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외국어로서 가르쳐지기 시작한 것은 외국인과 접촉하면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언제부터인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적어도 신라 聖德王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續日本紀」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乙未 令美濃·武藏二國少年 每國二十人習新羅語 爲征新羅也
(續日本紀, 天平寶字五年正月乙未條)
그리고 그 뒤 일본에서는 1720년 유학자 雨森芳洲가 「通詞」의 부족을 통감하여 「韓語司」의 설립을 對馬 藩主에게 건의하였고, 1727년에 「韓語司」의 설립을 보게 하였다(松原, 1997). 이것이 아마도 최초의 한국어 교육 기관의 설립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交隣需知」와 「隣語大方」 등은 이때 저술된 조선어 학습서이다. 중국에서는 宋나라 孫穆이 「鷄林類事」를 짓고, 明나라 때 「朝鮮館譯語」가 간행되어 각각 고려어와 조선어 학습의 계기가 마련된 바 있다.
그러나 그 뒤 한국어 교육의 발전은 별로 볼 수 없었고, 근자에 들어서 체계적으로, 또한 널리 확산되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국력이 신장되고 경제적으로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는 1922년까지만 하여도 조선어과가 설치된 대학이 5개밖에 안 되었는데, 오늘날은 4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의 경우는 韓日 국교정상화가 되던 1960년대에 한국어 강좌를 개설한 대학이 5개에 불과하였는데, 오늘날 65개교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밖에 호주와 미국의 대학 입시제도인 HSC(High School Certificate)와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II에 각각 한국어가 선택과목으로 채택됨으로 이들 나라에서는 초·중등학교에까지 한국어가 정식 선택과목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오늘날 약 50개국에서 한국어가 가르쳐지고 있으며, 대학 및 연구기관만 하여도 약 300개 기관에서 한국어가 가르쳐지고 있다. 한국어는 이제 세계적인 학습 대상이 되어 있다.
한국어 교육은 이러한 역사를 지닌다. 그러나 본격적인 교육이 꾀해진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이렇다할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국가적 수준의 교육과정도 만들어져 있지 않으며, 교재 또한 부실한 편이다. 거기에다 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교사를 양성하는 제도권 안의 교육기관이 없다. 한국어 교육을 위한 이렇다할 교수법도 개발되어 있지 못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한국어 능력시험이 실시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한국어 교육은 이제 옴치고 뛰어야 한다. 법적 제도적으로 틀을 다잡아야 하겠고,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여 혁신적인 발전을 꾀해야 하겠다. 오늘날 한국어는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고, 한국어 교육은 민간 외교·문화 사절을 양성하는 것이요, 외국에 우리의 자원 인사를 파견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한국어 교육의 과제를 살펴 발전을 모색하고, 나아가 그 전망을 하여 보기로 한다. 고찰의 대상은 학습자료, 학습지도의 방법, 교육과정, 교육평가, 교사 양성 등으로 하기로 한다.
2. 한국어 교육의 과제
2. 1. 학습 자료
학습자료는 중핵적 자료와 보조자료로 나누어진다. 중핵적 자료란 물론 교과서를 의미한다. 교과서는 교육과정(敎育課程)을 충실히 반영한 하나의 자료로, 흔히 학습지도는 이에 따라 꾀해진다. 그러나 학습이 이 중핵적 자료에 의해서만 꾀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보충하는 보조자료에 의해서도 꾀해진다.
한국어 학습자료는 앞에서 가볍게 언급한 바와 같이 만족스러운 것이 못 된다. 게다가 양적으로 충분하지도 못하다. 학습자의 언어의 특질을 고려해 언어권에 따라 교재가 달리 만들어져 있지 않고, 표준형이 만들어져 두루 쓰인다.대조언어학은 외국어 교육의 좋은 조언자인 것이다. 그리고 교재는 사용될 지역의 사회 문화적인 배경도 고려하여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어 교육에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에 좋은 학습자료의 개발을 위해 유의할 점과 함께 한국어 교재의 실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다양한 학습자료를 개발하여야 한다.
중핵적 자료와 함께 각종 보조자료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는 중핵적 자료조차 제대로 개발하여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대부분이 아주 부실한 편이고, 양적으로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교육은 교사와 함께 교재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좋은 교재를 개발하여야 하겠고, 개발의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겠다. 보조자료는 문자 자료 외에는 별로 보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문자자료도 독본과 회화의 두 종류로 되어 있는 것이 고작이다. 다양한 자율학습 교재가 마련되고 보충자료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각종 시청각 자료도 만들어져야 한다. 중핵적 자료에는 교사용 지침서가 붙어 있어야 한다.
둘째, 학습자의 언어를 고려한 학습자료가 개발되어야 한다.
대조언어학이 외국어 교육의 전부는 아니지만 대조언어학적인 연구는 외국어 교육에 좋은 조언자임에는 틀림없다. 학습자의 모어와 목표언어의 비교는 한결 학습을 수월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학습자의 언어를 중심한 각종 교재개발을 함이 바람직하다.
셋째, 학습 내용을 체계적으로 배열하여야 한다.
교육과정이 제정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학습 내용을 배열하여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학습 목표가 고려되어야 하고, 학습자의 발달 단계가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어휘 문장의 난이도를 고려하여야 한다.
단계에 따라 난이도가 적절한 어휘, 문장이 선정되어야 한다. 이는 물론 교육과정에 의하여야 하나, 교육과정이 구안되지 않은 한국어 교육의 경우 한국어 능력시험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어휘빈도 조사를 하여 기본어휘도 작정하여야 한다.
다섯째, 학습동기 및 목적에 부합되는 학습자료를 개발하여야 한다.
과정 설계(Course design)에 따라 학습자의 학습동기 내지 학습목적에 부합하는 교재가 마련되어야 한다. 진학 취업, 여행, 취미생활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다양한 교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여섯째, 교수법을 고려한 학습자료가 개발되어야 한다.
이는 우선 학습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학교 교육과 사이버 공간과 같은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전통적 교수법이냐, 새로운 교수법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L법(Audio-lingual Approach)에 의한 교재인가, 커뮤니커티브 어프로치(Communicative Approach)에 의한 교재인가에 따라 교재 구성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국내의 교재들은 대부분 A-L법을 염두에 두고 편찬한 것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 손호민 교수 등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것은 퍼포먼스 위주의 교수법(Performanced-based Foreign Language Instruction)에 근거한 것이다.
교재는 학습자의 학습 내용과 학습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이는 관점 반영의 기능, 내용 제공 및 재해석의 기능, 교수·학습 자료의 제공 기능, 교수·학습 방법의 제시 기능, 학습 동기의 유발 기능, 연습을 통한 기능 정착의 기능, 평가 자료의 제공 기능 등을 지닌다 (노명완, 1998) 따라서 좋은 교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교재에는 학습목표가 설정되고, 학습 내용이 선정 조직되며, 학습 경험의 과정과 평가가 담겨야 한다. 이러한 교재는 독본식이거나, 단원식 체재를 취하는데, 단원은 통합단원, 영역별 단원, 절충식 단원 가운데 어느 하나를 택하게 된다. 단원을 구성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한국교육개발원, 1979)
① 단원의 학습 목표 제시
② 학습할 개념적 요소의 제시
③ 내용과 관련된 자료의 제시
④ 실험·관찰·조사를 통한 발견·탐구 혹은 표현·감상·실습 등 활동 방법 제시
⑤ 학습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나 방법의 제시
⑥ 학습한 내용의 결과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제시
한국어 교재는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하여 볼 때 대부분이 함량 미달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재들 가운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서 개발한 교재들은 그런 대로 애써 제작한 흔적이 보인다. 이들 기관의 교재는 독본 교재와 회화 교재로 나뉘는데, 두 교재들 사이에는 체재나 내용면에서 별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독본을 중심으로 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학습 목표, 학습 활동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둘째, 체재는 독본식과 단원식 편제에, 통합단원 형식으로 기울어져 있다.
보다 바람직한 것은 통합단원이다.
셋째, 제재의 구성은 대체로 본문-어휘- 문법-연습으로 되어 있다.
연세대의 교재는 “문화해설”과 “이야기해 봅시다”를 설정해 독창적이다.
넷째, 학습 내용은 필요(needs)와 상황이 고려된 다양한 것이다.
이러한 점은 바람직한 것이다.
다섯째, 문어보다 구어 위주로 편찬되었다.
외국어의 학습은 문어보다 구어를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섯째, 그림을 곁들여 편찬되기도 하였다.
고려대학교본과 서울대학교본에는 그림이 곁들여 있다. 이는 외국어 학습을 한결 부드럽고 편안하게 해 주는 것으로 바람직한 편찬 태도다.
이렇듯 이들 교재는 A-L법 위주의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재는 교수법과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으므로 새로 편찬할 때는 이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외국어 학습에는 모국어의 간섭이 심하므로, 모국어에 따라 다른 교재가 개발되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모국어의 특성에 따른 교재가 개발되지 못하고, 표준형만이 개발되어 쓰이고 있는데, 대조언어학을 바탕으로 한 개별적인 것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학습자의 욕구가 감안된 다양한 교재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 부언할 것은 한국어 학습 교재로서 CD ROM을 개발, 이를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미국, 호주에서 개발된 것이 있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에서 일본어권의 교재가 개발된 것이 있다. 젊은 세대를 네티즌이라고 하거니와, 컴퓨터가 그들의 친구가 되고 있다. 따라서 CD ROM은 좋은 학습 자료가 될 것이다. 더구나 이는 외국과 같이 학습자가 산재해 있는 지역에서 그 효과를 드러낼 것이며, 주입식 교육 아닌, 상호작용에 의한 완전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2. 2. 교수·학습의 방법
국어교육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천양지판으로 다른 것이다. 국어교육은 이미 우리말을 아는 사람에게 우리말을 올바로 사용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우리말을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한국어 교육은 국어교육과 다른 이러한 학습상의 차이부터 알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어의 학습지도법, 말을 바꾸면 외국어 교수법은 이미 많이 개발되어 있다. 따라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지도할 때에는 이러한 지도법을 활용하거나, 따로 한국어 교육을 위한 적절한 교수법을 연구 개발하여 사용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전통적인 외국어 교수법으로는 문법-번역법이 있었다. 이는문법을 습득하고, 문장을 번역하는 학습이 중심을 이루는 것이다. 이 교수법은 19세기 중반 말하는 교육의 필요에 의해 비판을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때에 새로 개발된 것이 자연법(自然法)이다. 이는 20세기에 들어와 개발된 직접법(直接法)의 기초가 되었다. 직접법은 20세기 전반에 구미에서 번창하였다. 1920년대 후반에는 직접법과 문법중심의 교수법을 병합한 방법이 외국어 교육의 주류를 이루었다. 1940-60년대에는 구조주의 언어학 및 행동주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외국어 교수법이 개발되었다. 이것이 외국어 학습이란 새로운 습관의 형성이라 보고, 의미보다 문장의 구조를 중시하고 구두 연습과 문형연습을 강조한 이른바 A-L법(Audio-lingual approach)이란 것이다. 1960-70년대에는 생성문법 이론자들에 의해 A-L법이 비판을 받게 되었고, 1970년대 이후에는 새로운 교수법과 커뮤니커티브 어프로치(Communicative Approach)가 제창되었다. 이때 「새로운 교수법(non-conventional)」이라 일러지는 교수법으로는 전신반응법(Total Physical Response), 침묵법(Silent Way), 공동사회 언어 학습법(Community Language Learning), 암시법(Suggestopedia), 자연법(The Natural Approach) 등이 있다. 이밖에 의사소통 능력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협의의 의사소통법(Communicative Approach)이 강조된다.
이러한 외국어 교수법은 한국어의 특성을 고려해 교육에 적절히 원용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를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은 비슷하다. 그것은 교수법에 관심을 가진 교사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문법-번역법이거나,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A-L법에 주로 의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 그 가운데도 하와이 대학 등에서는 퍼포먼스 위주의 새로운 교수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앞에서 교재를 살펴본 국내 세 대학 연수 기관의 교수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경향을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지 않는다.
다양하게 변화 있는 교수법을 활용하여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둘째, 직접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학습의 목적이 우선 구어에 의한 의사소통에 있다고 볼 때 당연한 것이다. 거기에다 학습자들을 모국어별로 분반하여 교육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초급에서는 절충법을 쓰기도 한다.
셋째, A-L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대학에 와 수강하고 있는 성인에게는 이 방법이 다른 방법에 비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학습자들은 이미 모국어의 문법 교육을 받은 바 있어 목적언어를 모어와 비교 대조함으로 학습효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형의 반복 연습을 통하여 습관형성을 하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반복 연습은 적정한 수준을 유지할 때에만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ve competense)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넷째, 새로운 교수법(non-conventional)이 별로 활용되지 않는다.
앞에서 제시한 소위 「새로운 교수법」은 별반 활용되고 있지 않다. 새로운 교수법은 학습단계와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될 수 있다. 한국어 교육에는 이러한 교수법을 적절히 도입하여 활용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밖에 학습지도 현실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
첫째, 구두 반복연습이 주류를 이룬다.
학습지도의 과정은 대체로 범독- 따라 읽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문법 설명, 다시 반복해 읽기, 그리고 연습 문제로 들어간다. 연습문제는 과제로서 처리되기도 한다. 학습지도가 이러한 과정을 밟고 있으므로 구두 반복연습이 주류를 이룬다.
둘째, 초급 단계에서는 구어에, 중고급 단계에서는 읽기 쓰기에 중점을 둔다.
초기 단계에는 A-L법을 써 반복 훈련을 주로하고, 그 다음 단계에 읽기, 쓰기와 같은 문어 지도를 한다. 한국 문화에 대한 지도는 고급 단계에서 해 한국어다운 한국어를 할 수 있게 한다.
셋째, 중핵적 학습 자료 외에 비디오나, 녹음 자료 등을 활용한다.
고급 과정에서는 교과서 외에 비디오나, 녹음 자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때는 자유롭게 발표도 하고 토론도 한다. 교재의 학습량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다양한 학습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넷째, 학습환경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
대학의 연수기관은 어학실습실 등 교육 시설이나, 지도 교사의 질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어학실습실은 활용도가 높지 않으며, 교사 가운데는 자질이 부족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일러진다.
이상 교수·학습의 방법을 살펴보았거니와 한국어 교육에서는 편향된 교수법을 취할 것이 아니라, 학습자나 학습 단계를 고려하여 다양한 교수법을 시도함으로 교수·학습에 변화를 주도록 하여야 하겠다. 특히 A-L법은 기계적인 반복을 하므로 학습이 단조해지고, 학습 의욕을 잃게 한다. 그리고 기계적인 연습이 잘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커뮤니케이션에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점을 지닌다. 이러한 단점은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중핵적 자료만이 아닌 다양한 학습자료를 통해 학습지도가 꾀해지도록 하여야 한다.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시청각 자료를 통한 학습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2. 3. 교육과정
교육과정이란 전통적으로 「단위 과정에서 이수해야 할 내용의 목록」을 의미한다. 국가 수준의 한국어 교육과정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교육과정은 물론 학습 과정, 학습 대상, 학습 목표 등에 따라 달리 구안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국가 수준의 보편적인 한국어 교육의 교육과정은 이러한 변인 위에 놓인 것이라 하겠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한국어 능력시험의 기준 및 각 교육기관의 교육과정 구안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주게 된다.
한국어 교육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구안할 것인가? 과정 설계(course design)에 있어 체계적 교육과정의 설계는 욕구 분석, 대상, 시험, 자료, 교수, 평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이렇게 구안할 수는 없는 일이다. Bachman은 언어 평가(Language testing)의 목적을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보고, 이 능력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Bachman, 1990).
1) 언어 능력(language competence)
(1) 조직 능력(organizational competence)
① 문법적 능력(grammatical competence)
② 문맥적 능력(textual competence)
(2) 화용적 능력(pragmatic competence)
① 발화수반 능력(illocutionary competence)
② 사회언어학적 능력(sociolinguistic competence)
2) 전략적 능력(strategic competence)
(1) 판단(assesment component)
(2) 계획(planning component)
(3) 실행(execution component)
3) 심리생리학적 기제(psychophysiological mechanism)
한국어 교육의 목표도 의사전달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의 신장에 있으므로, Bachman의 이론에 따라 교육과정을 구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보다 손쉬운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첫째 한국어 능력시험, 둘째 외국어 능력시험, 셋째 외국어과 교육과정을 참고하여 작성하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한국어 능력시험을 중심으로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교육과정과 평가는 상호간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말하면 아무래도 교육과정이 우선 제정되어 있어야 하고, 평가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아직 교육과정이 제정되지 않았는데 능력시험부터 치르고 있으니 순서가 바뀐 것이다.
한국어 능력시험은 1997년부터 실시되었다. 이는 점수제 아닌, 등급제로 되어 있으며, 초급(1,2급), 중급(3,4급), 고급(5,6급)으로 대별된다. 평가 영역은 언어의 4기능과 어휘 및 문법으로 되어 있으나, 말하기는 시행에 어려움이 있어 아직 실시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평가의 영역은 수용될 수 있는 것이긴 하나 좀더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 그것은 언어교육의 평가 영역은 일반적으로 언어의 기능과 언어 지식 및 문학이 들려지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이중언어, 또는 제2언어 사용자가 되기 위하여는 언어와 함께 그 문화를 학습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어 능력시험에는 등급별로 「인정 기준」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인정 기준」은 교육과정의 내용 설정에 좋은 참고가 된다. 이들 「인정 기준」은 그대로 학습 내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능력시험」의 「인정 기준」은 「사회문화적인 요구」와 「언어 능력」의 둘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언어능력」은 다시 「기본 학습목표」와 「어휘」, 「문장」, 「발음」으로 나뉜다. 이러한 「인정 기준」은 물론 검증된 것은 아니나 전문가의 검토 끝에 작성된 것이므로 어느 정도 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 능력」은 기본 학습 목표를 제시하고, 어휘, 문장, 발음면에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기본 학습목표」에서 언어의 기능에 대한 목표를 제시하고, 「어휘」, 「문장」, 「발음」에서 한국어의 지식 체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기준으로서 간략하게 제시해 놓은 것이어 충실한 것은 못 된다. 따라서 교육과정에서는 이로써그러나 교수요목과 교수·학습 단계를 가늠하고 확장해야 한다. 이러한 「인정 기준」은 한국어만이 아니라, 외국어의 그것도 아울러 참고할 때 좀더 나은 교육과정을 성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어 능력시험의 「인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1급 : 고도의 문법·한자(2000자 정도)·어휘(10,000어 정도)를 습득하고, 사회생 활을 하는 데 필요하는 데 필요한 동시에, 대학에서의 학습· 연구의 기초로서도 기여할 종합적 일본어 능력 (일본어를 900시간 정도 학습한 수준)
2급 : 약간 고도의 문법·한자(1000자 정도)·어휘(6000어 정도)를 습득하고, 일반적인 사실에 대해 회화가 가능하고, 읽기 쓰기를 할 있는 능력(일본어를 600시간 정도 학습하고, 중급 일본어 과정을 수료한 수준)
3급 : 기본적인 문법·한자(300자 정도)·어휘(1,500어 정도)를 습득하고, 일상생활에 기여할 회화가 가능하고, 간단한 문장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일본어를 300시간 정도 학습하고, 초급 일본어 과정을 수료한 수준)
4급 : 초보적 문법·한자(100자 정도)· 어휘(800어 정도)를 습득하고, 간단한 회화가 되고, 평이한 문장, 또는 짧은 문장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일본어를 150시간 정도 학습하고, 초급 일본어 과정 전반(前半)을 수료한 수준)
일본어 능력시험의 「인정 기준」은 세 가지 측면에서 규정되어 있다. 그것은 첫째, 문법·한자·어휘의 습득 정도, 둘째 일상에서의 일본어 능력의 정도, 셋째 학습 시간의 정도가 그것이다. 이는 「한국어 능력시험」의 「인정 기준」과 비교할 때 몇 가지 다른 점을 보여 준다. 그것은 문법면의 기준이 모호하고, 어휘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발음면의 기준이 거의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어 능력시험에서는 어휘 교육에 대한 기준을 특히 참고할 수 있다. 일본어 능력시험이 제시한 어휘수는 한국어 능력시험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말을 바꾸면 한국어 능력시험이 많은 어휘량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교육부의 외국어과 교육과정의 어휘수와 비교해 보아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한국어 교육과정에서는 이를 검토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를 위하여는 또 영어과 교육과정을 참고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 제정한 제7차 교육과정은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과 「고등학교 선택 중심 교육과정」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영어과 교육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른다. 아울러, 외국 문화를 올바르게 수용하여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고, 외국에 소개할 수 있는 바탕을 이룬다.
가. 영어에 흥미와 자신감을 가지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기른다.
나. 일상생활과 일반적인 화제에 관해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한다.
다. 외국의 다양한 정보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라. 외국문화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기른다.
영어의 경우는 한국어와는 달리 영어라는 특수성보다 외국어를 대표하는 언어로서의 교육 목표가 제시되어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의 경우도 이와 같은 정신에서 교육과정에 교육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은 크게 「내용 체계」와 「학년/단계별 성취 기준」으로 나뉘었다. 여기 「내용 체계」가 우리의 교육과정 구안에 크게 참고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내용 체계」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언어의 기능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언어의 4기능을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함양시키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의사소통 활동」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제시되어 있다.
(2) 의사소통 활동
. 의사소통 활동은 음성언어 활동과 문자언어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3) 언어 재료
. 자연스러운 언어활동을 위하여 아래의 소재, 문화, 언어, 어휘, 단일 문장의 길
이를 참고한다.
국가 수준의 한국어 교육과정은 아직 아무 데서도 구안해 보려는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 능력시험이 꾀해지고 있고, 호주의 HSC, 미국의 SATII에 한국어가 선택과목으로 들어가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현실이고 보면 한국어 교육의 표준 교육과정은 하루 빨리 편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교재가 제작되고, 평가가 이루어져 한국어 교육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이상 한국어 교육과정 구성을 위한 논의를 하였다. 이는 역순이긴 하나 「한국어 능력시험」의 기준을 참고로 교육과정을 구안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 외국의 능력시험, 교육부의 영어 교육과정, 국어과 교육과정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소견도 아울러 밝혔다. 특히 일본어 능력시험의 어휘 규정, 영어교육과정의 「의사소통 기능과 예시문」, 「기본 어휘표」 등은 한국어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활용되어야 할 귀중한 자료라는 것도 인식하여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과정을 위한 기본어휘 조사 등 사전 조사 연구가 시급히 꾀해져야 한다.
한국어 일반의 국가적인 수준의 교육과정이 아닌 각종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은 국가적 수준의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습 목표, 학습자, 학습 단계 등에 따라 적의 구안하여야 한다. 이는 코스 디자인의 과정에서 수행되어야 할 일이다. 이러한 예로는 서울대학교 어학연구소의 「한국어반 교육과정」을 볼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체재로 구성되어 있다.
I. 총목표 II.급별 목표 III. 기능별 목표- 1.듣기, 2.말하기, 3.읽기, 4.쓰기 IV. 교육 내용- 1.문법 사항 2.어휘 3.기능, 주제 및 상황
국내의 한국어 교육 기관은 영세한 것이 많다. 소수 그룹을 지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에 코스 디자인부터 교사가 전부 맡아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 교사는 교육과정 구안법도 잘 알아 두어야 하겠다.
교육과정 외에 실러버스의 문제도 있다. 실러버스에는 구조적 실러버스, 기능적(機能的) 실러버스, 장면 실러버스, 화제(話題) 실러버스, 기능(技能) 실러버스, 과제(課題) 실러버스와 같은 것이있다. 한국어 교육에는 흔히 구조적 실러버스와 기능(技能) 실러버스가 많이 활용된다. 학습자의 필요성이 다양해지고 있는 오늘날이고 보면 하나의 실러버스로 한정짓지 말고, 각 실러버스의 장점을 수용하여, 필요하다면 두세 개의 실러버스를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러버스의 선택에 따라 교수법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코스 디자인을 할 때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 4. 교육 평가
평가는 흔히 학습 평가와 수업 평가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습평가만이 평가의 전부인 양 의식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평가는 학습자에 관한 것이라는 미시적 관점에 사로잡혀 교재·교수법·교육과정 등 프로그램의 평가라는 거시적 관점이 도외시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도 이러한 평가의 타성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좀더 바람직한 교수·학습을 위해서는 미시적 평가만이 아니라 수업평가와 거시적 평가도 아울러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어의 학습 목표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communicative competance)을 기르는 데 있다. 물론 학습 단계에 따라 그 목표는 달라진다. 학습평가의 목표는 이러한 교육 목표가 된다. 평가의 방법은 관찰법, 질문지법·면접법, 사례연구법, 테스트법 등이 있다. 한국어 교육에서 주로 활용되는 것은 이 가운데 테스트법이다.
테스트는 평가의 한 구체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테스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나, 크게 집단준거 테스트(norm-referenced test, NRT)와 목표준거 테스트 (criterion-referenced test, CRT)의 둘로 나뉜다. 집단준거 테스트는 기준준거 테스트라고도 하는 것으로 개인의 상대적 차이를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능력시험(proficiency test), 배치시험(placement test)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대해 목표준거 테스트는 도달기준준거 테스트라고도 하는 것으로 수험자가 도달 목표의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를 분명히 하고, 개인내의 신장을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학력시험(achievement test), 총괄시험(diagnostic test)이 여기에 속한다. 테스트를 할 때에는 ① 사용 목적, ②측정 내용, ③ 측정 기능(技能), ④ 출제 형식과 채점 방법, ⑤ 실시 방법, ⑥ 결과의 해석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형식을 선택하여야 한다.
한국어 교육에서는 진단평가나 형성평가가 제대로 꾀해지지 않고, 총괄평가만이 중시되는 것으로 보인다. 학습자의 학습 상황을 파악하여 교수활동 및 학습활동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형성평가가 중시되어야 한다. 이때 종합력 테스트와 함께 요소별 테스트도 꾀해져야 한다. 그래야 학습자의 학습 실태를 좀더 잘 파악할 수 있다. 흔히 빈칸채우기라 일러지는 클로즈법(Cloze procedure)은 언어의 종합력을 테스트하는 좋은 평가법이라 일러진다. 다지선택식, 단답 쓰기, 글짓기 등 다양한 방법이 하나의 테스트에 종합된 백화점식 종합력 테스트 일변도의 테스트는 지양되어야 한다. 테스트를 실시할 때는 학습 내용과 관계가 없는 능력시험과 학습 성취도를 시험하는 학력시험을 구별하여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학습 능력이 제대로 평가된다.
구두발표력 테스트는 발음 테스트, 응답 테스트, 회화 테스트, 스피치 테스트 요약 테스트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때 형성평가를 할 경우에는 항목별 채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해력(聽解力) 테스트는 다른 기능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문자 사용을 자제하여야 한다. 다지선택식의 경우 주변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모든 선택지에 OX 표기를 하는 것이 좋다.
문자·어휘력 테스트의 경우 한글은 청해력과, 한자는 어휘력과 관련시켜 다룬다. 한자계와 비한자계 학습자를 의식하여 발문을 달리 하여야 한다. 어휘량(어형, 어의), 조어, 단어의 문법적 기능, 관용어, 단어의 출자(出自) 등이 평가 대상이 된다.
문법력 테스트는 어미, 조사, 자타동사, 문형, 대우법, 성분의 호응, 구문 등이 대상이 된다. 이 때 대조언어학적 입장에서 평가를 수행함이 효과적이다. 화용(話用)에 관해서도 마땅히 테스트해야 한다.
독해력 테스트는 종합력 테스트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이는 내용 이해에 중점을 두느냐, 구문 이해에 중점을 두느냐로 나뉜다. 테스트의 방법으로는 다지선택식, 문답식, 문장 조합하기, 뒤섞인 문장·문절 바로잡기, 클로즈법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작문력 테스트는 이해 아닌 사용력을 측정하는 경우 객관적 방법이 아닌, 글을 지어 보게 하는 주관식 방법을 써야 한다. 작문력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통상 단문을 씌운다. 한 편의 글은 숙제로 부과하기보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씌우는 것이 좋다. 글쓰기는 자유제(自由題)의 글도 좋으나, 지침(guide line)을 주고 씌우는 테스트가 객관성을 지녀 좋다. 글쓰기의 경우도 평가항목을 설정해 놓고, 단계를 정해 평가하는 것이 주관을 배제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
종합력 테스트는 독해 테스트, 받아쓰기, 타스크형 테스트, 대면 테스트 등에 의해 꾀할 수 있다.
평가에는 학습평가와 수업평가 외에 과정 설계(course design) 단계에서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거시적 관점의 평가도 있다. 이 때의 평가 대상은 교재, 교수법, 교육과정, 교사의 자질 등이 된다. 이는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수업 시간 중에 교사가 행하는 모든 지도 활동을 평가하는 수업평가는 학습평가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학습평가는 학습자의 학습활동이 학습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였는가를 평가하는 것인데 반해, 수업평가는 이러한 학습 효과가 최대한으로 드러나게 교사의 지도 활동이 수행되고 있는가를 평가한다. 그런데 이 평가가 학습평가의 그늘에 가려 잘 의식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한국어 교육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게 된다.
수업평가는 수업 과정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이는 계획 평가, 전개 평가, 결과 평가의 세 단계로 나누어 꾀할 수 있다.
수업 계획의 평가는 학습지도안을 중심한 평가를 한다.
수업 전개의 과정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꾀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 가운데 하나가 교사의 활동을 중심하여 몇 개의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① 교재 제시의 적부 평가 ② 교사의 태도와 학습 집단 구성상의 평가 ③ 학습 형태와 학습 집단 구성상의 평가 ④ 학습자의 활동 평가가 그것이다.
학습 결과의 평가 과정은 학습지도를 마무리하는 것이며, 나아가 다음 학습의 단서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학습 결과에 대한 평가는 학습 능력의 평가가 위주가 되나 이와 관련되는 학습지도에 대한 평가 또한 소홀히 하여서는 안 된다. 그래야 지도 개선이 제대로 꾀해진다.
한국어 교육의 평가는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많은 문제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한국어 교육의 발전을 위해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학습평가는 우선 총괄적 평가 위주의 평가 방법이 지양되어야 한다. 진단 평가, 형성 평가가 비중을 갖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평가는 테스트 중심의 일방적, 또는 편향적 경향을 탈피하여, 다양한 방법을 적절히 선택하여 수행하도록 한다. 미시적 관점의 수업 평가도 그 중요성이 인식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계속적으로 학습지도의 개선이 꾀해지도록 하여야 한다. 평가에 대한 인식 개혁과 평가 방법에 대한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어 교육의 발전은 기약할 수 없을 것이고,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게 된다.
2. 5. 교사 양성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교사의 자질이 교육의 성패를 가늠한다는 말이다. 이렇듯 교사의 자질은 교육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어 교사는 유능한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어 교사의 자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 가운데는 비전공자가 있어 문제가 많다.
유능한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양성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교육자를 양성하는 기구가 제도권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그것은 이들을 양성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상의 밑그림조차 그리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어가 국제화하면서 곳곳에서 한국어 교사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유능한 교사를 양성해 낼 수 있는 기관의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기관 설치가 어렵다면 자격시험 제도라도 마련하여 우선 대처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일본어 교사 자격 시험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여기의 출제 범위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1-1 일본어의 구조에 관한 체계적 구체적 지식
일본어학개론, 음성, 어휘·의미, 문법·문체, 문자·표기
1-2 기타 일본어에 관한 지식
언어생활, 일본어사
2 일본사정(고전과 문예를 포함)
3 언어학적 지식·능력
언어학개론, 사회언어학, 대조언어학, 일본어학사·일본어교육사
4 일본어의 교수에 관한 지식·능력
교수법, 교육교재·교구론, 평가법, 실습
이들 출제 범위가 가르쳐 주듯 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원은 특정 언어에 대한 지식, 언어학에 대한 지식, 자국의 사정, 외국어 교수법에 관한 지식을 갖추어 있어야 한다. 1년 과정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지도자과정」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교과목을 작정하고, 여기에 참관 및 실습을 추가하여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교과목은 다음과 같다.
I. 한국어의 구조에 대한 지식
한국어 음운론, 한국어 어휘론, 한국어 문법론, 한국어의 역사, 한국의 언어생활, 표준어와 정서법
II. 언어학적 지식 능력
언어학개론, 사회언어학, 대조언어학
III. 한국사정
한국의 역사, 한국의 지리, 한국의 문화, 한국의 고전문학, 한국의 현대문학
IV. 한국어 교수에 관한 지식
한국어 교육개론, 한국어교수법(1), 한국어교수법(2), 한국어 교재 교구론, 한국어 교육 평가, 한국어 교육과정, 한국어 교육 실습론, 외국어 교수법
V. 참관·실습·해외 연수
국내 한국어 교육기관 참관 및 연수, 국외 한국어 교육기관 참관 및 연수, 교육실습
1개월 과정인 한양대학교 한국어교사 양성과정도 이와 대동소이한 교과목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교과목은 다음과 같다.
한국어학개론, 한국어음운론, 한국어 문법론, 한국문화론,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수법, 쓰기·읽기 지도법, 말하기·듣기 지도법,한국어 교재 개발, 언어수행능력 평가, 다매체를 통한 한국어 교육, 어휘·문형 제시법, 한국어의 화용론적 사회언어학적 특징
연세대학의 경우는 원론보다는 각론에 치중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교육의 질은 교사가 좌우한다. 따라서 법적, 제도적인 교육 기관을 설치 운영하여 유능한 교사를 양성하도록 하여야 하겠다. 그래서 도처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자격 있는 교사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격있는 교사는 반드시 소정의 과정에 의하는 것만이 아니고, 일본의 경우처럼 자격시험을 치러 발굴하는 방법도 아울러 취하여야 하겠다. 이 때 자격시험은 일본의 경우처럼 한국어의 구조와 언어학의 지식, 한국의 사정, 한국어 교수법을 근간으로 하여 평가하도록 할 일이다.
