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주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학 제품이 비닐이다. 특히 비닐 제품 중 우리와 가장 가까운 것이 PVC이다. PVC는 폴리염화비닐을 줄인 말이다. 보통 PVC하면 주로 회색 파이프를 연상한다. 단단하고 잘 부러지지 않는 파이프... 그러나 창틀과 축음기판도 PVC로 만든 것이 많다. 놀랍게도 자동차 의자 커버로 사용되는 피혁 대용품, 비닐커튼, 전깃줄 피복제, 음식 용기 덮개용 랩 訶?등 부드러운 제품도 PVC라고 부른다. 흔히 단단한 것은 경질 PVC, 부드러운 것은 연질 PVC라고 부른다. 어떻게 한가지 PVC가 어떤 때는 단단하고, 어떤 때는 부드러울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PVC가공을 살펴보아야 한다. PVC는 염화비닐을 중합해 주로 가루 형태로 얻는 고분자 물질로, 열에 약해 가공할 때 열 안정제를 첨가해야 한다. 열 안정제로는 납, 주석, 칼슘, 바륨과 아연염을 사용한다. 열 안정제 이외에도 쉽게 가공하기 위해 윤활유와 가공보조제도 넣는다. 충격을 받아도 잘 부스러지지 않게 다른 고분자 물질도 섞는다. 원하는 색깔은 유기염료와 무기질 안료를 섞어 얻는다. 이들 첨가제는 용도에 따라 잘 선택해야 한다. 특히 식품과 접촉하는 용기나 의료 기기를 제조할 때는 독성에 주의해서 첨가제를 골라야 한다. 한 예로 납화합물은 독성이 커서 상수도용 파이프 제조 시 열 안정제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대신 주석염을 많이 사용한다. 이상의 첨가제를 PVC에 섞어 가공하면 경질 PVC제품을 얻는다. 그러면 연질 PVC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경질 PVC제품을 제조할 때 사용하는 첨가제 이외에 잘 마르지 않으면서 PVC와 잘 섞이는 기름을 첨가하면 PVC의 고분자 사슬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해서 경질 PVC와 전혀 다른 부드러운 연질 PVC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기름을 가소제라고 부른다. 연질 PVC속에 있는 가소제가 증발해 버리면 부드럽던 PVC가 점점 거칠고 딱딱해진다. 버스 좌석의 새 비닐 덮개는 매우 부드럽고, 푹신하지만 오래된 것이 그렇지 못한 까닭은 가소제가 천천히 증발해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가소제를 사용하면 오랫동안 이 부드러움이 유지된다. 가소제의 독성 여부는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질 PVC는 혈액 저장 플라스틱 백의 제조에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은 가소제 사용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