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감과 러브레터(현진건)의 주인공 ‘B사감’에 대한 6단계 토론
윤영란(지도 : 김슬옹 교수님). 날짜 : 2009.05.11.
*작품 출전 : B사감과 러브레터, 현진건 삼중당문학
논제 : ‘B사감과 러브레터’의 주인공 B사감은 학생들을 바르고 정숙하게 이끌기 위해 엄격한 규율을 적용한 파수꾼이었나, 아니면 자신의 연애에 대한 욕망을 감춘 채 학생들의 연애를 방해한 이중인격자였나?
1단계 문제 설정
‘B사감과 러브레터’의 주인공 B사감은 학생들을 바르고 정숙하게 이끌기 위해 엄격한 규율을 적용한 파수꾼이었나, 아니면 자신의 연애에 대한 욕망을 감춘 채 학생들의 연애를 방해한 이중인격자였나?
2단계 주장
학생들을 바르고 정숙하게 이끌기 위해 엄격한 규율을 적용한 파수꾼이었다.
3단계 주장의 근거
B사감은 자칫 남자들의 꾐에 빠져 학업을 외면하고 연애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기숙생들을 구하기 위해 철저하게 남성들로부터 격리시키고자 한다. 이는, 믿지 못 할 존재이자 여자들을 잡아먹으려 드는 마귀에 지나지 않는 남자들로부터 뿐만 아니라, 연애가 자유이자 신성이라는 악마가 지어낸 환상으로부터 기숙생들을 안전하고 정숙하게 지키고자 하는 구도자의 역할이었다.
4단계 예상 반박
그러나 B사감은 정작 자신의 연애에 대한 욕망과 남성에 대한 갈구를 억누르지 못한 채 깊은 밤, 러브레터를 읽으며 혼자만의 연애를 한다. 그 자신 스스로 정숙하지 못한 언행과 상상을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B사감은 기숙생들뿐만 아니라 자신마저 유린한 이중인격자에 불과하다.
5단계 예상 반박에 대한 반박
B사감도 이성에 대한 자연스런 욕구가 솟아나는 사람이다. 단지, 그가 맡은 교원이자 기숙사의 사감이라는 역할이 그의 연애에 대한 자연스런 욕구를 기숙생들 앞에서 표현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일 뿐, 밤마다 이성을 탐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밤거리를 배회하지는 않았다. 만약, B사감이 남녀간 연애의 촉발제인 러브레터나, 남자들의 기숙생 면회에 대하여 관대했다면 기숙사 전체의 기강 해이는 물론, 기숙생들의 일탈이 만연했을 것이다. 따라서, B사감은 자신의 욕망을 억누른 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파수꾼이었다.
6단계 종합 정리
남자와 여자의 관계도, 연애의 모습도 시대를 닮아간다. 당시의 유교적 관행과 여성에게 억압적인 행태로 정절을 강요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떠올린다면 B사감의 언행불일치는 당연한 것이 아닐까? 널뛰기를 하며 담장 밖을 훔쳐보던 시대는 지났더라도 ‘남녀칠세부동석’의 여파 속에 스치는 손끝 하나만으로도 찌릿찌릿 전기를 느끼던 때였으니 말이다.
공부를 위해 모인 학교 기숙사에서의 공동생활은 엄격한 규율과 질서가 요구된다. 저마다 우여곡절의 사연을 품은 채 공부를 위해 기숙사로 들어 온 여학생들이 자칫 남자의 유혹과 연애의 감정에 사로 잡혀 공부를 게을리 한다면, 뿐만 아니라 그 학생으로 인해 연애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바람이 기숙사 전체에 퍼진다면, 과연 그 기숙사는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B사감이 야박하고 매몰차긴 했어도 그 자신 역시 기숙생들 앞에서 감추고 억눌렀던 연애에 대한 상상과 정신적 도발을 밤새 추스르며 달래지 않았던가. 기숙생들에게 들킨 것이 오히려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이 눈물겨운 노력만으로도 B사감은 스스로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