3. 전망
한국어 교육은 20세기 후반에 와서 각광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은 아직 초창기의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도처에서 한국어를 학습하겠다는 열기가 뜨겁고, 열의 있는 교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젊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가 활발히 꾀해지고 있으니 한국어 교육의 전망은 밝다고 하겠다.
그러나 아직도 국어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국민과 위정 당국자들로 말미암아 한국어 교육은 가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한국어 교육은 약간의 수출을 하여 다소의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한국어 교육을 받은 외국인은 민간 외교·문화 사절이요,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의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실용을 위해 한국어 공용어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언제 우리가 그 많은 나라의 말을 가르쳐 각 나라에 외교·문화 사절을 보낼 수 있으며, 자원 인사를 파견할 수 있겠는가? 이는 한국어 교육을 함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정책적인 차원에서 한국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여야 한다. 투자를 하면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투자한 것보다 몇 배 몇십 배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리 정부는 그 동안 산업발전에 몰두하느라고 그간 인문과학에 소홀하였다. 이제는 인문학, 그 가운데도 우리의 언어, 문화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새 천년에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고, 한국어 교육도 따라서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한 언어가 외국어로서 학습되는 것은 그 나라의 국력과 직결된다. 우리는 IMF를 거뜬히 극복한 저력있는 민족이다. 따라서 새 천년에는 유수한 국가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자연히 한국어 교육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 교육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새 천년에는 한국어 교육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새 천년에는 우리의 저력이 우리 나라를 유수한 국가로 부상시킬 것이다. 따라서 각국에서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학습하고자 할 것이다. 특히 교육부 소속의 교육원, 문광부 소속의 문화원이 확충될 것이며, 여기서 한국어가 교수·학습 사업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다.
둘째, 주요 언어에 따른 학습자료가 개발될 것이다.
학습자료의 개발에는 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이 든다. 더구나 특정한 나라의 표준형의 교재를 만들어 많은 양을 보급한다고 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일은 정부 차원에서 하거나, 산학협동의 차원에서 기업의 지원을 받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새 천년에는 이런 분위기 성숙될 것이다.
셋째, 교수·학습의 방법은 다양한 방법이 활용될 것이고, 특히 다매체에 의한 교육이 꾀해질 것이다.
전에는 학습자료라면 서책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 뒤 녹음기와 비디오테이프가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늘날은 컴퓨터를 중심한 가상세계가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다양한 매체에 의한 교육이 꾀해질 것이다.
넷째, 국가적 수준의 교육과정이 구안될 것이다.
국가적 수준의 교육과정은 한국어의 세게적 통일, 평가의 기준 마련, 각종 한국어 교육 기관의 교수·학습의 기준을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 불가결한 것이다. 따라서 새 천년에 들어서는 이 것이 제정될 것이다.
다섯째, 한국어 능력 시험 등 각종 평가가 제대로 수행될 것이다.
현재의 한국어 능력평가의 기준은 성급히 만든 것에 비해 잘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는 다소간에 수정을 거쳐 정비될 것이다. 이렇게 됨으로 한국어 능력시험은 권위를 지니게 될 것이고, 각종 평가도 교육과정의 제정으로 평가가 제 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여섯째, 자질 있는 교사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받아 한국어 교사 양성 기관이 설립될 것이고, 여기서 유능한 교사가 양산되어 각국에 파견되게 될 것이다. 한국어교사 자격시험도 시행되어 유능한 사람이 소정의 교육을 받지 않고도 고사에 의해 발탁됨으로 한국어 교육을 더욱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참 고 문 헌
박갑수(1995), 국제화시대의 한국의 국어교육, 세계의 언어교육·일본의 국어교육, 일본 국립국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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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in Sohn(1997), Priciples of performance-based foreign languge instruction, 한국어 교육 자료선집 1
Joe Jungno Ree(1998), Korean as a second language : How should it be taught?, 해외한민족과 차세대, 계명대학교·SATII 한국어진흥재단
한국어 교육의 새로운 방법
김 중 섭*
1. 머리말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어 왔다. 한국어를 학습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59년에 연세대 한국어학당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한국어 교육을 실시한 후 1997년 현재 16개 이상의 대학에 한국어 교육과정이 개설되어 있고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국외에서는 1872년 일본 쓰시마에 조선어 학습소가 개설된 후 외국 교육 기관에서의 한국어 강습은 1997년 현재 미국에서는 주말 한글학교가 832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대학이 100개 이상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26개 이상의 주요대학에 한국어과가 개설되어 있고, 일본에서는 70개 이상의 한국어강좌가 대학에 개설되어 있다. 그 외 호주, 독일, 캐나다, 영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몽골,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뉴질랜드, 이스라엘,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네덜란드 등 외국 여러 대학에서 한국어 및 한국학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1997년에는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인 SAT(Scholastic Assesment Test)의 선택과목 외국어 시험인 SAT II에 한국어가 채택되었고, 국내에서도 1997년에 한국어능력시험이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의해 개발되었다. 올해로 3회를 맞는 한국어능력시험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맡아서 실시하고 있으며 응시자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양적인 한국어 학습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과연 한국어 교육을 위한 연구와 제반 여건들이 만족할 만큼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회의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21세기를 앞두고 지금까지의 한국어 교육의 현황과 실태를 살펴봄으로써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려고 한다. 연구 범위는 한국어 교육의 중심 축이라고 생각되는 국내의 주요 한국어 교육 기관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그 동안의 한국어 교육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또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연구가 각 분야별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살펴보면서 바람직한 연구의 방향에 대해서도 진단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한국어 교육 방법은 무엇이고, 한국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교재 개발과 교사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2. 20세기 한국어 교육
국외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13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고작 40년 정도이다. 더욱이 한국어 교육과 연구가 균형을 이루면서 제대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 후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전까지는 한국어 교육의 방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나마 열악한 교육여건 하에서도 몇몇의 국어학자나 언어학자 그리고 교육현장의 교사들의 노력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였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그 역할을 담당한 국내의 주요 한국어 교육기관의 현황과 실태를 살펴보면 한국어 교육의 현주소와 그것을 기초로 한 발전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한국어 교육의 이론적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연구 현황을 시대별로 살펴봄으로써 그간의 연구에서 부족한 부분을 진단하고, 더 깊이 있게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나 부족한 분야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2.1 주요 한국어 교육 기관의 현황
한국어 교육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국내의 한국어 교육기관 현황에 대해서는 이미 부분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본고에서는 보다 최근의 자료를 통해 한국어 교육기관의 현황을 살펴보려고 한다. 한국어 교육기관은 한국어 교육 발전의 일면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구체적으로 기관개설 년도, 학생 수, 교재 유무, 관련전공 설치 여부, 특징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각 기관의 현황에 대해 구체적이고 자세한 자료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경쟁 상대로 생각한 각 기관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생긴 결과인데, 궁극적으로 이러한 비협조적인 자세는 한국어 교육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새로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간혹 자료가 부정확할 수 있는데 이것은 각 기관의 양해와 지적을 구하면서 점차 보완하고자 한다.
각 교육기관들은 이러한 자료 교환부터 교과과정, 방법, 교강사 교류 등 각분야별로 상호 교류하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지금까지의 교육내용과 방법의 틀에서 벗어나 각 교육기관의 특성에 맞게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표 1: 1999년도 국내 주요 한국어 교육 기관 현황>
이 외에도 가나다 학원, 코리아헤럴드 부설 어학원에서도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 교육 기관 중에서 그 규모나 체계면에서 공식적인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관으로 범위를 한정하여 현황을 파악해 보았다. 위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대학부설 어학기관이며 담당하고 있는 기관의 명칭도 다르다.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명칭이면 좋겠고, 이제는 가급적 통일되는 것도 한국어 교육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 교육기관의 학제를 살펴보면, 연세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교육기관이 4학기제로 10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에, 경희대, 선문대에서는 2학기제로 교육기간은 16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교육기관이 4학기제를 선호하는 것은 많은 외국인 학습자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되며, 다양한 학제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교육기관의 개설 년도를 살펴보면 1959년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선교사를 위해 한국어 교육을 시작한 이래 1969년 서울대 어학연구소, 1986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1993년 경희대 국제교육원, 1997년 숙명여대 등 1999년 현재 30여 개의 대학부설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198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기관에서 밝힌 한국어 학습자(외국인 및 재외동포)는 1999년 11월 현재 연간 7,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숫자는 각 기관이 구두로 밝힌 자료인데 이는 연인원으로 중복 인원을 빼더라도 약 3,000명은 넘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들 교육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국어교재에 대해 살펴보면, 교재가 정식 출판된 기관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이며, 나머지 기관은 자체 교재를 이용하거나, 출간 중에 있고, 다른 기관의 교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된 교재들 중 고려대학교에서 나온 일본인을 위한 CD 롬 한국어교재 등은 아직 보완할 점은 있지만 정보화 시대에 알맞은 교재라 하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학습자들의 처지와 요구에 맞는 다양한 교재 출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또한, 교사 양성에 대한 각 대학의 정책을 살펴보면 매우 소극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맨 처음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육을 목표로 개설된 학과는 한국외국어대학 한국어 교육과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교육 목적이 조금씩 변질되어 오다가 최근에 다시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육 측면의 교육 내용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99년 1학기에 경희대학교 외국어학부 내에 한국어전공이 개설되었지만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아직 그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원과정에서는 특수대학원인 교육대학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전공이 자리잡고 있다. 1988년 연세대 교육대학원을 시작으로 이화여대, 경희대, 고려대, 한양대 교육대학원 등에서 개설되고 있다. 하지만 각 교육기관과 교육대학원 한국어 교육 전공과의 연계가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한국어 교육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박사과정이 개설되어 있는 학교가 없다는 것도 빠른 시간 내에 시정되어야 한다.
그 외 교사양성 프로그램으로 연세대 한국어학당, 고려대 한국어센터, 서울대학교 어학연구소, 방송통신대학 등에 개설되어 교사양성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지만 교사 재교육 차원에서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지 못하여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3.3장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2. 2. 한국어 교육 연구사
본절에서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발표된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문헌과 논문을 통해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를 70년대, 80년대, 90년대로 나누어서 10년 단위로 살펴 보려고 한다. 70년대까지는 태동기, 80년대는 성장기, 90년대는 개화기로 나누어서 볼 수 있다. 논의 분야는 교수이론, 교재연구, 발음교육, 말하기/듣기교육, 읽기/쓰기교육, 문법교육, 어휘교육, 한자교육, 문화교육, 멀티미디어교육, 한국어평가, 해외에서의 한국어 교육현황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교수이론, 교재, 어휘, 한자, 문화, 평가 등을 중심으로 큰 흐름에 따라 분석하겠다.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찾아 정리하려고 노력했으나 미진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① 한국어 교육 연구의 태동기(~1970년대까지)
이 시기는 한국어 교육의 태동기로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난 시기라고 하겠다. 겨우 교수법과 교재에 대한 논문이 몇 편 있을 뿐이다. 교수법에 대한 논문으로는 노대규(1969), 고영근(1974) 등이 있고, 한국어교재에 관한 논문은 허팔복(1973), 장석진(1974)이 있다.
② 한국어 교육 연구의 성장기(1980년대)
1980년대는 한국어 교육 연구의 준비기로 볼 수 있다. 특히 이중언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해외동포 한국어 교육에 관심이 높아졌으며, 교수법에 대한 모색, 교재의 개발이 이루어졌다. 국가별 한국어 교육의 현황을 다룬 논문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상억(1985), 간노 히로오(1988), 김영기(1988), 백응진(1988) 등이 그것이며, 이중언어교육에 관한 논문은 박영순(1983), 박봉남(1989) 등이 있으며, 해외동포 중에서 재미동포를 위한 한국어 교육 논문은 이상억(1983), 임정빈(1989), 그외 유럽의 한국어 교육현황에 대한 연구가 김종대(1988), 오가레크 최(1988), 프로스트(1988)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교수법 연구도 김은숙(1980), 홍경표(1982), 이상억(1985), 노대규(1986), 김병원(1988) 등에 의해 시도되었다. 또한 노대규(1983)에 의해 논의된 한국어평가에 대한 논문은 초기의 한국어 교육 평가에 관한 연구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고 하겠다. 말하기-듣기교육과 관련된 연구는 1980년대 말부터 이계순(1986), 김병원(1987) 등에 의해 발표된 이후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교재연구도 김공언(1985), 김경식(1986) 등에 의해 논의되었다. 한자교육에 관한 연구도 시작되었는데, 외국인을 위한 한자 교재가 브루스 그란트(1979), 프레드 루코프(1983), 야곱 김(1987), 프란시코 박(1989) 등에 의해 출판되었다.
③ 한국어 교육 연구의 개화기(1990년대)
1990년대는 한국어 교육의 정착기로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연구가 이루어진 시기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한국어 교육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다. 이로써 한국어 교육에 대한 현황, 교사 양성, 말하기-듣기, 발음, 어휘,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교육과 이중언어교육, 교수법, 평가, 한자교육, 교재, 한국문화, 멀티미디어 관련 한국어 교육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이루어졌다.
한국어 교육에 대한 현황 연구는 80년대보다 훨씬 많이 이루어졌다.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된 연구가 아닌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호주, 체코슬로바키아, 프랑스, 핀란드, 터어키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양성 연구도 1990년 초부터 백봉자(1991), 최정순(1997), 조항록(1998), 박병수․이석만(1998) 등에 의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말하기-듣기교육에 관한 연구도 활발한데, 김은숙(1992), 조항록(1993), 권미정(1994), 곽상흔(1994), 박미경(1994), 김영아(1995), 이미혜(1997), 이해영(1999), 황인교(1999) 등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교재 연구와 마찬가지로 의사소통능력 향상이라는 목적 아래 말하기-듣기활동의 내용과 방법, 수업 사례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황인교(1999)는 한국어 구어 교수이론의 방향에 대해 모색하여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끈다.
발음교육과 어휘교육도 중요한 관심 분야로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발음교육연구는 전나영(1993), 신경철(1996), 이현복(1997), 우인혜(1998)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어휘교육은 곽지영(1997), 이정희(1997), 신현숙(1998), 조현용(1999), 왕혜숙(1999) 등에 의해서 다루어지고 있다.
한자교육연구는 199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기본적인 연구가 시작되었고, 손연자(1986), 최주열(1994), 사비네 간터(1996), 김중섭(1997), 정승혜(1998) 등이 있을 뿐이다.
교재연구는 1990년부터 많은 한국어교재가 출판됨으로써 교재연구가 활발해졌는데, 백봉자(1991), 구장회(1991), 이정노(1991)에서는 교재편찬과 개발의 기초조사나 기본적인 연구가 이루었고, 김정숙(1992), 권미정(1992), 이관규(1995), 홍정명(1996), 김청자(1997), 황인교(1998), 백봉자(1999)등에서는 본격적인 기본교재의 분석과 그에 따른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특히 90년대 후반부터는 의사소통 중심의 교재와 실용적인 내용의 교재 편찬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한국어능력평가 연구는 한국어능력시험이 추진된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고 주 내용은 평가의 제도적 형식에 중점을 둔 논문인 김하수 외(1996), 서상규(1997), 백봉자(1998), 김중섭(1998), 박갑수(1998) 등이 있다. 또한 평가 방안에 대한 논문으로는 노대규(1983), 최길시(1991), 원진숙(1992), 김정숙․원진숙(1993), 공일주(1993), 김양원(1994), 전은주(1997), 배문경(1998), 김유정(1999)등의 논문들로 말하기 능력 평가에 대한 방안과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특히 배문경(1998), 김유정(1999)은 듣기 평가에 대한 연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외 어휘나 문법구조 영역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편이다.
한국문화 교육도 1990년부터 관심을 끌게 되었다. 언어와 문화를 병행해서 교육해야 하는 것이 문화 교육의 일반적인 흐름으로 박영순(1989), 조창환(1996), 민현식(1996), 김정숙(1997), 문규현(1998), 조항록(1998) 등의 논문이 있다.
특히, 정보화 시대와 맞춰서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한국어 교육도 큰 관심 분야로 박성혜(1998), 조수진(1998) 등에 의해 연구되기 시작했다.
3. 21세기 한국어 교육의 연구방향
21세기에는 이른바 국제화, 정보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국제교류가 점점 확대됨에 따라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게 될 것이고, 한국어 학습자의 수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21세기의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21세기적 한국어 교육방법에 대한 다양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앞장에서 점검한 20세기의 연구를 바탕으로 21세기 한국어 교육의 연구 방향을 간략히 언급해 보기로 하겠다. 본 장에서는 크게 한국어 교육 방법, 교재, 교사양성의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려고 한다.
3. 1. 한국어 교육 방법 모색
① 서양이론 중심의 교수법 탈피 노력 필요
대부분의 학문 분야가 그렇듯이 한국어 교육도 서양이론에 종속된 채 20세기를 보냈다. 그러나 언제까지 서양이론을 받아들이고 실험만 할 것인가? 물론 한국어 교육도 외국어 교육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특징에 맞는 교육방법의 모색은 21세기 한국어 교육의 연구자들에게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② 우리 나라의 전통적 외국어교육 방법 연구
외국어교육 연구사를 정리할 때 우리가 놓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조선시대 혹은 그 이전에 행해진 외국어교육 방법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선시대에 매우 활발히 진행되었던 외국어교육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 때의 목표언어는 한국어가 아니라 사역원을 중심으로 행하였던 중국어, 몽골어, 만주어, 일본어이므로 한국어 교육 방법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나, 전통적인 외국어 교육 방법을 현대에 적용해 본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
③ 한국어의 특징에 맞는 한국어 교육 방법 개발
한국어는 일본인 학습자를 제외하고는 매우 생소한 언어이다. 특히 서양어권 학습자에게 한국어는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 취급되고 있다. 다양한 한국어의 특징에 따른 교육방법이 연구되어야 하고, 이러한 연구 성과를 교육현장에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문자교육의 측면에서 본다면 ‘한글’은 알파벳을 이용하는 학습자들에게는 매우 낯선 문자이기 때문에 한글의 특징을 반영한 교수방법의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한국어는 교착어여서 조사 및 어미 활용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을 무시하고 의사소통 능력만 강조한다면, 높은 수준의 한국어 구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문법이나 어휘를 강조하면서 학습자의 활동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의 모색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형용사, 의성어․의태어, 우리말과 한자어의 유의어 발달 등 한국어의 어휘적 특징을 반영하는 다양한 학습모형도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음운적 특징에 따른 발음교육, 경어법 등의 사회언어학적 특징에 따른 한국어 교육 방법 개발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④ 남북한 사이의 한국어 교육 이질화 극복
한국의 북방외교와 동구권의 몰락으로 사회주의권 학습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이 있고, 이에 따른 혼란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이질화의 예로는 맞춤법의 차이를 들 수 있다. 문법용어도 남북이 달리 사용하고 있어서 중, 고급 단계의 학습자에게는 혼란을 주고 있다. 사전순서의 차이와 자음의 이름을 달리 부르는 문제 등도 학습자에게는 매우 혼동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남한의 표준어와 북한의 문화어를 통일시키는 문제에 앞서, 최소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부분에서라도 기본적인 통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⑤ 한자 교육
21 세기에는 동북아시아 국가의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현재 한국어 학습자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일본인이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인이다. 따라서 일본인과 중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연구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한, 중, 일 삼국은 한자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한자음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표기를 통일할 수 있다면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용 공통 기본 한자를 선정한다면, 각국 한자 교육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자 및 한자 어휘의 의미 차이가 있으므로 삼국 한자 및 한자어 비교 등 효과적 한자 교수법을 공동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⑥ 외국인을 위한 사전 편찬
국내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습자의 경우 대부분 영한 사전이나 한영 사전을 이용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전은 한국학생이 영어를 배우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어서 외국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어나 중국어 등 기타 외국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외국인을 위한 사전의 형태를 띤 사전들이 출간되고 있으나 외국인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선 언어권별 사전 편찬이 급선무인데, 이는 해당언어를 전공한 학자와 공동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또한 좀더 이상적으로는 해당 국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자와 공동으로 연구하여 사전을 편찬하는 일이다. 이는 외국의 한국어 교육기관과 협조 하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단계별 사전 편찬 역시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초급 학습자를 위한 사전을 편찬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급 단계 학습자의 경우는 국어사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초급 학생의 경우에는 이용할 수 있는 사전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이 때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는 단계별 기본 어휘선정이다. 단계별 기본어휘가 선정된다면, 사전의 편찬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분야별 사전 편찬도 필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문형 사전의 개발은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고급 학습자를 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유의어 사전, 반의어 사전, 속담 사전, 한자어 사전, 맞춤법 사전 등의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상당히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므로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3. 2. 교재
① 교육 기관간 공용 교재 개발
현재 한국어 교육관련 교재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주 교재는 물론이고 듣기교재, 읽기 교재, 발음교재, 어린이용 교재 등 각 기관의 한국어교사들의 끊임없는 연구로 새로운 교재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교재 개발을 통해서 각 교육기관의 교육 수준 역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제한된 학생 수, 출판 경비’ 등의 문제로 자체 개발한 교재를 출판도 하지 못하고 있거나 출판하였더라고 하더라도 교재를 위한 재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교육기관간 공용교재의 개발이 꼭 필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공용교재를 개발할 경우에 기대되는 효과로는 앞에서 언급한 학생 수 확보와 출판경비의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교육기관 간의 협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고, 축적된 연구성과를 공유할 수 있으며, 교재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당장 주 교재를 공용교재로 하기 어렵다면, 우선 ‘듣기교재, 한자교재, 읽기교재, 영화로 배우는 한국어교재 등 부교재를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② 인터넷을 이용한 교재 개발
21세기는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이 점점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CD 롬 교재, 인터넷을 이용한 한국어 교재’ 등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각 한국어 교육기관을 잇는 인터넷 네트워크의 구축 역시 시급한 실정이다.
③ 교재간 기본어휘 통일
한국어교재의 기본어휘가 각 교재마다 달라서 한국어능력시험 실시에 어려움이 많다. 단순히 한국어능력시험 실시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교재간의 어휘 차이는 학습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어과정의 학생들이 학교를 옮기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교육기관을 옮길 때마다 어휘 및 문형의 차이 때문에 혼동을 겪게 된다. 따라서 교재의 어휘 및 문형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는 있어야 할 것이다.
④ 다양한 교재 개발
한국어학습자를 위한 교재의 종류를 보다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 읽기 자료’는 대부분 해당언어로 쓰여 있거나, 한국어로 된 경우는 지나치게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언어교육이 문화교육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문화 읽기 교재의 개발도 필요하다. 또한 교육기관이 공히 사용할 수 있는 비디오 교재의 개발도 필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한국어능력시험 준비용 교재의 개발도 학습자의 욕구를 생각한다면 필요한 일이다.
읽기 교재의 경우는 교육기관마다 개발되고 있기는 하지만, 교재의 수가 극히 부족한 형편이다. 다양한 읽기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단계별로 다양한 읽기 교재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영화로 배우는 한국어’, ‘발음 교재’, ‘어휘 교재(예 : 한국어 어휘 22000)’ 등이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⑤ 가상 현실을 이용한 교재
21세기 한국어 교육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다양하게 변화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해보면, 한국어 교육기관이 필요 없을 수도 있으며, 책으로 만들어진 교재 역시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사전의 경우도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며, 교재도 컴퓨터나 전자출판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학교는 의사소통의 연습공간으로서 가장 큰 효용성이 있는데, 가상현실을 이용한 교재의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학교와 교실이라는 공간의 필요성도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 교육 연구자들의 역할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어교재를 개발하는 것이나, 가상현실을 구성하는 것은 한국어 교육자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세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자들의 연구성과의 축적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정보화 기술에 대한 지식을 쌓아 연구자들이 직접 가상현실 속에서 한국어를 교육할 수 있는 교재개발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3. 3. 교사 교육
한국어 교사 양성은 대학의 학부과정, 특수대학원인 교육대학원, 그리고 대학부설기관 등의 교사양성 교육프로그램에서 담당하고 있다. 교사양성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의 교사양성의 중요성에 비추어 매우 빈약하였다. 한국어교사 양성과 직접 연관된 논문은 대략 1990년대 말부터 이루어졌고 그 수도 불과 몇 편 불과하다. 한국어교사 양성과정은 1980년대 학부로서 한국외대 한국어 교육과와 연세대 교육대학원 한국어 교육전공 설치하여 이루어졌으나 그 성과는 매우 미미하였다. 그 후 학과에서는 1999년에 경희대학교 외국어학부 동아시아학군내 한국어전공, 교육대학원에서는 이화여대(1997년 2학기), 경희대(1998년 1학기), 고려대(1999년 2학기), 한양대(1999년 2학기), 그 외 2000년도 1학기에 한국외대에서 교육대학원내에 설치하여 교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학과의 성격은 아니지만 국문과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과목을 전공선택으로 개설한 대학으로는 서강대가 있다. 또한 각 대학에서 교사양성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한국어교사 양성 기관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무런 특성이 없이 기존의 다른 교육기관처럼 개설된다면 교사만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교사 양성 못지 않게 주요한 것이 그들의 진로이다. 단지 유행처럼 아무런 대책 없이 개설된다면 균형 있게 장기적인 한국어교사 양성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한국어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가져야할 방향에 대해 간단히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① 교사 양성 과정은 교사 재교육의 기능 담당
아직도 우리말만 할 줄 알면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여 한국어 교육의 장애가 되고 있다. 국어교육과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육은 교육목표나 방법이 엄연히 다르듯이 교사양성 교육의 목적도 교육대상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교육목적을 정확히 구분하여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해야한다. 크게 교사 양성교육프로그램이나 교사재교육 프로그램으로 구분해서 각각의 목적과 특성에 맞게 실시해야 한다. 누구나 교사양성이 중요하다는 당위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분명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학위과정에서는 한국어교사를 양성하고, 교사양성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사들을 재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담당해야 한다. 한국어 교육에서 교사의 위치와 역할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간 교육을 받고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교사로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을 위한 진로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한다. 단순히 교사교육만 담당하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하겠다. 적극적으로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교육기관들이 협조해야 한다.
② 교육 대학원 석사 과정 증설
1999년 현재 교육대학원내에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육을 개설하고 있는 대학으로는 고대, 경희대, 연대, 이대, 한양대가 있다. 또한 내년 1학기부터 한국외대가 개설 할 예정에 있는데 보다 많은 대학에서 개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위상을 높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게 됨으로써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어 교육이 제도권 안에서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요즘도 외국의 한국어교사가 한국에 유학 오는 경우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이나 국어교육을 전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어 교육 전문가의 양성은 한국어 교육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③ 박사과정 설치
한국어 교육 전문 연구를 위해서는 대학원에 박사과정이 꼭 신설되어야 한다. 현재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경희대학교, 상명대학교, 연세대학교 등의 국문과에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학생이 있으나 한국어 교육이 국어학 또는 국어교육의 하위분야로 인식되어 한국어 교육 전공과목을 교육받기에는 어려움이 아주 많은 실정이다. 주로 일반적인 언어 습득론이나 외국어 교수법을 한국어 교육방법에 이용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학문으로서 한국어 교육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에서 전문대학원의 개설이 논의되고 있는데, 교육대학원에 박사과정을 개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④ 교사 자격증 제도 필요
공신력 있는 한국어 교육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또한 제도권내에서의 자격취득은 한국어 교육의 위상을 높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기관인 교육부에서도 정식 한국어 교육기관이 없다는 이유로 교사자격증을 주지 않고 있다. 또한 교사로서 임용시 어떤 자격조건으로 좋은 교사를 선발해야 하는지도 무척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일정한 교육을 받아야만 교육부나 관련기관의 공인된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고 많은 교육기관이 증설될 것이다. 특히 아직까지 한국어 교육기관의 규모나 시장이 작을 때 실시하는 것이 쉽고 바람직하다.
4. 맺음말
지금까지 한국어 교육에 관한 논문을 살펴보면 1970년대는 한국어 교육의 태동기로 교육여건상 겨우 교수법과 교재에 관한 논문 몇 편만 있을 뿐 교육하는 데만 급급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는 한국어 교육의 성장기로서 해외동포의 한국어 교육의 관심과 이중언어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교수법, 교재, 한국어 교육에 대한 현황 등에 대한 연구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여 1990년대 한국어 교육 연구가 정착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생각된다. 1990년대는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으로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연구되었다. 특히 한국 문화 교육과 정보화에 따른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한국어 교육 연구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국내에서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진 것은 겨우 40년에 불과하지만 나름대로 태동기, 성장기, 개화기를 거쳐 21세기를 맞이하고 있다. 태동기, 성장기, 개화기를 거친 한국어 교육이 열매를 맺는 결실기로 나아갈 21세기는 국제화, 정보화 시대로서 한국어 교육방법에 대한 다양한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크게 한국어 교육방법, 교재, 교사 양성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양 이론 중심의 교수법 탈피에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전통적인 외국어 교육방법을 연구하고, 한국어 특징에 맞는 한국어 교육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남북한 사이의 벌어진 한국어 교육의 이질화를 극복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외 한자교육의 연구와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사전 편찬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교재는 교육 방법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데, 교육기관과의 유대관계와 노력과 경비 절감을 위해 교육 기관간의 공용 교재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교재 개발 및 가상공간에서 배울 수 있는 교재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한국어 교육 전문가로서 교사 양성 과정은 교사 재교육의 기능을 담당해야 하며, 그에 따른 교사 수급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학문으로서 석사과정이 더 많이 증설되어야 하며, 박사과정도 설치되어야 한다. 가급적이면 제도권내에서의 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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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과서 개발의 이론과 실제
이 선 한*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과서 개발의 역사적인 회고
교과서 개발은 교육의 수요와 갈라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역사적으로 소급하면 1946년 남경동방외국어전문학교 한국어학과가 생기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때는 단편적인 한국어 자료를 가지고 한국말을 가르치는 데 그쳤을 뿐 한국어 교과서는 개발되지 못했다. 1950년 중국에서 전국적인 범위로 진행된 대학교 조절과 함께 남경동방외국어전문학교가 북경대학에 편입되면서 북경대학에 동방어문학부가 생기고 그 산하에 조선어학과가 설립되었다. 50년대 중국에서 외국어 인재수요의 급증에 부응하여 55년에는 남경군사외국어대학에 조선어학과를 설립했고(후에 이 학교는 낙양으로 옮기어 낙양군사외국어대학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58년에는 대외경제무역대학에 조선어학과(60년대 수년간 학생 모집을 중단하였음)를 설립하였다.
대학에 한국어학과가 설립되면서부터 한국어 교과서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50년 북경대학 조선어학과에서 “조선어독본”이란 이름으로 내부용 교과서를 처음으로 편찬하였다. 1954년에 북경대학 조선어 학과에서 평양에서 파견된 교수 유열에 의해 “조선어교과서”가 개발되었다. 50년대의 한국어 교과서 개발은 원시적 단계에 있었고 공식적으로 출판된 것은 없다. 교과서 본문을 기본으로 하여 단어를 대역하고 문법을 설명하는데 그쳤으며 교과서로서의 과학적인 체계는 이루지 못하였다.
63경 북경대학 조선어학과에서 이전 10년간의 한국어 교육의 역사를 총화하고 비교적 체계가 갖추어진 교과서를 편찬하여 내부용으로 인쇄하였는데, 이것은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과서 개발의 효시가 된 것이다. 1965년 낙양군사외국어대학에서도 “조선말 기초”란 이름으로 한국어 교과서를 편찬하였다. 그 체계는 북경대학의 교과서와 거의 비슷하다.
70년대에 연변대학에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교육으로서의 조선어학부(72년도 설립. 78년-92년도 조선어 학부 페쇄)가 설립된 것을 계기로 북경대학과 연변대학 양 대학이 협력하여 한국어교과서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1972년, 1977년 두 차례에 걸쳐 “조선어기초교과서”를 편찬, 출판하였다. 이 교과서는 중국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처음으로 공식 출판된 것이다. 이 교과서는 문법 순서를 배열함에 있어서 쉬운 데서부터 어려운 데로 나열하는 점진적인 방법론을 채용한 것, 70년대 중국에서 외국어 교육을 진행하는데서 보편적으로 수용했던 말틀(문형)위주의 교육방법을 도입한 것 등을 특징으로 지적할 만하다. 그러나 이 시기 중국의 정치적 사정으로 하여 교과서 본문의 내용에서 정치적인 것이 너무 많아 현실생활과 유리된 점, 문법과 말틀을 기본으로 편찬하다 보니 문장이 순수한 한국어 표달방식에 맞지 않아 생경한 점, 회화체와 서술체 문장이 적절하게 결합되지 못한 점 등은 이 교과서의 주요한 결함으로 지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과서는 중국 대학에서의 한국어 교육의 실정에 맞게 교과서 체계를 구성하고, 특히는 한국어 교육에서 제기되는 점진적 방법의 문법적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그 후의 한국어 교과서 편찬에 중요한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
80년대 초반에 대외무역대학에서 편찬 출판한 “조선어기초”교과서는 중국대학에서의 한국어 교육의 실제에 맞게 본문내용을 확대하고, 연습문제를 다양하게 구성한 특징을 보여 주고 있으나 전반적인 체계에서는 70년대 교과서와 거의 차이가 없다.
80년대까지만 하여도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특수한 사정으로 하여 평양말을 표준으로 진행되었으며, 한국말은 접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 그러므로 그때까지의 한국어 교육은 엄밀한 의미에서 말하면 평양어 교육이었으며, 한국어 교과서 개발도 평양어 교과서 개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 와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중한 수교와 함께 중국에서는 한국어 교사 수요가 급속히 늘어났고, 그 시기를 전후하여 40여 개 대학에서 한국어 학과를 개설했거나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였다. 급변한 정세로 하여 기존의 한국어 교과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며, 그에 상응하여 일부 대학에서는 한국에서 출판한 교과서를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거나 한국의 교과서를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한국의 교과서는 남한의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으나 중국 대학의 교과과정, 교육대상에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중국인의 한국어 학습의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중국 대학의 한국어 교육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1995년, 한국의 한 민간단체의 창안에 의해 96년도까지 중국을 대상으로 한 “표준한국어”가 개발되였다. 책표지에는 중국의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20여 개 대학의 명칭과 한국어 교육에 종사하는 교수들의 이름이 장황하게 나열되어 있으나 중국의 교수들 중 일부가 교과서의 번역에만 참여하였을 뿐 교과서 편찬에는 소외되었다. 그리하여 중국 대학교 교육의 현실적인 요구가 도외시되고 중국인의 한국어 학습의 특징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 등으로 하여 중국의 한국어 교육의 실정에는 맞지 않는 교과서가 되고 말았다.
