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신의 정원, 할롱베이
1950년 프랑스의 아세트 출판사가 선정한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할롱베이. 전설만이 유일하게 그 존재의 유래를 설명해주는 그곳에는 인간의 역사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대자연의 비경이 있다. 석회암 구릉대지가 오랜 세월 바닷물과 비바람에 침식돼 빚어낸 3000여개의 섬과 기암으로 이뤄진 할롱베이의 비경과 그 가치는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자연 공원으로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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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롱베이로 가는 길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시작된다. 하노이의 바딘광장에 있는 호치민의 영묘 앞에는 끝을 찾을 수 없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호치민은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 민족의 독립을 위해 희생했던 현대 베트남의 역사다. 프랑스의 식민지 시대를 거쳐 세계 강대국에 의해 남과 북으로 나뉜 불운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호치민은 베트남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왔으며 끝내는 독립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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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 차로 3-4시간 거리에 있는 할롱베이는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 공산군들의 은신처로 유명했다. 할롱베이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휴식처일 뿐 아니라 호국전설이 서린 곳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란 이름의 할롱베이는 바다 건너에서 쳐들어온 침략자를 막기 위해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보석과 구슬을 내뿜었는데 그 보석과 구슬들이 갖가지 모양의 기암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긴 세월에 걸쳐 자연이 조각해낸 이 기묘한 조각의 세계에는 개, 귀부인, 물개, 사람머리, 엄지 손가락 등 이름이 붙어 있는 기암만도 1000여개나 되며 물빛 햇빛 그리고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삼라만상의 아름다움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할롱베이의 섬들은 석회암층이 지각변동을 겪으며 융기하여 육지화 된 것이다. 석회암 층의 발달한 절리면을 따라 빗물이 스며들면서 섬 안에 거대한 동굴이 형성되었는데 그중 띠엔꿍(천궁)동굴은 가장 아름다운 석회 동굴로 꼽힌다. 웅장하고 높은 천장을 4개의 종유석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는데 수억 년의 세월에 걸쳐 물과 석회암이 빚어낸 종유석과 석순의 기기묘묘한 형상은 동굴 밖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별천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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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롱 만에는 밧줄로 연결해 묶은 해상 가옥들로 이뤄진 20-30가구의 수상 촌이 있다. 작은 배에 3대가 모여 살며 축전지를 이용해 TV도 보고 개도 키운다. 관광객을 상대로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을 팔아 생활하는 이들은 깎아지른 절벽의 섬 대신 파도가 없는 잔잔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할롱베이의 석회암 지대는 닌빈의 땀꼭 지대로 이어진다. 땀꼭은 ‘육지의 하롱베이’라 불리는 곳으로 기묘한 석회암 동굴이 비경을 이루는 곳이다. 땀꼭은 ‘세 개의 동굴’이란 의미다. 실제 이곳에는 ‘항카’, ‘항하이’, ‘항바라’라는 동굴이 있다.
영화 <인도차이나>에서 베트남의 공주인 주인공 카미유는 독립군들과 함께 할롱베이로 숨어든다. 그녀는 할롱베이에서의 생활을 통해 조국이 처한 식민시대의 슬픈 현실을 체감하고 독립 운동에 투신하게 된다. 베트남의 파란의 역사 속에서도 고스란히 살아남은 할롱베이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 주는 세계적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베트남 지켜온 수호의 상징이다.
[KBS 2TV 문화기행 세계의 유산 재방송은]
http://www.kbs.co.kr/2tv/sisa/worldheritage/view/vod/1845511_38524.html
[아래 사진은 2007년 1월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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