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내를 다니다 보면 모스크바는 외국산 자동차 전시장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외제차가 많다. 전세계에서 생산된 다양한 모델들이 모스크바를 누비고 있는데, 그 중에서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독일차와 일본차 그리고 최근 들어 한국차 등이다. 물론 러시아산 모델인 “지굴리”, “라다”, “볼가” 같은 차도 많다. 이렇듯 최근 러시아에서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만큼 외국산 자동차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7일 러시아 공업.에너지부 장관 흐리스텐코는 푸틴 대통령에게 지난해 러시아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총 1,600,000 대에 이르고, 이미 올해 200,000 대 이상 팔렸다고 보고했다. 또 러시아 정부의 평가에 따르면 이런 경향은 2010년까지 계속될 것이며 금액으로는 연 3백10억불, 양적으로는 연 2백8십만대의 자동차 시장규모로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과 관련해 러시아의 자동차 시장의 최근 동향을 보다 상세히 살펴 보도록 하자.
러시아에는 이미 6개의 회사가 외국산 자동차의 합작조립생산을 하고 있다. <포드 모토스 콤파니>의 “포드”, <아프따또르>의 “KIA” “BMW” “Hummer”, <아프또프라모스>의 “Renault”, <따가스>의 “Hyundai”, <이지아프또>의 “KIA”, <GM아프또바스>의 “Chevrolet Niva” 등이다. 그러나 “Nissan” “Skoda” “Volkswagen” “Toyota” “Mazda” “Land Rover” “DaimlerChrysler” 같은 메이커들은 러시아 현지조립생산에 대해 어떠한 의견 표명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본 신문 니혼게이자이가 작년 8월 보도한 이래 설로만 나돌았던 도요다 자동차의 러시아 현지공장 설립에 관한 프로젝트가 마침내 상뜨 - 뻬쩨르부르그 지방정부와 현지공장 설립에 관한 각서를 다음주에 체결할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현실화되었고, 이에 관해 러시아 경제발전 무역부 투자정책과장이 4월 14일 공식 확인했다. 그럼 완성차 형태로만 러시아로 수출하던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업체 “도요다”가 러시아 현지에서 직접조립생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발전 무역부 장관인 게르만 그리프는 “이미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몇몇 유수의 외국 자동차 업체들의 현지조립생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의 요인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였다” 라고 지적하며 “곧 이런 관세장벽은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미 유수의 외국 자동차 업체들과의 현지조립생산에 대한 협상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조치 안의 내용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12~15%에서 3~5%로 낮아질 것이며, 약 60개 품목에 대해서는 거의 0%에 가까운 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이미 러시아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에 대해 마지못해 다음과 같이 일반적인 측면 만을 언급했다. 즉 “새로운 자동차 생산회사가 러시아 시장에 현지생산의 형태로 진입한다면, 보다 질 좋은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에 있어서 이익이다”. 다른 외국계 회사들은 훨씬 비판적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F씨는 “정부가 서명한 조치 안은 매우 모순적이다. 다시 말해 이 안은 러시아로 진입하려는 회사들을 오히려 옭아 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라고 언급했다.
반면 <세베르스탈-아프또>의 사장은 정부 조치안이 나오기 전 경제발전 무역부에 관세인하에 대해 제안서를 보냈고 결과적으로 아주 좋은 성과를 얻었다. 이 회사의 홍보담당과장인 조이 카이키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경쟁력 있는 수입차의 국내 생산을 가능케 하리라고 보고 있다. 즉 “최근 2년간 우리는 신차의 수입증가와 외국산차의 국내조립생산이라는 경향을 정확히 관찰해 왔다. 관찰 결과 정부의 결정은 소비자에게 보다 값싼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좋은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조립생산 합작 회사들은 약 15~20%의 하락된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까운 장래에 러시아가 WTO에 가입하게 되면, 수입 외국산 자동차의 가격하락을 유발하는 완성제품에 대한 관세인하는 불가피하며, 이로 인한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도요다 자동차는 위에서 언급한 시장상황을 종합한 결과 부품관세 인하로 인한 현지 조립생산이 완성차 수출보다 유리하며, 유럽지역에서 자신들의 생산능력을 확장하기를 원했고, 앞으로 있을 가격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략적 선택에 봉착한 시점에서 현지 조립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도요다 자동차는 2005년 4월 26일 상뜨-뻬쪠르부르그 근교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공개 할 예정이며, 도요다 자동차와 상뜨,-뻬쩨르부르그 지방정부는 수백억불에 이르는 투자에 관한 합의에 서명할 계획이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도요다 자동차는 경차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러시아에서 베스트 셀러로 알려진 소형인Corolla와 중형인Camry 이 두 모델을 상뜨-뻬쩨르부르그 현지공장에서 조립생산 할 예정인데, 연 약 15,000대 규모가 될 것이다. 더욱이 도요다 자동차 사장은 이 공장은 합작회사의 형태가 아니라 전적으로 일본경영진에 의해서 운영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도요다 자동차의 현지조립공장 후보지로 상뜨-뻬쩨르부르그가 결정된 과정에는 몇 가지 잡음이 있었다. 즉 상뜨-뻬쩨르부르그가 속해 있는 레닌그라드광역구. 모스크바 속해있는 모스크바 광역구 그리고 니제가라드스카야 광역구 이 세 지역이 도요다 자동차 현지조립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했었다. 그리고 2004년 11월 1일 도요다 자동차 사장단은 직접 니제가라드스카야 광역구의 바르스키라는 지역을 공장건설 타당성조사를 위해 직접 둘러 보았다. 그러나 2005년 1월 도요다 자동차 사장단은 공장후보지 결정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발표했으며, 결국 상뜨-뻬쩨르부르그로 결정 됐다. 이에 관해 니제가라드스카야 광역구의 바르스키 시장인 블라디미르 이바노프씨는 “이 결정은 정치적인 것이다”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모스크바 통신원 박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