상술한 바와 같이 중국에서 한국어 교육의 역사는 50년이나 되며, 중국과 한국이 수교한지도 벌써 7년이나 되니 중국에서 순수 한국어 교육을 실시한지도 근 10년이나 된다. 중국의 한국어 교육 종사자들은 한국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 왔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한국어 교과서 개발의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을 쌓아왔던 것이다. 이제 이러한 경험과 교훈을 살리고, 변화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과학적인 체계를 갖춘, 시대성과 참신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한국어 교과서를 개발하는 것은 필연적인 추세로 되었다.
필자는 다년간 한국어 교육에 종사하면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개론적인 의미에서 한국어교과서 개발의 이론과 실천적인 문제들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부연해 설명할 것은 필자가 한국어 교육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분야는 언어학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어 교과서 개발의 대상, 목적과 방법
일반적으로 한국어 개발을 시도함에 있어서 한국어 교육의 대상, 목적, 방법 등을 기본으로 하는 총체적인 교육 계획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어 교육 대상에 따라 거기에 상응한 교육 목적이 결정되는 것이며, 교육 대상과 목적에 따라 같지 않은 교육 방법을 교과서 편찬에 인입해야 하는 것은 자못 중요한 것이다.
개발하려는 교과서가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가 하는 것이 명확하고, 또 그 대상의 여러 가지 특성에 대하여 정확히 파악할 때라야 질 높은 교과서를 개발해 낼 수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은 그것이 모국인을 대상으로 했는가 아니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는가 하는 점에서 엄연히 달라야 함은 자명한 것이다. 또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개발한다고 해도 중국인이냐 아니면 미국인이냐 함에 따라 서로 달라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모어로서 사용하는 중국어와 영어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언어이며, 사용하는 모어가 다름으로 하여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특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질 높은 한국어 교과서라면 반드시 모어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에 대한 상호 비교 속에서 한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 어떠한 민족을 막론하고 그 민족이 다른 한 민족의 언어를 습득하는 데는 다른 민족과 서로 구별되는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만약 이러한 특성이 한국어 교과서 개발에서 도외시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잘 포장됐다고 해도 질 좋은 한국어 교과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1995년에 개발된 “표준한국어”교과서는 질 좋은 교과서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같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여 개발한 한국어 교과서라고 해도 그것이 한국어를 전공으로 배우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가 아니면 제 2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가, 그리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가 아니면 사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가 하는 데 따라서 서로 다른 것이다. 한국어 습득 대상의 특성에 알맞게 한국어 교과서를 개발하는 것은 질 좋은 한국어 교과서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선차적인 조건이 된다. 중국은 아직도 한국어를 전공으로 하는 40여 개 대학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과서도 개발되지 못한 상태이므로 한국어 전공 대학생을 위한 교과서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임무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는 중한 교류의 급속한 증대로 하여 한국어 학습자가 나날이 늘어나는 현실에 대비하여 점차 대상별로 한국어 교과서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어 교과서 개발의 대상이 확정되면 거기에 상응하는 뚜렷한 한국어 교육의 목적이 연구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교과서를 집필하기 이전에 그 교과서가 달성해야 할 목표치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이 명확하지 못할 때는 한국어 교과서 개발의 엄밀한 과학성과 체계성이 확보될 수 없으며, 따라서 그 교과서는 과학성과 체계성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 되고 말 것이다. 한국어 습득자의 열독 능력 제고를 위한 한국어 교과서라면 거기에 가장 적합한 목표치를 설정해야 할 것이며, 한국어 능력 전반의 습득을 목적으로 한 교과서라면 역시 거기에 가장 적합한 목표치를 설정하고 과학적인 체계를 구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한국어 교과서의 서언에서 그 교과서는 한국어 습득자의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능력 등을 전반적으로 염두에 두고 편찬한 것이라는 글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취지가 교과서 전체에 과학적으로 관통되지 않고 말로만 막연하게 표현되었을 때 그것은 교과서 편찬의 맹목성에 빠졌다고 해야 할 것이며 적어도 교과서 편찬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어 교과서 개발의 목적은 구체적인 목표치가 없이 막연하게 설정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좋은 것이다. 한국어 습득자가 그 교과서를 통해 달성해야 할 단어 구사 능력, 회화 능력, 열독 능력, 작문 능력, 번역 능력 등이 면밀히 검토되어야 하며, 그것에 상응한 양적인 목표치가 설정되어야 한다. 상술한 목적의 달성은 다년간 한국어 교육에 종사하면서 한국어 교육의 풍부한 감성적인 지식을 누적하고 그 토대 위에서 이론적인 인식의 높이에 이를 때야 만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어 교육의 대상이 확정되고 거기에 따른 목적이 명확하게 되면 한국어 교과서 개발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되는 방법론 문제가 깊이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중국에서는 지금까지 한국어 교육을 진행해 오면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에만 그쳤을 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관한 이론적 연구는 거의 하지 못한 상태이다. 한국어 교과서 개발도 그 동안의 한국어 교육의 이론적인 바탕에서 진행되었다기보다 경험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교과서 개발의 방법론적인 연구는 극히 기초적인 단계에 처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교과서와 여러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는 실상을 개략적으로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법 기본의 교육법 : 이것은 중국에서 한국어 교육의 초기적 단계에 있었던 것으로 지금은 거의 극복된 상태이다.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본문을 선택하고 거기에 나타나는 문법적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교과서도 이러한 방법에 의해 편찬될 수밖에 없어 한국어 습득자로 하여금 문법에만 매달리게 하는 폐단을 초래하게 된다.
문법, 문형 등 문장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교육법 : 문법, 문형 등을 점진적으로 배열하고 문장구조를 본문 작성의 틀로 이용하며, 한국어 습득자들로 하여금 그러한 틀을 통째로 외우도록 하고 활용하도록 한다. 이렇게 편찬된 교과서는 한국어의 구조적 측면을 강조하여 한국어 습득의 편의성을 시도한 일부의 장점은 있지만 표현이 자유롭고 풍부한 한국어의 본질적인 특성이 무시되어 한국어 습득자로 하여금 생경한 한국말에만 매달리게 오도하는 약점이 있는 것이다. 비록 한국어 습득의 고급적인 단계에 가서는 순수한 한국어의 글들을 접촉하게 되어 이러한 약점이 어느 정도 극복되기는 하지만 기초적 단계에서 굳혀진 관습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교육법은 중국에서 8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기능 기본의 교육법 : 이러한 교육법은 90년대 순수한 한국어의 사회적인 수요가 증대되면서 한국의 교과서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생긴 것이다. 한국어의 사교적 기능을 중요시함으로써 순수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한국어의 문법적인 체계가 무시되고 본문 등이 회화체로만 작성이 되어 한국어 습득자로 하여금 한국어 문법의 난해성과 혼란을 가져오게 하는 약점이 있는 것이다.
한국어 교과서 개발의 방법론적인 문제들은 상당한 깊이의 이론적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초기적 단계에 처해 있는 형편이며, 교과서 개발의 만족스러운 단계에까지 이르자면 끊임없는 실천과 이론적인 총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질 높은 교과서라면 한국어 습득자의 객관적인 요구와 한국어의 내적인 본질에 맞게 발음, 문법, 어휘, 본문, 연습, 문화적인 요소 등에서 과학적인 체계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한국어 교과서 개발에서 나서는 몇 가지 문제
언어 비교 문제
제 2 언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 모어와 대비하는 가운데서 한국어를 배우게 되는 것은 일반적인 원칙이다. 모어는 제 2 언어를 습득하는 데 적극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영향도 주고 있다. 모어의 적극적인 영향을 극대화시킴으로서 모어의 소극적인 영향을 하루 빨리 극복하도록 하는 것은 한국어 교육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그러자면 모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있는 대상에 한에서는 한국어 학습의 기초적인 단계에는 한국어와 모어의 발음체계, 단어체계, 문법체계, 표현방식 등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두 언어의 상의성과 부동성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기초 위에서 점차적으로 한국어의 본질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한국어로 사유하는 습관을 양성하도록 해야 한다.
제 2 언어 습득의 이러한 특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한국어를 무턱대고 배우도록 하는 것은 한국어 습득 과정이 지연됨으로 하여 매우 비효과적인 것이다. 모어와 한국어, 이 두 가지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있는 교육자가 한국어 교육을 하는 것이 한국어에만 익숙한 교육자보다 한국어 교육에서 훨씬 효과적인 것은 이러한 원인에 기인한 것이다. 한국어만 알고 있는 교육자가 한국어 교육을 하는 경우 습득자는 제 나름대로 늘 모어와 비교 속에서 한국어를 이해하려고 하는 만큼 두 가지 언어 조건이 구비된 전제하에서는 두 언어의 본질적인 것들을 비교할 수 있도록 교과서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한국어 교과서를 편찬함에 있어서 기초적 단계에서는 발음적 측면에서 두 언어의 서로 부동한 특징을 명시해야 할 것이며, 단어, 본문, 예문 등을 번역해 주는 것으로서 두 언어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역문은 직역을 하는 것보다 모어의 표현방식에 맞게 번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두 언어의 상이한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문법, 문형의 설명도 그것이 확연히 비교가 되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으면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이 한국어 습득자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특기해야 할 것은 이러한 비교는 어디까지나 한국어를 보다 정확히, 그리고 보다 능숙히 장악하고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도록 한국어 습득자를 교육하려는 목적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어 학습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제쳐 놓고 언어 비교에만 매달리는 폐단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발음 문제
발음은 언어의 물질적 외피로서 어느 한 언어를 배울 때 우선 발음을 접촉하게 됨은 말할 것도 없다. 언어의 발음을 떠나서 인간의 교제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만큼 발음은 언어를 습득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제 2 언어를 교육하기 위해 개발된 한국어 교과서의 발음체계는 대체로 두 가지 방법으로 처리되어 있다. 한 가지는 자모만을 집중하여 배우고 한국어의 발음법은 본문에 나오는 문장의 발음에 근거하여 점차 습득하도록 되어 있다. 즉 한국어의 구체적인 문장 속에서 발음을 익히도록 한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한국어의 모음, 자음, 그리고 받침을 몇 단계로 나누고, 한국어의 가장 기본적인 발음 체계를 집중적으로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가지 경우가 다 한국어의 발음을 중요시하였는데, 전자의 경우는 한국어 습득자로 하여금 한국어의 발음을 언어적 환경 속에서 익히도록 하고, 한국어의 맞춤법과 언어사용 가운데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발음변화를 동시에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한국어 발음체계 습득의 단조로움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이러한 방법은 단시일 내에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익혀야 하는 단기 강습반에는 아주 좋은 것이다.
한국어의 발음체계와 발음규칙은 완전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상대적인 독립성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비교적 짧은 편폭을 가지고 그것을 총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도 언어적 환경 속에서 한국어의 발음체계를 익히도록 교과서를 편찬한다면 한국어의 발음체계가 무시된 전제하에서 언어적 환경을 조성하게 되며 설사, 양자를 통일시키기 위해 애를 쓴다고 해도 양자간의 모순을 궁극적으로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결국은 한국어의 발음문제를 경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게 되는 것이다.
어떤 언어를 막론하고 그 언어에만 있을 수 있는 발음체계를 갖고 있으며, 같지 않은 성질의 두 가지 언어의 발음체계는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어를 습득함에 있어서 집중적인 시간을 이용하여 음소 하나하나를 모어 발음과의 대비 속에서 정확하게 습득하는 것은 한국어를 배우는 상당한 기간동안 적극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한국어를 전공으로 배우는 성인 대상의 한국어 교과서는 발음 단계를 설정하고 일정 시간 집중적으로 발음을 배울 수 있도록 편찬하는 것이 바람직 한 것 같다. 특히 중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 발음단계에서 중국어 발음과 한국어 발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히 밝히고 중국인이 잘못 발음하거나 발음하기 어려워 하는 발음을 중점으로 익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어의 발음 문제를 발음단계에서 몽땅 해결할 수는 없으며, 발음교육은 한국어 교육의 전 과정을 관통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발음단계에서 취급이 안된 표준 발음법들은 초기 단계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밝혀주어야 한다.
단어 문제
일반적으로 한국어 교과서의 두께는 단어의 수량에 의해 결정된다. 개발하는 교과서에 단어의 수량을 얼마나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떠한 단어를 기본으로 하여 취급할 것인가 하는 것은 반드시 사전에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한국어 교육의 대상과 밀접히 관련되므로 한국어 교육 대상의 객관적 요구를 충분히 감안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한국어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개발하는 한국어 교과서라면 대학생들의 생활 환경과 그들이 반드시 습득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사회, 문화적인 요소들을 감안하여 단어들이 선택되어야 할 것이며 그들의 한국어 학습시간 등을 고려하여 단계별로 단어의 수량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단어의 양이 적어 학습할 내용이 작아진다면 학습자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여 효과적인 한국어 학습을 보장하지 못하게 된다. 그와 반대로 단어의 수량이 너무 많으면 한국어 습득자로 하여금 교과서의 전면적인 내용의 학습에 지장을 주게 된다.
단어 문제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중국어와 한국어의 단어체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같지 않은 언어의 모든 단어가 다 1 대 1로 대역되는 것이 아니며, 같지 않은 언어에서 단어의 다의성으로 하여 단어 의미의 일부는 공통되지만 다른 일부는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그리고 1 대 1로 대역되는 경우에도 문장에서 쓰이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며, 어떤 단어는 다른 언어에는 없고 그 언어에만 독특하게 존재하기도 한다. 한국어의 단어는 아주 풍부하고 다채로우며 그 체계도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한국어 단어체계의 특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한국어의 단어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므로 한국어 교과서는 단어를 취급함에 있어서 단어의 대역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그 단어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와 함께 본문에서 나타나는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언어생활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중요한 단어는 단어 해석과 함께 예문을 곁들여 활용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문 문제
한국어 교과서에서 선택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언어재료--본문은 매 한 과에서 습득해야 할 내용에서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본문이 구조적인 측면에서 한국어 교육의 내적 법칙에 맞을 뿐 아니라 한국어 표현 방식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한국어 습득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국어 교과서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핵심적인 문제인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이지만 본문 작성에서 흔히 두 가지 경향을 보게 되는데, 한국어의 구조적인 측면을 기본으로 한 교과서는 문법과 문형의 순서를 우선 정해 놓고 거기에 알맞는 본문을 작성하는 반면에 한국어의 기능적 측면을 우선한 교과서는 문법, 문형을 무시하고 한국어 습득자가 생활하고 있는 환경과 순수한 한국어의 습득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 습득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모어와 완전히 다른 언어 형식이 표현하고 있는, 그 어떤 사회 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본문을 통하여 직관적으로 감수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이 그들의 한국어습득의 심리적 요구에 맞아야만 흥미를 가지고 한국어를 배워 갈 수 있다.
그러므로 본문의 작성은 한국어 습득자의 습득심리를 정확히 헤아려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문법, 문형의 순서를 배열하는 구조적인 측면을 기본으로 하는 것보다는 한국어 습득자가 처한 사회생활과 그들이 요구하는 심리적 욕구를 파악하여 생활 배경과 화제를 설정하고 순수한 한국어의 표달방식에 맞게 본문을 작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문법, 문형의 점진적 순서배열이라는 그러한 구조적 측면이 어느 정도 무시되어야만 이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한국어의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는 경우에도 한국어습득의 기본 규칙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한국어 교육의 초기적 단계에서는 한국어의 발음, 문법, 단어 등 여러 가지 요소의 제한성으로 하여 본문은 가장 직접적이고 간단한 사물로부터 작성될 수밖에 없으며, 문법과 문형도 간단한 데에서부터 점차 어려운 데로 확대하여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너무 길어지면 구조적인 측면만 강조되고 한국어의 내적인 법칙과 한국어 습득자의 심리적 욕구문제는 도외시되기 쉽다. 습득자가 한국어에 대한 감성적인 지식이 약간 쌓이게 되면 구조적인 측면은 무시한 채 한국어의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여 본문을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본문 작성에서 회화체와 서술체의 글이 적절하게 취급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나온 교과서들은 회화체의 본문만 있거나 서술체의 본문만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회화체로만 작성된 본문을 통해 한국어를 습득하게 되면 습득자의 말하기, 듣기 능력을 높이는 데는 이로운 점이 있지만 읽기, 쓰기 능력을 높이는 데는 단점이 있다. 또한 한국어 회화의 문법상 복잡한 특성으로 하여 습득자로 하여금 한국어 문법에 대한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으며 결국은 한국어 습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를 초래하게 된다. 한국어를 전공으로 배우는 학생을 대상으로 개발하는 한국어 교과서는 회화체와 서술체 본문을 적절하게 배합함으로써 한국어 습득자로 하여금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번역하기 등 능력을 종합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적 내용의 도입 문제
제 2 언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 그 첫 시작부터 문자적인 의미에서의 모어의 문화와는 다른 한국문화를 접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어 교과서를 개발함에 있어서 어떻게 한국어 습득자가 처한 생활환경에 유리되지 않으면서 한국 언어의 습득과 함께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는 문제는 이론, 실천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교과서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언어적 재료 속에 문화적인 요소가 융합되게 함으로써 한국어 습득 과정 자체가 모어 문화와 한국 문화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자면 문화적인 요소가 교과서 전체에 관통되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하며, 특히 교과서에서 문화적인 내용이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본문의 선택이 깊이 연구되어야 한다. 한국어를 배운다고 해서 한국문화 소개에만 치우친다면 한국어 습득자의 심리적 요구와 그가 처한 생활 배경을 외면하여 결과적으로는 한국어 습득에 적은 영향만을 줄 것이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면서도 한국문화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내용만을 취급할 경우 또한 한국문화에 대한 지식수준의 제고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 습득에도 소극적인 영향만 끼칠 것임은 당연하다.
한국어 습득자의 문화적인 수준을 파악하고 그가 처한 생활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기초 위에서 한국어를 전공으로 배워야 하는 만큼 모어의 문화적 내용과 한국문화의 내용을 적절히 배합하고, 점차적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비율을 높여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어의 습득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한국어 교과서인 만큼 본문 등에서 한국문화 이해의 목적만을 위해 내용을 편성할 수는 없다. 한국어 습득자의 한국문화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교과서에 열독 부분을 설정하고 전문적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초기적 단계에서는 모어로 소개할 수밖에 없다.
언어 규범 문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과서는 언어 사용 면에서 규범적이어야 하는 것은 구태여 더 말할 것이 못된다. 그러나 중국에서 개발하는 한국어 교과서의 입장에서 보면 언어 규범 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나선다. 역사적인 원인으로 인해 중국에서는 근 40년 동안 외국어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 평양말을 표준어로 사용하여 왔으며 평양말을 규범으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여 왔다. 중국의 한국어 교육자들은 서울말보다 평양말에 익숙해져 있으며 서울말을 표준으로 사용하자고 해도 무의식 중에 평양말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말의 억양은 차치하고 한국어 교과서 편찬에서 발음, 단어, 문법 등에서 서울말의 규범을 엄수해야 할 것이며, 언어 표달의 방식에서도 서울말이 되어야 한다.
그 외 중국에서는 200만 조선족의 문화 중심지인 연변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함경도 방언의 간섭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연변을 중심으로 하여 규범화한 중국의 조선족 언어는 평양규범, 서울규범과 같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개발된 한국어 교과서는 평양말에 기준한다고 하면서도 연변식 한국어 표현이 무의식 중 표현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한국어 교과서 개발에서 한국어의 규범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어의 규범을 잘 익혀야 할 것이며 서울말의 표달 방식까지도 부지런히 배워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의 한국어 교육 방법
- 동경외국어대학의 경우 -
이토 히데토(伊藤英人)*
1. 일본에서의 한국어 교육의 역사와 동경외국어학교
한국어는 일본에 있어서 중국어와 더불어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서 학습되어 온 언어이다. 한반도, 즉 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한반도의 언어를, 중간에 중단된 시기를 포함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교육하여 온 지역은 일본 이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ꡔ續日本紀ꡕ에는 761년에 미노(美濃), 무사시(武藏) 양 지역의 소년 각 20명에게 신라어를 배우게 했다는 기록이 보이며 815년에는 對馬島에 新羅譯語가 설치되었다. 일본의 한국어 학습은 메이지시대 초기까지 주로 대마도에서 행해지게 되는데, 확립된 제도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에도(江戶)시대의 일본과 조선 사이의 외교 실무를 담당하고 있던 쓰시마(對馬)藩이 1727년에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의 건의에 의하여 대마도 후추(府中)에 설치한 조선통사(朝鮮通詞) 양성기관을 그 효시로 한다. 아메노모리 호슈는 에도시대의 대표적인 한국어 학자이자 유학자로서 1703년과 1705년에 부산 倭館에 체류하면서 한국어를 학습하였으며, 메이지(明治)시대까지 사용된 한국어 교과서인 『交隣須知』의 편찬에도 관여했다. 이 통역관 양성을 위한 학교는 메이지시대 초기까지 유지되었는데 쓰시마 역사민속자료관에 소장되어 있는『韓語稽古規則』에 의하면 학생들은 매일 아침 6시부터 어학훈련을 받고 한 달에 8번 정도 시험을 치렀으며 교재로 『韓語集詞』,『交隣須知』,『隣語大方』 등이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메이지유신 후 藩이 폐지되어 縣이 설치됨에 따라 대외 관계를 직접 관할하게 된 외무성은 쓰시마(對馬)藩의 한국어 교육 체제와 인재를 인수하는 형태로 1872년에 대마도 이즈하라(嚴原, 府中을 개칭)에 외무성 이즈하라 한어학소(外務省 嚴原韓語學所)를 설치했다. 이 이즈하라 한어학소는 그 다음 해인 1873년에 당시 일본 공관이 있었던 부산 草梁館에 이전되어 이에 외무성 초량관 어학소(外務省 草梁館語學所)가 개교하게 되었다. 일찍이 1873년에 설립된 관립 東京外國語學校(현 동경외국어대학)에, 1880년 朝鮮語學科가 설치됨에 따라 草梁館語學所가 폐지되어 草梁館語學所의 교수와 학생은 외무성으로부터 文部省으로 이관되는 형식으로, 신설된 동경외국어학교 朝鮮語學科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쓰시마(對馬)藩 이래 행해져 온 한국어 교육을 동경외국어학교에서 계승하게 된 셈이다. 1880년도판 『東京外國語學校一覽』에 실린 커리큘럼에 의하면 1, 2학년에서『交隣須知』,『隣語大方』등이 교수되고 3학년 이후에는『구운몽』,『옥교리』,『임경업전』,『유서필지』기타 경서언해류 등의 교재들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공인 한국어, 한국 역사, 지리 이외에 대수, 기하, 체조 등의 필수 과목이 개설되어 있었다. 근대적인 학교 교육 제도하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 실시되게 된 것도, 동경외국어학교에 朝鮮語學科 설치된 것을 그 효시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의 졸업생 중에 한국어, 한국사 연구자로 알려진 아유가이 후사노신(鮎貝房之進)이 있다.
그 후 1886년에 동경외국어학교는 동경상업학교(현 히토쓰바시대학)에 흡수되면서 폐교되어, 한국어 교육은 동경외국어학교가 다시 부활 설치될 때까지 약 10년간 중단되었다. 1897년 학교 부활과 동시에 韓語學科가 설치되어 한국어 교육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1927년 ‘帝國의 한 지방 언어에 불과’한 한국어를 ‘외국어’ 학교에 설치할 이유가 없다는 문부성의 견해에 따라 한국어 학과가 폐지되었다. 이로 인하여 일본 관립 학교 제도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전폐되었고, 한국어 연구의 측면은 그 전년도인 1926년에 설치되었던 京城帝國大學 法文學部 朝鮮語 朝鮮文 學科로 그 중심이 옮겨지게 되었다.
패전 후 일본의 한국어 교육 및 연구는 1925년부터 사립 학교로서 한국어를 교육해 온 덴리(天理)대학이 그 중심이 되었다. 朝鮮學會(The Academic Association of Koreanology in Japan) 대회가 해마다 天理大學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학술지 간행, 天理도서관을 중심으로 하여 추진되어 온 한국학 관련 자료 수집 등 어학 분야뿐만 아니라 전후의 일본에 있어서의 한국학 센터 역할을 해 오고 있다. 그 후 1965년에 오사카(大阪)외국어대학에 朝鮮語學科가 설치되어 전후 국립대학 최초의 한국어학과가 탄생하였다. 일본에서 최대의 재일 한인 집중 거주지역인 오사카라는 지리적 조건에 놓인 오사카외국어대학은 연구 성과의 사회적 환원을 꾸준히 지향하였다. 설치 직후부터 한국어 시민 강좌를 개설함과 동시에, 대역 사전 편찬에 착수해 20년 후인 1985년, 총 어휘수 약 21만개를 수록한 對譯 辭典으로서는 최대규모인 『朝鮮語大辭典』을 간행하였다. 전후에 관립학교로부터 국립대학으로 승격된 동경외국어대학에 朝鮮語學科가 부활 설치된 것은 폐지로부터 50년 후인 1977년이었다. 같은 해에 도야마(富山)대학 人文學部에 朝鮮語朝鮮文學코스가 개설되었다.
부활 후 동경외국어대학 朝鮮語學科의 한국어 교육은 그 교육 내용에 있어서는 동경외국어학교 시기의 그것을 전혀 계승함이 없이 새로이 시작되었다. 뒤에서 자세히 보게 되듯이, 그 교육 내용은 한국어 문법과 연구자의 계보 즉 학통 등으로 보아 戰前 시기 이래 누적되어 온 일본인 연구자들에 의한 한국어사 연구 성과를 반영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1977년의 학과 부활과 동시에 부임한 간노 히로오미(菅野裕臣)는 동경교육대학(현 쓰쿠바대학)에서 고노 로쿠로(河野六郞)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고노 로쿠로는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의 제자로서 京城帝大에서 『朝鮮方言學試攷』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어 연구에 종사했으며 일본의 한국어 연구를 전후에 계승하였다. 간노 히로오미에 의해 확립 정비된 동경외국어대학의 한국어 교육에는 후술할 語基(base) 등, 고노 로쿠로에 의해서 도입되어 일본인 한국어 연구자들에 의해 특히 한국어사 연구 분야에서 사용되어 온 개념이 도입되어 있다. 이 점에서 다른 기관의 한국어 교육에서 사용되어 온 문법 용어 등과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하에서는 먼저 2에서 용언 어간의 분석 처리에 있어서 도입된 語基 개념을 이 술어를 사용하지 않는 일본의 다른 한국어 문법 등과 대조하여 살펴보고, 3 이하에서는 동경외국어대학에서의 한국어 교육의 실제와 그 문제점 등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2. 語基
고노 로쿠로 외 편, 三省堂『言語學大辭典』제6권 술어편의 ‘語基’ 항목에 다음과 같은 기술이 있다. ‘교착어형 언어에서는 명사와 특히 동사어간에 여러 접사(affix)들이 붙음으로써 복합체(complex)를 형성한다. 이 경우 접사가 붙는 어간의 형태를 語基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어 용언의 활용형은 어기이다. 終止形, 連體形, 連用形, 命令形이라 불리는 활용형은 단독으로 사용되어 각각의 문법적 기능을 다하는데, 현대일본어에 있어서 未然形과 假定形은 단독으로 사용되지 않고 반드시 일정한 助動詞 내지 助詞가 붙는다. 즉 이 두 활용형은 조동사와 조사가 붙기 위한 어기이다. 명령형을 제외한 다른 활용형 역시 일정한 조동사 내지 조사가 붙기 위한 어기가 될 때가 있다. 일본어 용언의 활용은 이렇게 어기의 변화로 볼 수 있다(546쪽).’ 같은 책 ‘활용(conjugation)’항목(223쪽)에는 ‘일본어의 활용 즉 어기변화는 동사 혹은 형용사, 형용동사뿐만 아니라, 이른바 조동사도 용언복합체(verb complex) 안에서 후속되는 조동사, 조사의 종류에 따라 어기변화를 일으킨다. 한국어 역시 마찬가지이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한국어 용언에 일본어 용언의 활용형과 유사한 thematic vowel의 교체형을 인정하여 이를 제시한 것은 중세한국어 연구인 마에마 교사쿠(前間恭作) 『龍歌古語箋』(1924)이 처음인 것 같다. 여기에서는 ‘국어(일본어, 인용자)의 活用圖와 유사한 것’의 예로서 동사 ‘잡다’의 ‘잡-, 자-, 자바-, 자보-’의 4개 형태를 들고 있지만 이를 ‘어기’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현대의 어법’에서는 ‘諧音’ 즉 모음조화가 ‘連用의 어’에 한정되어 있는 데 비해 ‘鮮初의 어법’에서는 ‘아/어, 오/우, /으’의 6개 모음이 출현하므로 이렇게 처리했음을 밝히고 있다. 한국어 용언의 이러한 처리가 현대어가 아닌 중세한국어 연구에 연유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현대한국어를 포함해서 ‘활용어기’로 간주한 것은 고노 로쿠로(1946)인데, 이 개념은 그 후 특히 일본의 중세한국어 및 근대한국어 연구에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몇 가지 용언의 ‘어기활용’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방점도 표시했음).
상성변동과 비변동, ‘듣다’, ‘눕다’ 등의 제Ⅱ어기 모음의 평성으로서의 출현 등 액센트(성조) 변동 역시 어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성조에 많은 관심을 가져 온 일본의 중세한국어 문법 기술에서는 이러한 어기에 의한 기술이 일반화되어 있다.
위에 든 바와 같이, ‘이른바 조동사도 용언복합체(verb complex) 안에서 후속되는 조동사, 조사의 종류에 따라 어기 변화를 일으키’는 일본어의 예에 따라, 중세한국어 선어말어미를 어기 활용의 유형별로 그 예를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ⅠⅡⅢⅣ가 구비된 것 : Ⅰ: Ⅱ· Ⅲ· Ⅳ· (겸양, 존경)
Ⅰ/Ⅱ와 Ⅳ가 대립되는 것 : Ⅰ/Ⅱ ·더 Ⅳ ·다 (시상, 확인 등)
ⅠⅡⅣ가 출현되는 것 : Ⅰㅅ Ⅱ· Ⅳ ·소 (감동)
현대 한국어 기술에 있어서도 어기라는 개념이 사용되어 왔으나, 이것이 한국어 교육에 도입된 것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동경외국어대학에서부터였다. 즉 현대 한국어의 ‘잡으면’, ‘잡아서’를 ‘잡-으면’, ‘잡-아서’가 아니라 ‘잡으-면’, ‘잡아-서’로 보고 ‘잡으’, ‘잡아’를 동사 ‘잡다’의 ‘제Ⅱ어기’와 ‘제Ⅲ어기’라는 활용형으로 보는 입장이다. 변격용언의 어기활용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Ⅰ Ⅱ Ⅲ
짓다 짓 지으 지어
듣다 듣 들으 들어
춥다 춥 추우 추워
그렇다 그렇 그러 그래
어쩌다 어쩌 어쩌 어째
모르다 모르 모르 몰라
이르다 이르 이르 이르러
하다 하 하 해/하여
이와 같이 어기설에 의한 교육방법에서는, 변격용언을 설명할 때 어미에 대한 언급이 없이, 용언의 활용을 학습하는 단계에서 일괄 처리하게 된다.
각 어기에 붙어 용언복합체(verb complex)를 형성하는 ‘접미사’의 어기활용은 다음과 같다.
Ⅰ Ⅱ Ⅲ
겠(Ⅰ+) 겠 겠으 겠어
ㅆ(Ⅲ+) ㅆ ㅆ으 ㅆ어
시(Ⅱ+) 시 시 셔/세/사
사옵(Ⅰ+) 사옵/삽 사오 사와
예를 들면 ‘알았어요’는 ‘알-았-어요’가 아니라 ‘알아-ㅆ어-요’로 분석되는 셈이다. 왜 모음조화를 따라 ‘*알았아요’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알다’의 제Ⅲ어기인 ‘알아’에 과거를 나타내는 ‘ㅆ’(용언의 제Ⅲ어기에 붙음)이 붙었는데, ‘ㅆ’ 자체의 제Ⅲ어기는 ‘ㅆ어’이므로 ‘요’(Ⅲ+) 앞에서 ‘ㅆ어’가 되었다고 설명된다.
이러한 어기에 의한 한국어 교육은 동경외국어대학과 간다외어대학(神田外語大學)에서 한국어학과 설치 이래로 실시되어 왔고 시판되는 한국어 교과서 중에도 이를 따르는 것이 많이 있다. 또 한국어 학습사전인 ‘코스모스 조화(朝和)사전’ (하쿠수이샤 白水社 1988)은 전면적으로 이 어기의 관점에서 편찬되어 있다. 즉 예를 들어 ‘과거’를 나타내는 ‘접미사’는 ‘았/었’이 아니라 ‘ㅆ’으로 올라 있다. 또 모든 용언어미와 용언접미사는 ‘Ⅰ-고, Ⅱ-면’과 같이 각각 그것이 붙는 어기활용형이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한국어 학습사전의 하나인 것으로 생각되는 ‘朝鮮語辭典’ (쇼가쿠칸 小學館 1993)은 어기설에 따르지 않고 ‘알-았-어요’로 분석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으며 ‘어미’와 ‘보조어간’을 다음과 같이 5개의 ‘류’로 나누고 있다.
