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수요 유발을 하지 않아야
며칠 전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학원 교습 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는 입법을 하고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일단 환영할 일이다. 지난 해 서울시 의회 한 의원이 밤 10시까지로 제한된 서울시 학원 영업 시간 제한을 철폐하는 조례 개정안을 내면서 “공부 많이 하다가 죽은 아이 본 적이 없다”는 망언을 했던 것을 생각할 때 진일보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 큰 기대를 거는 국민은 거의 없다. 우선 이러한 입법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한다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단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많다. 지금도 시도 단위의 조례 차원이지만 학원 영업 시간 제한 규정이 있지만 이에 대한 단속을 거의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하나의 큰 세력으로 자리를 잡은 사교육 업체를 정부가 당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가 한편으로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칼을 빼들면서 다른 한편으로 사교육을 조장하는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 사교육은 고등학교 단계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단계의 사교육 시장은 이미 포화가 되어버렸다. 그러자 사교육 시장에서는 새로운 사교육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 중학교나 초등학교 단계에서의 사교육 수요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러한 사교육 업체의 요구에 발맞추어 나온 정부의 정책이 특목고 확대 정책이었다. 이전에도 특목고가 있긴 했지만 아주 소수의 학생들만 준비를 했다. 그런데 특목고를 확대하면서 이제는 서울시의 경우 중학생의 절반 정도가 특목고 준비를 하게 되고, 또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준비를 하면서 특목고 준비 사교육 시장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러한 특목고 사교육 수요를 줄일 대책을 내놓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자율형 사립고’라는 새로운 정책을 통해 이제 대입 단계 뿐 아니라 고입 단계에서부터 완전 경쟁 체제로 내모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중입 단계에서 국제중 신설을 통해 또 다른 경쟁과 사교육을 창출하고 있고, 초등학교 영어 강화 정책을 통해 유치원과 초등 단계에서의 영어 사교육 수요를 엄청나게 늘리고 있다.
학원 영업 시간 제한 자체는 올바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책을 계속 내놓으면서 또 다른 한편에서 이를 줄이겠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에 불과하며, 국민들의 피로감만 더해줄 뿐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특목고 정책과 자율형 사립고 정책 제고를 통해 고입 단계에서의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