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천, 수원, 대전, 청주, 전주 등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보면,
광주광역시를 거치기 직전 꼭 들리는 지역이 있다.
그 곳이 바로 노령 산줄기를 끼고 있는 장성군.
전남 지역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지만, 실상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한산하기만 하다.
주변의 두 거대 교통통로인 '장성역'과 '광주광천터미널'에 제대로 밀려,
시외버스 정류장으로서의 역할이 꽤나 미미한 실정이다.
실질적으로 바로 옆의 광주와 정읍과 고창을 제외하면 아예 시외버스 편성이 없다시피한 실정이기 때문에,
수시로 열차가 운행하는 철도와의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며,
장성 주민들은 광주광천터미널에서 외지로 나가는 버스를 이용한다.
시외버스가 발달하지 않은 덕에 군내버스의 비중이 굉장히 커져,
현재 장성터미널은 광신고속과 장성교통 시내사업부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군내버스가 없으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장성터미널'인 것이다.

장성시외버스터미널은 장성역에서 도보 5분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전남 지역에서 거의 유일한 역-터미널 도보연계 가능지역이기도 하다.
장성터미널에서 나오면 바로 호남선의 전차선이 보일 정도로 가기도 쉽다.
그 때문에 하루종일 택시들이 역과 터미널을 계속 왔다갔다하며 분주히 움직인다.

장성터미널 차고지에서 바라본 외부 풍경.
호남선 철길이 바로 앞을 딱 가로막고 있다.
그 옆으로는 삼거리와 함께 지하도가 나타나는데,
지하도 방면으로 철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들어가면 장성역이 바로 나온다.
마침 지하도에서 나온 군민운수 로얄미디가 차고지로 들어가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장성시외버스터미널'도 아닌 '장성공용버스터미널'.
장성의 상징인 홍길동 마크가 건물 왼편에 걸려있다.
홈도 굉장히 좁고, 건물 자체도 굉장히 조그맣다.
그도 그럴것이, 서울 가는 버스가 하루 3회밖에 운행하지 않으며,
그나마 있는 시외버스도 광주행 버스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군내버스가 승차장을 점거하고 있을 뿐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아주 조그맣게 툭 튀어나온 플랫폼이 귀엽기만 하다.
1~2번홈이 시외버스와 광주행 100번 시내버스가 정차하고,
나머지 3~5번은 100번을 포함한 각 방면의 장성 군내버스가 정차한다.

장성의 밥줄 '황룡시장'을 거쳐 옥정, 봉덕 방면으로 운행하는 로얄미디 군내버스.
편성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호남선 옥정역을 폐역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장성에서는 시외버스도 적고, 열차도 많지 않은만큼 군내버스의 역할이 아주 막중한 것이다.

완전히 광주광역시 생활권으로 예속되어 있는 화순, 담양만큼은 아니지만,
장성 또한 광주 생활권에 속해있는 '광주의 위성도시'나 마찬가지다.
금남로, 양동시장 등 광주의 주요지역으로 연결되는 장성의 대표 시내버스 100번 버스.
100번 버스가 장성에 있는 시내버스 중 노선 길이가 가장 길지만,
배차간격은 장성 시내버스 중 가장 조밀하다.
물론 100번 말고도 광주방면 시외버스가 운행하기에, 장성터미널에선 광주로 가는 사람들 덕에 한 시도 잘 날이 없다.

이미 운행을 마치고 장성터미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군내버스.
요즘엔 보기 힘들어진 'KIA' 마크가 눈에 띈다.

100번 버스를 포함하여 로얄미디, 글로벌900, 에어로타운 등 각기 다른 차량들이,
장성터미널 공영차고지에서 나란히 잠을 자고 있다.
명색이 시외버스터미널이지만, 실제로는 차고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깔끔하고 아담한 장성터미널 건물 내부의 모습.
아담한 외부모습처럼 내부공간 또한 협소하고 좁다.
요새 새로 신축되는 터미널 건물들은 대개 규모를 크게 부풀리는 것이 특징인데,
이 곳은 그와 반대로 아담하고 아기자기하게 건물을 지어 놓았다.
쓸데없이 예산낭비를 하지 않은 상당히 실용적인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광주행 시외버스,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고창행 시외버스,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정읍행 시외버스, 그리고 하루 3회 운행하는 서울행 고속버스.
이 것이 장성터미널에서 운행하는 시외/고속버스의 전부다.
물론 대산, 상무대, 해리, 영광, 장성댐행 시외버스도 일부 있긴 하지만 수요도 매우 적고 편수도 거의 없는 실정.
그 때문에 비좁은 버스 매표소는 24시간 한산하기만 하다.

터미널 내부와 승차장은 썬팅이 되어있는 통유리로 분리되어 있다.
그 때문에 버스가 언제 오는지, 언제 떠나는지는 눈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어 좋다.
아담한 규모의 슈퍼와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전국 어떤 터미널에서던 흔하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철길이 보이는 터미널 입구 반대편으로 나와보면,
정말 이런 곳에 터미널이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터미널이 보이지 않는다.
원래 건물을 새로 신축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이 터미널의 정문이었겠지만,
정작 그런 '입구'에서 터미널이 보이지 않는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터미널이 보이지 않는 공간 뒤로는 높은 산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 앞의 사거리는 지어진지 한참 된 2~3층짜리 건물들이 주루룩 이어진다.
주변엔 황룡시장과 장성군청 등이 위치해 있어 이 곳이 바로 시내와 연결되는 셈이다.
하지만 시내에서 터미널로 오려고 하면 정말로 터미널을 찾기가 힘들 것 같다.
깔끔하게 정돈된 터미널처럼, 장성터미널의 주변도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한 것이다.

마침 장성, 사거리를 거쳐 백양사로 들어가는 로얄미디 시외버스가 들어왔다.
장성의 유명관광지인 '백양사'로 가기 위해 엄청난 인파의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든다.
비록 로얄미디 시외버스지만 리클까지 되는 꽤 좋은 옵션의 차량이다.
겉과 속이 다른 차량처럼,
장성터미널도 바깥에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둘러보는 것과 샅샅히 파고들며 살펴보는 것이 엄청나게 차이날 것이다.
과연 이 터미널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잠시 고뇌해본다.
그리고는 나의 진짜 모습도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