1류는 어미가 교체형을 가지지 않고 접속되는 어간이 모든 용언에서 일정한 형태인 것이고, 2류 이하는 어미가 교체형을 가질 수 있는 것인데, 2류는 ㄹ어간 용언만이 기본어간과 다른 형태를 보이는 것, 3류는 자음어간에서 모음 -으-가 삽입되면서 어간은 ㄹ어간과 ㅂ,ㅅ,ㄷ,ㅎ 변격, 즉 ‘변칙 자음어간 용언’에서 기본어간과 다른 형태를 보이는 것, 4류는 3류와 같으나 ‘변칙 자음어간 용언’에서만 기본어간과 다른 형태를 보이는 것, 5류는 어미가 모음조화에 의한 교체형을 가지고 ‘변칙 자음어간 용언’과 ‘으변’, ‘르변’, ‘러변’, ‘하변’ 등 ‘변칙 모음어간 용언’에서 기본어간과 다른 형태를 보이는 것이다. 어기설에 따르면 조건을 명시하기 어려운 ㄹ어간 용언의 처리를 감안한 것인 동시에, 학습자가 나중에 한국에서 출판된 국어사전류를 이용하게 되었을 때 어간과 어미의 인식에서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언급한 오사카외국어대학 편 『朝鮮語大辭典』역시 ‘알-았-어요’로 분석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어미류를 크게 교체형을 가지는 ‘雙對式’과 교체형을 가지지 않는 ‘단일식’ 으로 나누고, ‘쌍대식’을 ‘連音系’ 즉 매개모음 ‘으’가 들어가는 것과 ‘아/어’와 같은 ‘모음조화계’로 이분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어기에 의한 교육방법은 특히 변격용언 학습이 어미에 대한 언급 없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초학자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한국어 용언의 어형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어기로 교육을 받은 학습자들에게 어기설을 따르지 않는 사전들과의 차이를 잘 설명할 필요가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3. 동경외국어대학의 한국어 교육 -1학년을 중심으로-
3. 1. 교재
동경외국어대학 동아시아과정 朝鮮語專攻에 1999년 5월 현재 재학중인 학부 학생 수는 모두 154명으로서 그 중 1학년은 33명이다. 자신이 전공할 언어를 선택하고 입학한 학생들은 1, 2학년 때에 집중적으로 어학 훈련을 받는다. 1주일에 6번(각 90분)씩 한국어 수업을 받게 되는데, 한국어 수업에서 사용되는 교재는 다음과 같다.
ㄱ. 간노 히로오미(菅野裕臣)1981『朝鮮語の入門』(‘한국어입문’)
ㄴ. 노마 히데키(野間秀樹)1988『길 朝鮮語への道』(‘길 한국어로 가는 길’)
ㄷ. 권재숙(權在淑)1998『これからの朝鮮語』(‘앞으로의 한국어’)
3권 모두 어기에 의해 문법을 설명한 교재이다. 이들 가운데 ㄱ의 ‘한국어입문’이 중심이 되는 교재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사전과 단어집으로는 상술한 바 있는 ‘코스모스 조화사전’과 쇼가쿠칸 ‘朝鮮語辭典’, 그리고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1999『暮らしの單語集 韓國語』(어휘수 3598)가 사용된다.
3. 2. 수업 구성과 진도 관리
전공 어학 수업은 학기 단위가 아니라 1년 단위로 진행되며 수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담당자 교재 수업의 목적
a. 노마 ‘길 한국어로 가는 길’ 구어체를 중심으로 한 문법과 작문
b. 엄기주 ‘길 한국어로 가는 길’ 청취력과 발음 훈련
c. 권재숙 ‘앞으로의 한국어’ 구어체를 중심으로 한 표현능력 양성
d. 사에구사 ‘한국어입문’ 정서법 규칙과 문법
e. 이토 ‘한국어입문’ 정서법 규칙과 문법, 한자음
f. 고동호 ‘한국어입문’ 받아쓰기, 발음 훈련
위에서 a와 b, 그리고 d, e, f는 각각 같은 교재를 사용하며 이른바 릴레이식으로 진행된다. 모든 수업의 진도를 한국어학 담당 교수인 노마교수가 관리한다. 즉 학생들의 달성도를 보아가며 몇월 며칠 몇 교시 수업은 어디까지 하고 언제 시험을 보라는 등의 요청을 적은 연락 노트를 각 담당자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3. 3. 시험
시험은 정기시험, 단어시험, 기타 수시로 실시되는 시험으로 구분된다. 이 중 단어시험은 위에서 언급한 한국어 단어집(어휘수 3598)에서 출제된다. 이 단어집은 분야별로 배열된 학습용 어휘집으로서 ***제1차 중요단어(440개), **제2차 중요단어(591개), *제3차 중요단어(1629개), 무표시(938개)로 단계별 표시가 되어 있다. 1, 2학년 동안에 이 단어집에 나오는 단어 모두에 대해 단계별로 시험을 실시함으로써 교육한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4월 초에 연간 단어시험 실시 일정과 범위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1년에 15번 정도 시험을 본다. 단어시험이 아닌 보통시험도 수시로 실시한다. 1999년도 1학년 학생들은 1학기에 단어시험을 제외하고 14번 시험을 보았다. 시험의 결과는 연락 노트에 기입하고 진도 관리와 학생 개인 지도에 반영된다.
3. 4. 교육 내용과 달성도
이하에서 구체적으로 문자와 발음, 문법, 어휘에 대해서 1학년 1학기에 가르치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3.4.1. 문자와 발음
6개 수업 중 3개가 ‘한국어입문’ 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한국어입문’이 수업에서 중심적인 교재가 된다. 이 교재의 학습 사항을 순서대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진도는 연도마다 차이가 나므로 평균적인 속도에 준함).
*종성 가운데 ‘ㄹ’ 를 제외한 나머지는 일본어에서 음성으로서는 존재하나 음소로는 구별되지 않음을 의식케 한다. ‘ㅓ’의 장음은 [ə:]가 아니라 [ɔ:]로 되어 있다.
제3회
합성모음자 (ㅐ ㅔ ㅒ ㅖ ㅘ ㅚ ㅙ ㅝ ㅞ ㅟ ㅢ), 반절표
*‘ㅚ’는 [we], ‘ㅟ’는 [wi]로 한다. 즉 8모음 체계로 가르친다. 이 교재에서는 모음자의 구성에 주목해서 ‘ㅐ ㅔ’를 여기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다른 2개 교재는 일본어와의 차이를 인식케 하기 위해 단모음 8개를 일본어와 대조시켜 ‘ㅏ ㅣ ㅜ ㅡ ㅔ ㅐ ㅗ ㅓ’ 순으로 제시하고 있다.
*밟고[밥꼬]와 넓다[널따], 닭과[닥꽈]와 읽고[일꼬] 등의 구별도 여기에서 도입된다. ‘핥는다’, ‘읊는다’ 등은 이전에 배운 규칙을 기억하지 않으면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제7회
구개음화(같이[가치], 굳이[구지]), 한자어 두음법칙(로동→노동)
제8회
조사와 단어결합의 발음 차이(꽃이[꼬치], 그러나 꽃 위[꼬 뒤]),
‘ㄹ’로 시작되는 한자접미사의 발음(구인란[구인난])
ㄴ삽입 (밭일[반닐], 서울역앞역[서울려감녁])
제9회
사이ㅅ과 경음화(바닷가[바다까], 길가[길까])
제10회
한자어의 경음화(ㄹ+ㄷㅅㅈ, 외과[외꽈])
자음자모 명칭(남북)과 사전 찾는 법
이상의 정서법과 발음에 관한 규칙을 보통 10번만에 마친다(1999년도는 5월 19일. 이 사이에 도입되는 문법 형태소는 후술함).
현대한국어의 형태음소론적 정서법은 문자를 먼저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들에게는 극히 어렵다. ‘'i cʰaik mos 'irk-na (이 책 못 읽나?) [itʃʰɛŋmonniŋna]’, ‘'i tark-man (이 닭만) [idaŋman]’ 등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려면 종성규칙, 비음화, ㄴ삽입, 유성음화 등의 규칙을 단계적으로 습득해야 한다.
동경외국어대학의 경우 이들 규칙을 한국어 학습의 최초단계에서 철저히 학습시키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 방법의 장점은 한글로 된 문장을 정확히 읽기 위해서 언젠가는 꼭 터득해야 할 현대한국어의 형태음소론적 정서법 규칙을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 이외의 언어를 배운 경험이 없어 단계적으로 정서법 규칙을 학습해 나감으로써 단어를 발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학생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학습의 첫단계에 있어서 학생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 점을 감안해서 1998년도부터 사용하게 된 다른 2개 교재는 문자보다는 음성 교육에 중점을 두고 전편이 대화문으로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3. 4. 2. 문법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 즉 4월부터 7월 초순에 걸친 석달 동안에 가장 기초적인 문법을 가르친다. 이 기간에 배우게 되는 주요 문법형식들은 다음과 같다.
조사
가/이, 를/을, 로/으로, 에, 에게, 에게서, 에서, 부터, 까지, 보다, 의, 처럼
ㄹ, 한테, 께, 한테서, 서
와/과, 하고
는/은, 도, 만, 라도/이라도, 나/이나, ㄴ, 들
용언어간
어기활용(변격용언을 포함한 모든 활용 유형)
구어체에서 쓰이는 어기 활용형 ‘되다 Ⅲ되어(北되여)/돼(구어)’
용언접미사와 그 어기활용
Ⅰ-겠-, Ⅱ-시-, Ⅲ-ㅆ-
Ⅲ-지다, 한자어-시키다, 한자어-되다
위에 든 문법사항을 매년 7월까지 가르친다(1999년도에는 7월 8일에 종료했음). 이 가운데 조사 ‘가/이, 를/을, 로/으로, 에, 에게, 에게서, 에서, 부터, 까지, 보다, 의, 처럼’ 와 종결형어미 ‘Ⅰ-다, ⅠⅡ-ㄴ다/Ⅰ-는다’는 지시대명사들과 함께 정서법 규칙을 배우는 과정에서 도입된다.
1학년 1학기에 가르치는 위의 항목은 일본어 화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에서 가장 기초적인 요소로 생각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발음과 정서법 규칙
② 대표적인 격조사와 보조조사, 그 구어형(-ㄹ, 한테)
③ 변격용언을 포함한 용언의 어기활용
④ 종결, 관형, 접속형 중 대표적인 형태 및 체언형
⑤ 시제, 서법 접미사와 그 어기활용
⑥ 여러가지 문법적 기능을 다하는 분석적 형식들
논설문과 같이 한자어가 많은 문장은 위에 든 것과 같은 문법형태를 학습한 일본어 화자들에게는 어려움 없이 독해가 가능한 것 같다. 여름방학 숙제로서 신문 기사, 사설 등을 내고 개학 후에 시험을 실시하는데, 그 결과로 미루어 독해에서 큰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어체에 나타나는 형태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소설, 문학작품, 각본, 만화 그리고 방송교재 등은 논설문의 한국어와 동일한 언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일본어 화자 학습자에게는 어렵기 때문에 2학기부터 2학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교육하게 된다.
한국어는 문장어와 구어의 차이가 큰 언어이다. 1997년 이전에는 1학년 1학기는 문장어를 중심으로 한 형태를 먼저 가르치고 그 다음에 구어형을 가르쳤으나 98년도 이후에는 처음부터 구어체도 도입하고 있다. 즉 ‘이것이 무엇입니까?’가 나오면 곧 이어서 ‘이게 뭡니까?’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하려고 한다’와 ‘하려고 그런다’, ‘해서’와 ‘해 가지고’ 등 2학기 이후에도 문장어와 구어의 대응관계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구어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른바 ‘축약형’은 아주 짧은 어미에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집중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너 보고 뭐래? 우리 다 같이 거기 가재?’
‘아냐, 나 보고 혼자 가래.’
예를 들어 위와 같이 보통 소설책에도 나올 수 있는 대화문도 밑줄 친 축약형 어미들의 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 뜻을 알 수 없다. 또 ‘한대’와 같이 傳聞의 기능만을 가진 것과 ‘한단다’처럼 전문과 강조의 기능을 가진 것을 체계적으로 구별해서 학습해야 하는 것도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부분의 하나가 된다.
동경외국어대에서 편찬하여 3년전까지 사용되던 한국어독본이 있는데, 이 책에 수록된 원문 교재마다 난이도를 구별해 놓은 지도 교범이 있다. 1학년 후반으로부터 2학년에 걸쳐 사용되는 이 독본에서 가장 쉬운 난이도 1과 가장 어려운 난이도 6의 교재 첫부분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난이도1
판본체는 훈민정음 반포 당시의 글씨체를 말한다. 그러므로 정음체라고도 한다.
난이도6
‘오늘이 무슨 날인지 당신 아시죠?’ ‘아니 이 사람이 사람을 뭘로 보고 이러지?’ ‘대 보시구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무슨 날은 무슨 날이야, 일요일이지.’ ‘이그, 누가 일요일인 줄 모른대요?’ ‘오, 알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개 패는 날일세 그래.’ ‘뭐, 어째요? 개 패는 날요?’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일본어 화자를 염두에 둔 한국어 난이도는 한국어 국어교육에 있어서의 난이도와 전혀 무관한 것이다. 일본어 화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난이도의 설정과 그 단계적인 교육은 아직 확립되지 않고 있다. 2학년에서는 현행 한글맞춤법 이전의 철자법에 의한 문장(예:‘독립신문’ 사설), ‘是日也放聲大哭’ 등 국한문도 학과에서 편찬한 ‘朝鮮語文體範例讀本’ 등을 이용해서 강의하고 있다.
3. 4. 3. 어휘
3.3.에서 말한 바와 같이 1, 2학년 동안에 약 3600개 기초 어휘를 대상으로 한 단어 시험을 실시한다. 그 밖에 어휘교육은 주로 청취, 강독을 통해서 행해진다. 교재 선택시에 문법적인 난이도와 함께 어휘 분야를 감안함으로써 가능한 한 기초적인 어휘들을 배울 수 있게 한다. 추상적인 문장뿐만이 아니라 요리프로그램을 사용함으로써 구체적 동작동사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으나 충분하지 못하다. 특히 형용사와 의성의태어 교육은 시급한 문제이다. 또 2학년 이후에는 반드시 남북에서 출판된 국어사전, 유의어반의어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을 참고하게 하고 있다.
1학년 가을에 일본 한자음과 한국 한자음의 대응관계를 약 2개월 동안 가르친다. 이것은 한자어 어휘력 향상에 큰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한자음 학습용 학과 교재는 아직 출판되지 않고 있다. 또 한국어와 일본어에 공통되는 한자어에는 문체 차이가 있는 것이 많이 있음에도 그 차이를 자세히 기술한 사전이 없는 것도 문제가 된다.
3. 4. 4. 달성도
학생들의 달성도에 대한 객관적 조사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하의 기술은 발표자의 관찰에 의거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란 4가지 능력을 골고루 함양하는 데 성공했다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4가지 능력 가운데 읽기 능력이 제일 우수하다. 특히 2학년 때에 집중적으로 강독을 하기 때문에, 독해 능력은 한국에 단기유학만을 갔다온 학습자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에 있는 것 같다.
쓰기 즉 작문 교육은 최근에 와서 강화하게 된 부분이다. 다음은 수년전 1학년 학년말 시험 때 사전 예고 없이 한국어 수업에 대한 감상을 한국어로 쓰게 한 것이다. 일본어 간섭이 현저하게 나타난 예이다.
이 일년을 돌이켜 보면 괴루웠던 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발음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또 조선어학과는 타학과와 비교해서 너무 엄합니다. 수업진도가 더 느리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금보다도 여유를 들어서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수업에 따라가기만으로 힘껏입니다. 그러니까 단어테스트 직전 밖에 단어 공부가 못 하니 공부해도 곧 단어를 잊어 버립니다. 숙제도 무척 어렵습니다.
일본어와 너무나도 유사한 구조를 가진 한국어를 일본어 화자가 학습할 때 일본어를 직역한 문장을 사용해도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소위 ‘일본식 한국어’가 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일본어와 한국어의 차이점에 유의한 중급 및 상급 작문교재 개발이 시급한 과제가 된다. 단어결합(collocation)을 감안한 중형 대역사전이 없는 것도 문제가 된다. 대역사전은 아니지만 작년에 출판된 ‘연세한국어사전’과 같이 문형이 표시된 사전은 외국어 화자인 한국어 학습자에게 복음이라 할 수 있다.
말하기에 있어서도 같은 문제가 존재한다. 한국인 교수가 담당하는 회화 수업은 1학년으로부터 4학년까지 필수과목이 되어 있다. 학생들의 일본어 간섭에 기인한 오류(예:‘감기를 끌다→감기가 들다’, ‘80킬로도 있다→80킬로나 된다’, ‘영양을 잡다→영양섭취를 하다’)들이 역대 한국인 교수에 의해 수집되어 오고 있다. 일본어 영향 때문에 생긴 한국어 오류와 그 교정 경험을 가장 많이 쌓아 온 교육기관은 일본 전국 각지에 있는 조총련계 민족학교이다. 조총련계 출판사에서 출판된 자료가 이 점에서 참고가 된다.
듣기가 무엇보다도 최대의 약점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받아쓰기를 한층 더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청취 능력은 함양되지 않고 있다. 3, 4학년 선택수업에 청취력 향상만을 목적으로 한 수업이 있는데 그 수업에서는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간에 들리는 소리를 발음기호로라도 받아쓰고 자신의 착오의 경향을 분석하게 한다. 모음에서 /ㅓ/와 [a][o], /ㅔ/와 [i], 음절초자음에서 /ㅂ//ㄷ//ㄱ/의 혼동과 off-glide의 파열로 인한 것으로 판단되는 /ㅁ/와 [b], /ㄴ/와 [d], 종성 위치에서 일어나는 /ㄴ//ㅇ//ㅁ/의 혼동 등의 오류 경향이 두드러지게 관찰된다. 비음의 구강 파열로 말미암아 일본어 화자가 이들을 유성파열음으로 청취하는 경향은 근대 이전의 한국어 일본문자 자료에도 현저히 나타나는 경향인데, 학습 첫단계에서부터 변이음에 대한 언급이 어느 정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3. 4. 5. 앞으로의 과제
동경외국어대학에서 편찬한 한국어교재(시판된 것은 제외)는 다음과 같다 :「初級朝鮮語讀本」(1980),「朝鮮語文法便覽」(1981), 「朝鮮漢字音便覽」(1982), 朝鮮語慣用句集(上1984/下1985), 「朝鮮近代文學史資料」(1986), 「中期朝鮮語資料選」(1986), 「朝鮮語初級敎材」(Ⅰ1987/Ⅱ1988), 「朝鮮語中級讀本」(1989), 「朝鮮語初級讀本」(1989),「朝鮮語視聽覺敎材」(1990), 「朝鮮語文體範例讀本」(1991), 「朝鮮語分類基礎語彙集」(1997).
시급히 작성해야 할 교재들은 다음과 같다. 한국 한자음 학습 교재, collocation과 일본어와의 차이점에 유의한 작문 교재, 의성의태어 교재, 회화 및 청취 교재 등이 그것이다.
본 발표에서는 다른 교육기관에서 실시되고 있는 한국어 교육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못했으나 일본 각 대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제 2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현황과 그 교육 내용에 관한 조사연구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방법과는 그 내용을 달리한 달성도를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일본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2개 한국어 검정시험이 한국어 능력의 급별 기준을 제공하고 있는 듯하다.
국제문화포럼(1999)에 의하면 1998년도에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일본 국내 고등학교는 165개이다. 중국어 353개에 비해서 수적으로도 소수일 뿐만 아니라, 중국어 고등학교 교원들이 조직화되어 있고 그 조직적인 활동의 결과로 1997년부터 ‘센터시험’에 중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실시되게 되었고 고등학교용 통일교재를 작성하려고 하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한국어는 최근 들어 겨우 교원 사이의 연계가 시작된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동경외국어대학에서도 고등학교 한국어 교사 자격 취득이 가능하며 지금까지 졸업생 5명이 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에 종사했다. 한국어가 ‘특수’ 외국어에서 독어, 중국어와 같은 일반적인 외국어로 인식되게 된 현재, 중등교육까지 포함한 한국어 교육 방법의 확립이 요청된다.
본 논문은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방법에 대하여 서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70년대 초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시청각 설비에 의한 교육방법과 기타 보조 시설에 의한 교육방법, 그리고 80년대 개혁개방의 물결을 타고 국외로부터 들어온 일부 선진적인 교육방법은 중국의 외국어 교육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중국의 교육은 아직도 전통적인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한국어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중 수교가 이루어지면서 중국의 적지 않은 대학들에서는 한국어 학과를 증설하였고 언어도 종전의 평양어를 기준으로 하던 것을 서울말로 전환시키고 있지만 교과 과정의 설정, 교재와 참고서적의 개발, 교사들의 자질향상 및 교육방법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관한 연구 논문들을 살펴보면 영어권 학생을 상대로 하는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 사람을 상대로 한 한국어 교육에 관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적다.
그럼 본고에서는 경제무역대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어 교육상황을 예로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방법에 대해 제나름대로의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2. 한국어 교육의 목표와 교과과정
목표설정: 제 2언어로서의 영어 학습의 목표는 목표어의 네 가지 기능, 즉 듣고, 쓰고, 말하고, 읽기를 능숙히 수행하는 것이라면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목표어인 한국어의 다섯 가지 기능 즉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번역(통역)을 능숙히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
㉠ 어휘; 재학 4년간의 학습을 통하여 기본어휘 5500개 내지 6000개를 장악하고 쓸 줄 알아야 한다.
㉡ 문법; 한국어에 대한 기본문법을 장악하여 일반적인 입말이나 서면어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번역; 전문성이 강하지 않은 한글을 한어(漢語)로 시간당 500-600자, 한어(漢語)를 한글로 시간당 200-300자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통역에서는 일상생활 통역은 물론 일반적인 상담, 무역담판의 통역을 담당하여 오역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 읽기; 시간당 전문성이 강하지 않는 소설, 수필, 기행문 등을 12000자 읽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
㉤ 기본상 한국어로 구사하고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발음이 똑똑하고 자기의 의사를 조리 있게 전 달할 수 있어야 한다.
교과과정설정: 한국어와 관련된 교과과정은 기초한국어(1120시간), 한국어 문법(80시간), 한국문학작품 독해(640시간), 번역이론과 실천(160시간), 신문 잡지 독해(80시간), 회화(80시간), 듣기(80시간), 시청각(160시간), 한반도 개환(40시간), 무역실무문 작성(40시간), 경제문장독해(40시간), 글쓰기(40시간) 등이 있다.
교재: 자체로 편찬한 것을 위주로 해서 쓰고, 듣기교재, 시청각교재는 한국에서 구입해 간 동화이야기로부터 교수님들의 특강 녹음, 또는 텔레비전 연속극, 영화, 토론 특집 등 학생들의 학습에 유용한 것이라면 모두 이용한다.
3. 교수 방법 및 지도
외국어 교수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통적인 교수방법도 있고 새로운 교수방법도 있는데 어떤 교수방법이나 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현재 중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수방법은 대체로 청취발화법(fries method)과 직접교수법(direct method)을 접목시킨 방법이라 하겠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① 교수 시간의 사용 언어
즉, 어떤 언어로서 수업을 주고받는가 하는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을 취하고 있다.
첫째, 교사는 학생들의 모국어인 한어(漢語)로 진행하고 학생들의 모국어 사용을 허용한다. 이것은 주로 저급학년 즉, 1학기에서 3학기까지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다. 저급학년들로 놓고 말하면 처음으로 한국어를 접하거나 또는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시간이 짧기 때문에 한국어로만 해석하면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전혀 알아듣지 못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한어로 해석하면 학생들의 이해력을 도울 수 있을 뿐더러 학생들의 한국어학습 의욕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둘째, 한국어와 한어(漢語) 두 가지 언어로 진행하되 학생들은 가능한 모국어를 피하여 한국어로 말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두 가지 언어로 진행하는 방법은 주로 4, 5, 6,학기에 적응해 쓰고 있다. 수업시간에 문법이나 어휘해석에 있어서 한국어로 먼저 해석하고 난 뒤에 이해가 부진한 부분을 한어(漢語)로 다시 보충설명을 한다. 한국어를 1년이나 1년 반을 배우고 나면 2천여 개의 어휘와 일반적인 문법은 어느 정도 배웠기 때문에 한국어로 진행해도 적잖은 말은 이해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방법은 이해력을 높일 수 있을 뿐더러 듣기와 말하기 능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셋째, 교사와 학생이 모두 학생들의 모국어인 한어(漢語)를 피하여 한국어로만 말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주로 7, 8학기에 적응된다. 이때면 학생들이 이미 3년간의 한국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어를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하고 일반적인 말에 대한 이해에는 별 문제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 한국어로 진행하면 해석의 이해에도 이롭고 중국말 사유에서 벗어나 한국어 사유에로 전환하는 데 이롭다.
② 발음 교수 지도
중국학생들이 한국어 학습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발음이다. 특히 한어(漢語)에서는 한국말의 어말받침소리 현상, 장․단음현상이 없기 때문에 발음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발음교수지도는 대체로 자모음 발음 지도, 장․단음 발음지도, 한자음 발음 지도 ,억양 발음 지도, 연음 발음 지도, 밭침 발음 지도 등으로 나누어 진행하게 되는데 이 몇 부분의 발음 지도는 따로 분리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관 속에서 진행한다. 그럼 여기에서는 중국학생들의 발음 지도에서 어렵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몇 살펴보기로 하겠다.
자모음 발음 지도: 중국에서 현재 사용 중인 한국어 교과서들의 구성을 보면 자모음과 간단한 어휘의 발음단계가 약 4주 정도 차지하도록 되어 있다.
중국학생들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어음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어음이론에 의한 정확한 발음은 이해에 어려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초급단계 즉, 발음 단계에서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음성기관을 그려놓고 조음 법을 설명하면서 지도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자모음과 함께 진행하는 단어의 발음연습인 것인 만큼 학생들의 한국어 학습의 신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쉬운 것부터 하면서 실제 표기와 발음이 불일치한 단어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효과, 토끼, 코끼리, 수도 물, 귀속, 허기증…….
장단음 발음 지도: 한국어에서의 소리의 장단은 말의 뜻을 분화하는 구실을 하는데 대개 모음의 길이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배:(倍)와 배(梨), 배(腹), 배(船),
눈:(雪)과 눈(目),
말:(語)과 말(馬), 말(升),
벌:(蜂)과 벌(野),
부자:(富者)와 부자(父子)
그러나 한어(漢語)에서의 동음의 의미의 구별은 4성 즉, 성조에 의해 이루어진다.
mo + 제1성=摸
mo + 제2성=模
mo + 제3성=抹
mo + 제4성=黙
그렇기 때문에 중국학생들은 한국말의 소리의 장단 구별을 소리의 고저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장단이 한어(漢語)의 4성과 구별되는 점을 알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반복된 연습을 통해 한국어 장단의 변별력을 키워야 한다.
한자어 발음 지도: 중국학생들이 한국어 발음에서 한어( 漢語)음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 부분이 바로 한자어의 발음이다. 한국어 속의 한자어는 그 대부분이 한어(漢語)에서 왔기 때문에 발음에서 같거나 유사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안녕----안닝(安寧)
명령----밍링(命令)
자력갱생-----즈력깅싱(自力更生)
명태 ---밍타이(明太)
모자----모오즈 (帽子)
이상은 중국학생들이 일부 어휘를 잘못 발음한 예들이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한국어 받침 “ㅇ”을 잘못 발음해서 생기게 된 것도 있지만 주로는 학생들의 모국어인 한어 (漢語)발음의 영향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자어 발음에서는 제일 주의 해야 할 점은 한어(漢語)에서 오는 영향이다.
기타 발음 교수 지도: 처음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학생들은 한국어의 받침 소리를 잘못 낸다.
예를 들면; 닦다(닥따) -----따다
웃다(욷;따) ---- 우다
살다 ----------사다
밟다(밥;따)----- 바다
둥글다 --------두거다
그 중에서도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받침 “ㄱ”(ㄲ,ㅋ,ㄱㅅ,ㄹㄱ)이 “ㄴ, ㅁ” 앞에서 동화되어 “ㅇ”으로 발음되는 경우고, 다음은 받침 “ㄹ”( r )과 어중 “ㄹ”( l )의 발음 구별이다.
예를 들면; 먹는다(멍는다)------머는다
국물(궁물) ----- 구믈
깎는다(깡는다) ----- 까는다
이상의 현상은 북방계 중국사람에 비해 남방계 중국 사람의 경우 더 심하다. 그것은 북방계 중국사람은 모국어에서 콧소리를 남방계인들보다 잘 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받침 “ㅇ” 소리를 잘 못내는 학생의 경우 우선 한어에서의 콧소리 발음부터 잘 내도록 한 후 밭침 “ㅇ”음을 내도록 하면 비교적 잘 된다.
그리고 한어(漢語)에도 “ r "음과 “ l "음이 다 존재하고 있지만 “얼화”(兒化)음의 영향으로 어중 “ l "음을 “ r ”음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사람 ----- 살람
그리고 ----- 걸리고
가르다 ----- 갈르다
자르다 ----- 잘르다
이상은 중국학생들이 < ㅇ․ㄹ>를 <ㄹ․ㄹ>로 잘못 발음한 예이다. 이런 현상은 비교적 보편적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극복하려면 단어의 첫 음절을 길게 발음하다가 그 다음 음절을 이어서 발음하는 방법, 즉 “사:람, 그:리고, 가:르다, 자:르다”로 연습을 반복하면 된다.
초급 단계의 발음 지도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방에 의한 반복적인 연습이다. 이런 모방에 의한 발음연습은 수업시간에 교사가 발음 모델이 되어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테이프에다 녹음을 해주어 과외 시간에도 모방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억양 발음 지도: 한국어의 억양은 낱말 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글월이나 글월의 일부분에 얹혀서 문법적인 기능이나 화자의 여러 가지 태도를 나타내는 구실을 한다. 가령 한국말의 “그렇지”의 경우 끝을 높여 발음하면 의문문이 되고, 끝을 낮추어 발음하면 서술문이 되는데 이것은 순전히 억양의 차이로 드러난다. 반면에 한어(漢語)의 억양은 낱말 안에 국한될 뿐만 아니라 낱말의 성조를 유지하면서 상승조와 하강조에 의하여 화자의 여러 가지 태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면,
“你等車↑?” (상승조) --- 차를 기다립니까?
“我等車↓”. (하강조) --- 차를 기다립니다.
여기에서도 역시 한어(漢語)발음의 영향으로 상승조나 하강조로써 한국어의 억양을 대체하려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경향을 극복하려면 발음 오류 정정도 중요하지만 또한 그 말에 대한 화자의 감정 표달도 필요하다.
특히, 한국어의 정확한 발음은 한두 차례의 연습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오류를 정정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발음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모방 및 반복된 연습을 통하여 발음이 원상태로 돌아가는 현상을 극복해야한다.
③ 문법 교수 지도
한국어문법은 중국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서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이 되고 있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해 중국어 문법은 비교적 간단한 데 비해 한국어 문법은 너무 섬세하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어순이 완전히 틀리기 때문이다.
한국어 문법교수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첫 번째는, 한국어 교과서에서 본문의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해 놓은 문법을 해석해 주는 것이다. 문법 해석은 중점을 잘 틀어쥐고 간결하면서도 알아듣기 쉽게 교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많은 예문을 들어 해석해야 한다. 그리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문법이 말과 글을 배우고 이해하는 데 보조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지 반대로 문법을 배우면서 문법에 빠져들게 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말해 문법에 빠져 들어 문법 따지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번역은 잘하나 말은 못하고, 문법을 소홀히 하는 학생은 번역이나 글을 쓰라고 하면 오류 발생률이 좀 높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말은 잘 한다.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만 너무 치우치는 경향이 없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한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문법은 본문 해석을 돕기 위한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체계가 정연하지 못하거나 전면적이지 못해서, 별도로 문법시간을 설정하여 문법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배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문법만을 따로 교수하면 따분하고 무미건조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상실시킬 수 있으므로 많은 예문과 오류 분석을 통한 학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법학습에서 형태론적 규칙을 알고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문형에 의한 학습과 변형에 의한 학습도 필요하다. 즉, 한국어에 나오는 기본 문형을 하나하나 제시하면서 어휘의 대체, 문장의 확장, 축소, 치환과 같은 단순 변형 연습과 두 문장을 한 문장으로 결합시키는 복합 변형 연습을 통하여 문법을 익히게 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특히 한어(漢語)에서의 경어법은 일반적으로 <您>과 <請>, <借光>등 아주 국한된 몇몇 어휘에 의해 표시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어의 경어법은 너무나도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의 경어법은 어휘에서도 표현되지만 주로 호칭과 문말어미에 의해 많이 표현된다. 중국학생들로 놓고 말할 때 이렇게 복잡하게 세분화된 호칭과 경어법을 다 기억하고 익히려면 여간 힘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발음이나 어휘 기타 문법 장악에도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호칭은 억지로라도 기억하도록 하고 경어법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습니다>, <해요> 등만 중점적으로 학습하도록 하고 기타의 것은 그 사용법과 의미만 알게 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하오>, <하라>, <반말> 등은 말의 나쁜 습성을 양성할 우려 때문에 배우는 단계에서는 되도록 자제해 쓰도록 하고 있다.
