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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하는 한상(韓商)! 모국은 당신과 함께합니다(Rising Hansang! Together with Korea).”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제6차 세계한상대회가 내건 슬로건이다.
이 대회에는 전 세계 37개국에서 3000여 명의 글로벌 한인 경제인들이 집결, 조국의 경제 및 지구촌 한인사회의 발전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현장은 하루하루 피 말리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특히 조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홀로 버티며,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생소한 언어로 소통하면서 지구촌 경제전쟁터를 누벼야 하는 한상들에게는 남다른 비전과 용기, 철학 및 리더십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한상대회에서 만난 글로벌 한인 CEO들에게서 어떤 경영철학과 기업가정신을 배울 것인가.
◇최종태 일본 야마젠그룹 회장-“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리더의 육성이 시급하다”
◇최태훈 중남미한상연합회장-“고급스럽고 세련된 제품이라는 인식은 일본, 중국 등과의
경쟁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고석화 미국 윌셔은행 이사장-“오너는 임직원들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 주는 것이 최고의 경영이다”
◇김은미 인도네시아 CEO SUITE그룹 사장-“최근 국제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도력은 동양사상에 기원을 둔 덕치(德治) 리더십이다”
◇김대인 미국 블루스톤로징 대표-“종업원들이 나의 돈을 벌어준다. 종업원이기 이전에
비즈니스 파트너이며, VIP고객처럼 소중히 대해야 한다”
◇오세영 라오스 코라오그룹 회장-“대체에너지 개발 등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나가야만
글로벌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미국 윌셔은행 고석화 이사장●
“기업 스스로는 절대 안 망해 기업을 망하게 하는 건 바로 사람”
《고석화 이사장이 말하는 3가지 성공비결》 1 상하조직에서 분권화 조직으로 탈바꿈 2 유대인 자본과 합작, 美 주류사회 진입 3 리스크 매니지먼트로 자산건전성 확보 |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윌셔은행(Wilshire State Bank)은 총자산 20억달러 규모로 미국 내 17개 한국계 은행 중 최대규모이며, 미국 주류사회에서 인정받은 유일한 한인은행이기도 하다.
지난 1980년 처음 설립된 지역은행으로 1986년 고석화 이사장(68)이 인수했다. 월스트리트의 경제일간지인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Investors Business Daily)〉지가 2003년 12월 미국 전국에 있는 478개 지역은행 중 1등 은행으로 선정한 바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전 세계 시장으로 파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7년 동안 호황을 거듭하다 보니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즉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해 줬다가, 경제상황이 바뀌면서 부실화됐다. 윌셔은행은 그동안 프라임 고객들에게만 대출을 해 왔으므로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간접 영향은 다소 있다. 최소한 2008∼2009년까지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소프트랜딩(Soft Landing : 연착륙)할 것으로 본다.
미국 정부와 세계금융기구에서 전 세계적인 불황을 막기 위해 금리인하 및 자금경색을 풀고, 연체자들에게도 대출조건을 재조정해 주는 등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도 소프트랜딩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경제 전반에 걸쳐 하드랜딩(Hard Landing : 경착륙)의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와 노력 등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다.
주식시장에서의 서킷브레이크도 그렇고, 미국 정부가 서브프라임 시장에 개입해 경색된 자금흐름을 풀어주고, 서민들에게 대출보증을 서줌으로써 담보물건의 차압을 막고 이자만 상환토록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용 등 주변여건도 나쁘지 않고 기업들의 생산성과 효율성도 높다. 미국은 기본 경제구조 자체의 베이스가 잘돼 있는 나라다.
▶최근 고유가로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서부지역에 중동 오일머니의 투자가 활발하다던데.
사실이다. 미국은 고유가로 중동으로 흘러간 달러가 결국은 미국에 재투자될 것으로 보고 정책을 펼치고 있다.
즉 고유가가 일시적으로는 힘들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미국 경제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다. 록펠러센터가 일본 재팬머니에 인수됐다가 다시 미국기업으로 넘어왔듯이, 고유가에 따른 달러 유출도 결국은 미국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달러화 약세와 고유가에 대해 그렇게 조급해 하지 않고 거시적으로 정책을 운용한다.
▶미국 내 한인은행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현재 캘리포니아주에 12개, 조지아, 하와이,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워싱턴주에 각 하나씩 총 17개가 있다.
이들 한인은행들은 미국 거주 한인들 예금의 약 50%를 유치하고 있다. 총자산 합계가 125억달러, 총예금과 총대출은 각 101억달러씩이다. 빅4 한인은행은 윌셔은행, 한미은행(Hanmi Bank), 나라은행(Nara Bank), 중앙은행(Center Bank)이다.
합병을 통한 경쟁력 제고, 타 인종 및 차세대 고객 유치, 시장다변화, 상품다각화 등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건실한 지역은행으로 성장하는 것이 한인계 은행들의 과제다.
▶윌셔은행은 한인은행 중 가장 발전하고 있는 은행이라고 들었다.
윌셔은행은 완전한 한국계 은행이 아니고 한인자본과 유대인자본이 합작해 경영하고 있는 은행이다. 지역은행으로서 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 26년간 총자산이 500만달러에서 20억달러로 성장했고, 나스닥 시장에서 주가가 1999년 12월 3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 7년 반 동안 연평균 42.84%씩 상승했다.
▶성공의 비결과 핵심전략은 무엇인가.
경영상 비밀이지만 세 가지는 말해줄 수 있다.
