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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교사 류시진의 학생작품
 
 
 
카페 게시글
영상자료실 스크랩 [휴게실] 명화 패러디 광고들
자유 추천 0 조회 14 05.08.28 17:3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며칠 전에 다이아몬드 원석 업체인 드비어스 De Beers 의 광고 하나를 보게 됐답니다.



    찬란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보이는 모델의 머리 모양이며 자세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더군요...



    바로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대가 보티첼리 Sandro Botticelli (1446-1510) 의 “비너스 탄생”에 나오는 모습이었죠. 이렇게 비교해보니 원작의 비너스가 갖는 도도한 우아함은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지만요. ^^;


비너스 탄생 (1485-86), 보티첼리 작
캔버스에 탬페라, 172.5 x 278.5 cm, 우피지 미술관, 피렌체


    드비어스 광고 외에도 이 그림을 인용한 광고는 수없이 많은데 그건 물론 이 그림이 유명하기 때문이죠. 이 그림은 단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운동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하는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르네상스의 취지는 잃어버린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화를 부활시키자는 것인데, 이 그림은 바로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의 미(美)의 여신인 비너스의 탄생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그림 속의 여신은 바다 거품 속에서 태어나 지금 막 육지로 발을 디디려 하는 참이죠.

    이 그림의 비너스는 비록 나체이지만 관능적인 체취가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고대 신전에 서있던 상아와 황금으로 된 차가운 조상을 연상시킵니다. 그녀는 부활한 고대 예술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상징하니까요. 하지만 비너스가 원래 성(性)과 사랑의 여신이기도 하기에, 이 그림의 비너스도 은근한 관능미가 없지 않지요. 이 그림의 이런 다양한 면에 각각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패러디 광고들이 생겨났답니다.


    “비너스 탄생”의 관능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패러디로는 2002년 한국영화 "몽정기"의 포스터가 있죠. 여기서는 중학교 남학생들이 연모하는 교생 역의 김선아(요즘 삼순이로 유명한 그 분이군요 ^^)가 비너스로 나옵니다. 사춘기 소년들의 들뜬 성적 환상 속에서 그녀는 여신으로 재탄생하는 것이죠...

    반면에 오른쪽에 있는 어느 1959년도 잡지 광고는 “비너스 탄생”의 선언적인 면에 초점을 맞춥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가 고대 예술의 부활을 선언하는 것처럼, 당시로서는 첨단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은 모델이 광고 카피대로 새로운 "패션의 탄생"을 선언하는 것이죠.



    명화를 인용한 광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올해 초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청바지 업체 마리테 프랑수아 저버 Marithé et François Girbaud 의 유럽 광고도 보기로 할까요. 보시다시피 이 그림은 전성기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예수와 제자들이 여성으로 바뀌어 있지요.


최후의 만찬 (1498), 다 빈치 작
회반죽에 템페라, 460 x 880 cm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 밀라노

    올해 2월에 이탈리아 밀라노시 법원이 가톨릭 교회의 반발을 받아들여 이 광고의 게재를 금지했고 이미 설치된 포스터들도 철거하라고 명령했습니다. 3월에는 프랑스 파리 법원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고요. 회사 측에서는 이 광고가 종교와는 상관없이 그림을 패러디한 것뿐이라고 반박했지만 법원에서는 비둘기(오른쪽 아래를 보세요) 같은 종교적 상징들이 (비둘기는 가톨릭에서 성령의 상징입니다.) 상업적 광고에 쓰이는 것이 교인들을 충분히 불쾌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아마도 교회가 이 광고에 대해 분노한 결정적인 이유는 예수 역의 여성 옆에 두 여성 사도가 끌어안고 있는 남성 때문일 겁니다. 단지 그가 반라에 에로틱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에요. 다 빈치의 그림에서 이 남성에 해당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보세요. 이 인물은 원래 사도 요한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교회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있는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를 보면 이 인물이 사실은 막달라 마리아라는 주장이 나오거든요.




    만약 마리테 프랑수아 저버가 교회의 정통적인 견해대로 “최후의 만찬”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남성이라고 보고 성을 바꾸는 패러디를 했다면 광고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여성이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한의 자리에는 여성이 아닌 남성이 있거든요. 이것은 이 광고가 이 인물이 요한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라는 “다빈치 코드”의 견해를 받아들였다는 증거이지요.

    그럼 명화 속의 여성과 남성을 뒤바꾼 패러디 광고를 또 하나 볼까요. 이것은 어느 여성지의 광고라고 들었습니다.




풀밭 위의 점심 (1863), 마네 Edouard Manet (1832-1883) 작
캔버스에 유채, 81 x 101 cm, 오르세 박물관, 파리

    인상주의의 선구자인 마네의 이 그림은 잘 아시겠지만 발표 당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작품입니다. 나체의 여성은 저위 보티첼리의 비너스처럼 신화 속의 공간에만 머물러야 마땅하거늘, 일상의 공간에서 여신도 님프도 아닌 현실의 여인이 남자들을 옆에 두고 다 벗고 있다니 음란하고 천박하다는 것이었죠. 사실 여신으로 등장하든, 마네의 그림에서처럼 한량들과 교외로 피크닉 나온 몸 파는 여인들로 나오든, 누드는 결국 어느 정도 관음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려진 것인데 말입니다. 마네는 이 그림으로 위선적인 통념에 도전한 셈이죠.

    거기에 마네의 그림을 패러디한 위 광고는 그림 속 남성들과 여성들을 뒤바꿈으로써 또 하나의 통념을 깹니다. 그것은 언제나 관음하는 주체는 남성이고 관음의 대상이 되는 객체는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이죠. 이 광고에서 옷을 입은 여성들은 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나체의 남성이 화면 밖의 여성 관람자들을 향해 유혹적인 눈길을 보냅니다. 바라보는 사람은 여성이고 보여지는 사람은 남성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아까 다 빈치 이야기가 나왔던 김에 너무나도 유명해서 너무나도 자주 패러디되는 다 빈치의 “모나리자” 인용 광고들을 죽 한 번 볼까요.



    오른쪽 위는 1998년 게이트웨이 컴퓨터즈 Gateway Computers 광고인데 고객이 만족으로 미소 짓게 만들겠다는 이야기이고, 왼쪽 아래는 2001년 후지필름의 디지털 카메라 광고인데, 이 디카로 레오나르도의 작품 못지않은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죠. 오른쪽 아래는 패션업체 이브 생 로랑의 광고 일부이고요... 그럼 오늘은 여기에서 끝내고 광고로 재현된 명화 이야기를 다음에 마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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