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원조는 울진
망망대해 동해바다 절경을 끼고 7번 국도를 달리면 영덕 고래불해수욕장을 지나 울진으로 들어선다. 도로변에는 커다란 대게 형상이 시선을 붙잡는다. 비록 지금은 그 명성이 영덕으로 넘어갔지만 그래도 울진이 대게원조라는 사실을 애써 알리려는 듯 눈알을 부라리며 움직인다. 주민들은 "대게의 본고장은 울진"이라고 강조한다. 예부터 울진이 대게의 주산지였는데, 이 대게를 교통이 편리해 큰 장이 서는 영덕으로 가서 팔았다. 영덕은 대게의 생산지가 아니라 집산지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시나브로 영덕이 대게의 본고장이 되어버렸다는 것. 원조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울진대게 유래비'가 있다. 후포해수욕장, 후포항 방면의 해안도로로 달리면 거일리 바닷가에 우뚝 서 있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 따르면 울진대게는 14세기초 고려때부터 울진의 특산물로 임금님께 진상됐고…' 이렇게 적혀 있다.
#불영계곡과 불영사 그리고 관동팔경
다시 북으로. 관동팔경 월송정(越松亭)과 망양정(望洋亭)이 기다린다. 신라 화랑들이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즐겼다 해서 명명된 월송정은 사실 주변 송림이 더 인상적이다. 정자 내에 진열된 정조와 김시습의 시를 감상하며 동해를 감상해보자. 망양해수욕장 건너편 언덕배기에 선 망양정은 조선 숙종이 관동팔경의 그림을 보고 그중 이곳이 가장 낫다고 해 '관동제일루'라는 친필 편액을 보냈을 정도로 아름답다. 두 곳 모두 동해의 손꼽히는 일출명소이기도 하다.
월송정과 망양정 사이 구간은 탁 트인 동해를 배경으로 멋드러진 기암절벽과 운치있는 소나무, 드넓은 백사장이 일품이다. 망양휴게소를 지나선 7번 국도 대신 반드시 해안도로인 920번 지방도를 타자. 시종일관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소나무를 정수리에 이고 있는 촛대바위는 가히 압권이다.
망양정을 본 후엔 봉화 근남 방면 36번 국도로 갈아타자. 볼거리가 줄줄이 기다린다. 쉬리 갈겨니 꺽지 등 50여종의 토종 민물고기를 볼 수 있는 산교육장 민물고기 전시관,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의 촬영지인 행곡리 운치있는 대숲과 천연기념물 409호 처진 소나무를 잇따라 만난다. 시간이 날 경우 민물고기 전시관 가는 반대편 길쪽에 천연기념물 155호인 석회동굴인 성류굴도 둘러보자.
또 있다. 불영계곡과 불영사. 이 두 곳을 빠뜨리면 울진땅 구경은 '앙꼬없는 찐빵'. 굽이치는 물길과 암봉 위에 듬성듬성 곧게 자란 적송이 장관인 15㎞의 장엄한 불영계곡은 우리땅 최고의 계곡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불영계곡의 자궁 속에 위치한 천년고찰 천축산 불영사는 비구니 절집답게 정갈한 분위기가 감돈다. 주차장에서 오솔길로 20분 정도 걸어야 만난다. 천축산 부처바위 그림자가 절 가운데에 위치한 연못에 비춰져 명명됐다 전해온다.
해발 999m 응봉산 기슭에 위치한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 참고로 울진 남쪽 끝단에 백암온천도 있지만 부산서 출발할 경우 여행일정 상 덕구온천이 편리하다.
41.8도의 약알칼리성인 덕구온천은 특히 등산 등 운동 후 근육피로를 푸는 데 특효가 있어 산꾼들과 국내 프로야구 및 축구선수들이 찾아와 휴식을 겸해 온천욕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녀와 함께라면 온천욕 후 물놀이와 휴식을 겸할 수 있는 스파월드를 이용하자. 아이들은 미끄럼도 탈 수 있는 유아풀에서, 어른들은 덕구계곡의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다.
새해 일출명소로 유명한 응봉산의 산행시간은 5시간. 하지만 가족끼리라면 4㎞ 구간의 덕구계곡만을 삼림욕을 겸해서 걸어보자.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고 길이 평탄해 노인들과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자연용출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원탕의 광경과 용소폭포 선녀탕 등 볼거리가 탄성을 자아낸다. 또 계곡 중간 중간에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시드니 하버브리지 등 세계 유명 다리를 축소해서 만들어놔 이국적인 풍경도 만끽할 수 있다.
귀가길엔 죽변항도 들르자. 드라마 '폭풍속으로'가 촬영된 죽변항 세트장은 비취색 망망대해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인근 봉평해수욕장 입구에서는 신라 법흥왕때 율령반포 사실을 입증하는 국보 242호 울진 봉평 신라비도 빠뜨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