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에 올라 좌석을 찾아 짐칸에 베낭을 올렸다.
내 침대는 경와석 중간베드다. 내 자리의 손님들을 둘러보니...
아랫칸에 맘씨좋게 생긴 후덕한 아저씨 한명, 그리고 세련되고 귀엽게 생긴 멋쟁이 중국청년 한명,
나와 마주보는 중간베드에 회사원 아저씨 한명, 그리고 그 윗칸은 비어있다.
내 위에는 정말 명랑쾌활한 중국아가씨 한명. 이렇게 다섯명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이 명랑쾌활한 중국아가씨... 사교성이 너무 뛰어나다.
열차에 올라 자리를 잡자마자, 이사람 저사람에게 계속 뭐라고 말을 건다.
드디어, 같은 침대석의 모든 사람과 대화를 열고, 이제 남은건 나뿐이다.
나 열차에 오른 이래로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중국아가씨... 날 쳐다본다. 나도 봤다. 눈이 마주치자, 너무너무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날 보더니 씩~ 웃는다.
그뒤로 쏟아지는 @#%@$#%~ 중국어...ㅡㅡ;;
난 알아들을수가 없잖아... 이럴때 써먹으려고 준비해둔 중국어 한마디...'한쿼렌...'
마치 외마디 비명같이 들린다...ㅡㅡ;;
갑자기 같은 베드석의 모든 사람이 흥미를 보인다.
그리고선 쏟아지는 더욱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
완전 난감모드에 들어섰다. 영어 전혀 안통한다. 하물며, Yes, No도 안된다.
아랫칸에 있는 멋진 중국녀석은 어느정도 영어를 하려니 했는데... 그 친구도 그저 씽긋이다.
어쨌든 내가 중국어를 모른다는 사실은 확실히 인지가 되었나보다. 더이상 중국어로 나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슬그머니 노트를 꺼내서 한자로 몇글자 적어서 이들에게 내밀었다.
'成都' '到着時間' 이렇게만 적어놓았는데... 다들 의미를 알아낸다.
음... 이런점에서는 역시 한자가 편리하다.
우리나라 문교부는 한문교육을 부활시켜야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있는 한자가 얼마나 많은가, 그건 중국자가 아닌 우리글자인것이다.
정말 한심스럽다. 한문을 폐지한다는 그따위 사고가 어떻게 문교부에서 나온걸까??? 불가사의다...
중국여행을 하면서, 웨스턴들이 가장 부러워하고 놀라워 했던 점이 중국문자의 의미를 이해한다였다.
그들은 일본인들은 중국의 문자를 사용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국도 사용하는건 몰랐단다.
그런데 나를 보고, 한국인도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단다.
그전에는 전혀 몰랐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한자를 알고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한자가 퇴출된지 몇년이나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대단한 효과를 거뒀다...ㅡㅡ;;
그나마 필담을 통해서 이들과 조금은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조금더 가까워졌고...
그런데...이 말괄량이 이미지의 중국아가씨는 여전히 나에게 중국말을 해댄다...ㅡㅡ;;
내가 자기 말을 못알아듣는게 신기하고 재밌나보다... 한참을 말안통하는 날 데리고 놀더니...
재미없어졌나보다... 자기 침대로 올라가더니 잠잘 준비를 한다.
작은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한무리의 군인들이 올라탄다.
그들의 군복색이 지금까지 봐왔던 군복들과 조금 다르다.
푸른색 군복을 입은 한무리의 사내들이 시끌벅적하게 열차에 올랐다.
나는 멋쟁이 중국청년에게 '軍人'이라는 한자를 써서 보여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다시한번 '空軍??'이라고 적어서 내밀었더니,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양팔로 날개짓을 해보인다.
음... 귀여운 녀석... 율동까지 선보이다니...ㅡㅡ;;
이제는 이칸의 모든사람이 오며가며 내가 한국인이라고 한마디씩 한다. ㅡㅡ;;
중국의 열차를 타보면, 언제나 외국인들은 넘치게??? 있는 편인데... 이 열차에는 조금 귀했나보다...ㅡㅡ;;
갑자기 뒷쪽이 잠깐 소란해지더니 누군가 나에게 달려온다.
아까 지나온 역에서 승차했던 중국인민공화국의 공군이다.
이 친구 날 보더니 미소를 짓더니... 대뜸 'May I help you?'한다. 그것도 최대한 혀를 굴려서, 또박또박...
