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몇 권의 책을 읽으시나요? 대답하기 곤란하시다고요? 그럼 요즘 대부분 갖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능은요? 카카오톡? SNS? 게임? 인터넷 서핑? 혹시 전자책을 보지는 않으신가요? 제가 위의 두 가지 질문을 했던 이유, 답답한 우리의 책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매년 1%씩 감소하고 있다는 독서인구와 걷잡을 수 없이 사라지고 있는 출판사와 서점,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지난 6월 20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되었던 2012 서울국제도서전. 그 셋째 날인 22일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상황에 대한 의미 있는 두 개의 컨퍼런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시간 |
진행 |
발제자 |
10:00~12:00 |
제1세션출판시장 구조불황의 진단과 해법 |
토론자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이홍(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 본부장)
남성호(교보문고 광화문점장)
권호순(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이사,시간의 물레 대표)
사회 : 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
14:00-16:00 |
제2세션전자책 비즈니스의 현주소와 발전방향
- 전자책 생태계 로드맵과 비전 - |
사회 : 장기영(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발표
- 성대훈 부장(교보문고)
- 김병희 팀장(예스24)
- 임세원 팀장(인터파크)
- 조용보 팀장(SK플래닛)
- 김원중 팀장(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
- 이병훈 대표(유페이퍼)
- 조한열 대표(북잼)
- 남지원 이사(북큐브네트웍스) |
출판시장 구조불황의 진단과 해법을 논했던 오전과 전자책 비즈니스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을 논했던 오후.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들만의 리그에서 펼쳐지는 출판시장의 구조불황과 전자책의 현주소
두 컨퍼런스에서 동일하게 나왔던 이야기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단어였습니다. 발표자들은 출판시장 불황의 원인을 책을 읽지 않는 독자를 탓하기보다는 모든 문제는 ‘내부’에 있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팔리는 책을 만드는 구조와 비합리적인 경영 마인드, 도서정가제가 없는 가격의 왜곡, 인력양성 시각에 대한 부재 등 출판사와 유통사 모두를 꼬집었습니다.
이후 오후 컨퍼런스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전자책 시장이 형성된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지만, 내부에서 출판사와 유통사 간의 충돌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컨텐츠, 그리고 하나로 제정되지 못한 표준 규격 등 결국 지금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지내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경쟁하느라 책을 읽는 독자는 생각하지 않았던 출판계 자신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 의외였지만 그랬기에 희망이 보였습니다.
책은 시간의 ‘소비’여야 하나, ‘투자’여야 하나
책을 들기보다는 디지털기기를 손에 들어야 재미있는 지금, 이제 시간을 디지털기기에 넘겨주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습니다. 그래서 오전 컨퍼런스, 출판불황에 대한 해법에는 책이 시간의 소비가 아닌 ‘투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요. 독자가 시간을 ‘투자’하여 읽고 싶은 종이책을 만드는 일의 중요성이 언급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오후 컨퍼런스에서 전자책은 시간의 ‘소비’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두 컨퍼런스가 얼핏 보면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서로가 동일한 해답을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발표자가 제시한 교보문고의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종이책과 전자책의 베스트셀러 순위가 비슷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요. 그 양상을 분석해보면 소비와 소장으로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독자들은 오래 갖고 싶은 책은 ‘종이책’으로, 빨리 한 두 번 읽어야 하는 책은 ‘전자책’으로 선택하는 구입패턴. 소비는 ‘전자책’, 소장은 ‘종이책’이기에 양쪽은 각자에게 맞는 역할을 이야기한 것이었습니다.
소비자를 위한 책을 만들어 나가는 믿음 있는 출판리그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출판리그, 중요한 것은 방안을 찾아 나가는 일이겠죠? 방안 역시 두 컨퍼런스가 동일했습니다. 첫째, ‘소비자가 원하는 책’을 만들자. 종이책은 이제 팔리는 책이 아닌 순수한 책의 본질에 접근해 소비자의 선택으로 시간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양질의 컨텐츠를 가진 책을 만들어야 하며, 전자책 역시 단순히 종이책을 변환하려고만 하지 말고, 단축된 제작과정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과잉 컨텐츠를 생산해 내려 하지도 말고, 전자책에 걸맞는 형태의 다양한 장르의 ebook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컨텐츠를 생산하는 작가와 기획 제작하는 출판사, 그리고 독자에게 건네는 유통사 서로에 대한 믿음의 필요성이었는데요. 그동안 불황이라는 이름 아래 불안 속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서로를 이해하고, 지금부터라도 더 크고 먼 미래를 위해 가장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다져 나가는 일을 외쳤습니다.
결국 ‘책’을 위해 우리 모두의 믿음과 마음이 필요한 지금
출판시장 구조불황을 논했던 오전 컨퍼런스는 기존의 전통책인 종이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오후 컨퍼런스는 전자책 생태계 전략이었기에 그들의 리그 안에서 공통점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두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난 결과, 그들이 고민하는 시작과 끝은 ‘책’ 단 한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책이 좋아 책을 만들고 독자에게 더 좋은 책을 권하고 싶은 마음에 모인 출판 리그 사람들. 한때는 생계 때문에 서로가 적으로 보여 문제가 됐지만, 지금은 그 문제를 자신들의 탓으로 솔직하게 인정하고, 다시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논하며 힘을 모으는 모습에 긍정적인 책의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우리 독자, 소비자들의 믿음일 것 같습니다. 단순히 그들이 해결해주기만을 팔짱 끼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폭넓은 독서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좋은 책을 읽어나감으로써 그들의 믿음에 우리의 믿음을 더해주는 일. 분명 모두가 해낼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일이기에 우리는 ‘책’을 통해 다시 웃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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