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SBS에서 주말 저녁에 하는 <이웃집 웬수>라는 드라마입니다. 이혼한 부부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이혼이라는 주제가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데, 그것을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밝고 건강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혼에 대해 다시 돌아보며 생각하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참 좋은 드라마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제(토요일) 한 쌍의 남녀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했습니다. 주례를 신랑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 했는데, 그도 이혼한 처지입니다. 그런데 그가 주례사를 했습니다. 그것을, 다시보기 동영상으로 보다가, 되새기고 싶은 말이 있어 여기에 옮겨놓습니다. 우리의 관계가 그 사장이 권면하는 것처럼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사실 전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정확히 저도 27년 전 주례 선생님 앞에서 여기 있는 신랑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플 때나 어떤 고난과 시련이 와도 옆에 있는 신부를 사랑하겠다고 서약했습니다.
그렇지만 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있는 신랑의 주례 부탁을 받아들인 것은 사람의 인연과 결혼에 대해서 주제넘게 한 말씀 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남녀의 인연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 있는 신랑 신부가 서로가 자신의 인연이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섰다면 축복받을 일입니다.
오늘 가족과 친척과 친구들의 축복 속에서 부부의 인연을 시작하는 이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인연임을 믿었으면 합니다. 믿고 싶어서가 아니라 믿음 그 자체이길 바랍니다. 일상 속에서 살다보면 두 사람을 맺어주었던 사랑은 어느새 그 실체를 알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위기에 닥쳐봐야 얼마나 제대로 사랑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건 딱 그만큼만 사랑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매일같이 처음의 믿음을 기억하고 날 믿었던 그 사람을 고마워하십시오. 내가 믿었던 그 사람을 연민으로 바라보십시오. 고마운 마음과 연민을 잃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떠한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하지 못했던 일을 이 두 사람에게 충고하는 것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두 사람의 사랑이 끝까지 오래 참고 온유하길 바랍니다."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