헉~!!! 내가 당황했다. 이렇게 정직한 영어는 고등학교를 떠난 이후에 처음 들어봤다.
내가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난감해진다.
어쨌든 몇시간만에 드디어 의사전달이 아닌 대화가 가능한 상대를 만났다.
이 친구는 중화인민공화국 공군의 전투조종사였다.
계급을 물어봤더니 Captin이라는 걸 봐서 우리나라의 대위에 해당하는것 같다.
아주 적극적으로 대화에 응한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는데...
이친구는 오히려 북한보다도, 한국에 더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아니 어쩌면, 나 스스로 상대가 군인이라는 선입견에 울타리를 쳤던건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서울에 정말 가고 싶은데...
자기는 인민공화군이기에 갈수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고 말을 하는데, 그 표정이 정말 아쉬워보였다.
이친구는 휴가를 받아, 집에서 부인과 딸을 만나고, 부대로 복귀하는 길이란다.
부대가 '청두'부근에 있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중에 열차의 불이 꺼졌다. 잠잘시간이다...
누군가 내 다리를 흔든다... 나는 눈을 떳다.
파일럿이 침대 아래에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를 하고, 잠에서 깨었다.
침대에서 내려가 창가 통로의 간이의자에 앉았다. 나에게 뜨거운 차를 권한다.
아침에 뜨거운 차를 마시는게 건강에 좋단다. 차를 한잔 얻어마시고, 세수를 마쳤다.
파일럿은 세수를 하고 돌아온 나에게 자기의 가족사진을 보여준다. 아내, 딸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 친구에게 한마디 해줬다. 넌 굉장히 멋진 직업을 가졌다. 제대하고 나면, 많은 돈을 벌수있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친구 하는 말이 자기는 제대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공군조종사는 22년간의 의무복무년한이 있다고한다. 이친구는 1986년도에 군에 입대했단다.
지금이 2006년이니 이제 2년뒤면 제대해서 부유해질테니까, 그때 서울에 놀러오라고 했다. 가족을 다 데리고,..
그런데 이친구 그게 아니란다. 입대하고서 10년은 교육기간이였기때문에 아직 12년이 남았단다...
헐... 환갑전에는 제대하겠구나...ㅡㅡ;; 그의 나이, 지금 39이니...
좀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어쩌겠니... 너희나라 시스템이 그런걸...
다시찾은 '청두'는 언제 그렇게 추웠냐는듯 화창한 날씨 였다.
오히려 시안보다 더 따뜻한 날씨다. 불과 며칠만에 이렇게 날씨가 변하다니...
확실히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온이 문제인가 보다.
열차에서 내려서는데, 저쪽에서 '캐시'가 인사를 한다. 파일럿 친구에게 인사를 했다.
이친구 나에게 '청두'에서 얼마나 머물계획인지를 묻는다. 4~5일정도라고 했더니, 자기한테 놀러오라고 한다.
그러면서 메모지에 뭔가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결국 나중에 이곳을 찾아갔다. 그러나 군사시설이였기에 사진촬영은 할수 없었고, 자세한 이야기도 적을 수 없다.
나와 사진을 찍을때도 군복을 벗고, 사복인 상태로 사진을 찍는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어쨌든 우리나라 민간인으로서는 처음 중국의 공군부대를 방문한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파일럿과 작별을 하고, '청두'역을 빠져나오자, 눈에 익은 'Mix & Host'직원이 보인다.
'캐시'는 나에게 이곳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그곳에 머물겠다고 했었다.
역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예약손님을 기다린다. 서양커플 한쌍과 택시를 타고, 게스트하우스에 왔다.
지난번과 달리 오늘은 게스트하우스 로비부터 북적인다. 4베드룸으로 방을 배정받고, 올라가는데...
지난번에 묵었던 그 방이였다. 방에 들어서자 마자, 창문을 확인했는데... 여전히 문이 열려있는 상태였다.
짐을 내리고, 대충 정리를 하는데.. 내 침대 아랫칸에 눈에 익은 글자가 보인다.
다시 한번 보니, 한국어로 적혀있는 프린트 물이다.
아~!!! 한국여행객이 있구나, 다른 한쪽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캐시'와 나는 위쪽침대를 나누어 가졌다.
오늘밤에는 '캐시'와 함께 '사천오페라'를 구경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한번 꼭~!!! 보고 싶었던, Mask change show이다.