첫째, 상하조직에서 분권화조직으로 바꾼 것이다. 각 부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세우고 수익을 추구하는 평면형 조직으로, 팀워크에 치중하면서 진정한 시너지효과를 달성하고 있다.
둘째는 유대인자본과의 합작에 따른 효과다. 우리는 한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비(非)코리안 임원들이 많다. 이것이 처음에는 한인타운에서 약점이었으나, 지금은 반대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대인들이 파트너가 됨으로써 그들의 지혜와 끈기 및 성실함을 잘 활용하고 있으며, 좀 더 건실하고 경쟁이 덜 심한 시장 개척은 물론 미국 주류사회 진입이 훨씬 용이해졌다.
셋째, 은행업은 대출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하는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미 연방정부의 중소기업육성 융자보증 프로그램 등 각종 중소기업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정부 보증이 융자액의 70∼80%에 이른다.
그 덕분에 한인 중소기업들에게 좀 더 많은 자금지원을 해줄 수 있었고 은행 자산건전성도 확보됐다.
▶이런 것들은 우리 지방은행과 소형 금융기관들에도 시사점이 될 것 같다.
한국에서도 법이 바뀌어 내년부터 금융권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무한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들었다. 무한경쟁시대에 수익성을 유지하고 살아남으려면 변화하지 않으면 어렵다. 자체적인 개혁과 혁신만이 살 길이다. 또 M&A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
▶자신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내 좌우명이 ‘기업은 스스로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 사람이 기업을 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사람이 변하고 뚜렷한 목표를 세워 노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 은행도 스스로가 변해 상하조직에서 평면조직으로 혁신하고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개발한 덕분에 지난 7년간 주가가 1700% 오를 수 있었다.
나는 체어맨이지만 별명이 ‘응원단장’이다. 내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다른 분들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고 소신 있게 경영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 주는 것이 내 역할이며, 최고의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고석화 프로필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Pacific Steel Co. 회장, Koss International Co. 회장, 초대 나성한인무역협회장, 윌셔은행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윌셔은행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이사장이기도 하다. 개인재산 500만 달러를 출연해 ‘고선재단’도 설립했다. |
●인도네시아 CEO SUITE그룹 김은미 사장●
“모험정신과 德治가 성공비결”
‘길 없는 길을 지나온 나의 여정’
세계한상대회 ‘영 비즈니스리더 포럼’에서 성공사례 발표를 한 김은미 CEO SUITE 사장은 자신의 발표 제목을 이렇게 명명했다.
인도네시아에 본사가 있는 CEO SUITE그룹은 다국적 기업들에 사무실과 인력 및 부대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인력과 사무공간의 아웃소싱이라 할 수 있는 비즈니스센터다.
김 사장은 지난 1997년 호주 Servcorp그룹 이사 자리를 내던지고, 아시아 경제위기로 숱한 기업들이 도산하는 시기에 사업환경이 세계 178개국 중 123위 수준이라는 인도네시아에서 비즈니스센터를 창업하는 대 모험을 강행한다. 그 후 10년 동안 업계에서 가장 단기간에, 가장 많은 다국적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가장 빨리 시장점유율을 높인 회사로 주목받는다.
길이 없으면 스스로 길을 뚫어 온 철의 여인 김 사장이 밝힌 성공비결 8가지는 무엇일까?
첫째, 김 사장은 훌륭한 기업은 스스로와 경쟁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더 훌륭하다는 것은 더 수익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는 레스터 서로 MIT 경제학과 교수의 말을 신봉한다.
둘째, 있는 자리에서 시작하라. 김 사장은 “완성하기 전에는 자리를 뜨지 말고,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딛고 일어서라”고 강조한다.
셋째 비결은 끝에서부터 시작하라는 것. “실패가 찾아오면 비난하지도 잘못된 것으로 여기지도 말고, 그것을 성공의 일부로 여겨라. 모든 것이 성공을 체험하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특히 김 사장이 가장 강조하는 성공요인은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기, 즉 모험을 하라는 것.
“일상의 Comfort Zone(안전지대)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미지로 뛰어드는 용기, 불편과 이질감을 감수하는 인내, 열린 사고 없이는 불가능한 모험이다. 그러나 그 모험의 끝에는 더 많은 기회와 수확을 약속하는 신세계가 있다. 그곳으로 향하는 여정 동안 성장하는 우리의 의식과 기술은 덤으로 받는 포상이다.
다섯째로 김 사장은 이미지 관리에 힘쓸 것을 주문한다. “사람의 이미지는 매너, 화술, 패션센스, 유머감각, 성품, 지적 능력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형성되며,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독서는 성형수술이나 명품으로 얻을 수 없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유머감각과 긍정적 사고를 가질 것을 조언한다. 만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웃음으로 주변을 대할 때 모든 곤경과 스트레스가 반감되고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고.
일곱째는 인맥과 대인관계의 중요성이다.
김 사장은 “소수민족인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 편을 많이 포섭할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며 “최근 국제무대에서 위력 있는 지도력은 동양사상에 기원을 둔 덕치(德治)다. 채찍과 당근을 사용하는 이해타산적 지도자와 달리 덕장의 넓은 시야와 거시적인 안목, 깊은 통찰력과 내면의 힘으로 다수의 번영을 기하는 지도자”라고 말한다.
마지막 성공비결은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영적으로 거듭나지 않고는 계속 전진하기 힘들다. 야심과 이기심을 넘어 겸허함과 배려로 주변과 함께 성장할 때 진정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