍부한 자원은 제3자들의 정치적 개입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강대국, 대기업 등은 자원을 얻기 위해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접근하려 한다. 이들은 정부와 정상적인 교류를 통해 자원에 접근하려 할 수 있지만, 자원이 풍부한 국가의 정치 불안정을 이용해 자원에 접근하려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라이베리아는 다이아몬드 부존량이 높은 시에라리온 내 반군단체를 지원, 매장된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고자 했다. 이로 인해 시에라리온에 내전이 발발했고, 라이베리아는 시에라리온 반군으로부터 다이아몬드를 밀수입해 드비어스(De Beers) 등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가공기업에 수출하며 많은 이익을 얻었다. 이처럼 강대국, 주변 국가, 다국적 기업 등은 자원이 풍부한 국가의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 이들 국가의 내전 및 쿠데타 등 정치적 불안정을 이용하려는 경우가 있다. 구체적으로, 제3자들은 자원 수익 획득을 위해 반군이나 반정부 엘리트를 부추겨 내전 또는 쿠데타를 유도할 수 있고, 이미 내전 등의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는 경우 반(反)정부 세력을 지원하는 대가로 자원 수익을 얻으면서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즉,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은 제3자 정치개입으로 인해 정치 불안정을 쉽게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을 겪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아프리카 역내 자원 의존도가 높은 비(非)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풍부한 자원이 새로운 정치 불안정을 발생시키거나 기존의 정치 불안정 해소를 어렵게 만든다.
자원의 중요성 증대와 한국의 아프리카 지역 접근 전략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풍부한 자원을 가진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민주주의 수준이 낮고 자원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 자원으로 인한 정치 불안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첨단산업이 발전할수록 이 국가들에 매장되어 있는 광물 및 에너지 자원의 중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 국가들과 안정적인 무역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미래 한국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정 극복과 안정적 무역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아프리카 국가 정부들과의 교류 채널을 확대하고, 한국 기업에 해당 지역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여 아프리카 지역 내 한국 기업의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각주
1) Ross, Michael L. 2012. The Oil Curse: How Petroleum Wealth Shapes the Development of Nations.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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