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렌차이즈 치킨회사에서 경리업무를 맡고있다.
한마리의 치킨이 각 가정에 배달되기까지의 과정은 참으로 많은 공정이 필요하다.
바로 그 공정의 재료를 파는 곳이 곧 프렌차이즈 회사인데 나는 엄청 운 좋게 참으로 없는 실력에
취직이 되어서 내딴에 곧잘 한다고 생각하면서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즐거움으로 근무를 한다.
페이도 분에 넘치고 대우도 분에 넘치고 등등 분에 넘쳐서 늘 감사만 넘치다가도 가끔 맘쌀 눈쌀 찌푸려야하는
현실에 직면하기도 하면 짜증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른 아침이면 서울 남부와 경기남부 지역에 배송을 맡고 있는 여덟명의 배송기사님들과 일을 하게 되는데
배송기사님들이 출고와 검수를 동시에 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물류과장님과 종종 트러블이 나기도 한다.
배송기사님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절대적으로 재고를 맞출 수 없음을 알기에 나는 배송기사들에게 최선의
친절과 최상의 대우를 하려고 나름 애를 쓴다
그 이유는 치킨의 가장 대표적인 재료인 원료육과 부분육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물류과장님의 책임하에서 슬그머니 내게 넘어오더니 아주 내 업무가 되고 말았다
뭐 ~ 맡겨주면 또 해내야 하는 것이 회사일 아니겠는가싶어 내딴에 골몰하게 연구^^한 결과 직접적인 출고를
담당하고 있는 배송기사님들과 돈독한 관계유지를 필수적으로 갖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철저하게 관리한다싶은데도 어느날 어느 순간 발가벗은 닭들은 홰를 치고 소리없이 날아가기도 하고
구워놓은 훈제닭마저도 퍼덕이는 날개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통에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며칠전 닭80수가 없다고 난리 난리.....여덟대의 차를 다 뒤집었는데도 없으므로 입고에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며 물류과장님을
몰아세우고.....
그런데 오후에 여덟대중 한대에 80수 고스란히 실려있다고 소식이 전해져왔다.
다음날 그동안 이무롭게 지내는 기사님 엉덩이를 발차기로 내지르면서 에라이 ~~ 빵아~~~ 하면서
코치님한테 배운 은어를 써먹었다^^
그때까진 좋았다
그러저러 그날 건은 닭이 돌아왔으므로 잘 넘어갔는데 그 다음날 또 20수 한짝이 통째로 진짜 없어진것이다
배송기사님들 말에 따르자면 감쪽같이 없단다....쩝
어쨌거나 그 건으로 입고문제냐 출고문제냐를 놓고 따지는 가운데 서서 cc티비를 돌려보기로 했다
상자를 세어보던 물류과장님 정확하게 들어왔단다...헐~~~~~
다음날 부장님께 보고했더니만 결손처리 하자고 기안을 올리라 하셔서 열심히 기안서 작성하고 있는데
위에서 지시 받은 부장님 왈
'물류과장하고 하경주임님하고 시말서 쓰라고 하시네요"
"부장님 너무하시는거아녀요~ 아니 제가 닭이 오는 걸 봅니까
닭을 내리는걸 봅니까 닭이 나가는 걸 봅니까~~~ 전 서류만 만지는데 어찌하여 제가 시말서를 써야하나요?"
"어떻게해요 위에서 지시인데요 우리도 다 아는데 그냥 하경주임님께서 써주시면 안될까요?"
내 생전에 무슨 시말서 쓸 일이 있을까싶어 시말서를 어찌 쓰는지에 대해 도통 관심이 없었기에 양식을 알리가 있겠는가
위의 대리님께 시말서 양식을 주십사했더니만 ㅋㅋㅋㅋ 근무중 썼던 시말서 3장을 네이트온을 쏘시는거였다 ㅎㅎㅎ
그 내용을 읽어보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면서 예전에 들었던 심할서 이야기가 떠오르는거였다
지인중에 후배가 kbs방송국 국장이었는데 부하직원에게 시말서를 쓰게 했더니
심 할 서~~~~ 요래 써왔더람서 명문대 나온 놈이 어떻게 심할서라고 쓰냐면서 혀를 끌끌 차던 기억이 난 것이다. ㅎㅎㅎ
대리님이 썼던 시말서 내용을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잘 만들어써서 부장님께 올렸더니 많이 미안해하시는데
상무님께서 가라사대
"하경주임님 출세했네 시말서는 진짜 직원들한테나 받는건데.... ㅎㅎㅎㅎ"
다음날 아침~~ 배송기사님들에게 " 나 시말서 썼거든~~~~~~ 날 꼭 이리 만들어야되겠나~~~
닭좀 지키도~~~~"
배송기사님들 이구동성으로 난리 난리~~~ 왜 하경누님이 시말서를 쓰냐
직원들한테 검수해달라고 해라~ 한동안 시끄러운걸 기분좋게 듣고있다 한마디
"야~~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시말서 쓰라하겠누~~
모두 책임을 같이 져달라는 뜻으로 ...모두 생각하게 하려고......입고도 확실하게 다시 점검하고
출고도 다 같이 책임져달라는 뜻으로 날 얹어 경종을 울림서 부탁하는거 아니겠어?
그치만 내 일생에 딱 한번의 시말서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겠지만 더는 쓰게말그라 알았제~~~~"
이렇게 내 시말서 사건은 심할서라는 웃음의 기억과 더불어 층층 겹쳐서 아름다운 회억의 한페이지로 남을 전망이다
이 나이게 시말서 쓰는 사람~~ ㅋㅋㅋ
있으면 나와 보시라^^
첫댓글 엉덩이를 발차기 하면서
에라이~~빵아~~~ㅋㅋㅋㅋㅋㅋ
그 20수는 정말 어디로~~
ㅎㅎㅎ ~~~~
전 매우 즐겁게 일하고 근무하고 ㅎㅎㅎㅎㅎ
월급안올려줘도 되니까 계속 일만 하라고 했음 차암~~ 좋겠어요^^
족구를 향해 불타는 집념이 아름답게 꽃 피우시길!!
ㅎ 잼있네요
아이고 숨도 제대로 못쉬게 바쁨서
우에 들어왔다요 ㅎㅎㅎ 이쁜 그대여^^
ㅎ 잼있네요
어느 직종이든 남모르는 애로가 다 있군요....꽁뜨 작가로 데뷔하셔도 될듯합니다.^^
그동안 사건이 많았지요
503번이 탄생하기까지
대한민국 역사에 회오리 바람이 불었듯이
제 직장사에도 바람이~~~
산들산들 불다가
씽씽 불다가
회오리쳐 불다가
돌풍으로 불다가,,,,,,,,
ㅎㅎㅎㅎ
책으로 엮어내면 배꼽잡을까봐
조심조심 생각중이에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