④ 어휘 교수 지도
어휘 교수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휘의미의 정확한 이해와 어휘확장 및 활용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한국과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가깝게 인접해 있고 동일한 유교문화권에 속해 있으며 또한 한국어 속의 60% 이상에 달하는 어휘가 한자어이기 때문에 중국학생들의 경우 한국어 어휘학습은 아주 쉬우리라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기타 지역에서 온 학생들에 비하면 좀 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두 나라의 정치, 문화, 사회제도, 생활습성 등 면의 차이와 특히 근 반세기 남짓한 기간 동안의 상호교류 단절로 말미암아 고유어의 의미 이해는 물론이고 한자어의 의미에서도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보통 한국어의 “김치”를 한어(漢語)로 “泡菜”또는 “腌菜”에 대응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어에서의 “泡菜”라는 말은 “양배추나 무 따위를 소금, 술, 후추를 넣고 끓여 식힌 물에 담가서 맛이 시게 절여 먹는 음식”을 가리키고 “腌菜”라는 말은 “채소를 절인다.” 또는 “절인 채소”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로서 한국어의 “김치”와 의미상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한국어의 “야심(野心)”이란 말은 순수한 한자어로서 한어(漢語)에서 온 말이다. 한국의 국어대사전을 보면 “야심”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다. 첫째, 자기분수에 맞지 않게 품은 욕심. 둘째, 남몰래 품은 크나큰 소망, 패기란 뜻이다. 여기서 보다시피 첫째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둘째는 긍정적인 뜻으로 쓰이기 때문에 “야심작”, “야심만만한 청년”과 같이 다른 단어와 결합하여 “기대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대담하게 표현한 작품”, “패기 있는 청년”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한어(漢語)에서의 “야심”은 “영토나 권력, 명예와 이익에 대한 분에 넘치는 욕망”이란 뜻으로 한국어에서처럼 긍정적인 의미가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 야심이 많다”라고 하면 나쁜 뜻으로 들린다. 이렇게 한국어 어휘는 한어에서 의미가 똑같은 어휘와 대응이 되는 것도 있고 유사하거나 같지 않은 것도 있으므로 어휘의미 해석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주의를 돌려야 한다.
첫째, 한국어에 대응되는 한어(漢語)어휘를 제시하되 두 어휘 사이에 의미 면의 차이점이 있는 가를 확인해 보고 설명을 가해야 한다.
둘째, 중국학생들이 한국어 어휘의 이해에서 비교적 어렵다고 하는 것은 바로 부사, 형용사, 특히 형용사 중에서도 의성-의태어이다. 왜냐하면 한국어는 한어에 비해 부사와 형용사가 매우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셋째,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서에서 어휘해석에 대응시켜 놓은 어휘, 또는 사전에 대응시켜 놓은 어휘는 의미 면에서 유사하거나 차이가 나는 것들도 많으므로 그것을 기계적으로 옮겨서 쓸 것이 아니라 참고적으로 이해하도록 해야한다.
다음으로, 한 가지 언어를 한 채의 건물에 비유한다면 어휘란 그 청사를 이루고 있는 하나 하나의 건축재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잘 장악하려면 우선 어휘량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어휘를 확장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휘 확장을 위해서는 어휘 암기와 더불어 다음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습을 진행해야 한다.
㉠ 단문 짓기; 새로운 어휘를 이용하여 짧은 글을 짓게 한다. 여기서는 서면이나 구두 형식을 다 취할 수 있다.
㉡ 동의어 찾기, 반의어 찾기 연습; 어휘를 주어 동의어와 반의어를 찾아내도록 한다.
㉢ 빈칸 채우기; 주어진 문장에 빈칸을 두고 그곳에 가장 적절한 어휘를 써넣게 한다.
㉣ 틀린 곳 찾아 고치기; 어휘를 잘못 쓴 글 한 편을 주어 틀린 어휘를 찾아내고 고쳐 쓰게 한다.
㉤ 번역을 통한 어휘 숙달; 한어(漢語)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게 한다.
사실 구체적인 어휘가 추상적인 어휘보다 쉽게 학습되지만 어떤 어휘를 막론하고 한번 학습된 어휘도 재학습하지 않으면 쉽게 잊혀 진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 연습하여 공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⑤ 번역(통역포함) 교수 지도
번역은 그 형식에 따라 한어(漢語)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과 한국어를 한어(漢語)로 번역하는 두 가지가 있다.
번역은 대개 제3학기부터 취급하게 되는데 이 때의 번역내용은 주로 교과서 내용을 둘러싸고 진행하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하고 번역에 대한 질적 요구도 그리 높지 않다. 번역의 기본 요령을 장악하여 원문의 기본 뜻만 나타내면 된다.
그런데 제5학기부터는 별도로 <번역이론과 실천>이라는 교과과정을 설정하여 각종 문체에 따른 번역을 체계적으로 교수하는 한편, 학생들이 실천을 통해 그 요령들을 터득하도록 하고 있다. 제5학기부터 번역과를 설치하게 된 원인은 번역은 종합적인 학문이 뒤밭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번역에서 한국어를 한어(漢語)로 번역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비교적 쉬워서 원문의 뜻만 정확히 이해하면 번역하는 데는 별로 어려움이 없지만 반대로 한어(漢語)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두 가지 번역 가운데 중점은 한어(漢語)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 두고 있다. 그런데 사실 지금까지의 번역에 관한 서적들을 보면 이론은 별로 없고 요령이 대부분이어서 요령 터득을 위해 강의와 결부하여 다음과 같은 방법을 취하고 있다.
첫째, 학생들에게 번역이 잘된 모델 글을 주어 원문과 대조해 보면서 요령이 실제에서 어떻게 쓰여졌는지를 알도록 한다.
둘째, 학생들에게 번역이 잘못된 글을 주어 원문과 대조해 보면서 오류를 찾고 그 원인을 분석하도록 한다.
셋째, 각종 문체에 따른 번역거리를 선택해 학생들에게 주어 번역해 오도록 한 뒤 오류를 찾아 함께 정정한다.
넷째, 통역은 주로 강의 시간을 이용하여 연습하면서 그 요령을 터득하는데 때로는 전문 부문에서 오랜 통역경험이 있는 사람을 초청하여 특강을 하기도 한다.
강의 시간에 하는 연습은 주로 두 가지 형식인데 교사와 학생이 1대1로 연습할 수도 있고 세 학생을 한 조로 하여 그 중 두 학생이 대화를 담당하고 한 학생이 통역을 담당하는 형식으로 연습을 한다.
번역 교수 지도는 학생들의 종합지식, 특히 학생들의 어휘확장과 문법지식을 익히는데 도움이 크다. 그러므로 가급적 많이 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이롭다.
⑥ 시청각 교수 지도
시청각에 의한 교수는 언어실습실에서 진행하게 된다. 시청각교수는 일반적으로 제시단계, 설명단계, 반복단계, 전이단계를 통하여 진행한다.
첫째, 제시단계. 주로 연설, 특강을 시청하는 경우엔 그 배경과 내용의 줄거리를 제공하고, 영화나 텔레비전 연속극, 대담 등을 시청할 경우에는 대화가 전개되는 상황, 대화에 나오는 인물, 대화의 개략적인 줄거리 등을 제공한다.
둘째, 설명단계. 제시단계에 들려 주거나 보여 주었던 내용들에 나오는 단어와 문장구조의 뜻을 이해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설명은 내용을 몇 단락으로 나누어 듣고 본 뒤 한 단락씩 나누어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셋째, 반복단계. 이 단계의 목적은 학생들이 모국어화자인 한국사람에 못지 않게 시청한 내용을 이해하고 그 내용을 서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반복단계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언제나 해당한 녹음과 화면이 재생되고, 본보기로 녹음 테이프가 수시로 사용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녹음을 듣거나 화면을 보면서 대화의 상황을 머리 속에 연상하면서 반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전이단계. 학습의 최종 목적은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상황에 알맞는 대화를 엮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 제시단계와 반복단계가 끝나면 이미 들려주었거나 보여준 내용을 자기말로 서술하게 하거나 요약하게 한다.
⑦ 읽기, 말하기, 쓰기 교수지도
ㄱ. 읽기 교수 지도
영어교수에서는 별도로 정독과정이나 다독과정을 설정하여 단계적으로 읽기를 지도하고 있지만 한국어학과에서는 이런 과정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고 기초단계의 본문이나 또는 문학작품독해에서 겸하여 읽기 교수지도를 하고 있다. 읽기 지도는 다음과 같이 한다.
첫째, 사전에 읽기 내용의 중심사상을 요약하는데 초급단계에서는 한어(漢語)로, 고급단계에서는 한국어로 요약한다.
둘째, 새로운 어휘를 해석한다. 학생들이 주제에 대하여 보다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읽는 내용물에 대하여 예비 질문을 한다.
셋째, 학생들의 글읽기를 검사하면서 발음상의 오류를 정정한다.
넷째, 강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집에서 여러 번 읽어 오라고 숙제를 내주고 다음 시간에 검사한다.
다섯째, 교사가 모델이 되어 읽는 시법을 보여 준다. 이 방법은 주로 초급단계에 적용된다.
여섯째, 내용이해를 돕기 위해 교재 내용을 한어(漢語)로 다시 진술하도록 하되 고급단계에 가서는 한국어로 이야기하도록 한다.
ㄴ. 말하기 교수 지도
외국어 학습의 주된 목적이 말하기를 배우려는 데 있으므로 말하기는 중요하다. 말하기 교수는 초급단계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단일 문으로 된 한 마디 한 마디 말에서 점차 복합문으로 된 복잡한 말을 하도록 한다. 한국말은 한어(漢語)와 어순이 틀려 중국사람들이 배우는 데는 애로가 적지 않다. 말하기 교수는 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숙달하게 한다.
첫째, 강의시간에 물음을 제기하여 대답하게 한다. 이런 방법은 초급단계로부터 고급단계에 까지 일관되게 할 수 있다.
둘째, 어떤 주제를 주어 그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서술하도록 한다. 그런데 초급단계에서는 언어의 제한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학생들 주변에 있는, 평소에 익숙한 것들을 간단하게 서술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초급단계에서는 자기가정에 대하여, 또는 자기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대하여, 자기 집이 있는 마을이나 도시에 대하여 서술하도록 할 수 있다.
셋째, 중급단계부터는 교재의 내용을 기초로 하여 그 내용에 대한 학생들 각자의 견해를 발표하도록 할 수 있다.
넷째, 교사는 학생들의 말을 들으면서 발생한 오류를 기록해 두었다가 정정해 준다.
ㄷ. 쓰기 교수 지도
쓰기 과정은 전반 한국어 교육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의 하나이다. 쓰기 교수 지도를 하기 전에 우선 학생들에게 문체에 따른 한국의 서식과 그 언어적 특징들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나서 쓰기를 하되 처음 하는 쓰기 연습인 만큼 쓰기는 학생들에게 실생활에서 필요한 일기 쓰기, 편지 쓰기, 신청서 작성하기 등과 같은 실용적인 기능에 기초를 두고 하도록 한다. 그러다가 고급단계에 들어서서는 점차 경제거래와 무역거래에서 오고가는 서신, 조사보고, 계획서 등을 작성해 오도록 한다. 쓰기를 잘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기초적인 연습을 진행한다.
첫째, 먼저 모델 문장을 주어 대치, 변형과 같은 문장형성을 연습하게 한다.
둘째, 글을 먼저 한어(漢語)로 작성하게 한 후 그것을 번역하게 한다.
셋째, 긴 글을 주어 내용을 요약해 쓰도록 하거나 어떤 내용의 줄거리를 주어 살을 붙이도록 한다.
쓰기 지도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문법과 언어 표현 방식이다. 학생들이 쓰기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바로 정정해 주되 오류를 고치는 데만 그치지 말고 오류발생의 원인을 찾아 준다. 그리고 모든 오류를 다 교사 혼자 정정하지 말고 본인이 스스로 하거나 다른 학생을 시켜 오류를 찾고 정정하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이미 반세기란 역사를 가지고 있고 최근 한중 수교와 더불어 많은 대학교들에서 한국어학과를 증설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방법에 있어서는 여전히 과학적인 이론의 총화나 외국의 우수한 교육방법을 외면하고 낡은 경험과 방법에만 집착하는 경향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교과과정의 설정, 교재의 개발, 교사의 역할, 시청각설비의 효과적인 이용, 참고서적의 개발 및 과외 독물의 선정 등 면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안고 있다.
4. 결론
이상으로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방법과 관련하여 현재 경제무역대학교에서 진행 중인 것들을 예로 들어 한국어 교육의 목표와 교과과정, 교수방법 및 지도,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것은 그 어떤 방법론적 차원의 이론의 탐구라 하기보다 현재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어 교육과정과 방법을 몇 가지 측면에서 종합해 본 데 불과하다. 그리고 한국어 교육의 목표와 교과과정은 교육방법과는 별로 큰 연관이 없지만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방법에 관한 국제적인 학술회의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기 때문에 상황의 교류적 차원에서 간단히 소개한 것이다.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방법은 중국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인 발음과 문법에 중점을 두고 발음에서는 주로 한자어 발음, 밭침 발음, 장 단음 발음 및 억양 발음, 문법에서는 주로 한국어 문법은 중국어 문법에 비해 너무 섬세하고 복잡하며 한어와 전혀 다른 어순을 쓰고 있는 점에 비추어 다른 외국어교육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과 더불어 중국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서 생기는 어려움 해결에 적합한 방법을 취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많은 교육법과 교육이론이 논의되어 왔지만 외국어 교육에 알맞은 최상의 교육법은 없는 것 같다. 만약 있다고 하면 여러 가지 이론과 방법을 잘 종합하여 변화하는 교육목표와 학습자의 학습에 잘 적용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도 단순한 낡은 경험과 방법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수용, 개척함이 필요하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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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藝玲, <對外漢語詞義敎學中的兩個問題>,言語敎育硏究,1997,第3期.
미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방법
손호민*
1. 미국의 외국어 교육 정책
21세기를 앞둔 인류는 부유한 나라이건 가난한 나라이건 점차 상호의존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 최근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역의 질서는 상호유대의 방향으로 급격히 변화 발전하고 있다. 또한 교통통신 수단의 전자화로 세계는 일일생활권이 되었고, 시간과 장소라는 전통관념은 퇴색되어 언제나 어디서나 전화, 팩스, 전자메일, 인터넷 등을 통하여 수천만 세계인구는 즉각적인 국제적 교류에 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필수불가결한 자질은 외국어 능력이다.
개인적인 발전과 실리적 차원에서도 외국어는 필요 불가결하다. 외국어, 외국문화를 습득함으로써 개인의 경험과 세계관을 넓히고 국제간의 문화적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모국어와 자기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외국에 진출하고 외국인을 상대할 수 있는 기업과 전문직에 종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즉 21세기 지구촌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것이다. 더욱이 외국어 습득은 분석적인 능력을 길러주는 것임으로 모국어만 아는 아동보다 이중언어 사용 아동이 언어습득에서뿐 아니라, 여러 다른 학문분야의 학업에서나 인지적 발달과 창의성에서도 더 우월하다는 실험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Ianco-Worrall 1972; Lambert 1977; Bhatnagar 1980; Dolson 1984; Fantini 1985; Cooper 1987; Olsen & Brown 1992; Meisel 1990; 이미선 1999; S. Sohn, et al. 1999 등 참조).
이러한 국제적 상황의 요구에서뿐 아니라, 미국의 전형적인 다민족 다문화 사회의 요구에도 부응하기 위하여, 미국 정부와 국민, 각급 교육기관, 학술단체, 지원단체 등은 최근 전례 없이 외국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1970년대 말 카터행정부이래 계속 강력한 외국어교육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계기로 부진했던 미국의 외국어교육은 상당히 활기를 띠게 되었다. 각급 학교의 외국어 과목의 신설 내지 기존 프로그램의 확충, 외국어 습득시설의 개선과 교제개발, 광범한 외국어 필수과목제 도입, 외국어 습득과 교수법에 관한 활발한 연구, 각종 외국어관련 단체 및 학회의 신설 내지 활성화, 정부 및 여러 재단의 학술지원 등 외국어 교육 전반에 걸쳐 많은 질적 양적 성장을 이룩하였다.
미국의 또 하나의 현저한 경향은 비전통언어(less commonly taught languages)에 대한 배려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은 이미 모든 소수민족이 백인사회에 녹아들어가는 melting pot의 사회가 아니다. 1964년 인권법을 제정하여 인종과 출신국으로 인한 여하한 차별도 불법화하여 이제 각 민족의 주체성이 법으로 보장받는 다문화 사회로 확립되었다. 다문화 사회인 만큼 소수민족의 언어가 존중되고 있다. 또 1968년의 이중언어 교육법, 1974년의 교육기회균등법 등의 제정으로 이중언어교육이 합법화되어 있다. 이리하여 현재 40여개의 크고 작은 외국어가 각급학교에서 교수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정부와 각급학교에서는 아시아 언어에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 아시아 언어는 태평양 시대의 불가결한 언어일 뿐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수많은 우수한 아시아인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아시아 언어는 미국 사람들이 언어구조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그리 쉽게 배울 수 있는 성질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정책적, 실제적, 교육적 노력이 요구된다(Brecht and Walton 1997). 아시아 언어에 많은 역점을 둔 결과로, 미국의 각급 학교와 정부 기관이 아시아 언어 교과과정을 현저하게 확충하였고, 최근에는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를 SAT II 과목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미국정부에서는 최근 21세기에 대비한 초등학교(유치원 1년 포함)와 중․고등학교(secondary schools)의 외국어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네개의 외국어교육 협회에 의뢰하여 초․중․고등학교의 외국어교육 목표와 교육내용의 기준을 개발케 하였다(NSFLEP 1966; Lafayette 1996). “21세기에 대비한 외국어습득의 기준”(Standards for Foreign Language Learning: Preparing for the 21st Century)이라고 불리는 이 109쪽의 지침서는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정책지침으로 채택되었고 미국전역 42개의 외국어교육협회가 인준하였다. 그리고 많은 외국어학회와 대학에서는 이 지침서를 standards-based foreign language instruction이라는 이름하에 대학의 외국어교육에까지 적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와 같은 비전통 외국어의 경우에는, 초․중․고등학교의 외국어 교육이 미미한 실정임으로 이 지침서의 기준을 대학에까지 적용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지침서에는 외국어교육의 기본원리(philosophy)와 교과과정의 목표(curricular goals)와 목표달성을 위한 내용습득의 기준(content standards)이 명시되고 구체적으로 해설되어 있다. 우선 기본원리는 다음과 같다.
◆ 미국정부의 외국어교육의 기본 원리
언어와 의사전달은 인간생활의 기본이다. 미국은 학생들에게 미국의 다문화 사회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언어적으로, 문화적으로 의사전달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앞으로 모든 미국 학생들은 영어 이외에 최소한 하나의 외국어(현대어나 고전어)를 습득하여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비영어권에서 온 학생들은 각자의 모국어를 더욱 능숙하게 배우고 구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 기본원리는 두 가지 중요한 원칙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모든 학생으로 하여금 외국어와 외국문화를 필수적으로 습득하도록 하는 교과과정을 각급학교가 마련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비영어권에서 온 학생들은 자기 모국어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본원리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교과과정의 목표를 5C의 성취라고 규정하였는데 5C란 Communication, Cultures, Connections, Comparisons, Communities를 말한다. 각 C를 달성하기 위하여 습득해야 하는 내용의 기준을 아래와 같이 설정하고 있다.
◆ 외국어 교육과정의 다섯 가지 목표 (5C's)와 습득기준:
C1: 의사전달(Communication): 영어 이외의 외국어 사용에 능통할 것.
기준 A. 대화를 할 수 있고, 정보를 주고받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을 것.
기준 B. 각종 주제에 관한 구어와 문어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기준 C. 각종 화제나 주제에 관한 정보, 내용, 생각을 청중 또는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
C2: 문화터득(Cultures): 외국의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터득할 것.
기준 A. 외국의 행동문화(즉 언어적 행위와 비언어적 행동)와 행동 문화에 내재하는 관념적 문화(즉 전통사고방식, 태도, 믿음, 가치관)와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것.
기준 B. 유형, 무형의 문화적 소산품(예컨대, 그림, 문학 작품, 이야기, 춤, 교육제도 등등)과 그러한 소산품에 내재하는 관념적 문화와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것.
C3: 다른 학과목과의 연계(Connections): 외국에 대한 각종 학과목을 외 국어로 습득하여 지식과 정보를 넓힐 것.
기준 A. 외국의 여러 분야에 대한 정보를 그 나라 언어를 통하여 배움 으로써 언어 이외의 다른 학과목에 대한 지식을 강화하고 발전시킬 것.
기준 B. 외국 문화와 언어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정보와 외국민 의 견해와 관점을 해당 외국어를 통해서 터득할 것.
C4: 비교(Comparisons): 언어와 문화의 본질을 통찰할 것.
기준 A. 습득한 외국어와 모국어를 비교함으로써 언어 일반의 본질을 이해할 것.
기준 B. 습득한 문화와 자기 문화의 비교를 통하여 문화 일반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것.
C5: 다문화 사회에의 참여(Communities): 국내외의 다언어, 다문화 사회에 참여할 것.
기준 A. 습득한 외국어를 학교에서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사용할 것.
기준 B. 만족스런 생활과 개인적인 발전을 위하여 외국어를 평생습득하고 구사할 것.
외국어 교육의 다섯 가지 목표(5 C's)는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의사전달 목표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습득기준은 학생들이 장기간의 습득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성취하여야 하는 수준을 말한다. 예컨대, 의사전달 목표의 경우, 기준 A는 대인관계에서의 원활한 교신(interpersonal mode)을 말하며, 기준 B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청취능력과 독해능력(interpretive mode)을 말하며, 기준 C는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말과 글로 청중이나 독자에게 의사를 발표할 수 있는 능력(presentational mode)을 말한다. 학생들이 이러한 각 교과과정 목표의 습득기준에 성공적으로 도달하도록 하기 위하여서는 각급 학교의 외국어 교과과정, 교재, 교수법 등을 대폭 수정 보완하고 향상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2. 한국어 교육의 배경
이상과 같은 세계의 상호의존적 추세와 미국의 강력한 외국어 정책으로 말미암아 한국어도 다른 인기 있는 외국어처럼 미국의 정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자랄 수 있는 기본여건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교수되고 있는 크고 작은 40여 개의 외국어와 경쟁하여야 한다는 힘겨운 부담을 안아야 한다. 다행히 1970년대 후반부터 한국어 교육이 급성장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요인들 때문이다.
첫째, 한국인 인구의 급증이다. 1975년에 한국계 인구가 10만 정도였는데 과거 25년간 20배가 증가하여 현재 200만이 넘는다. 물론 1970년대 이래 한국인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미국정부가 1968년 이민법을 개정하여 동양인의 대량이민을 허용하였기 때문이다. 한인인구의 급증은 한국, 한국인, 한국어,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둘째, 1970년대 후반부터의 한국국력의 급신장이다.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발전으로 한국의 존재가 국제사회에서 뚜렷이 가시화되고 한미간의 무역, 경제, 문화, 정치, 학문 등의 교류가 급진전됨으로써 한국어를 배우려는 실리적, 학문적, 교양적 동기가 유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한국정부기관(예컨대 외교통상부, 교육부, 문화관광부와 그 산하기관)의 한국학과 한국어의 세계화 정책이다. 이것은 해외 한국인의 급증(현재 550만으로 세계 전채의 한인인구의 7%)과 한국의 국력신장으로 연유된 정책이라 볼 수 있다. 이 정책에 따른 각종 지원으로 많은 대학에 한국학 교수직과 한국학 프로그램이 생기게 되고 많은 한국어 과목이 개설되게 되었다.
넷째, 북한과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도 미국의 한국어 교육에 크게 기여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정부직속 기관의 한국어 교육은 다분히 전략적 필요성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캘리포니아 소재 미국 국방외국어대학(Defense Language Institute 즉 DLI)의 경우이다. 매년 600명의 미국 군인(거의가 다 비한국계)이 각각 2,000시간의 한국어 교육을 철저히 받기 때문에 이들은 군 복무 중이나 제대후나 소중한 한국어 사용자로 기능한다.
다섯째, 한국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SAT II의 과목으로 (일본어, 중국어에 이어 아홉 번째 외국어로) 한국어가 1997년부터 채택되었다는 사실이다. SAT의 높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모든 학생과 학부모의 간절한 소원이기 때문에 교등학교 졸업 전에 한국어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열망이 일고 있다. 최근 갑자기 34개나 되는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고 한글학교의 상급반이 SAT II-Korean 준비과정이 되고 있는 실정을 볼 때 SAT II-Korean의 채택은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가장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동기를 부여한다. 1997에 2,447명의 고등학생이 이 시험에 응시했고(800점 만점 중 평균 649점), 1998년에 2,433명이 응시했으며(평균 751점), 1999년 11월 현재 2,500명 가량이 등록하고 있다(Ree 1999).
끝으로, 여러 대학에서 학문적 목적으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많은 대학이 오래 전부터 동아시아 3국 중 중국어/중국학과 일본어/일본학만을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왔다. 그러나 두 나라 문화의 교량인 한국어/한국학을 포함시켜 학문상의 불균형과 공백을 없애려는 노력이 팽배하게 된 것이다.
3. 한국어 교육의 실정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어를 습득하는 인원은 세계 도처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새국어생활 1권 2호(1991); Sohn and Lee 1995; 교육한글 10호(1997) 참조). 예컨대 아래의 통계는 과거 25년 동안 미국에서 한국어 교육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한국어 과목이 개설된 미국학교 수
연도 한인사회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1975 7 0 10
1999 850 가량 34 110 이상
학생수를 보면, 한글학교(한인 사회학교 또는 토요학교라고도 함)는 매학기 총 약 50,000명의 초(유치원 포함)․중․고등학생들이 5,000여명의 시간강사에게서 배우고 있고, 정규 중․고등학교에서는 매학기 총 2,000명 정도가, 그리고 대학에서는 매학기 총 5,000명 정도가 한국어를 습득하고 있다. 그 외에 정부직속 기관인 Foreign Service Institute (FSI), 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 National Security Agency (NSA), Defense Language Institute (DLI)에서도 정부요원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특히 DLI(미국 국방외국어 대학)에서는 기술한 바와 같이 매번 600명 가량의 군인들이 하루에 6시간씩 120여 명의 한국어 전임 교직원으로부터 1년 2개월간의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어 수강생이 급속히 늘고 있지만 한국어는 다른 인기 있는 외국어에 비하면 아직도 극히 열세임에 틀림없다. 예컨대, 현재 미국에서의 초․중․고등학교 한국어 교육은 아직 보잘 것 없다. 한국어를 외국어 과정으로 가르치는 초등학교는 전무의 상태이고 중․고등학교도 겨우 34개교에 불과하다. 1994-95학년도에 대한 Draper and Hicks(1996)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중․고등학교 즉 7-12학년의 총 학생수의 33.04%(6백만 이상의 학생)와 초등학교 즉 유치원에서 6학년까지의 총 학생수의 5.02%가 외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초등학교에서는 극소수의 인기 있는 언어들(예컨대 서반아어, 불란서어, 독일어, 이탤리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만을 가르치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서반아어가 64.5%, 불란서어가 22.3%, 독일어가 6.1%를 차지하고 있어서 전통외국어라고 일컬어지는 이들 세 언어가 외국어를 배우는 총 학생 수의 93%를 점하고 있다. 다음 표에서 보듯이 한국어는 17위로 0.01%에 그친다.
4년 전의 이 통계에 비하여, 중․고등학교 한국어 교육은 최근 급격히 성장하여, 기술한 바와 같이 현재 34개 중․고등학교(총 92개 반)에서 총 약 2,000명에게 실시하고 있다 (Ree 1999). 한편, 미국 Modern Language Association의 대학 외국어교육 실태에 대한 1995년도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어가 가장 빨리 자라는 외국어(중국어가 두 번째)로 나타나 있는 바, 다음과 같은 수강학생 통계가 집계되고 있다.
◆ 미국 대학 외국어 수강생 수(1995년 가을학기 MLA 통계)
1. 서반아어 606,283
2. 불란서어 205,351
3. 독일어 96,236
4. 일본어 44,723
5. 이탤리어 43,706
6. 중국어 (만다린) 26,471
7. 래틴어 25,897
8. 러시아어 2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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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한국어 3,343
한국어 수강생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기술한 바와 같이 1999년 현재 110개 이상의 대학에서 매 학기 적어도 총 5,000명은 수강하리라고 추산된다. 한국어 수강학생 수가 분기(quarter)당 300명(연 1,000명)이 넘는 UCLA 같은 대학이 있고(S. Sohn 제보), 150명을 전후하는 UC Berkeley, UC Irvine, UC San Diego,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Columbia University, University of Illinois, University of Hawaii, Brigham Young University 등이 있으며, 그외의 대부분의 대학은 학기당 수강생이 30명 내지 100명 가량의 학교들이다.
한국어 수강생의 대다수는 한국계 학생이다. 이것은 미국의 대부분의 비전통 군소언어에 공통된 현상이다. 한글학교 학생들의 대부분이 한국계 자녀이다. 특히 이들 한글학교 중 90% 이상이 한인교회에 부설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인 자녀 이외의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정규 초․중․고등학교의 경우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이중언어교육을 받는 학생이건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이건 거의가 다 한국계 학생이다. 대학의 경우에는 보통 줄잡아서 80% 가량이 한국계라고들 한다. 대학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초급반의 경우에는 비한국계가 상당수(30% 내지 60%)를 차지하지만 중급, 고급으로 올라갈수록 한국계가 압도적으로 많아진다. UCLA는 초급부터 한국계가 80%가량이나 하와이 대학의 경우를 보면 1999년 가을 학기 초급반 33명 중 10명만이 한국계이고 나머지는 백인계, 일본계, 비율빈계 등이 차지하고 있고, 고급반은 90%이상이 한국계이다. 예외적인 학교로는 몰몬교 선교에 역점을 둔 유타 주의 Brigham Young University와 DLI이다. 이들 대학의 한국어 반에는 한국계 학생이 거의 없거나 극소수이다.
4. 한국어 교육 방법
현재 미국에서 한국어는 한국인 학부모들, 사설학원, 한글학교, 정규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연방정부 직속 학교 등을 통하여 습득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한국계 학생들이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매일 부모나 조부모한테서 듣고 배운 일상 한국어는 가장 자연스러운 한국말이다. 가정에서 이렇듯 장기간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배울 경우, 한국계 학생들은 한국어의 가장 중요한 기초인 일상 한국말을 구사할 수 있거나, 적어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중․고등학교나 대학에 가면 중급반이나 상급반에 배치되게 된다. 실로 한국어사용을 통한 가정교육은 각별한 중요성을 갖는다(이미선 1999).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초․중․고등학생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이영태(1997)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300명의 응답자 중 거의 모두가 한국말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자는 부모(67.6%)와 조부모(21%)라고 대답했다. 즉 한국어 전수의 주도자는 일차로 부모임이 확인되었다.
한편, 한국인이 많이 사는 대도시에는 각종 사설학원이 생겨서 아동들의 한글 읽기와 쓰기, 중고등학생들의 SAT II-Korean 시험준비, 성인들의 실용한국어 습득 등 극히 다양한 목적과 다양한 교과과정을 가지고 상업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하 가정교육이나 사설학원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고, 한글학교와 정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만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방법을 논의하고자 한다.
4. 1. 한글학교의 한국어 교육
한글학교는 한국사람이 모여사는 곳을 중심으로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수십만의 한국인과 수많은 한국인 교회가 있는 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카고 등지에 대폭 집결해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한글학교의 90%이상은 한국인 교회에 부설되어 있다. 1996년도의 한국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교원수 5,601명에 학생수가 50,434명인바, 그 중 유치윈 12,799명, 초등학생 22,336명, 중학생 8,869, 고등학생 5,158명, 성인 1,272명으로 나타나 있다.
교육의 양과 질 면에서 천차만별을 보이고 있다. 학생 10여 명에 불과한 학교가 있는가 하면 500명 이상의 학교(예컨대 로스앤젤레스 소재의 동부 한국학교)가 있고, 언어능력 수준이 아주 다른 학생들을 모두 한 반에서 가르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학생의 나이 또는 학년과 한국어 능력별로 반을 세분하여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교사의 경험이나 영어구사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첫째, 교과과정이 대체로 동일하다. 거의 모든 한글학교가 일주일 중 토요일 오전에만 3시간 수업을 하고 그 중 처음 두 교시(90분)는 한국어 수업이고 셋째 교시는 한국문화에 관련되는 여러 가지 특별활동이다. 특별활동에는 미술, 음악, 고전무용, 태권도, 역사책 읽기, 영화감상 등이 포함되는데 학교에 따라 다양하게 반을 나눈다.
둘째, 한국어 반 구성은 대체로 기초반,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으로 분류되나 학교에 따라 기초반과 초급반이 또는 중급반과 고급반이 통합된다.
셋째, 대체로 1년에 4학기(봄, 여름, 가을, 겨울)가 있고 한 학기는 12주(36시간)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한 학생이 일년을 계속할 경우 1년간 총 수업시간은 144시간이고 그 중 한국어 수업시간은 96시간이 된다.
넷째, 학생구성은 유치원생으로부터 12학년(고3)까지 다양하고 대부분이 한인교포 2세이다. 학생중 초등학생(유치원생포함)이 70% 내지 80%를 차지하고 그 나머지가 중․고등학생(7-12)과 극소수의 성인이다. 최근 들어 고등학생의 경우는 상급반에서 SAT II 시험 준비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되고 있다.
다섯째, 교사는 한국 유학생(주로 대학원생), 해당교회의 교포교인, 한국에서 교사경험있는 일반인 등을 교사로 채용한다. 교사에 대한 대우는 시간당 15불 정도(매달 약 $200)이다.
여섯째, 교재는 주로 (a) 전국 한인학교 협의회에서 개발한 교과서와, (b) 남가주 한국학교 연합회가 개발한 교과서 그리고 (c) 한국 교육부의 국제교육 진흥원에서 발간하여 영사관을 통하여 매년 무상으로 배포되는 재외교포용 교과서가 사용된다. 학교에 따라서는 이들 여러 교과서를 토대로 자체 개발한 교재를 쓰거나 기타의 교과서를 쓰기도 한다.
일곱째, 대다수 학생의 학습동기는 부모의 권유 때문이다. 이영태(1997)의 설문통계에 의하면 300명의 초․중등학생 응답자 중 213명(70.9%)이 부모의 결정에 의하여 한글학교에 다니며, 36명(18%)이 부모의 생각과 본인의 생각이 합쳐 다닌다고 한다. 친구 때문에 다니는 경우는 28명이고 본인이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 경우는 주로 중학생 23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인의 뿌리교육은 절대적으로 부모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기술한 바와 같이 최근 고등학생들은 SAT II 시험 준비를 위하여 한글학교의 고급반에 등록하는 경향이 크다.
