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증에 시달리면서도 환경 파수꾼 역할
지렁이 관련 도서, 모임 등 활발한 ‘지렁이 다시 보기’
땅이 농약으로 산성화되어 딱딱하게 굳어가며 황폐화되자, 사람들은 비로소 지렁이가 해왔던 위대한 역할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지렁이가 사는 땅은 이제 생명을 회복한 옥토의 증거가 되었다. 땅속에 살고 있는 생물 무게의 80%를 차지하는 지렁이는 환경의 상징으로 ‘스타’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지렁이는 묵묵히 살았건만….
다윈의 지렁이 연구 “최초의 농토 경작자”
_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렁이를 ‘지구의 창자’라고 했다. 지렁이를 뜻하는 라틴어인 ‘룸브리쿠스(Lumbricus)’는 ‘대지의 장(腸)’이란 의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점토화석에는 ‘지렁이가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고 지렁이가 많은 곳에 수확이 많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의 의학서 <본초강목>에는 의약용으로 지렁이를 이용한 기록이 나온다.
지렁이가 과학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찰스 다윈에 의해서였다. 그는 생의 마지막을 지렁이 연구에 전념했다. <지렁이의 작용에 의한 옥토의 형성>이라는 저서에서 ‘쟁기가 발명되기 아주 오래전부터 이 지구상의 흙은 지렁이에 의하여 경운되어 왔으며, 인류 역사상 지렁이와 같이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는 동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40만 마리의 지렁이 환경 올림픽 상징으로 _ 세계 곳곳에서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지렁이의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
호주에서는 지렁이를 이용해 정화조 오물의 70~80%를 처리한다. 쿠바에선 지렁이가 ‘도시의 농부’로 불린다. 쿠바를 유기농의 메카로 만든 숨은 주역은 지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국에서는 사막화로 유실된 땅들을 복원하기 위해 지렁이 공법을 이용하고 있다. 캐나다,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도 환경오염과 음식, 산업 쓰레기 처리에 활용한다.
최초의 본격적인 환경 올림픽이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40만 마리의 지렁이가 함께 출전했다. 여기서 지렁이는 음식물 쓰레기의 재활용을 맡았다.
난지하수처리장의 분뇨를 비료로 바꾸는 지렁이 _ 우리나라에서도 난지하수처리장에서 지렁이를 이용해 분뇨를 비료로 바꾼다. 8400평의 밭에 분뇨 덩어리를 덮어두면 지렁이들이 이를 먹는다. 그리고 얼마 뒤 ‘분변토’를 배설한다. 이것이 양질의 비료가 되는 것이다. 경기 여주, 경남 남해, 울산시에서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도 지렁이 화분을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이 보급되고 있다.
작년 농림부는 지렁이를 ‘가축’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지렁이를 키우는 농가들도 시설비 등을 최대 2000만원까지 저리 정책자금으로 조달받고 태풍 등 재해시에는 보상도 받을 수 있다.
제7회 풀꽃상 수상자는 ‘지렁이’ _ 2001년,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제7회 풀꽃상 수상자로 지렁이를 선정했다. 그 이유가 진지하다.‘먹이사슬의 최하위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면서, 혐오증과 모욕에 시달리면서도 아랑곳하지 않다가 마침내 생태계 파괴에 의해 서서히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데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뒤늦은 애정의 마음으로.’
지렁이가 싫어하면 인간에게도 해로워
국립환경연구원 최훈근 박사
98년부터 지렁이에 관심을 갖게 되어 각 가정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지렁이를 키우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다. 먼저 큰 화분이나 단단한 나무 상자 혹은 플라스틱 통에 흙을 담고 낚시가게에서 지렁이를 1~2천원어치 사다가 풀어놓는다.
지렁이에게 주는 먹이, 즉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지렁이 몸무게만큼. 만약 지렁이가 한 주먹이라면 하루에 소화하는 먹이의 양도 한 주먹 정도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주고 난 다음에는 흙으로 잘 덮어 공기에 노출되지 않게 하고 물도 약간 뿌려 흙을 축축하게 해준다. 그러면 나머지 처리는 똑똑한 지렁이가 다 알아서 한다.
지렁이는 썩을 수 있는 물질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잘 먹는다. 종이, 개똥, 개수대 쓰레기, 헝겊, 안 먹는 게 없다. 단, 신문지 등 중금속이 있는 것은 안 먹는다. 만약 사람이 먹는 것을 지렁이에게 주었는데 잘 안 먹는다 싶으면, 그 음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뭔가 해로운 물질이 있다는 증거다.
“세상을 맑게 하고도 하심인 지렁이를 본받고 싶어요”
‘멋진 지렁이’ 회원 이경란씨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지렁이 화분의 한쪽을 파서 음식물 쓰레기를 넣어요. 지렁이가 다 먹으면 울퉁불퉁했던 흙이 평평하게 정리가 돼 있지요. 먹고 끝내는 게 아니라 뒷정리까지 잘하는 걸 보면, 지렁이가 대단한 일꾼이다 싶습니다.”
연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이경란씨(43). 그녀는 올 4월부터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고 있다. 마포두레협동조합 내의 여덟 가정이 모여 ‘멋진 지렁이’라는 모임을 만들면서였다.
“생태마을을 만들기 위해,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생각했어요. 그게 지렁이 화분을 키우는 일이었습니다. 지렁이는 세상을 깨끗이 하잖아요. 그리고는 했다는 내색 없이 금방 흙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그런 지렁이를 본받자는 의미에서 ‘멋진 지렁이’라고 모임 이름을 정했습니다.”
넉 달 정도 지나니 화분에 분변토가 가득 찼다. 회원들은 그 흙을 얼마 전에 분양했다. 이웃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이경란씨는 지렁이에게 먹이를 주다 보면 지렁이를 기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고 한다.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렁이 안내 정보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일꾼
에이미 스튜어트 저. 달팽이 발행
4000년 전 고대 수메르인들은 지렁이가 우글거리는 곳에 농사를 지으면 수확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자연의 파수꾼’으로서의 지렁이를 재조명했다.
지구를 구한 꿈틀이 사우르스
캐런 트래포드 저. 현암사 발행
‘지렁이 아줌마’로 알려진 저자가 지렁이를 통해 본 인간의 역사와 환경 변화를 보여준다. 아기 지렁이 ‘꿈틀이 사우르스 2세’를 주인공으로 땅을 기름지게 하는 지렁이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지렁이 굴에 들어간 브루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구닐라 잉게브스 저. 주니어파랑새 발행
곰 인형 브루노를 통해 지렁이의 생태를 소개한다. 지렁이의 겨울나기, 지렁이의 천적과 굴 파는 법 등. 지렁이가 ‘자연의 쟁기’ 노릇을 얼마나 톡톡히 잘 해내는지 보여준다.
지렁이를 키우고 싶으면
- 서울YWCA에코센터 http://cafe.daum.net/ywcaecocenter의 ‘꼬불이’방
-‘지렁이 박사’국립환경연구원 최훈근 박사에게 메일을 보내면 안내해 드립니다. chg0202@me.go.kr
첫댓글 너무너무 기쁜날입니다!!.. 막둥이 초등학교 졸업이에요 막둥이도 읽고 있어요 졸업에 참석할려고 잠시 머물며~ 막둥이와 많이 배우고 나갑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매일 웃는날 되시길~~요!!^^♪♬~~~
아고..추카합니다. 졸업은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힘찬 출발을 빕니다.
많은 관심 지속적으로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