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교수 연재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14
몽매주의
일찍이 니체는 서양 몽매주의(蒙昧主義 obscurantism)를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몽매주의라는 흑마술(black art)의 정수는 개인의 이해를 어둡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계관을 칠흑처럼 깜깜하게 만들고 우리의 존재관을 어둡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원시인이 문명인보다 더 잘 알 이유는 나변에도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 우리는 고대인들처럼 샤머니즘적으로 큰 돌, 큰 나무, 큰 강, 큰 바다에 영혼이 있고 이들이 의도적으로 인간의 길흉화복과 생사에 영향을 끼친다는 미신을 믿어야한다. 지금도 석기시대에 사는 아마존 원시인 야노마미족들은 그리 믿고 산다. 뿐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경천동지하게 지금도 선진국모임인 OECD의 회원국 대한민국에 존재한다. 인가를 받은 대종사 중에도 그런 분이 있다. 공개적으로 주장한다.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의심하는 이들을 꾸짖으며 가르친다. 그리 신심이 없이 의심하면 안 된다고. 물, 눈, 비, 우박, 구름, 천둥, 번개를 주관하는 용도 믿어야한다. 이런 사람들은 베다교도들처럼 이들을 신격화해서 섬기며 고대인들처럼 황홀경에 빠져사는 게 합당하다. 그런 황홀경은 ‘망상성황홀증후군(妄想性恍惚症候群 delusional trance syndrome)’이라 한다.
인류역사상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장 고등종교인 불교의 최고경전으로 숭앙받는 화엄경에도 이런 물신, 불신, 바람신들이 무리지어 등장한다. 용신(龍神 naga)도 등장한다. 그 때문인지, 어처구니없게도 그래서 슬프게도, 불교계에는 아직도 이런 신들이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화엄경 등의 종교경전은 키로 까불러 미신은 날려 보내고 위대한 사상만 취할 일이다. 여기서 '키'는 ‘관찰과 사유思惟’, ‘지관(止觀 잡념과 잘못된 선입관이 없는 깨어있는 마음)’, ‘과학적 탐구심’, ‘심사(尋伺 넓고 깊은 지식과 사유에 기초한 직관과 통찰)’ 등 일체의 지성적인 힘이다.
부처는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을 부정했는데, 어찌 관세음보살에게 복을 비는 것이 가당한가? 관세음은 신설 길흉화복(吉凶禍福)부 종신직 장관이란 말인가? 우리가 관세음보살에게 비는 동안에는 절대로 우리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사티수행이나 화두수행이나 비파사나수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으로 자기마음을 지켜봐야하거늘, 소원으로 가득 찬 마음이 무슨 수로 자기를 바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