참고로 한인 인구 50,000이 살고 있는 하와이 주에는 현재 약 20개의 한글학교가 대부분 한인교회에 부설되어 있고, 한인성당과 절에도 각각 부설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두 학교는 한인 감리교회 부설의 한인 사회 학교와 아이에아 한인 감리교회 부설의 한인 문화학교인데 학생이 현재 각각 약 130명이다(김영규 제보). 그외의 학교는 평균 30명 정도의 학교들이다. 한인 사회 학교의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다(Andrew Byon 제보).
◆ 한인 사회 학교: Honolulu 한인 감리교회 부설; 1973년 개교
교사진 : 12명 (대다수가 유학생으로 12명 중 10명이 언어학, 영어교수법을 전 공하는 대학원생임. 대다수가 한국의 교사 자격증 소유자임.)
교사대우 : 시간당 $15 (월 약 $200).
한국어 반구성 : 총 11반
기초1 (3반), 기초2 (3반), 초급1 (2반), 초급2 (1반),
중급1,2,3 (1반), 고급1,2,3 (1반)
시간표(매 토요일) :
08:30-09:15(교사회의); 09:15-10:00(1교시); 10;15-11:00(2교시); 11:15-12:00 (3교시); 12:00-12:45 (교사회의)
(※ 3교시는 특별활동 시간으로 미술반, 태권도반, 고전무용반, 영화감상반이 있음)
학기 : 1학기가 12주로, 1년에 4학기(봄, 여름, 가을, 겨울)가 있으며, 8월 한달은 여름방학임.
학생구성 : 1999년 가을학기 학생수는 133명(각반 평균 13명). 연령은 유치원생부터 12학년(고3)까지 다양하고 대부분이 한인 2세임. 부모의 권고가 대다수의 학습동기임.
기타 : 금년부터 연 $300의 지원금을 총영사관을 통해 받음.
전국에 산재한 모든 한글학교는 전국 한인학교 협의회(National Association of Korean Schools)의 산하에 있고, 남가주의 경우에는 따로 남가주 한국학교 연합회에 가입하고 있다. 이들 두 단체는 직접, 간접으로 한글학교 활동을 돕고 있는데, 한글학교 교육과정모델 개발, 학술대회 개최, 교사 연수회 개최, 교재개발 및 보급, 회지 발행, 각종 교육 행사 주최 등을 사업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한글학교의 과정을 이수하면 정규 학교의 외국어 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인정 받도록 하는 운동이 최근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데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일정시험을 거쳐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한글학교 교육에 가일층 큰 동기를 부여하게 되고, SAT II와 더불어 한글학교 교육을 강력히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수업시간의 제한, 교사의 질 문제, 교사의 대우 문제, 학생과 학부모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열의 부족, 시청각 교재의 부족 등,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앞으로 각계각층의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4. 2. 초․중․고등학교의 한국어 교육
1968년 이중언어 교육법(Bilingual Education Act)이 제정된 이래 과거 30년간의 정규 초․중․고등학교의 한국어 교육은 대체로 영어가 부족한 한국이민 학생들에게 영어가 익숙해 질 때까지 과도기적으로 한국어로 수업을 받는 소위 과도적 이중언어 교육(transitional bilingual education)이었다. 지금도 초등학교에서는 원칙상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 아니고, 새로 이민 온 한국학생들에게 필요에 따라 이러한 과도적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서 한국어 능력이 유지 또는 향상된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한국어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영어를 잘 모르는 한국학생들이 미국에 이민 오게 되면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a) 완전히 영어로만 수업을 듣는 경우(English immersion programs), (b) 주로 영어로 듣되 알아듣기 어려운 것만 이중언어 보조교사로부터 구두로 도움을 받는 경우(modified bilingual programs), 그리고 드물게는 (c)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모든 면에서 한국어, 영어 두 언어로 수업을 듣는 경우(Korean/English dual language programs 또는 two-way immersion programs)가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a)나 (b)를 선호한다. (c)의 경우에는 한국어 사용 학생과 영어 사용 학생이 전학년에 걸쳐 같은 반에서 전과목을 한국어와 영어로 수업받는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두 부류의 학생들 모두에게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에서 한국어, 영어의 이중언어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위 세 가지(a, b, c) 방법을 사용하는 초등학교 중 각각 두 학교씩 선정하여 4학년 학생들의 유치원때부터의 학습결과를 비교 연구한 결과가 발표되었다(S. Sohn, et al. 1999). 이 보고에 의하면, 세 번째 방법(c)이 다른 두 방법보다 학생의 한국어 능력은 물론이고 영어발달 면과 다른 과목에서도 결정적으로 우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초기부터 이중언어교육을 실시하던 중․고등학교의 경우는 차차 위의 (c)와 비슷한 형태로 기능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즉 영어가 능숙하고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까지도 영어가 부족한 갓 이민 온 한국학생들과 함께 이중언어반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추세가 생겼다. 예컨대 뉴욕시의 경우, 뉴욕시 교육구의 이중언어교육 정책에 의거 1979년에 Newtown High School에서 처음으로 한국 이민학생들에게 영어가 익숙해 질 때까지 한국어로 수업을 했고, 이어 Bryant, Flushing, Bayside, Francis Lewis 등 중․고등학교에서도 과도기적으로 한국어를 이용한 교육을 실시했다(Kwon 1999). 그러나 미국의 한국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한국의 경제가 급성장해 감으로써 점차 한국어를 더 배우려는 1.5세나 2세 한국계 미국학생들이 참여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한국어가 대학입학을 위한 SAT II 과목으로 채택됨으로서 한국계 학생들의 중․고등학교에서의 한국어 습득이 더 절실해졌다. 따라서 이러한 소수의 초기 중․고등학교들은 이제는 차차 과도적 이중언어 교육이라기보다는 한국에 관한 여러 과목을 한국어로 가르치는 정규 한국어 교육이 되어 가고 있다(Kwon ibid.). 한편, 최근 2, 3년 사이에 한국어 프로그램을 시작한 많은 중․고등학교에서는 처음부터 순수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지향하는 교과과정으로 출발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 34개에 이르는 미국 중․고등학교의 한국어 교육은 대체로 높은 수준의 한국어의 숙달과 한국 문화교육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인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미국 주류사회로의 조속한 동화와 영어능력의 향상을 위하여 한국어 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었으나 이제는 SAT II의 좋은 성적으로 자녀들이 보다 우수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에 한국어 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가고 있다.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의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과목이 신설되고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는 것이 이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Sunny Hills High School, LA High School, Torrance High School, Valley High School 등이 그 실례이다. 예컨대, 부유층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오랜지 카운티 플러튼시 소재의 Sunny Hills High School의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다 (S. Sohn 제보).
◆ 캘리포니아 Sunny Hills High School 한국어 프로그램
교사 : Grace Chi(한국어 정교사 자격증 소지자) 1명
(1명 더 추가 채용 계획임)
학생수 : 150명 이상
급 : 1급부터 5급까지 있음.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개설할 경우 대부분 5급까지 두는데 그 이유는 보통 8학년(중2)부터 외국어 과목이 있기 때문임.)
시간수 : 매일 하루 1시간씩, 1주일에 5시간
교재 : 고려대학 한국어 교과서와 보충교재
특징 : 이 학교는 전체 학생 2,000명 중 한국계 학생이 700명임.
LA High School에서는 한국어 과목 이외에 한국문화 과목도 개설하고 있는데 비한국계 학생들도 많이 듣는다고 하며, Torrance High School의 경우는 모국어 화자를 위한 한국어(Korean for Native Speakers) 과목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에서 전임으로 채용되려면 한국어 수강생 수가 150명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학교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어 교사들은 시간강사로 근무한다고 한다(S. Sohn 제보).
사립학교와 대학에서는 특별히 교사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으나 공립 초․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우선 한국어 교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초․중․고등학교의 한국어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는 가급적 많은 인력이 사범대학의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주정부에서 발급하는 정식 한국어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여야 한다. 자격증을 소지한 정식 교사가 있어야만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신설되고 발전될 수 있으며, 정식교사의 지도하에서만 교생실습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실시해 온 긴급 임시 교사 자격증 제도나 보조교사 제도로는 한국어 교육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 과거 수년 동안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국어 정교사 자격증 취득(teacher credentialing for Korean) 문제가 논의되어 왔고 현재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현재로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실시되고 있는데 San Francisco소재의 Intercultural Institute of California(한국 언어, 문화 과목 담당)와 San Francisco State University의 사범대학(일반 언어, 문화 교육 과목, 교생실습 담당)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2년과정의 프로그램이 있고 California State University의 사범대학의 Korean-English 이중언어 분야의 2년과정이 있다. 앞으로 Hope International University, UCLA 등 다른 몇몇 대학도 비슷한 과정을 신설할 전망이다. 이들 사범대학 과정을 수료하고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실시하는 한국어와 한국역사에 대한 소정의 시험 즉 SSAT-Korean(Single Subject Assessment for Teaching Korean) 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증을 받도록 되어 있다. SSAT-Korean 시험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국어 교육자들이 7년 동안 노력한 결실로서, 1999년 6월 26일에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Blank 1999). 현재까지 3명의 중․고등학교 교사가 한국어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한다(S. Sohn제보).
중․고등학교의 한국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서는 교사자격증의 문제뿐 아니라, 교재 문제도 심각하다. 실제로 시청각 등 부교재는 고사하고 미국 중․고등학생에게 어울리는 마땅한 본 교과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기술한 Sunny Hills High School 같은 모범 학교에서도 현재 차선책으로 대학생용인 고려대학 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전술한 미국의 21세기 외국어 교육 목표(Communication, Cultures, Comparisons, Connections, Communities)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습득내용의 기준에 부응하는 중․고등학교용 교과서와 부교재의 개발과 배치시험(placement test) 등 학생들의 한국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제들의 개발도 시급하다.
4. 3. 대학의 한국어 교육
기술한 바와 같이, 현재 110개 이상의 크고 작은 미국 대학에서 매학기 5,000명 이상의 학생에게 한국어를 교수하고 있다. 한국의 국력신장과 미국내의 한국인 인구의 증가, 미국대학의 한국계 학생 수의 증가, 동아시아 3국(중국, 일본, 한국)의 균형있는 학문적 발전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의 수요가 커지게 되고 그 결과 한국어 강좌가 많은 대학에서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학생 수, 교과과정, 교수진, 교수법, 평가 방법, 사용 교과서와 부교재, 학교당국의 지원 등 모든 면에서 학교마다 극히 다양하다.
한국계 학생이 많지 않은 비교적 작은 대학은 소수의 학생들에게 초급반만을 가르치거나 중급까지만을 가르치고, 한국계 학생이 많은 대학에서는 초, 중, 상급, 최상급 한국어가 개설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대학원 학생이나 한국어문학을 전공하는 극소수의 학생을 제외하면, 한국어 수강 학생들의 대부분은 여러 다양한 학과에 소속되어 있으며 한국어를 선택과목이나 외국어 필수 과목으로 수강한다. 현재 많은 미국대학(80%이상)은 외국어를 1년 내지 2년간 필수적으로 배우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어가 개설되어 있는 경우, 다수의 한국계 학생들뿐 아니라 한국, 한국인, 한국어에 관심있는 소수의 비한국계 학생들도 한국어를 택하게 된다.
많은 대학에서 한국계 학생들과 비한국계 학생이 같은 반에서 한국어를 배우는데 이에 따른 적지않은 문제가 있다. 이미 한글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 많은 단어와 읽기, 쓰기까지 배운 학생들은 중급이나 상급반에 배치될 수 있으나, 부모한테서 겨우 기본적인 말하기, 듣기만 익힌 한국계 학생들은 보통 초급 후반이나 중급 초반에 비한국계 학생들과 함께 배치된다. 이때 말하기, 듣기 위주의 교재는 비한국계에게는 극히 유용하나 한국계에게는 시간 낭비이다. 또한 말하기, 듣기에 익숙한 한국계는 비한국계에게 적지않은 위협이 된다. 이러한 교육상의 불균형과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하여 극소수의 큰 대학(UCLA, UC Berkeley, Columbia 등)에서는 몇 년 전부터 중급까지 반을 한국계/비한국계의 두 계열(two tracks 또는 two streams)로 나누어 가르치는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S. Sohn 1997). 그러나 대다수의 대학은 한국어 프로그램이 비교적 작기 때문에 이러한 두 계열 제도 도입에는 예산상 문제가 있다.
대학의 한국어 수업은 대체로 초급과 중급은 매일 한 시간씩 실시하고 상급 이상은 일 주일에 3시간 한다. 그 외에 어학실습을 일 주일에 학교에 따라 2시간 내지 5시간 받는다. 초급, 중급의 교수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대부분의 대학은 한 강사가 한 반을 전담해서 가르치는데, 소수의 대학(Harvard, UCLA 등)에서는 교수가 일 주일에 2시간을 내용, 문법, 문화 등에 대하여 강의하고 나머지 3시간은 10여명씩 작은 반으로 나누어 조교들이 따로 연습시킨다. 이 후자는 소위 fact와 act를 구별하여 가르치는 방법이다. 현재 대부분 대학의 한국어 교육은 기술한 바와 같이 많은 분야의 학생들에게 한국어 구사능력을 향상시켜주는 service교육에 국한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경우 그런 대학에서는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교수직을 주지 않고 박사학위가 있더라도 전임강사(lecturer, instructor 또는 preceptor)직을 주는 것이 관례이다. 언어기술만을 가르치고 학문적인 내용은 교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최근 국방외국어 대학(DLI)은 교수제를 도입하여 교수경험이 많은 박사학위 소지자에게는 교수직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비교적 소수의 큰 대학, 예컨대 University of Hawaii, UCLA, Harvard University, Columbia University,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niversity of Washington, Brigham Young University 등에서는 한국어나 한국문학을 전공 학문분야로 설정하고, 필요한 교수를 충원하여 한국어학이나 한국문학의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수여한다. 교과과정과 학위과정이 가장 잘 되어 있는 하와이 대학의 경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와이대학 한국어문학 프로그램은 중국어문학, 일본어문학 프로그램과 더불어 동아시아 어문학과에 속해 있다. 교수진이 47명인 거대한 일본 프로그램과 교수진 19명의 중국 프로그램에 비하면 양적인 면에서 한국어문학은 규모가 작다. 1999년도 한국어문학 교수진은 3명의 영구직 교수(그중 2명은 어학, 1명은 문학)와 2명의 조교, 3명의 시간강사, 그리고 1명의 한국학술진흥재단 객원교수로 구성되어 있다. 매학기 140여 명의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 각급 한국어를 교수하는 한편, 한국어문학의 학사, 석사, 박사 전공학생들을 양성한다. 학사과정은 어학과 문학의 구분이 없으나 석사, 박사과정은 그 구분이 있다. 어학분야는 학위논문에서 다시 한국언어학, 한국사회언어학, 한국어교수법으로 분류된다. 현재, 학사과정에 5명, 석사과정에 3명, 박사과정에 8명이 있다. 교과과정은 다음 표와 같다.(괄호 안은 학기당 학점임.)
◆ 하와이 대학교 한국어문학 교과과정
가. 학부과정: 언어과목 초급한국어 KOR 101(4)-102(4)
중급한국어 KOR 201(4)-202(4)
상급한국어 KOR 301(3)-302(3)
최상급한국어 KOR 401(3)-402(3)
한국어작문 KOR 420(3)
언어와 문화 KOR 470(3)
한국어 독해 KOR 481(3 또는 6)
한국어 구조 KOR 451(3)-452(3)
문학과목 한국번역문학 EALL 281(3)-282(3)
전통문학 KOR 463(3)
현대문학 KOR 464(3)
나. 대학원과정: 어학과목 한국어사-방언 KOR 631(3)
음운론-형태론 KOR 632(3)
통사론-의미론 KOR 633(3)
사회언어학 KOR 634(3)
어학-교수법세미나 KOR 730(3)
문학과목 전통한국시 KOR 613T(3)
현대한국시 KOR 613M(3)
전통설화문학 KOR 614T(3)
현대설화문학 KOR 614M(3)
한국희곡 KOR 615(3)
한국문학번역 KOR 640(3)
문헌연구 KOR 711(3)
문학세미나 KOR 720(3)
그 외에도 학부생을 위한 독해지도 과목(KOR 399, 499)과 대학원생을 위한 연구지도 과목(KOR 699), 동아시아 언어 교수법(EALL 601), 동아시아 비교언어학(EALL 750), 비교문학(EALL 735), 한국어문학 연구방법(EALL 603K) 등의 과목이 있다. 하와이대학의 이러한 대학과 대학원의 교과과정과 학위과정을 설정하기까지는 아시아, 태평양학을 강조하는 대학당국의 정책적 고려도 있었지만, 중국어문학, 일본어문학에 뒤지지 않으려는 담당교수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한글학교나 중․고등학교보다는 사정이 더 낫기는 하지만 미국대학의 한국어 교재문제도 해외 한국어 교육에 상존하는 중요한 현안이다. 대학 초, 중급 교과서는 무척 많다. 명도원 한국어, Samuel Martin과 이영숙의 Beginning Korean, Fred Lukoff의 한국어 교재, 고려대 한국어, 연세대 한국어, 서울대 한국어, UC Berkeley 교수진의 College Korean 등 수 많은 기존 교과서가 있고 이들 기존 교과서에 만족하지 못한 많은 선생님들은 개별적으로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상급과 최상급 교과서는 많지 않다. 미국에서 출판된 것은 없고 고대, 연대 등 한국에서 나온 것을 쓰고 있는데, 필요한 영어 설명이 전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학생과 선생 쌍방이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미국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기가 힘들고 학생들의 관심과 요구사항이 적절하게 반영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 허다하다. 한편 작문, 한자, 고급독본, 문학교본 등 미국학생들에게 적당한 부교재가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하에 그리고 필자의 주도하에 1994년 중순부터 총 20권에 이르는 대대적이고 종합적인 영어권 교과서 개발 공동 사업을 추진하였다. 초, 중, 상, 최상급을 위한 총 14권의 기본 교과서(2권의 교사지침서 포함) 각 권마다 수명이 공동으로 개발하는데, 최신교수법의 제반 원리와 실제를 광범위하게 도입하고, 기술한 미국의 외국어 교육 목표와 기준에 준거하고, 영어권 학생들의 요구(needs)를 반영하고, 복잡한 언어체계와 문화체계를 비교언어적,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기본교재 이외의 교과서로는 한자교본, 작문교본, 단편소설, 현대문학교본, 고급독본, 언어와 문화 등 6권이 있다. 이들 이외에 문법 용례사전도 개발하고 있다. 이 모든 저서는 하와이대학 출판부에서 2001년까지 출판될 예정이다.
5. 21세기를 위한 한국어 교육의 과제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의 한국어 교육은, 양과 질의 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그러면 앞으로의 한국어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하 개인적 견해를 피력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각급 학교의 한국어 교과과정의 목표와 내용, 실러버스 작성, 교재 개발, 교수 방법, 평가 방법 등 한국어 교육의 기반구조는 기술한 미국정부의 “21세기에 대비한 외국어습득의 기준”에 바탕을 두기를 제의한다. 그것은 미국의 외국어교육 정책이며 한국어 교육에 전적으로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목표와 기준에 의거하여, 한국어 특유의 단계별 학습성취기준(performance standards)도 Swender and Duncan(1998)의 일반 모델에 따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아래에 제시한 여러 가지 제안도 직접, 간접으로 미국정부의 외국어교육의 기본원리와 목표와 기준에 부응한다.
둘째, 한국어 교육을 미국의 정규 교과과정으로 추진시킨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재 미국의 각급 대학과 중․고등학교에서는 한국어가 정규 교과과정으로 확립되어 있으나 한글학교에서는 아직 한국어가 한국이민의 언어로만 인식되고 미국의 정규 교과과정으로 인정받지 않고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총력을 기울여 가능한 한 많은 미국의 일반 학교에서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개설하도록 추진하여야 한다. 재미 일본계 인구가 겨우 70만 정도인데도 수백에 달하는 정규 초․중․고등학교에서 광범하게 일본어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0만이 넘는 재미 한국계 인구에 비추어 볼 때 초․중․고등학교 한국어 교육의 실태는 실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인인구 4만밖에 안되는 호주에서는 이미 55개의 초․중․고등학교와 9개의 대학에서 한국어 과목을 개설하고 있는 점을 상기할 때 미국의 한국어 교육에는 엄청난 공백이 있음을 알 수 있다(H. Sohn 1999 참조). 기술한 바와같이 SAT II-Korean이 채택되고 한국어 교사의 자격증 문제가 서서히 해결되고 있기 때문에 초․중․고등학교의 한국어 도입 문제는 이제 학무모를 위시한 교민들과 한국어 교육자들의 노력에 달려있다.
셋째, 각급 학교간의 상호교류를 증진시키고 한글학교로부터 대학까지의 교과과정을 효율적으로 연결(articulation)시킨다. 현재의 상황은 각급 학교간(예컨대 한글학교상호간, 중․고등학교 상호간, 대학 상호간)의 횡적교류는 학회 등을 통해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글학교, 중․고등학교, 대학의 한국어 교육은 전혀 종적인 연결고리 없이 독자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교과과정, 교수내용, 사용되는 교과서나 기타 보조교재, 교수법이나 평가방법 등 전혀 서로가 모르는 실정이다. 1994년에 탄생한 미국 한국어 교육자 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Teachers of Korean 즉 AATK)의 설립목표 중의 하나가 이러한 articulation의 시도였으나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중․고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원간의 인적교류와 공동교사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을 따름이다. 한편 한글학교의 연합체인 전국 한인학교 협의회에서도 연례적으로 대학교수를 초청하여 몇몇 주제로 강연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극히 바람직한 일이나 articulation과는 거리가 멀다. AATK나 특정대학의 한국학 연구소가 주도하여, 각급 학교의 전문가들이 한 군데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연구를 통하여 통합된 한국어 교육 지침서를 제정하기를 바란다. 그러한 지침에 의거하여 각급 학교의 교과과정 설정, 교재개발, 또는 현존 교재의 질적 향상, 교수법 개발 등 일련의 새로운 활동이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에는 전문적인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그리고 헌신적으로 앞장서야 하고, 응분의 재정적 지원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어 교육이 한글학교와 대학은 물론이고 한국에서의 현지교육까지 체계적으로 통합되고 연결된다면 한국계 학생들을 위시한 많은 학생들이 대학졸업까지에 지금보다도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한국어 구사능력(proficiency level)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초․중․고등학교에서 하위수준의 한국어능력을 체계적으로 성취하게 된 학생들은 대학에서는 상급반에 배치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계적이어야 할 교육과정이 지금처럼 단절되어 있으면 언어습득과정을 심각하게 약화시키고 말게 된다.
한국어 교육의 상호유대와 articulation의 일환으로 컴퓨터 정보망(networking) 설치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현재의 실정은 한국어 교육의 교사들, 전문가들, 학생들 할 것 없이 지역적으로 전국에 산재해 있어서 상호교류나 정보교환의 기회가 많지 않고 쓸데없는 노력의 중복으로 그렇지 않아도 제한된 시간, 자금, 인력의 낭비가 심한 편이다. 그럼으로 각급 학교의 모든 한국어 교육자들과 한국어학습자들이 전국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networking이 설치되어 모든 유용한 교과과정, 인력자원, 교수법, 교육자료에 대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입력되고 광범위하게 활용되어야 한다. 이 목적을 위하여 전문가들의 공동연구와 긴밀한 협력이 시급하다.
넷째, 각급학교의 교과과정의 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 미국의 전통외국어나 다른 인기있는 외국어의 실정과 비교해 볼 때, 한국어를 미국전역에서 초․중․고등학교에 광범하게 도입한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 그리 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따라서, 일부 주에서 시도하듯이 전국의 각 교육구와 협의하여, 모든 한글학교의 한국어 과목을 정규 교과과정으로 인정받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반 초․중․고등학교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한글학교에서 대신해서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글학교의 교과과정이 교육내용과 시간수에 있어서 일반 학교의 교과과정에 맞도록 개선되어야 한다(정규 초등학교는 대체로 주당 3시간이고 중․고등학교는 5시간임). 한글학교의 사명은 실로 막중하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흥미와 한국어능력 향상을 위하여, 한국문화 과목은 물론 각 학문분야에 걸친 광범한 내용중심의 한국어 교과과정(content-based curriculum)이 설정되어야 한다. 대학의 한국어 교육은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급 학교를 망라한 미국교육계에 한국어의 뿌리를 깊이 내리기 위하여는, 모든 다른 분야 학생들을 위한 service과목의 역할만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대학에서 한국어를 하나의 탄탄한 학문분야로 발전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전술한 하와이대학의 경우처럼, 교과과정이 대폭 개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어 교육자들의 부단한 헌신적 노력이 요구된다.
다섯째, 다양한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교재의 개발이다. 초등학생이나 대학생도 그렇지만 특히 5C와 그 습득기준에 따른 효율적인 중․고등학생용 교재의 개발이 더욱 시급하다. 현재 한글학교의 한국어 교육이 훈련을 받지 못한 한국인 교사들이나 대학원학생들에 의해서 실시되고 있고 또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훌륭한 교과서와 부교재가 더욱 필요하다. 전통적인 형태의 교과서 뿐 아니라 각자의 개별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학습교재(즉 customized learning modules), 다양한 시청각교재, 컴퓨터화된 multi-media 교재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의 자습을 위하여 인터넷을 이용한 한국어 교육 코스(web-based courses)도 광범하게 개발하여야 한다(Nielsen and Hoffman 1996 참조).
여섯째, 각급 학교의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체계적인 교사훈련을 계속 실시하여야 한다. 신규교사나 예비교사뿐 아니라 경험 있는 교사도 자주 교사훈련 워크샵에 참여하여 참신한 교수법과 교과과정에 익숙해져야 한다. 가르칠 언어내용과 언어구조, 교과과정 작성, 그리고 교수법, 평가법 등에 대하여 체계적인 연수가 필요하다. 외국어교수법에 관해서는 최근 여러 가지 이론과 응용방법에 대한 연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교사연수를 통하여 일선 교사와 교수들에게 전수되어야 한다. 학술대회와 교사연수, 워크샵, 그리고 각종 미니 발표회와 학회지의 탐독을 통하여 교사와 교수는 꾸준히 자기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각급 학교와 한국, 미국의 지원기관에서는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최대한의 투자를 아끼지 않기를 바란다.
일곱째,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을 위한 꾸준한 연구가 요구되며, 많은 한국어 교육 전문가가 배출되어야 한다. 효율적인 교재개발, 교사양성, 교과과정 설정, 교수법과 평가방법의 개발, 한국계와 비한국계 학생의 교육문제 등 여러 중요한 현안과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는데는 이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연구와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한국어 교육의 전문가란 한국어교수에 종사하면서 언어학적, 문화적 지식과, 외국어습득, 교과과정, 평가 등의 이론적, 실천적, 방법론적 지식과 경험과 연구업적을 풍부히 갖추고 있어서 이를 실제 상황에 적절히 응용할 수 있는 지도자들을 말한다. 이러한 전문가 없이는 효과적인 한국어 프로그램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전문가는 많을수록 좋은데 불행히도 아직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는 이론언어학자는 지극히 많지만 한국어 교육 전문가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21세기를 앞두고 현재 한국어 교육자들이 더 많은 연구활동을 통하여 전문가가 되기를 바라며 한편 새로운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이 요망된다.
끝으로, 모든 한국계 학생이 어려서부터 한-영 이중언어인이 되게 해야 한다. 현재 200만 교포 가운데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학생 총수는 500,000명 가량으로 추산되는데 한국어를 실제로 습득하고 있는 학생은 한글학교 50,000명, 중․고등학교 2,000명, 대학(교) 5,000명(이중 1,000명가량은 비한국계), 도합 57,000명이다. 즉 현재 재미 한국계 학생들의 11% 정도만이 각급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주를 이루는 한글학교 학생이다. 즉 학년이 높아갈수록 한국어습득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된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외국어 습득의 중요성은 지대하다. 이러한 일반적인 중요성 이외에도 한국계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한국어를 배워서 한-영 이중언어인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a) 외국어교육은 학생이 어릴 때 배울수록 더 효과적이다. 가장 자연스럽고 신속한 언어습득이 2살부터 12살 사이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영어 화자에게는 가장 어려운 언어인 소위 Category 4 언어(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로서 미국인이 서반아어, 불란서어, 독일어 등 전통외국어를 배우는 것 보다 같은 능력의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두 배 내지 세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통계적 연구로 밝혀져 있다. 한국어의 조기교육은 궁극적으로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을 성취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b) 민족적 동질성(ethnic identity)의 문제이다. 기술한 바와 같이 미국은 이미 melting pot의 사회가 아니다. 한국계 미국인 2세, 3세, 4세들이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백인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모르면 어떻게 민족적인 주체성, 동질성을 유지하고 어떻게 같은 한국민족과 교류가 가능할 것인가. 어느 민족 사회에도 속하지 못한 영원한 민족적 고아가 되고 마는 것이다.
(c) 원칙상, 한국계만이 완전한 한-영 이중언어인 이중문화인이 될 수 있다. 가정에서 어려서부터 이중언어를 구사하면서 자라고 한글학교를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야말로 미국이 갈구하는 완벽한 이중언어 국민이 될 수 있고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 교역 등 모든 국제관계에서 필요 불가결한 인재들이다. 이들이야말로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한국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교량적 역할을 하는 주역들이다. 한국어는 워낙 어려운 말이므로 미국에서 자란 비한국계가 배워서 이중언어인이 된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d) 기타 많은 부차적인 이득이 있다. 한국어를 습득하여 SAT II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점, 대학에 가서 다양한 고급한국어 과목을 택할 수 있다는 점,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계되는 분야에서 석사 내지 박사학위를 큰 어려움 없이 취득할 수 있다는 점, 한국 신문 방송을 자유로이 읽고 들어서 평생 한국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무한정 넓힐 수 있다는 점, 따라서 인생이 그만큼 즐거워진다는 점, 이중언어인이 단일 언어인 보다 지능이 우수하다는 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점이 있다.
한국계 학생들의 한국어 교육 장려는 미국의 “21세기에 대비한 외국어습득의 기준”의 기본원리에도 전적으로 부합된다. 그러면 한국계학생들의 한국어 교육을 어떻게 장려할 것인가? 한 가지 중요한 방법은 조기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과 긴박성, 이중언어인의 지능적, 학술적 우월성, 가정교육방법 등에 관하여 한국인 사회에 체계적으로 홍보활동을 하는 것이다. 각종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신문, 책자, 라디오, TV방송, 강연, 워크샵 등을 통하여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아동들의 경우는 부모들의 인식이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기 때문에 부모들이 의도적으로 집에서 한국어만을 쓰도록 하고 한글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도록 독려하여야 한다. 언어습득의 최적기인 2-12살을 놓치게 되면 그만큼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부모들로 하여금 명심토록 하여야 한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의 경우, 한국학생들의 동아리활동, 한국에 관한 각종 흥미로운 강연 또는 영화, 음악, 체육 등의 행사, 한국방문, 또는 한국어학습 활동 등을 통하여 강한 동기를 부여하여야 한다. 한국어 교육의 동기부여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학습활동이 즐겁고 유쾌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둘째는 학생이 배운 한국어의 실용성을 강하게 느껴야 한다. 즉 교실 밖에서 한국인들과 의사전달을 할 수 있게 배워야 한다. 셋째,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학생의 현재와 장래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 가를 직접 간접으로 인식해야 한다. 참고로 김혜영(1999)은 아동들의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을 위하여 여 러가지 다양한 구체적 수업방법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미선(1999)은 가정에서의 효율적인 이중언어교육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7. 결론
지금까지 미국의 외국어 교육정책을 배경으로 한국어 교육이 처해 있는 실정과 각급학교의 한국어 교육 방법을 두루 살펴 보았다. 그리고 현안 문제가 무엇이며 그러한 문제들을 타결하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도 사견을 토대로 짚어 보았다. 필자가 10년 전에 “미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의 현황과 과제”에 대하여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H. Sohn 1990). 그때 한글학교의 수는 477개교(학생은 30,173명), 초․중․고등학교는 전무, 대학은 30개교(학생은 1,286명)로 나타나 있었다. 과거 10년 동안 여러 관계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양적인 면에서 많이 발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제 21세기에 대비하여 한국어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각급학교에 종사하는 한국어 교육자들, 학자들, 교민단체, 학부모들, 한국어관련 각종 협회와 단체들, 한국의 지원단체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지금까지 보다 더 적극적이고 조직적이며 강도 높은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속수무책으로 자연발생적인 상황만 기대한다면 한국어 교육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지지부진하거나 자칫 수렁에 빠져들 위험성조차 없지 않다. 비한국계는 물론이고 한국계 학생마저, 배우기 쉽고 유력한 전통 외국어(서반아어, 불란서어, 독일어 등)나 다른 인기 있는 아시아언어(일본어, 중국어 등)에 끌려가거나 아예 외국어 습득을 기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하나의 민족언어를 초월한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어로 승화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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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방법
티엔티다 탐즈른깃*
1. 序論
오늘날과 같은 국제화 시대에 외국어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외국어 교육의 목적은 의사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제 2언어(Second language)의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의 국민, 그들의 생활양식 전통문화의 전반을 배우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태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목적은 인재 양성이라는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즉 학습자가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듣고, 이해하며, 책에 쓰인 것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자기 자신이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쓸 수 있도록 습득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어 교육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나아가 한국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리고 실생활에서 한국어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교수-학습 방법이 국가 사회적인 면에서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이 일반 태국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한국에서 88 올림픽이 개최된 후라고 볼 수 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일반 태국인들은 한국 하면 먼저 북한을 떠올리곤 하였다. 그러나 88 올림픽 대회 광경이 생방송 되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으며, 이런 상황은 한국학을 전공하는 전문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또한 관광 산업과 경제 교류의 증가로 인해 한국어로의 의사소통이 매우 긴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태국에서는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에 관한 체계적인 조사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한국어 프로그램이 증대되는 요인과 태국 국립 츄라롱콘 대학을 중심으로 교육 목표와 교육 내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어 교육의 現況과 개선 방향을 구안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 泰國에서의 韓國語 敎育 現況
태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나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태국은 최근 몇 년 동안에 한국 정부 장학 재단과 한국의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구직을 위한 희소가치로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것은 극히 제한적인 숫자이다. 오히려 올림픽 이후로 한국의 역사, 문화, 경제 등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방콕 소재 동양 최대 개방대학(Ramkhamhang University)에서는 한국학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 5천명에 달하였다. 아울러 대학의 학자들 간에 한국학을 연구하려는 경향이 늘어났다. 한국학 연구와 한국어 교육의 비중은 앞으로 점진적으로 증대되리라 본다. 이러한 면에서 한국어의 실질적인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많은 학생들로 하여금 한국에서 실지 연구를 하거나 유학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경향으로 자리잡혀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서 실제적인 현장 교육을 받는 교환 학생 제도와 교환 교수의 실현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졌으면 한다.
