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시험
(돈 줍던 날)
서민층이라선지 머니머니 해도 ‘머니’가 필요한 사람이고 그래선지 길을 가다가도‘거시기’를 잘 줍는데 거시기란 바로 돈 앤드. 지갑앤드. 핸폰앤드. 수첩 등등등...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땅을 파서 먹을 걸 찾는 돼지. 닭. 변견처럼 땅만 보고 다니냐? 그건 절대 아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 없이 살기를 소망하고 특별히 시야가 굉장히 넓어 사물이 확 들어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일뿐입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최초로 돈을 주었던 사건은 초등학교 다닐 때였으며 냇물에 떠내려가는 돈을 향해 그대로 물속으로 꽂혀 돈을 움켜잡았으나 그때야 내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어푸어푸 사람 살려’하다 보니 밖으로 밀려나와 겨우 목숨을 건졌는데 물론 ‘거시기’는 내 손안에 있었지요.
그 후에도 도시락 싸들고 취미로 돈 주우러 다니는 사람은 아니지만 낼 출국 할 사람 ‘여권’도 주어보았고 ‘전대’도 주어 돌려주는 등 미담도 많았지만 어느 날은 지갑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한잔하신 그 양반이 나더러‘소매치기’라는 폭언도 들었습니다.
생략하고7~8년 전 한 사건이 본론입니다.
(본론)
그해 1월1일은 열 달 동안 특별히 기도를 해야 할 일이 있어 교회에 나가 새벽잠을 물리치고 눈이오나 비가 오나 찬바람에 손끝이 갈라지는 아픔 속에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겨울을 보냈고 꽃피고 새 울어도 한 눈 한번 팔지 않았으며 해수욕장은 물론 오메~ 단풍 든 지도 몰랐습니다.
그것은 바로 큰아들이‘수능’을 보기 때문이었습니다.
행여 사탄에 유혹에 빠질까 말과 행동은 물론 온갖 것에 조심 또 조심을 하고 무사히 기도를 마친 그날 아들은 시험을 보러가고 전 갑자기 고모부님께서 돌아가셨다 해서 고향엘 갔습니다.
오후. 연세 드신 아버지께서 술에 취하셔서 횡설수설 하시는데 아무래도 집에 모셔다 드려야 할 것 같아 참으로 오랜만에 한적한‘전주 천’내가 초등학교 때 빠져 죽을 뻔했던 냇가 긴~둑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이젠 건강생각해서 술 좀 조금만 드세요’
‘야야 끄떡없다 꺼억~ 난 지고는 못가도 먹고는 간다.’
바로그때!
20여 미터 앞에 허연 ‘합죽선’과 직사각형에 종이 10여장이 제 넓~은 레이다에 확 걸려들었는데 직감적으로 돈이라는 생각에 다가가 보았더니 놀랍게도 합죽선은 합죽선인데 빳빳한 일만 원 권으로 만든 합죽선 즉 설명하자면 돈이 좍 부채 살 모양으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허걱!’
거액에 놀라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누가 볼까 살피며 부채 살을 오므려보니 이따만하게 한 3·~4백정도? 그리고 그 앞에 함 팔 때 땅에 징검다리 놓듯 줄줄이 놓인 그 종이는 동그라미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똥골뱅이가 6~7정도 찍힌 수표로 100 아니면 1000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제 천리안은 ‘그럼 이게 누구의 돈일까’하고 긴~둑을 앞뒤를 살펴보니 150여 미터 앞에 유모차를 몰고 가는 여자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견물생심’에 유혹도 없이 달렸습니다.
왜냐, 그것은 제가 열 달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를 했는데 이 마지막순간에 나와 내 아들을 거액으로 시험에 빠뜨리려는‘사탄의 유혹’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버지께서 절 부르셨습니다.
‘야, 그 돈이 끅~ 저 여자 돈이 아닌지 모르니까....끄윽~ 돈 주었다고 하지 말고 무신 물건 잃어버린 것 없냐고 꺼억~ 먼저 물어봐라 끅 그리고 저 여자 돈이 아니면 어떻게 할래?’
그 말씀에 숨은 뜻은 그 여자의 돈이 아니길 바랐고, 둘이 나누어 갖자는 뜻으로 해석되었으니 나를 낳으신 아버지 역시 ‘서민층’이었으며 그 서민이 술에 취하셨으니 돈에 욕심인들 없었겠습니까?