'변검'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봤는데... 그때부터 꼭~!!! 보고 싶었다.
'사천오페라'는 30위안이다. free tea 와 pick up service를 포함해서... '캐시'와 예약을 하고,
난 지난번에 추워서 못했던 거리구경을 나섰다.
게스트하우스 앞의 강변을 따라서 1시간가량을 걸어올라갔다.
강변 옆으로는 수많은 찻집들이 자리를 잡고있으며, 많은 시민들이 그곳에서 차를 마신다.
다행히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추운줄은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가 보여서, 들어가 보았다. 중국브랜드의 대형마트이다.
마트를 구경하는데 한쪽코너에 따뜻해보이는 겨울 바지가 보인다.
두겹으로 만들어진 아주 편안한 조깅복 스타일의 바지이다. 가격이 29위안이다.
난 냉큼 집어들었다. 다시 추워질수도 있는게 날씨인데... 아니 그것보다 정말 싸다. 그래서 샀다...ㅡㅡ;;
그렇게 바지와 일회용커피, 세수비누 그리고 생수를 샀다. 확실히 중국의 물가는 싸다...
그리고 이렇게 마트를 이용하면, 더욱 더 피부에 와닿게 싼걸 느낄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려고, 방으로 올라가는데 한국어를 들었다.
옆방에서 나오는 여자애가 한국어로 전화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왔냐고 물었더니 눈을 크게 뜨더니 그렇단다.
자기는 '대련'에서 유학중인데, 휴일을 맞아 '구체구'에 가려고 놀러왔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방으로 들어가려하자, 내가 있는 방에도 한국에서온 언니가 있다고 한다.
그러냐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뒤에 커다란 서양친구가 연방 웃으며 서있다.
인사를 했더니 내방에 머무는 또 한명의 친구다. 열쇠를 방에 두고나와서 난감했는데 내가 왔단다.
이친구의 이름은 '크리스' 미국인인데 공부는 뉴질랜드에서 했고, 일본에서 머물다가 배로 중국에 왔다고 했다.
'라싸'에 들어가려고 여기서 대기중이다. 그렇게 인사를 하는 사이에 내방의 한국인 여행객도 돌아왔다.
'판다'동물원에 갔다가 오는 길이란다. 그렇게 인사들을 나누고, 난 샤워를 하러 갔다.
'캐시'와는 6시30분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7시가 되자 우리나라 '다마스'같은 소형밴이 pick up을 와서는 우리를 공연장에 내려준다.
중국차를 마시며, 시간을 기다렸다. '캐시'와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10분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곳저곳에서 모객해온 관광객들이 도착한다. 우리나라 관광객도 꽤 들어온다.
1시간 50분의 공연은 정말 재밌었다. 중국에서 요금을 지불한 것 중에서 유일하게 후회없는 쇼였던것 같다.
공연은 8개의 테마로 진행되는데... 삼국지의 고향답게 유비,관우,장비의 경극과 인형극 그리고 전통악기연주
코믹공연, 기예와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변검'의 Mask change 공연이다.
1시간5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갔다.
(여행기간 : 2006년10월17일 ~ 12월09일)
'Mix & Host'(馬驅間) 게스트하우스의 2F에서 본 전경.
'청두'아낙들이 메고다니는 전통배낭...??
'사천 오페라'의 오프닝... 사회자의 영어소개와 사인보드에 영어자막이 뜬다.
사천의 전통악단...
유비, 관우, 장비의 모습
삼국지 초반 역사를 바꾼 '초선'의 모습이다.
'초선'의 미모에 빠진 '여포'
세영웅과 여포의 대결...
드디어 세 영웅이 여포를 제압했다...
이 경극은 유비,관우, 장비가 여포를 제압하여...
사천지방에 '촉'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이처자는 저 두발로 모든것을 다 돌린다.
코믹쇼... 우리나라의 베비장전과 비슷하달까...??
사천의 인형극...
'천녀유혼'주제곡을 연주해서, '왕조현'이 보고싶어졌다는....ㅡㅡ;;
손가락으로 그림자놀이를 하는거다... 그 유연성이 놀라울 정도다.
하이라이트 가면바꾸기 놀이...
이건 말로 설명이 안된다. 직접 보시길...ㅡㅡ;;
마지막은 춤과 노래로...
이곳의 연기자들은 모두 한가지 이상의 기예를 가지고 있다.
겹치기 출연도 많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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