지금부터 창설 연대를 기준으로하여 본 대학의 한국어과의 沿革, 설립 목적, 교과과정, 교수 방법, 개선 방향 전망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2. 1. 공공 기관의 활동
1995년 12월 22일, 태국 총리부 산하 경제 기술 협력(DTEC; Department of Technology & Economic Cooperation, under Prime Minister's Office) : 한국 정부와 태국 정부간에 MOU체결 협정 조인식이 태국 경제기술협력부에서 치러졌다. 이 자리에는 주태 한국 대사, 1등 서기관, 국제 협력단 태국 사무소장과 각 대학의 관계자들이 참여하였다.
예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본 대학은 정부나 외부 기관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왔다. 따라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부 외에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연구소들이 많이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사회과학대학의 아시아문제 연구소(The Institute for Asian Research)와 태국정보센터(Thailand Research Center)를 꼽을 수 있다. 아시아문제 연구소에서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얀마와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도차이나 국가들과는 달리 태국은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지리적 조건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외교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들어 동남아시아 해양법과 태국 조상 뿌리찾기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태국정보센터에서는 동남아시아 및 태국에 대한 연구 자료와 사회과학의 갈등 이론과 발전 이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 2. 태국 내의 한국어 교육 기관
태국에는 국립 대학이 모두 20個所가 있는데 그 중에서 5개는 工學, 科學, 農業技術 대학이다. 그리고 사립대학은 모두 9개이다. 그러나 首相處 산하 기관으로 대학성을 설치하여 전국의 국립 대학을 관할하였다. 또한 태국의 府(짱왓)에는 “싸타반 랏차팟”이라고 하는 대학이 모두 36개가 있다. 이들 대학은 사범대학 사무소가 있어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국립 대학인 타마삿 대학교(法政大學校), 씨라빠꼰 대학교(藝術大學校)와 방콕에 소재해 있는 잔까셈 대학과 쏸두씻 대학 등 몇 개의 사범대학에서도 한국어 강좌만을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매학기 마다 한국어 강좌를 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 학기의 수강 신청수에 따라 개강 여부가 재결정되어 강좌를 개설한다. 이 대학들의 한국어 교수 요원은 현지 한국인이나 한국 코니카에서 파견한 국제협력요원이다. 그리고 태국의 대학 중 한국어과를 개설한 대학은 다음과 같다.
1) 츄라롱콘 국립 대학교 (朱拉降功大學校) 방콕 所在
2) 쏭크라 나카린 국립 대학교 (宋下王子大學校) : 이 대학교는 수도 방콕으로부터 약 1.100Km 떨어진 남쪽 지방에 위치해 있다. 이 대학은 세 캠퍼스로 나뉘어 있는데 핫야이 캠퍼스, 밧따니 캠퍼스, 푸껫 캠퍼스이다.
3) 부라파 국립 대학교 (東方大學校) : 이 대학교는 방콕에서 동쪽으로 약 80Km 떨어진 촌부리府에 있다.
2. 3. 쥬라롱콘 국립 대학교(Chualongkorn University)
문관관료학교로 확대되었던 사관 시종학교는 1916년에 4월 26일 쥬라롱콘 대학교로 승격되어 태국 최초의 대학교가 되었다. 1917년 10월 최초로 본 대학은 의과대학, 공과대학, 문과대학(과학부(Science) 포함), 법학 대학의 4개 대학이 설립되었다. 처음 문과 대학부와 과학부에서는 대부분 의사학 준비 과목만을 가르쳤다. 과목으로는 화학, 물리학, 생물학, 영어학, 불어, 역사학 과목만을 가르쳤다. 그 뒤 1928년 문과대학은 문과 과목을 개설하였고 기간은 3년으로 이 과정을 이수하면 졸업증과 함께 중학교 교사증을 주었다. 이수 과목은 태국어, 바리어, 영여, 불어, 역사학, 지리학, 불교학분석, 수학이었으나 뒤에 독어 과목을 개설하였다. 그리고 문과 과목 이수 후 3년째 되는 해에 교직 과목을 1년 더 이수해야 했다. 또한 1930년 理學部 과목을 3년 과정으로 개설하였는데 2년간은 과학 과목을 이수하고 문과 과목과 마찬가지로 1년간 교직 과목을 이수하면 졸업장과 함께 중학교 교사증을 주었다.
1933년에 과학부를 문과 대학에서 단과 대학으로 분리시켜 과학 대학이 되었으며, 문과 대학은 문과학부와 교사양성학부로 나누었다. 과학대학도 과학부와 교사양성학부로 나누었다. 그러나 동년에 다시 문과대학과 과학대학이 통합되었다. 그리고 이 단과대학은 9개의 學部로 나뉘었다. 즉 도서관과 문서실부, 화학부, 물리학부, 생물학부, 수학학부, 고대 동양학과 태국어학부, 현대어학부, 지리와 역사학부, 그리고 교사양성학부이다. 1934년 교과과정을 재개편해서 1935년데 처음으로 33명의 문학 학사가 나왔으며, 1942년에는 2명의 문학 석사가 나왔다. 1943년에는 문과대학과 과학부가 다시 분리되었으나 대학장과 사무직은 분리되지 않았다. 1948년에는 교육 학사를 배출하기 위해 다시 문과 대학의 명칭을 문과 사범대학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 산하에 4개의 학부를 두었다. 즉 태국어학과 고대 동양학부, 외국어학부, 지리과 역사학부, 교육학부이다. 1950년 정식으로 문과대학과 과학대학이 분리되어 각각 대학장을 두고 사무직도 따로 관리하였다. 1955년에 도서관리학부를 개설했다. 1957년에 문과 사범대학은 단과 대학으로 분리되었다. 1961년 문과대학은 교과 과목을 6개의 학부로 재편성하였다. 즉 태국어학부, 동방언어학부, 영어학부, 서방언어학부, 지리학과 역사학부, 도서관리학부이다. 그 뒤 1971년에 철학학부를 개설하고 1972년에 연극예술학부를 개설하였다. 동년에 다시 지리학과 역사학부를 분리하였다.
1999년 현재 문과대학은 11개의 학부를 두고 있으며, 학부라는 명칭을 학과로 대신 바꾸었다. 즉 태국어학과, 영어학과, 역사학과, 지리학과, 도서관리학과, 철학과, 연극예술학과, 동방언아학과, 서방언어학과, 언어학과, 비교문학학과이다.
쥬라롱콘 대학교 문과대학 동방언어학과에는 한국어과는 설치되었으나 현재는 단지 교양선택과목으로 한국어 1, 2, 3을 개설하고 있다. 또한 문과 대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단과 대학생들도 수강 신청을 할 수 있다. 현재 교재는 한국어 3까지 직접 편집해서 만들어 쓰고 있다. 현지 제도상 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학과가 만들어지려면, 그 전공에 대해서 적어도 세 명의 동일 전공에 대한 교수 요원이 있어야 한다. 쥬라롱콘 대학교는 20개의 국립 대학 중 하나이다. 학교 예산의 75%를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4년 내에 모든 대학은 대학성의 관할에서 독립해서 자체 경영을 해야만 한다. 이미 쥬라롱콘 대학은 자체 경영을 발표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에 따른 많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면 좀 시간이 필요하다. 본 대학에는 18개의 단과대학이 있으며 학생은 27,236명, 교수는 2,950명에 이른다.
문과대학(The Faculty of Arts)에는 11개의 학과(Department)가 설치되어 있다. 이 중 언어 관련 학부는 태국어학과(Dept. of Thai), 영어학과(Dept. of English), 동방언어학과(Dept. of Eastern Language), 서방언어학과(Dept. of Western Language)로서 16개의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16개의 국어 중 언어과, 말레이과, 한국어과, 포르투칼어과는 교양과목이고, 베트남어와 미얀마어는 매학기 학생 수에 의해 결정한다. 그 중 동방언어학과에 한국어과가 설치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한국어는 교양 과목으로밖에 개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 본 대학의 한국어 교육의 목표와 내용
본 대학교에서는 1989년 11월부터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 과정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1991년부터 대학에서 교양과목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국어 1의 경우는 한국어의 기본 구조, 기본 문법, 특히 어미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힌다. 한국어 2에서는 주로 단어 구사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며, 영화나 노래를 통해서 실제 쓰이는 말에 익숙해지도록 지도하고 있다. 과거 야간 강좌는 대부분의 수강 인원이 직장인인 관계로 회화 구사는 대학생보다 월등하게 잘한다. 그러나 기초적인 문법 실력이나 응용 능력은 매우 뒤떨어진다. 그래서 이들을 지도할 때는 문법과 문장 활용에 주목적을 둔다.
여기에서의 정규 과정 학기의 구분을 다음과 같다.
<교육 기간>
제 1학기 : 6월 ~ 10월
제 2학기 : 11월 ~ 3월
한 학기의 총 수업 시간은 교양 과목 72시간으로 18주간이다. 수업은 일주일에 4시간이다. 하지만 일반인을 위한 한국어 강좌는 60시간으로 10주간이다. 수업은 일주일 6시간이다. 현재 일반인 강좌는 개강하지 않고 있다. 본 대학에서 쓰는 교재는 주로 서울대 어학연구소, 고려대 민족문화 연구소, 표준 한국어 발음 대사전, 임홍빈의 뉘앙스 풀이를 겸한 우리말 사용, 한국어 명도원 등의 서적을 참고하여 편집 번역해서 한국어 1, 2, 3의 책자를 만들어 쓰고 있다. 매년 교재의 내용을 바꿔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매학기의 수업 개강 여부는 그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에 의해 결정된다. 본 한국어과의 한국어 교육은 한국어 1, 2, 3을 개설하고 있다.
<총괄 목표>
교육목표는 일상 생활에서 필요한 기본 회화를 익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본적인 문법 설명과 새 문형을 제시하고 거기에 따른 문법 설명도 한다. 문형 바꾸기 연습하기, 작문 연습하기를 하여 작문 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배운 문법 사항을 이용해 발표력과 듣기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지도하며 문장 이해력을 증진시킨다. 아울러 보충 낱말에서 어휘의 보강에 중점을 둔다. 어학 실습을 통해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동시에 한 학기에 한 편의 영화를 무조건 매 주에 한 시간씩 보고 들어서 듣기 능력을 신장시키고 언어 학습의 지루함을 해소시킨다.
<교재 내용>
1) 한국어 1
제 1 과 한글과 발음
제 2 과 발음
제 3 과 안녕하십니까?
제 4 과 인문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합니다.
제 5 과 수업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제 6 과 가족은 모두 몇 명입니까?
제 7 과 너무 피곤해서 일찍 일어나지 못해요.
2) 한국어 2
제 1 과 같이 점심을 먹을까요?
제 2 과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합시다.
제 3 과 지난 주에 배운걸 복습하거나 음악을 들었어요.
제 4 과 서울역에 간 일이 있어요.
제 5 과 맵지만 태국 음식과 비슷하니까 괜찮아요.
제 6 과 한국말을 배운지 얼마나 됐어요?
3) 한국어 3
제 1 과 요즘은 꽤 추워졌어요.
제 2 과 모레가 친구 생일이라서 선물을 좀 살까 해서요.
제 3 과 대도시에 사람이 적었으면 좋겠어요.
제 4 과 시리차이씨로 왔으면 좋겠어요.
제 5 과 이번 연휴에 부산에 가기로 했는데요.
4. 쥬라롱콘 대학에서의 한국어 교육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제시
본 대학의 한국어 교육의 문제점을 항목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수업들은 모두 모국어로 이루어지며 주로 번역 위주의 수업이고 주해를 다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초급 과정에서는 태국어로 설명이 필요하지만 중급 과정에서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하물며 초급 과정과 같은 교수 방법을 쓰고 있다. 그것은 학생들의 습관화된 학습 방법을 들 수 있고 한편 교양 과목일 경우에 대부분 한국어 지도 교원은 학생들에게 강박관념을 주는 교수법을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지도 방법에서 벗어나려면 이상적인 지도 방법과 전체 교과과정을 단계별로 목표를 세워 지도해야 한다.
2) 말과 생활, 사고방식 그리고 문화가 상이한 나라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태국에 태국인에게 맞는 체계적인 교재가 있다면 문제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사려된다. 또한 한국어 발음은 모국어와 대조해서 지도한다. 그리고 문법 용어를 통일해서 지도해야 한다.
3) 태국인은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부족하다. 그러나 비디오나 여러 가지 시청각 교재를 사용해서 좀 더 흥미를 돋구어 주는 수업을 이끌어 간다면 이 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4) 현재 본 대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수법은 문법 번역식 교수법을 주로 쓰고 있지만 본 대학에서는 이러한 교수법을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기 위해 현재 학생들을 대사으로 시험 중에 있다. 앞으로 개선될 것이다. 또한 교수요원은 자신이 쓰는 언어가 표준어인지를 항상 확인하면서 지도한다.
앞으로 태국에서의 이러한 한국어 교육 방법의 파행성에서 벗어나려면 한국에 한국어 교육에 대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한국어 교육 기관이 설립돼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육기관이 있어 이 기관은 각 대학에 설립된 외국인을 위한 어학 연구소를 관리하여 모든 어학 연구소는 통일되고 체계화된 한국어 교육 방법으로 한국어 교육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외국인 한국어 교원은 물론 재외 한국인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대학원의 설립 또는 연수원의 설립이 우선적으로 요청되며, 이를 통해서 한국어 교육을 체계화해야 할 것이다.
5. 展望과 結論
현재 본 대학은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는 교수요원이 2명으로 조교수 한 명과 전임 강사 1명이 있다. 내년 2000년도에는 문과대학 학생 중에 한 명을 선정해서 서울대학교에서 수학시킬 예정이다. 앞으로 문과대학 내에는 단지 한국어 즉 언어에 관련된 과목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전공, 부전공 과목으로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한국학 방면에 능숙한 교수요원을 양성할 것이다. 쥬라롱콘 대학교 문과대학 한국어학과에는 언어학에 관한 서적과 고전 연구 등의 서적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직접 한국에 있는 주요 서점 등과 직접 연락하여 필요한 서적 등을 구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어 문법, 맞춤법, 발음에 대한 정리서, 표준어 및 순수한 한국말에 대한 소개서,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에 대한 간략한 소개 서적 등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태국의 학제는 한국과 같이 한국어과 정원을 몇 명이라고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수용에 따라서 자체적으로 조정하게 된다. 물론 전공이냐 부전공이냐 하는 체제는 학교측에서 정하게 된다.
문과대학은 한 학년이 대략 250명이다. 학부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2학년 진급과 함께 전공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전공 과목을 이수하면 된다. 따라서 부전공과 교양 과목이 매우 보편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교수요원을 양성하면서 거기에 맞추어 장기간에 걸친 한국어 교재 개발이나 다양한 강좌에 맞는 교재를 개발한다면 한국어 과목이 전공으로 격상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태국에서의 한국어 강좌는 공급자 시장이지, 수요자 시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래의 한국 가이드 단속에 관한 태국 관광청 공문 중의 일부를 보면 앞으로의 수요자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현재 태국을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의 수가 날로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한국 여행사들의 덤핑 경쟁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관광청 내 한국담당부서와 관광업 등록청 그리고 재한 태국 대사관의 협조 하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 한국투어의 이기적인 자세가 전체 태국 관광업의 본질을 흐리고 있으며 대부분의 한국인 관광객이 영어 구사가 불가능해 항상 가이드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을 악용하여 한국인 및 태국인이 서로 협조하에 관광객을 속여 옵션 투어 및 쇼핑에서 과다한 요금 및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현실이다.
3) 한국인과 태국인 합자 형식의 여행사에서 비정상적인 덤핑 요금으로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행사를 해 왔으나 이 한국과 중국의 두 시장 여행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관계로 그 악영향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로 인해 태국을 여행하는 관광객이 갖는 태국의 이미지 또한 타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한국 관광객을 핸드링하는 여행사의 한국 직원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빌미로 불법 체재 및 불법 취업을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4) 현재까지 관광청은 모든 한국 여행사에 대해 시장 및 영업 조사를 실시해왔으며 한국어를 구사하는 태국인 관광 안내원까지 조사를 해 왔다.
태국 관광청 장관은 앞으로 한국 가이드가 쎄팅 가이드와 같이 투어를 해도 모두 검거할 것이며 태국 내의 모든 비합법적인 한국 가이드는 태국의 법으로 처리할 것이며 앞으로의 투어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태국인의 안내 하에 이루어지도록 공고하였다.
태국 관광청에서는 태국 방콕에서 국가 관광 안내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약 300명의 안내원과 태국 남쪽의 푸켓 섬에도 약 200명이 한국어로 관광 안내를 하기 위해 이미 관광청에 등록했다고 본 대학에 통보해 왔다. 태국 관광청은 앞으로 2년 내에 이 500명의 안내원을 한국어 안내원으로 배양해 낼 예정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절대로 한국인이 현지에서 관광 안내원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본 대학에서는 태국 관광청의 협조 아래 관광 안내원을 양성키로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인원을 본 대학에서 충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푸켓 섬의 200명은 남쪽 쏭크라 대학에 맡기기로 하였다. 그러나 관광청은 300명은 쥬라롱콘 대학과 씨라빠꼰 대학이 공동으로 양성할 것을 원하나 아직 미정이다.
본 대학은 우선 300명 중 20명을 선출해서 1차적으로 한국어 관광 안내원을 배양해 낼 예정이다. 연수 기간은 1년으로 할 예정이다. 또한 본 대학에서 한국어 능력 검정 시험을 실시해야 할 임무가 주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어 관광 안내원 양성 교육에 적합한 교재를 만들어야 하고 한국어 능력 검정 시험 문제도 준비해야 한다. 그 동안 한국 사회는 내부적인 양적 발전이 중요한 시간들이었다. 지금부터 질적인 성장을 시작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문화를 바르게 알리기 위한 노력들은 역으로 우리가 우리에 대해서 바르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태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새로운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말만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를 함께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는 차차 한국어 교육의 연륜이 쌓여가며 이루어질 사항이지만, 한국어 교육의 주된 焦點을 이 사항에 맞추어 진행해 나가야 한다.
한국어를 맡은 교사로서 본인이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절실한 문제는 가르치는 말에 통일감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특히 한자어와 외래어의 경우에 심해진다. 본인이 서울대에서 수학하고 있을 때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는 매우 의미 있는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교수 50여 명의 강의 내용을 녹음, 분석해 그들이 평소 강의 시간에 외국어를 얼마나 쓰고 있는가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르면 조사한 교수의 70%가 한 문장에 최소한 한 개 이상 외국어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국어 남발 사례는 거리에서, 텔레비젼에서, 일상적인 대화에서 쉽게 발견된다. 문제는 외국어를 많이 쓴다는 점이 아니라 그만큼 한국말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결국 궁극적으로는 한국말을 사용하는 기준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따라서 1-2년에 한 번씩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로 하여금 再充塡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태국은 스스로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그간 한국어 교육은 적지 않은 역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어 교육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존 기반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풍토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태국에서 교육을 맡은 우리들의 책임이 莫重하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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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어 1, 츄라룽콘문과대학 한국어과, 1999년.
3. 한국어 2, 츄라룽콘문과대학 한국어과, 1999년.
4. 한국어 3, 츄라룽콘문과대학 한국어과, 1999년.
노래를 활용한 한국어 교육
- 터키인을 대상으로 -
괵셀 튀르쾨쥬*
1. 서론
터키 학생들이 한국어 공부를 하는 목적은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습득하여 졸업 후 다양한 사회 진출을 도모하는 것이다. 터키에서 한국어 교육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터키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체계적이고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 까닭은 학습자의 특성에 따른 교육 내용과 자료의 선정 및 위계화가 미진한 상태이며, 이에 따른 효율적인 교수 학습 방법이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어 교수 학습시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노래를 활용하는 것이다. 노래는 다양한 리듬과 멜로디가 함께 수반된 가운데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기억 부담을 줄여 준다는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 또, 음악적 즐거움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여 주의를 집중시키고, 수업에 대한 권태감을 해소시켜주며, 나아가서는 학습 분위기를 정서적으로 유도하기가 쉽다는 등의 심리적 효과도 있다. 수업 시간에 비활동적인 학생들에게도 노래를 부르게 함으로써 목표 언어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하고, 이미 배운 내용의 용법을 복습하도록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은 노래 가사를 수 없이 반복해봄으로써 단어의 의미와 그 단어들이 엮어내는 문장의 문체적 의미를 선명하게 체험하여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노래는 또한 살아 있는 언어 자료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인위적으로 가공해낸 이상적인 언어 자료라기보다 실제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생생한 언어 자료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국어의 다양한 발음, 어휘, 문법 및 각종 표현 방식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생활, 풍속, 습관 사고 방식, 정서 등 여러 가지 문화적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다.
노래는 위에서 살펴본 방법적 가치와 자료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에 한국어 교육에 적극 활용될 필요가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이러한 교육적 가능성을 좀더 심화시켜 교육에 활용될 수 있는 노래 자료의 선정과 위계화를 시도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교수 학습 방법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2. 자료의 선정과 위계화 기준
학생들에게 전달할 노래를 선정하는 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달한 노래가 지나치게 어렵다거나 문법에 크게 어긋날 때 단순히 흥미만을 유발시키는 퇴폐적인 가사일 경우 그릇된 한국어 교육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한국어 지식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교수해야 할 것이다.
터키 학생들을 위한 한국 노래는 한국어 초등, 중등 교육 과정에서 쓰이고 있는 동요나 민요와 가곡, 건전한 내용의 대중가요 등이 좋을 것이고 실제로 한국인들이 즐겨 부르는 것들이라면 더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인의 정서와 사고 방식, 한국의 자연미를 담고 있는 건전한 대중가요가 학습 자료로는 유용하다.
이상과 같이 동요, 민요, 가곡, 대중가요를 한국어 학습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과연 터키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1) 사전을 활용할 수 있는 노래
노래 가사에 실린 단어가 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노래 가사의 의미를 찾아보게 하는 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 가사와 리듬이 평이한 노래
노래 가사가 간단하고 명료하면 좋다. 노래를 통한 언어 교육은 무엇보다도 간결한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 학생들에게 암기시키는데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용이하게 전달할 수 있는 노래이어야 한다. 교사가 충분히 소화해 내지 못하는 노래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3) 학생들에게 흥미로우면서도 학급을 잘 통제할 수 있는 노래
학생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노래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곡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미리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수업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는 지나치게 통속적인 노래는 피하는 것이 좋다.
(4)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심상을 담은 노래
한국인의 정서가 충분히 담겨 있는 노래가 좋을 것이다. 한국의 자연미, 한국인의 서정적인 사랑 방식, 한의 정서, 한국의 역사적 소재 등을 다루는 노래가 그러하겠다.
(5)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과 맞는 노래.
가사를 이해할 때 필요한 어휘적, 문법적 사항들이 학생들의 한국어 지식과 상응하는 것이 좋다. 가사 내용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쉬우면 학생들이 흥미를 잃게 된다.
노래를 선택할 때 중점을 두어야 할 문제 중에 하나는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을 고려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학생들을 학년별로 구분하여 그 선정 기준을 제시하려고 한다.
1학년
학습자의 특성: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한국어에 흥미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래의 활용이 2학기부터 가능할 것이다.
학습의 목표:
1. 한글철자와 기초적인 문법 및 문장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2. 음운 변화에 의해 표기와 다르게 소리나는 발음을 정확히 표기할 수 있다.
3. 억양에 따라 달라지는 문장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4. 기초적인 한국어를 듣고 말할 수 있다.
5. 일상 생활에 필요한 짧은 실용 회화를 할 수 있다.
6. 일상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한국어 표현을 듣고 이해할 수 있다.
7. 짧은 문장을 이용하며 일반적인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다.
1학년 학습 내용
2-3학년:
학습자의 특성: 1학년 교과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다면 한글철자, 구개음화, 모음조화, 격조사, 시제, 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 문법지식이 구비되어 있지만 경어법, 연결형어미, 조사의 쓰임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간단한 회화를 할 수 있고 평이한 어휘들로 이루어진 문장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장의 의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직관해내지 못한다.
학습의 목표:
1.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2. 정상적인 속도로 발화되는 비전문적인 내용을 듣고 이해할 수 있다.
3. 특정의 주제를 갖는 대화가 가능하다.
4. 지금까지 배운 문법 사항을 이용해 발표력과 듣기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지도하며 문장 이해력을 증진시킨다.
5.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고 분명한 발음을 이용하여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다.
6. 스스로 짧은 대화를 만들 수 있다.
7. 널리 사용되는 비문법적인 문장을 듣고 이해할 수 있다.
2-3학년 학습 내용
4학년
학습자의 특성: 소수의 학생들은 한국어를 잘 구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국어의 문어체 표현을 이해하는 정도이다. 또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심도있는 지식이 부족하다.
학습의 목표:
1. 일반적인 속도로 평이한 한국어를 듣고 말할 수 있다.
2. 일상생활의 언어활동에서 빈번히 듣는 말이나 평이한 문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3. 기본적인 일상 회화에 불편이 없다.
4. 한국의 문화, 풍습을 소개하여 한국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다.
5. 한국어를 정확하게 구사하고 표현력을 증진시킬 수 있게 한다.
6. 스스로 대화 만들기의 비중을 높게 한다.
7. 한국인들의 보통 빠르기의 발화를 알아듣고 이에 대응한다.
8. 대상과 상황을 구별하여 경어법, 연결형어미, 조사에 맞게 말할 수 있다.
9. 관용적 표현이 많이 사용된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다.
4학년 학습 내용:
3. 학습 예시
1학년 과정에는 민요를, 2-3학년 과정에는 대중가요를, 4학년에는 가곡을 선정했다. 여기에서 소개되는 노래 학습은 각 각 90분이 소요된다. 1학년에서는 발음과 격조사 및 청유형 어미 등을 학습하고, 시어를 서술형 문장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2-3학년에서는 문법적인 학습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노래 가사를 지어보도록 했다. 4학년에서는 노래 가사에 대한 느낌을 작문해 보도록 했다. 이외에도 터키 노래를 한국어로 번역시키거나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르게 하는 등의 방법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노래를 활용한 언어교육에서 교사가 일방적으로 노래 내용을 전달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창조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학습대상 : 1학년
학습목표 : 한국 민요 소개와 그 속에 담긴 어휘, 문법, 구문의 파악.
학습자료 : “엄마야 누나야”
선정 이유 : 이 노래를 이루는 어휘가 일상적이기 때문에 1학년 과정에 적합하다. 문법사항 또한 어렵지 않다. 단, (-자)와 같은 청유형어미와 (-야)와 같은 구격 조사를 학습해야 한다.
학습 방법 :
1단계
1. 학생들에게 노래를 반복해서 들려준다.
2. 학생들이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확인하고 다시 노래를 반복한다.
3. 교사는 가사를 칠판에 써주고 노래를 다시 들려주면서 따라하게 한다.
2단계
1. 학생들에게 생소한 단어들을 제시하고 그 의미를 익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엄마’가 ‘어머니’에서 온 것과 ‘뒷문’이 합성어란 것을 제시한다.
2. 가사에 나오는 단어의 발음을 연습해 본다.
3. 모르는 구문을 익혀본다.
예;
3단계
1. 교사는 학생들에게 노래 내용에 관하여 자유로이 질문을 한다. 학생들이 노래의 내용에 대해서 터키어로 토론한다.
예;
① 이 노래의 작가의 심정은 어떠한가?
② 이 노래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떠한가?
2. 다 같이 노래한다.
학습대상 : 2-3학년
학습목표 : 서정적인 한국의 대중가요를 통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총체적 학습
학습내용 :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김창완 작사, 산울림 노래)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거예요.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은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거예요.
생각나면 들러봐요, 조그만 길모퉁이 찻집.
아직도 흘러나오는 노래는 옛 향기겠지요.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진 않을 거예요.
선정이유: 어휘들이 어렵지 않고 문법 사항이 2-3학년 과정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 미래 시제 어미(을 것)과 추측형 어미(-겠) 그리고 한정적 어미(-면) 등을 이 노래를 통해 가르칠 수 있다.
학습 방법 :
1단계
1. 학생들에게 노래 테이프를 반복해서 3-4번 들려준다.
2. 학생들에게 노래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생각해보게 한다.
2단계
1. 학생들을 그룹으로 나눈다.
2. 노래의 내용을 토의하게 한다.
3. 노래 가사를 보여준다.
3단계
1. 가사 내용 중 모르는 어휘 및 문형을 익혀본다.
예;
2. 교사는 학생들에게 노래 내용에 관하여 자유로이 질문한다.
3. 가사를 음미하며 다 같이 노래를 불러본다.
4. 학생들은 배운 노래를 바탕으로 하여 직접 짧은 노래 가사를 지어 본다.
학습대상 : 4학년
학습목표 : 노래 가사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다. 그리고 선구자, 일송정, 해란강과 같은 단어가 상징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학습내용 : “선구자” (윤해영 작사, 조두남 작곡)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 줄기 해란강은 천 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용 두레 우물가에 밤 새 소리 들릴 때
뜻 깊은 용문교에 달빛 고이 비친다.
이역 하늘 바라보며 활을 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용주사 저녁종이 비암산에 울릴 때
사나이 굳은 마음 길이 새겨 두었네.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선정이유: 이 노래의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상당한 한국어 실력과 역사적 지식이 요청된다. 이 노래를 통해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한국 역사와 문화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방법:
1단계
1. 3-4번 노래를 반복하여 들려준다.
2. 각 연을 구분해서 2-3회 들려준다.
3. 학생들에게 가사를 받아쓰게 한다.
2단계
1. 학생들을 그룹으로 나눈다.
2. 각자가 받아쓴 가사를 비교해 보면서 내용을 정리하도록 한다.
3. 각 그룹에서 임의적으로 일인을 선발하여 가사를 낭독하게 하고 그 내용을 발표하게 한다.
3단계
1. 교사는 이 노래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다.
2. 교사는 단어의 의미와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이 노래 가사의 내용을 전달한다.
예;
3. 2-3회 다 함께 노래한다.
4. 학생들에게 이 노래에 대한 느낌을 한국어를 사용하여 감상문 형식으로 작성하여 제출하게 한다.
4. 결론
노래를 통한 언어 학습은 일반화되어 있다. 외국어 학습에서 노래 사용은 새로운 언어를 지루하지 않고 흥미 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적인 지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외국어 학습에서 노래는 어휘, 관용어, 문법, 발음, 억양 등과 같은 다양한 언어 형태를 연습하고 교정하며, 목표언어의 문화적인 배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한국어 교육에서 노래의 활용은 이러한 측면에서 의사소통 기능 발전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본고에서는 한국어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노래 자료의 선정과 위계화를 시도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교수 학습 방법을 탐색해 보았다. 1학년에는 민요, 2-3학년에는 대중가요, 4학년에는 가곡을 다루었는데 각 단계는 현재 터키 앙카라 대학교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을 고려해서 구분하였다.
그러나 위계화의 형식을 도입하면서 드러나는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각 수준에 정확히 들어맞는 노래를 선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노래가 학생들 수준에 꼭 들어맞는 어휘 및 문법사항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문법적인 노래 가사, 단어가 상징하는 의미나 이미지, 터키어에는 없는 독특한 한국식 표현 등을 잘 이해시킬 수 있는가도 문제가 된다. 학생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횟수 또한 고려해야 한다. 다수의 학생들이 대강의 의미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만큼은 들려줘야 한다. 횟수가 적으면 학생들이 보다 집중력 있게 들으려 하겠지만 의미파악이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횟수가 많으면 학생들이 산만해질 수 있다.
터키에서 노래를 통한 한국어 교육은 아직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다. 다른 지역에서의 노래를 통한 외국어 교육방법도 비교 분석해서 터키 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 또한 과제라 하겠다.
참 고 문 헌
서울대학교 어학연구소(1999), “한국어반 교육과정”.
교육부(1997), “중학교 국어 1-1”.
괵셀 튀르쾨쥬(1999), “터키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연구”, 서울대 국어교육과 석사 학위 논문.
박갑수(1998), “일반국어의 문체와 표현”, 집문당.
서우석(1997), “말과 음악, 그리고 그 숨결”, 문학과지성사.
이종혁(1990), “노래를 통한 영어 듣기 지도의 효과”, 영어교육39호: 77-95.
Parker, S.L.(1969), “Using Music to Teach a Second Language.”, Modern Language Journal, 53: 95-96.
국어 능력 측정 방안 연구*
김대행․김광해․윤여탁**
Ⅰ. 총론
1. 국어 능력 측정의 성격
(1) 국어교육의 본질과 관련하여 -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입체적 평가
교육이 바람직한 인간상의 형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인 교육(全人敎育)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민주주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변화에 대한 창조적 대응력을 배양하며, 교육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조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학습자의 경험 세계를 중시하는 교육의 방향이 내포되어 있다.