이때를 놓칠세라 제마음속에서 사탄이란 놈이 ‘야, 민층아 네 아들 서울 가면 등록금과 하숙집을 구해야하는데 너 돈 있어? 그리고 이달에 내야하는 열 달 삯 월세 있어?’ 유혹을 하는데 전 두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뛰었습니다.
‘아줌마 유모차 몰고 가는 아줌마 거그 서 보세요’
그리고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지혜 있는 말씀으로 물었습니다.
‘저 혹시 잃어버린 물건 없으세요?’
그러자 새댁은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예?’하는 짧은 대답과 동시에 주머니, 지갑, 유모차 등등을 살펴보더니‘아뇨 잃어버린 것 없는데요?’ 하는데 새댁의 돈이 아니구나 하고 아버지를 기다렸습니다.
‘야, 어떻게 됐냐?’
물론 전 그 사람 돈이 아니라고 했고 아버진 ‘야, 빨리 버스타자’하시는데 이대로 집으로 직행하면 그사이에 내 맘이 흔들려 내가 저지를 일을 생각하니 끔찍해서 파출소를 지나가는 사람께 물었습니다.
그때마침 버스가 오자 아버진 손을 잡아끌며 가자는데 저는‘그래 이대로 집에 가면 안 돼’마음속으로 소리치며 파출소로 향했습니다.
바로그때!
등 뒤에서 누가 부르는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저씨~ 거기 서 보세요 아저씨’
그 사람은 좀 전에 새댁으로 ‘아저씨 혹시 돈 주우셨어요? 그거 제 돈인데 돌려주세요.’하는데 ‘아니 웬 쌩뚱? 아까는 잃어버린 것이 없다고 해놓고 혹시 날 떠보려는 얕은 속임수?’
그래서 저도 시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돈요? 아닌데요? 돈 잃어 버리셨어요? 그리고 돈을 잃어 버렸다는 증거라도 있으세요?’
그러자 할 말이 없는 듯 머뭇머뭇 하는데 직감적으로 날 떠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새댁은 ‘아저씨 여기 이 서류봉투에 제가 돈을 넣어 유모차 밑에 싣고 왔는데 오다가 흘렸어요. 내일 은행에 입금 시킬 회사 돈이라서 내일 입금하려고 집에 두고 온줄 알았어요.’
하지만 어떻게 그 말과 봉투만 믿고 돌려주겠습니까. 그래서 혹시 그 안에 남은 돈이라도 있으면 그 사람 돈 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펴보았더니 정말 새 돈이 두 장 들어있었으니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전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이것은 내 돈이 아니고 가지고 있어봐야 아버지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 같아 얼른 꺼내어 주어버렸습니다.
‘아, 홀가분........’
그러자 새댁은 너무너무 좋아라하며‘아저씨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까요. 술이라도 한잔 사드세요’ 하며 오 만원을 돌려주었어도 제가 거절하였겠지만 달랑 ‘아저씨 고맙습니다.’하고 형식적인 인사를 남기고 행여 다시 빼앗아 갈까봐 도망치듯 달아나는데 아버지께서 새댁을 부르셨습니다.
‘끅~ 새댁, 돈을 찾아 주었으니까 나 술 한잔하게 만원만 주소, 그게 정이 아닌가?’
그러나 새댁은 쌀쌀하게 한마디를 남기고 아까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유모차를 덜컹덜컹 몰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할아버지 다음에 만나면 사 드릴께요, 이 돈은 입금 시킬 돈이라서 줄 수가 없네요.’
아, 인색함.....그렇게 큰돈을 찾아주었는데도 할아버지가 술 한잔하게 달라는 만원 한 장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새댁이 갑자기 얄미웠지만 꾹 참고 ‘아버지 제가 사 드릴께요 얼른 갑시다.’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그렇게 돈 줍던 날 사건은 끝났지만 새댁에게 한마디만 하지요.
‘새댁, ’고마움‘과 ’은혜‘란 그 즉시 작은 것이라도 표현해야지 그럼 못써요. 우리아버지를 다음에 만나면 술 사드린다고 했는데 돌아가셨어요. 영 갚을 길 없는데 언제 사 주실라우?’
그리고 전 그해 열 달 기도를 마치고 최후에 시험까지 물리친 값진 보상을 받았습니다.
울 아들이 당당히 대학에 합격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