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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타는 고속철-이번엔 무엇이 다를까?
장애계 대표들의 고속철 다시 타기
지난 2월 28일 토요일 오후 2시 30분. 철도청은 두 번째 고속철 시승식을 가졌다. 이 날 행사에는 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이하 편의연대), 한국농아인협회, 재활복지대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이하 독립연대), 푸른하늘장애인문화협회, 정립회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이 참가했다.
2시에 서울역에 집결한 참가자들은 2시 반에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와 특실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므로, 목발장애인들을 위해 승강장에 공용 휠체어를 준비해 놔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승식 이후 부랴부랴 마련한 경사로. 각도가 너무 커
지난 시승식 때는 없었던 경사로가 이번에는 준비되어 있었다. 경사로는 각 승강장마다 한 대 씩 준비돼 있었는데, 경사각도가 너무 커서 수동휠체어는 혼자 오를 수 없었다. 또 바닥 재질이 미끄러워 물기라도 있으면 오르기가 상당히 위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목발 사용자들도 경사로를 오르는 데 꽤 애를 먹었다.
대전으로 출발하는 고속철 안에서 철도청 관계자들을 만났다. 철도청의 남기종 사무관, 정영철 도시철도사업본부장, 박복규 설비팀장, 차량본부의 이승국 팀장 등이 참가들과 인사를 나눴다.
"고속철에는 원칙적으로 전동휠체어가 탑승할 수 없다 . 그 이유는 300km로 달리는 고속철 안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쩔 수없이 전동 휠체어 이용자는 휠체어를 탄 채로 휠체어 보관소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러나 독립연대의 윤두선 회장은 이 일에 문제를 제기했다.
전동 휠체어는 몸의 일부분입니다. 휠체어를 보관소에 따로 두고 의자에 앉는다면 고속철 안에서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안전벨트만 있다면 얼마든지 전동휠체어를 실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동휠체어는 브레이크가 걸려 있으므로 오히려 수동 휠체어보다 안전하다. 또 휠체어에 앉은 채로 타면 별도의 좌석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공간도 훨씬 절약된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장애인복지가 가장 열악한 나라
장애인단체총연합회의 김미연 부장은 '중증장애인의 경우 대부분 활동보조인이 동행하므로 그들을 옆 좌석에 앉을 수 있도록 해야하고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을 경우에는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석을 여러용도로 설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립재활복지대학의 박광재 교수는 '출입문이 투명유리로 되어 있으므로 중간에 띠를 달아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모니터방송 시 활자크기를 충분히 크게 해달라. 또 장애인 화장실은 장애인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이 수유나 기저귀를 갈기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넓게 설계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가장 장애인 복지가 열악한 나라'라면서 프랑스의 고속철을 도입한 것을 자랑인양 떠벌렸던 정부의 태도에 유감을 표명했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중앙위원은 호출기를 부착해서 수시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편의연대의 배융호 실장은 가장 문제가 된 장애인 화장실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현재 변기의 위치는 도저히 사용 불가능한 위치이므로 전면 재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아인협회의 박성윤 부회장은, 고속철에는 농아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면서, 전문수화통화역사를 채용해주길 당부했다. 또 객차내에 FM보청장치를 설치해서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또 일본이나 유럽에는 수화통역이 가능한 승무원들이 상당수 있다면서 우리 나라도 공채시 수화통역 여부를 감안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성기 과장은 장애단체들이 고속철 설계 단계부터 관심을 갖고 참여하지 않은 것은 큰 잘못이라면서 장애인당사자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또 점자 안내판의 부족을 거론하면서, 화장실 등 각종 주요 장소에 점자를 부착해줄 것을 요구했다.
도시락이나 기념품보다는 편의시설 설비가 확보돼야...
철도청 측은 준비해 온 음료수와 도시락을 대접하며 최대한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아쉬운 점은, 이번 탑승자들은 특실에만 있었으므로 일반석의 열악한(?) 환경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지 않는 다른 장애인들은 일반석에 앉게 될 것인데 이번 시승식에서는 그 문제를 짚을 수 없었다.
이날 제기된 수많은 문제들은 이미 지난 번 시승식 이후 거론된 것들이다. 굳이 각 장애계의 대표자들을 다시 불렀어야 했는지에 의구심이 생긴다. 또 기자가 지난번 관계자와 통화할 때는 고속철의 시설을 2년 동안 고칠 수 없다고 했다가 이번에 대표자들의 방문 이후에는 '가능하다'고 대답한 것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승식을 마치고, 승무원들이 참가자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했다. 기념품은 만보기였다. 물론 이들을 위해서 준비한 기념품은 아니었을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짚은 이들에게 만보기를 선물한 깊은 뜻(?)은 잘 모르겠다. 참가자들은 "우리 조카 주면 되겠네."라며 너털웃음을 흘려 버렸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이어진 2시간 동안의 시승식은 5시에 끝을 맺었다.
출처 위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