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잡기'라니?? 듣기만 해도 이상할 얘기지만 이곳에 살다보니 어느새 나도 별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집 수리를 시작할 때에 이 건물과 주변은 매우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리모델링을 한다고 사방에 연장들이 널려 있고 천정이며 각곳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배출되는 집 쓰레기며--- 한 수 더 하여 자기 집이 아니니 큰 긴장없이 노상 문을 열어놓고 다니겠다. 집안에 음식냄새 나겠다, 여기에 더 얹어서 어느 날 우리를 특별히 생각해주시는 프랑크푸르트 교도님께서 쌀을 희사해 주셨으니--그야말로 모든 조건이 100%들어맞은 상황이 되었다. 그리하여 쌀 향기를 맡은 쥐들이 집안을 들락거리는데 참으로 골치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쌀 자루를 이리저리 옮겨보는데 그 자루라는 것이 40킬로짜리니 고난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래도 큰 부분의 손보기가 대강 마무리되고 겨울이 가까워오면서 나 역시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침착하게 점차 쥐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 들어갈 수가 있게 되었다. 모든 쌀을 방으로 옯긴 후 문을 단속하면서 주의해 보니 드디어 한 마리 정도의 쥐가 집안에 남아서 곳곳을 쑤시고 다니고 있음을 간파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마침내 그를 발견하고야 말았으니!
다른 때 다른 곳에서 '쥐'를 발견했다면 십중 팔구 사방에서 에워싸고 소리를 지르면서 문밖으로 내 쫓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외국에 살면서 매우 강하고 독해진 나로서 그것이 묘책이 아님을 뻔히 아는데 어찌 단순히 뒤를 몰다가 놓칠 것인가 싶었다. 특히나 독일의 들쥐는 아기 주먹만큼이나 작고 빨라서 한번 놓치고 나면 다시는 그 종적을 찾아내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사실 잡으려니 말이지만 이곳의 작은 쥐들은 보기에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작고 동그마하면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통통튀듯이 다니는데 아무래도 별 미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바깥에서 고목나무 주변을 들락거릴 때 얘기지 집안에 온통 오물을 배설하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을--더군다나 쥐는 정말 빠른 속도로 가족을 늘린다고 하였으니---그리하여 나는 정신을 집중하여 몰다가 마침내 한 쪽 모통이에서 떨고있는 쥐를 어찌할 것인가 중차대한 결심을 하지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천하에 겁이 없다고 큰소리치는 김교도마저 떨면서 그냥 놓아주자고 하니 나의 결단은 더욱 고독한 것이 되었던 것이었다. 나는 한 순간 마음을 딱 먹은 다음 근처에 있던 수건으로 순식간에 쥐를 싸 잡았다. 만세! 글쎄 쥐가 도망을 못가고 나의 손에 잡히다니 나도 모를 일이었다.
이를 지켜 보고 다시 용기를 찾은 김교도가 기어히 자기가 그 쥐를 갖다버리게 해 달라는 청을 못이겨 수건을 내주었더니 비명을 지르며 바로 현관 앞에 버리고 와서 어이가 없긴 하였지만....아무튼 ㅡ그렇게하여 나는 정식으로 살아있는 쥐를 손안에 넣어보게되었는데 어찌나 사방으로 강한 신경줄이 뻗치던지 한 참 후까지 충격으로 손이 떨리고 기분이 이상하였었다.
그리고 두번째 사건은 다음과 같았다.
마침 후로리안이 왔다가 일을 마치고 현관 앞에서 신을 신으려는 참에 글쎄 문 안에 또 다른 생쥐가 지나가다가 놀라서 멈추어버린 것이었다. 두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은 쥐가 너무 놀랐던지 벽과 현관바닥 틈새에 딱 붙어서 그야말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나는 그래도 이번에 후로리안만큼은 분명 어떻게든 모션을 취할 줄 알았다. 그 후로리안이 누구인가? 딱한 상황을 결코 지나치지 못하는 투철한 불자인데다가 벌써 아마추어로서 30년간 가라데를 한 사람! 어찌 그가 그 쥐를 여자 교무 앞에서 그냥 두고볼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후로리안은 멈추어 있었고 단지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쥐는 그냥 떨고 있고---아뿔싸! 이러다가 저 친구가 그대로 도망간다 해도 후로리안은 별 변화가 없겠구나! 하는 번개같은 판단하에 나는 결국 이 집의 주인은 나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확연히 직시하게 되었다. 그리하야 후로리안이 나를 어떻게 보든말든 전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무언가 얇은 수건으로 단호하게 쥐를 잡고야 말았다. 그런데---내 손안에서 마구마구 떨고있는 그 쥐는 매우 따뜻하였고 웬지 먼저와 같은 징그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 적당한 거리에 방사를 하면서도 손 안에 남은 따뜻한 체취가 여전하였다. 그것은 살아있는 것의 좋은 느낌일 뿐이었고 전혀 혐오스럽지가 않았으니---글쎄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나는 벌써 이곳에서 두번째나 쥐를 손으로 잡았다는 사실을 밝히는 바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결단코 쥐를 집에 키우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로써 이 작은 존재들의 삶을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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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타원님. 그 용기와 순발력에 감탄.또 감탄. 앞으로 또 어떤 경험을 히실 지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
^^! 사실 저도 그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