국어교육도 그 궁극적인 목표를 바람직한 인간 형성에 둔다고 할 수 있다. 국어교육은 민주주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언어적 반응을 강조함으로써 민주주의 공동체의 이상과 지향 가치의 내면화를 도모하고, 나아가 변화에 대한 창조적인 대응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고등 정신기능으로서의 언어능력을 강조함으로써 창조적인 사고력과 정보 처리 능력을 배양, 전인교육과 정서교육을 동시에 도모한다. 또한 교육의 보편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바람직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지도 및 평가에 있어서도 학습자의 필요와 적성, 능력에의 적합성과 다양성을 추구한다. 뿐만 아니라 국어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국어와 민족의 언어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감상할 줄 아는 태도 및 습관을 기른다. 끝으로, 학습자의 경험을 중시하기 위해서는 시대적으로 타당하며, 합리적인 내용을 설계하고, 학습자의 언어능력 및 정서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구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학습자들이 실제 언어생활을 실천 가능하게 한다.
요컨대, 이러한 국어교육의 이념적 지향을 바탕으로, 국어교육이 추구하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국어로 형상화된(될 수 있는) 텍스트를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하여 이해 또는 표현하도록 계발시키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2) ‘국어능력’의 본질과 관련하여 - 독서 체험과 문화 능력의 총체성 중시
교육의 내용이 학문의 개념 원리(지식) 그 자체가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즉 공교육 환경에서 지식은 종종 고립되고 비맥락화된 형태로 제시되며, 그러한 지식은 시험 상황에서는 회상될 수 있지만, 문제 해결 상황에서는 전혀 개발되지 않는 비활성화된 지식이다. Brown은 지식과 도구는 그것을 사용함으로써만 완전하게 이해될 수 있고, 그것들의 사용은 사용자의 세계관에 변화를 초래한다고 하였다. 또한 의미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요인들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회와 그 사회의 시각이 지식의 사용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교육에서 지식(개념과 원리)의 역할과 가치는 삶에의 적용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지식의 적절한 사용은 단순히 추상적인 개념을 앎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개발된 문화와 삶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도구로서의 지식과 기능은 그것이 사용되는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적절히 사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기된 국어교육의 방향을 바탕으로 ‘국어능력의 신장’이라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이 때 국어교육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내용으로서 ‘국어능력’이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먼저 언어는 구체적인 상황 맥락에서 의미 구성 및 전달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용으로서의 언어’이다. 즉 국어가 실현되고 국어로서 사고하는 구체적인 상황 없이는 언어능력은 달성될 수 없다. 여기서 구체적인 상황 맥락이란 바로 한국적 맥락이며, 문화가 전수되고 계승되는 우리 삶의 현장이다. 그러므로 ‘교육’이라는 유목적적인 가치 활동 속에서 다루는 국어는 ‘한국 문화로서의 언어’에 대한 이해를 필수로 한다.
다른 한편으로, ‘국어’에는 언어의 공통 속성 위에 민족적 정서와 한국적 사고를 담아 내는 ‘모어’로서 한국어라는 의미가 내포된다. 즉 국어는 오랜 역사를 거쳐 발전해 온 한국인의 언어이며, 민족의식과 문화를 담아내는 언어이면서, 지금까지도 정서를 표현하며 전통을 계승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를 뜻한다. 그 구체적 실상은 단순히 문법 지식 체계로서의 국어만이 아니라, 현재 국어생활에 사용되고 있는 일상어와, 한국어로 된, 한국적 문학작품도 포함한다.
이러한 ‘국어’의 개념과 관련된 ‘능력’이란 고등 수준의 사고이며, 문제 해결적이고 가치 판단적인 사고를 전제하는 것으로, 단순한 글자읽기(decoding)나 글자쓰기(transcribing)와 같은 기능(skill)의 숙달이 아니라, 체계적인 사고 과정의 결과이자 체질화된 태도로서 말하고, 듣고, 읽고, 쓸 줄 아는 능력(competence)을 의미한다. 이는 기능의 완전한 숙달을 바탕으로 달성되는 것이며, 기능의 학습을 넘어선 차원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어능력’이란 문화적 맥락 속에 체질화된 능력이며, 역사성과 주체성을 바탕으로 언어 기능의 철저한 통달 위에서 창조적이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그 내용 요소를 국어적 표현력과 이해력으로 상정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이해력’과 ‘표현력’은 지적․정서적 성장을 돕고, 주체적 판단과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합리적인 사고의 계발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사고력 신장’은 교육 일반이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이다. 특히 국어 능력 측정은 언어와 문학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지양하고, 광범위한 문화 현상으로서의 언어 활동을 포괄하며, 그 내용에서 ‘정치, 경제, 사회, 철학, 역사, 과학, 시사’ 등 타학문의 지식을 말하기․듣기․읽기․쓰기 활동의 텍스트(제재)로서 다룰 것이다. 이러한 풍부한 텍스트를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사고 작용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사고력은 국어능력의 근거가 된다.
나아가 바람직한 국어능력이란, 말하기․듣기․읽기․쓰기 등의 언어 활동과 관련된 기능을 절차적 지식으로서만 아는 수준이 아니라 이러한 수준을 넘어 문화적 맥락 속에서 ‘체질화’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즉 ‘국어능력 신장’의 결과는 표현과 이해의 ‘내용’으로서 학문적 지식을 갖추고, ‘형식’으로서 기능에 대한 숙달이 전제되어야만이 도달할 수 있는 상태로서, 결코 단순한 기능의 숙달이 아닌, ‘체험적’인 것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국어교육은 한국인에게 한국어로 된 텍스트로 한국적 상황에서 교육하는 문화의 전수 과정이다. 국어교육은 언어 일반의 공통적 속성에 대한 이해가 아니며, 구미(歐美)에서 들어 온 언어교육의 응용은 더욱 아니다. 국어교육의 상황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역사와 독특한 문화적 배경이라는 역사적․문화적 특수성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국어능력의 신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학습자는 ‘한국인답게’ 말하고 쓰며, ‘한국적으로’ 듣고, 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어능력은 교육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바람직한 상(像)에 기초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체성을 지닌 한국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며 태도이다.
(3) 학생의 성장과 관련하여 - 인지적‧정의적 능력으로서의 독서 체험 중시
국어교육은 교육 일반이 공통적으로 목표하는 일반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국어교육만의 특수성을 지닌다. 국어교육의 대상, 즉 모어로서의 국어에는 특별한 애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의 내용 기술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국어에 대한 사랑’이 그것이다. 이러한 기술 태도는 영역을 불문하고 국어교육 전반에 가정되고 또 명시화 되어 있으며, 전통 문화로서의 우리 언어와 우리말로 표현된 문학 작품에 대한 ‘가치’ 문제를 교육에서 다루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고력만이 아니라, 정서, 태도, 가치의 내면화와 같은 정의적인 영역이 국어교육의 중요한 또 하나의 내용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국어교육은 언어 텍스트(기호)에 대한 이해 활동과 사고한 것을 언어적으로 생산하는 표현 활동을 포함하여, 비판적으로 읽기/듣기를 통해 창의적으로 말하기/쓰기 과정을 수행하는 활동이다. 이러한 국어능력은 단순히 기능 학습에 의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 지적․정서적 성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향상된다. 즉 정서가 풍부해지고, 내면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형성될수록 언어와 문학 세계에 대한 이해는 깊고 풍부해지며, 비판적이고 창조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렇듯 정서 및 가치관의 형성이 국어능력의 발달에 중요하며,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도 교육내용으로 명시화되어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국어교육 현장은 학문의 단편적 지식과 언어 기능에 대한 교수-학습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가치관 및 정서의 발달과 같은 정의적인 영역의 교육은 등한시된 감이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는 가시적이고 분절적인 형태의 교육 내용으로 제시될 수 없으며, 설령 학교 교육에서 강조된다 하더라도 일시에 혹은 단계적으로 발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다루지 않거나 강조되지 않는 학습 내용으로서의 정서 및 가치관 등은 그 가치와 중요성이 평가 절하되기 쉽고, 때로는 학교 교육에서 배제되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국어교육에서 이러한 정의적인 영역의 바람직한 발달을 유도할 수 있는 태도 및 습관의 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정서 및 가치관은 인지적인 학습의 효과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언어와 문학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정서나 가치관이 확립되기도 한다. 따라서 생활 속에서의 언어와 문학 작품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이해는 태도 및 습관을 형성하고, 나아가 정서와 가치관의 바람직한 성숙을 유도한다.
따라서 이 측정 방안은 인지적 영역 뿐 아니라, 정서 및 가치관의 형성과 관련된 정의적 영역의 발달을 평가하기 위해서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중시한다. 이는 언어와 문학 작품의 독서를 통해 국어에 대한 올바른 태도 및 습관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평가 제재로서 고전의 내용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인용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독서를 생활화하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는 장기적으로 입시 위주의 파행적인 학교 현장의 관행을 바로잡고, 가까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언어와 문학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을 생활 속에서 친근하게 대하고, 자연스럽게 인용하며, 그 속에 담긴 삶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습관을 지니게 할 것이다.
(4) 학교의 국어교육과 관련하여 - 체계적‧창의적 사고를 통한 개성의 신장
국어능력의 평가에는 타당도와 신뢰도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평가 요소로서의 이해력과 표현력은 인간의 사고 과정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가시적인 형태로서 분절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려운 난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평가 내용은 현행 교육과정의 교육 수준과 내용을 포괄하여, 각급 학교의 다양한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고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으면서도, 기존의 학교 현장의 교수-학습 및 평가 방법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며, 다양한 평가 방법의 개발을 통해 평가 체재에 대한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여, 국어능력 평가에 대한 폭넓은 이론적 준거를 제시함으로써 또 다른 의의를 지닐 것이다.
요컨대 이러한 평가 방법의 활용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닌다.
첫째, 국어 능력에 대한 평가는 기존의 평가 관행을 극복한 새로운 시험 형식을 시도한다. 이는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구태의연한 시험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모색함으로써, 교육이 추구하는 본질에 보다 가까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교 평가 형식에서는 여건과 운영 능력상 측정할 수 없었던 학생들의 잠재된 국어 능력의 발휘를 폭넓고 자유로운 형태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총체적인 국어 능력을 평가함으로써, 평가의 내용에 있어 각 학문 내용이 지니는 분과적인 영역 구분을 지양하고, 방법에 있어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라는 언어 활동을 통합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총체적인 국어 능력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 평가의 목적인 학업 성취도 달성 여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게 하며,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교과서에 얽매인 학교 교육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충분히 발휘될 수 없었던 개별 학습자들의 국어 능력을 재발견하게 하며, 이를 점진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넷째, 국어 능력에 대한 입체적 평가를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국어와 문학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국어를 소중히 여기며, 민족의 언어인 국어를 발달시키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태도를 형성시킬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문학작품 감상을 통하여 즐거움을 느끼고,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며, 풍부한 상상력을 길러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할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평가 방법은 경연(contest)이라기보다는 자유로운 시현(presentation)의 장(場)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2. 국어 능력 측정의 목적
국어 능력 측정은 국어 교육을 통해 길러진 국어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평가를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갖는다.
(1) 활동 중심의 국어능력 총체적 향상 촉진
교육은 앞선 세대의 지혜를 전수해 주는 것 못지않게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창조적인 힘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까닭에 교육 활동은 끊임없는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 과거의 내용을 과거의 방식으로 전하는 데 그쳐서는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육은 이제까지의 발전 방향이 어떠했으며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여야 한다.
국어교육 역시 현실의 변화에 부응하여 내실있게 변화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매체가 다양해짐에 따라 각 개인의 의사소통 양상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또,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언어 정보들을 수용하고 처리하며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울러 통신과 교통, 그리고 컴퓨터의 발달이 이룩한 세계화의 물결은 역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주체적인 민족 정체성의 확립과 민족 문화 발전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음을 생각해 볼 때, 국어교육의 자기 반성과 혁신의 노력은 매우 절실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국어교육은 의사소통으로서의 언어 사용과 도구로서의 언어 사용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왔다. 앞으로도 여전히 그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국어교육은 필요할 것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현실의 변화는 기존의 국어교육에 대해 언어관, 교육 내용, 교육 방법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고 작용과의 관련성, 문화로서의 언어 활동 등에 대한 인식과 그에 바탕한 변화는 매우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국어 능력 측정은 학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론적 이상태와 현실적 가능태를 모두 고려하여 그러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해야 한다. 우선 종합적인 ‘국어 능력’ 개념을 발전시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 활동이 각각 별개의 활동인 것처럼 인식되는 폐단을 바로잡고자 한다. 또 다양한 독서 목록의 개발과 이를 활용한 평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바람직한 독서 문화를 이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아울러 ‘민족의 바람직한 언어 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힘, 즉 모국어 화자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이나 능력 함양과 더불어 능동성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획일적인 어느 한 방향으로 정해지는 것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며,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 그리고 학계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회가 거듭될수록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는 발전적인 국어교육의 방향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
(2) 국어 교수-학습 및 평가 방법 쇄신 유도
이제까지의 교육이 파행을 거듭한 원인을 여러 가지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교육의 전 과정이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의 원인이 그러한 까닭에 많은 논자들이 “평가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생각해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기존의 교육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평가만 제대로 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본말이 전도된 또 하나의 지나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어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종합적이고 실천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면 평가의 방법을 새로이 개발하고 내용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 6 차 교육 과정의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경우, 하나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활동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그에 동원되는 원리적, 방법적 지식을 학습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나, 현장에서 그러한 활동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구태의연한 교수-학습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그와 더불어 학습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의 개발이 미비했다는 점 또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교수-학습은 시작과 끝 모두가 제 모습을 갖추기 어려운 것이다.
종합적인 국어 능력의 개념을 확립함으로써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언어, 문학의 내용 영역이 각자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인식되도록 할 것이며, 동시에 그에 맞는 평가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국어교육의 목표와 내용이 실질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준거를 마련할 것이다. 또한 국어 능력 측정의 일차적인 목적은 교육 현장에서 실제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개발하여 검증하는 일이다.
(3) 체계적이고 창의적인 국어활동의 생활화 고취
국어를 모어로 하는 한국인에게 국어교육은 체계가 없는 잡다한 언어활동이 될 수도 있고, 전통적인 모범 예문의 반복 학습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이는 독본 위주, 강독 위주의 반성 없는 교수-학습 방식과 정해진 틀에 맞추어 출제하는 객관식 시험이 낳은 부산물로 진단된다. 따라서 국어 능력 측정은 이처럼 틀에 박힌 국어관에서 벗어나 국어의 본질로 나아가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둘 필요가 있다.
국어교육의 그러한 본질은 이해와 표현의 모든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문화적 감수성을 심화함으로써 개인적 창의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서 성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국어의 본질과 학습자의 성장이라는 교육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당연한 것이다.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인 언어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갖추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이를 위하여 필요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르고 적절한 절차에 따라 언어활동을 수행하는 능력과 남다른 개성의 세계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견해를 지니는 정도의 측정에 비중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이론적 연구와 모색이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겠으나, 이것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채 진행되어서는 사상누각에 그칠 것이라는 점 또한 분명한 일이다. 국어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국어 능력의 평가 방법을 개발하는 작업 또한 지나치게 실험적이거나 현실을 무시한 이상적인 형태라면 큰 의의를 갖기 어렵다.
그러므로 현행 6차 교육과정과 곧 시행될 제7차 교육과정, 그리고 지역과 학교에 따라 다양할 교육 환경을 고려하여, 현실과 동떨어진 일회성 평가가 아니라 현장 교육의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을 개발하고자 한다. 또한 국어 능력 측정 자체에 대한 평가와 연구를 수행하여 피드백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독서와 사고의 태도 함양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특히 청소년기의 독서 체험은 국어 능력의 발달, 개인의 지적 성장, 문화 능력의 함양, 주체적 판단 능력의 확보 등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이미 학계에서 널리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국어 능력 측정은 학생들의 독서 체험의 폭과 깊이를 결과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독서 목록을 제시함으로써 인위적으로 독서를 강조하는 방법도 구상할 수 있다. 또한 시험의 여러 과정에서 독서 체험의 결과가 반영되도록 장치를 함으로써 그 성과를 측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러한 과정은 학생 개인의 지적‧정서적 성장을 도움은 물론, 학교 전체 나아가 사회 전반에 독서의 필요성과 의의를 자각케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람직하다. 학교는 사회와 유리된 별개의 기구가 아니라 학교의 체험이 곧 사회생활의 방법으로 연장되는 것이 교육의 이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개인의 사고나 판단 또는 결정보다 메스컴의 정보와 판단에 의해 의견이 형성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사회에서 자신의 체험과 가치관에 근거한 주체적 판단, 그리고 그러한 판단에 이를 수 있는 정보의 획득은 독서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3. 국어 능력 측정의 방침
(1) 부문 : 초등학생부, 중학생부, 고등학생부로 구분
기존의 국어 능력 측정은 중․고등학생으로 그 대상을 한정하였다. 그러나 국어교육의 초기 단계부터 바람직한 교육-학습 방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일관성과 지속성을 위하여 초등학생도 평가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다.
대학도 이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으나 대학은 학문의 분화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일단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보류한다. 그러나 창의력과 주체성이라는 국어능력의 심화와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별도로 고려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주요 평가 내용은 학교급별로 차별화하여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부합하는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2) 영역 :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네 영역
인간의 언어 생활은 문자언어뿐만 아니라 구두언어로도 이루어지며, 언어생활의 실상에서는 구두언어인 말하기, 듣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국어 능력 측정은 말하기, 듣기까지 평가 영역을 확대하여 국어 능력의 제국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측정 영역은 언어활동의 양태에 따라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하되 그 대상이 되는 자료와 내용은 언어와 문학으로 한다. 자료로서의 언어는 비문학 텍스트를 가리키며, 내용으로서의 언어는 언어 지식을 가리킨다.
다만, 평가 영역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네 영역으로 하되 입체적인 국어능력의 측정을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통합 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과목의 편성 및 시간 배정은 매해 달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평가 중점
종합적 사고 능력을 주요 평가 사항으로 삼는다. 국어 생활에서 정확성이나 논리성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정서적 반응력이나 심미적 차원의 능력이며, 삶의 방식과 의미 작용으로서의 문화적 체득과 주체적 반응으로서의 문화적 분석 능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요소를 두루 균형 있게 평가 사항으로 부각시켜, 국어능력을 이루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소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하여 그 내용을 생활국어 40%, 문학 60%로 구성한다. 이러한 설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어의 주체적이고 창조적 수용과 계승을 지향하도록 한다.
(4) 출제 방식
출제 형태는 작문을 포함하여 인터뷰, 토론, 발표 등 다양할 수 있으며 초․중학교부의 경우 단답형의 문제도 필요에 따라서는 출제가 가능하다. 또한 읽고 말하기, 말하고 쓰기, 듣고 말하기, 듣고 쓰기, 읽고 쓰기, 읽고 말하고 쓰기, 듣고 말하고 쓰기, 쓰고 말하기 등 국어 활동의 실상에 맞게 영역의 통합이 이루어지도록 출제한다.
또한 문제의 형식과 내용이 고정될 경우 타성에 빠질뿐더러 이를 위한 별도의 학습을 하는 부작용의 우려가 있고, 또 교육적 효과도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매번 새로운 형식과 영역 편성으로 문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5) 독서 목록 사전 예고
문학․사회․과학․철학․예술 등의 폭넓은 분야에 걸친 고전 자료와 시사적인 성격의 언어 텍스트를 자료로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필독 도서 목록을 미리 고시하여 이에 대한 충분한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측정에 임할 수 있도록 한다.
(6) 학교 교육과의 관계
현행 교육과정 및 학교 교육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시험에 응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국어 능력 측정의 결과가 장기적으로는 현장 교육의 개선과 국어교육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에 기여할 수 있고, 즉각적으로도 교수-학습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모범적 성격을 갖도록 한다.
4. 국어 능력 측정의 방법
(1) 출제 방향
측정 방침인 총체적 국어능력 평가를 위해서는 국어 활동 영역인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네 영역의 능력을 두루 평가할 수 있도록 출제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다만 학교 급별에 따라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적합하도록 영역의 비중이나 성격을 달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자료는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게 접하는 매체 언어 등의 생활언어와 문학 작품을 두루 포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문학을 중심으로 국어 문화에 대한 친숙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측정하는 것은 국어교육의 본질에 비추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문제의 내용은 단순한 이해 기능을 넘어서서 분석력, 비판력, 창의력, 문제 발견 능력 등 확산적 사고의 평가에 중점을 두어 출제하는 것이 요구된다.
(2) 시험 형식
지금까지의 국어교육을 좌우하는 것은 객관식 시험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실제로 객관식 시험은 출제 기술상 단편적인 능력의 측정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한계도 없지 않았다. 그에 따라 학교의 교수-학습도 단편적이거나 강독 위주의 주입식으로 치달아 가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병폐를 극복하는 데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으며, 국어능력의 본질도 각 개인이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언어 텍스트를 생산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객관식 시험 형식은 일체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어능력의 총체적 평가와 시행의 효율성을 위하여서는 영역의 적절한 통합을 기한 과목 편성이 바람직하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기본 영역으로 설정하되, 실제 시험 과목으로는 2~3 영역을 서로 관련지어 통합하여 출제하도록 한다. (<예> 읽고 쓰기, 읽고 말하기, 말하고 듣기, 듣고 말하기, 듣고 쓰기 등)
구두언어 활동인 말하기, 듣기의 시험은 실제 구두언어 활동을 통해서 평가하며, 이를 위하여 10명 내외의 조 편성을 하여 토론을 한다든지, 시험관에 의한 질의 응답을 할 수 있다. 어떤 형식이건 간에 구두언어는 구두언어의 상태로 평가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러한 과목 편성에서 학교 급별로 시험과목의 명칭과 시험 시간은 다를 수 있으며, 학생들의 성장 발달 단계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
또 속도 측정이 아닌 능력 측정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시간을 편성하되 대회 운영상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시험은 하루에 마칠 수 있도록 시간을 편성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험 시간의 효율적 안배를 고려하여 시험 형식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시험 자료
교육과정상의 영역으로 설정된 언어와 문학은 상기 네 영역에 자료와 내용으로 포함하여 출제하되, 언어 자료로서의 가치, 문화성 등을 고려하여 일상어와 문학의 비율이 40:60이 되도록 안배한다. 생활언어 자료에는 매체언어 등 생활 주변의 언어자료를 적극 활용한다.
시험에 쓰일 독서물은 학교 급별로 5-10권 정도의 독서 목록을 적어도 10개월 전에 지정․고시한다. 실제의 시험에서는 고시된 자료와 새로운 자료를 두루 활용하여 출제한다. 이는 문화적 가치로서의 독서물이라는 관점과 생활 환경으로서의 언어생활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르게 배려하기 위한 조치이다.
(4)출제 유형
언어활동의 네 영역 간 유기적 통합을 권장한다는 의미에서 다음과 같은 유형을 예상할 수 있다.
읽기와 쓰기를 통합하는 유형: 각 학교 급별에서 읽어야 할 수준의 도서를 선정 고시하고 실제 시험에서는 그 글을 따로 제시하지 않은 채 읽은 내용을 가지고 글을 쓰는 문제를 낼 수 있다. 읽을 책을 따로 지정하지 않은 채로 이런 유형의 출제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글을 짧게 잘라 출제하는 것은 가급적 지양하고, 다양한 자료를 주어 이를 요구에 따라 소화하여 글을 쓰도록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영역 간의 유기적 통합과 예고된 자료 및 현장에서 제시된 자료의 활용을 통한 시험 형식은 매우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된다. VTR이나 음성녹음 테잎을 통해 자료를 제시하고 그에 대하여 말하기나 쓰기 등의 활동을 요구할 수 있고, 이미 예고된 자료와 대비하여 말하고 쓰는 활동을 요구할 수도 있다.
(5) 채점 방향
채점은 개인의 총체적 국어능력의 평가에 중점을 둔다. 따라서 절대 평가를 중시하되 다만 측정이 지니는 상대적 성격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에 상대적 우열성에 대한 평가도 참작할 수 있다.
채점위원 간의 기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모든 응시자에게 동등한 기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구두언어활동의 채점은 녹화 후 사후 채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하여 충분한 수량의 녹화 기재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채점의 균형과 형평성을 기하고 작위적 채점의 위험을 덜기 위하여,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 즉 10명이 채점한 뒤 최고점과 최하점을 낸 점수는 무효로 하고 나머지 8명의 점수만으로 평균을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매년 출제의 의도와 형식이 다를 수 있으므로 세부 채점 기준은 출제위원회와 채점위원회 합동 회의에서 합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제위원이 채점위원을 겸하는 것은 출제의도의 반영, 출제의 성취도 측정, 출제기술의 향상 등을 위해 매우 유익하다.
(6) 학교급별 출제 방향
1) 초등학교
가. 목표
현행 교육과정인 제6차 교육과정에 의하면 초등학교 국어과의 목표는 다음과 같이 설정되어 있다.
국어 생활을 바르게 하고, 국어를 소중히 여긴다.
가. 말과 글을 통하여 생각과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이해하게 한다.
나. 국어에 관한 초보적인 지식을 익히고, 국어를 올바르게 사용하게 한다.
다. 문학 작품을 즐겨 읽고, 아름다운 정서와 풍부한 상상력을 기르게 한다.
국어 능력 측정은 이러한 목표 및 교육과정과 연관성을 가지면서, 초등학교 학생들의 국어능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국어능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언어를 통한 인지적, 정의적 사고 능력을 포괄하며, 나아가 능동적으로 국어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태도를 포괄하고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국어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과 태도가 국어능력의 핵심 요소가 된다. 국어 능력 측정은 그러한 문제발견과 문제해결 능력 및 태도의 평가에 목표를 두되, 국어활동의 구체적 형태인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적절하게 통합된 실제 언어생활의 모습을 통해 사고와 태도의 질과 양을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는 궁극적으로 국어를 통한 사고능력을 심화하며 독서를 생활화함으로써 국어 문화 발전에 대한 능동적 태도를 갖추게 할 것이다.
나. 평가 요소
국어능력을 평가하는 요소로 정확성, 적절성, 창의성, 문화성을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어 능력 측정은 이러한 요소들을 고루 설정하되 초등학교 학생의 인지적, 정의적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정확성과 적절성에 비중을 더 둔다.
1) 정확성
- 어휘력 : 어법에 맞는 어휘를 사용하고 나아가 풍부한 어휘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
- 문법 능력 : 문장의 문법적 정확성을 판단하고 표현하는 능력.
- 통사 구성 능력 : 문장과 문장을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능력.
2) 적절성
- 담화 능력 :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언어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
3) 창의성
- 문제 해결 능력 : 언어를 통해 주어진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
- 창조적 언어 사용 능력 : 언어의 규범성을 넘어서 새롭게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
4) 문화성
- 국어의 문화적 특징과 전통 속에서 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
다. 영역별 평가 내용
1) 듣기
- 다양한 표현의 의미를 생각하며 들을 수 있다.
- 말하는 이의 의도나 목적을 파악하며 들을 수 있다.
- 상대가 사용한 표현이 적절한지 판단하며 들을 수 있다.
- 관심있는 내용을 찾아서 듣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
2) 말하기
-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설득력 있게 자신의 주장을 전개할 수 있다.
- 문제․해결의 짜임으로 내용을 전개하여 말할 수 있다.
- 상황에 알맞은 표현을 사용하여 말할 수 있다.
- 여러 가지 말하기 규칙을 지키며 말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
3) 읽기
- 다양한 표현의 의미를 생각하며 읽을 수 있다.
- 글을 읽고 전체의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요약할 수 있다.
- 주장하는 근거의 적절성을 판단하며 글을 읽을 수 있다.
- 문제 해결 방안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다.
- 다양한 읽을거리를 스스로 찾아 읽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
4) 쓰기
-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여 내용을 전개하여 글을 쓸 수 있다.
- 문제․해결의 짜임으로 내용을 전개하여 글을 쓸 수 있다.
- 표현의 효과를 고려하여 글을 쓸 수 있다.
-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로 글을 쓸 수 있다.
라. 문제 예시(例示)
1) 듣기/말하기
※ 다음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물음에 답하세요.
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
명희 : 흰나리꽃이 뭔지 아니? 백합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야.
경수 : 그런데 왜 우리들은 보통 때 이런 순 우리말을 쓰지 않지? 우리들의 언어 생활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야?
진주 : 사람들이 백합을 흰나리꽃이라 해 봐야 다른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어?
명희 : 간판이나 상표 등에 영어나 일본어, 그리고 국적도 모르는 외국어를 너무 쓰는 것 도 큰 문제야. 세종 대왕이 이곳에 다시 오신다면 통탄하실거야.
미연 : 우리말이 사라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외국어가 많아지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봐. 왜냐 하면 어차피 순 우리말이건 외국어이건 우리 사회에서 널리 쓰이면 모두에게 익숙해질 테고, 그렇게 되면 외국어라도 우리말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테니까.
정수 : 그래, 외국어를 잘 하려면 자주 사용해야 해. 그리고 어려서부터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재욱 :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되려면 우리말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일본처럼 외국어를 자국어화하는 노력을 해야 해. 그것이 요즘 말하는 세계화가 아닐까?
경수 : 세계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리 것을 보다 잘 알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 고 생각해.
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
<물음 1> 이 토론의 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물음 2> 두 사람은 세계화에 대해 의견이 어떻게 다른가요?
<물음 3> 학생은 널리 알려진 백합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순우리말인 흰나리꽃을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요? 학생의 의견을 말하고 왜 그런가도 말해보세요.
2) 읽고 말하기
※ 다음 옛날 이야기를 잘 읽고 물음에 답하세요.
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 백제에 살고 있던 유명한 석공 아사달은 불국사의 삼층 석탑을 만들기 위해 젊은 아내 아사녀를 남겨 두고 신라로 떠났습니다.
아사달은 아사녀를 그리워하면서도 오로지 탑을 만드는데 몰두하였습니다.
한편 아사녀는 삼 년을 기다렸지만, 아사달이 돌아오지 않자 신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아사녀는 불국사 경내에 있는 스님의 거절로 아사달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사녀는 완성된 탑이 연못에 비칠 것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사녀는 탑이 완성되면 아사달을 따라 백제로 따라가겠다는 신라 처녀들의 말을 듣고, 실망한 나머지 연못에 몸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탑이 완성되고 아사녀의 이야기를 알게 된 아사달도 아사녀의 뒤를 따라 연못에 몸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
<물음 1> 아사녀가 연못에 몸을 던지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물음 2> 여러분이 만일 아사녀라면 어떤 방법으로 소식을 전했을까요? 아사녀의 입장이 되어서 써보세요.
<물음 3> 아사녀의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요? 옳지 않다고 생각되면 왜 그런지 이유를 써 보세요.
3) 보고 쓰기
※ 다음의 그림들을 잘 보고 그 그림들의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상상하여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이야기에 어울리는 제목을 지어보도록 하세요.
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
그림 1 : 청어들의 회의 장면
그림 2 : 청어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장면
그림 3 : 인간이 청어에게 반격하는 장면
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
2) 중학교
가. 목표
중학교 국어과는 초등학교 국어교육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기초적인 표현력과 이해력의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교과이다. 이를 위하여 언어적 표현과 이해의 기저가 되는 기초적인 원리 및 지식을 학습시키고, 실제적인 활동을 통하여 표현력 및 이해력을 신장시킨다. 중학생 시기는 자국어로서의 한국어에 대한 문화적인 친숙도를 높이게 되는 단계로 설정될 수 있다. 현행 중학교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다음을 교육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국어 생활을 바르게 하고, 국어와 민족의 언어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지게 한다.
가. 말과 글을 통하여 생각과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이해하게 한다.
나. 국어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익히고, 국어를 바르게 사용하게 한다.
다. 문학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추고, 작품 감상력과 상상력을 기르게 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제6차 중학교 국어과 교육과정)
상기 국어과 교육목표는 전통적으로 유지되어온 국어과 교육의 세 영역을 포괄한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리고 국어 능력 측정의 대상자들은 이러한 교육 과정에 의거해서 교육을 받은 학습자들이기 때문에 국어 능력 측정 또한 이 틀을 준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어 능력 측정은 단순히 활동 결과의 측정 및 평가에 제한되어서는 안 되고, 미래 지향적인 성격을 수용하여 실험과 개혁을 지향해야 한다. 국어 능력 측정의 결과는 미래의 국어과 교육을 설계하는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정한다면 본 국어 능력 측정은 이 틀을 최대한 존중하되, 그 틀을 약간 변형시킬 필요가 있다. 먼저, 국어와 문학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은 언어 활동의 네 국면 - 말하기/듣기/읽기/쓰기 - 에 흡수되면서 그 내부에서 역동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어 지식은 평가 과정에서, 문학 지식은 출제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기 네 영역 또한 언어 사용의 기술(skill)에 치우친 경향을 극복하고, 언어와 사고, 언어와 문화의 관계 속에서 설계되고 실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어 능력 측정의 평가 문항은 이러한 점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학교 국어과에서는 초등학교 국어과의 초점이라 할 수 있는 표기와 발음의 정확성이나 어휘력을 바탕으로 언어적 사고력(사고의 언어적 표현/언어를 통한 사고)을 본격적으로 국어 교육의 본령으로 설정할 수 있다. 여기에서 언어적 사고력이란 사실적 사고력, 추리력, 논리력, 상상력, 비판력, 창의력 등으로 세분될 수 있으며, 중학생의 지적․정서적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수렴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아울러 출제와 측정 과정에서 수동적으로 부딪힌 사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는 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수준으로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 내는 능력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언어적 사고력은 문화라고 하는 보편적 준거에서 발동하고 작용하게 마련이므로, 국어 능력 측정은 언어와 문화의 관계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자아를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기성 언중들의 언어 질서를 체득하는 한편 자신들만의 고유한 언어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하는 것이 중학교 시기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나. 평가 요소
1) 정확성 :
- 어휘력 : 유의어/반의어/다의어를 변별하고 풍부한 어휘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
- 문법 능력 : 문법에 어긋나지 않게 문장을 만들고 구사할 수 있는 능력
- 통사 능력 : 문장과 문장을 논리에 어긋나지 않게 연결할 수 있는 능력
2) 적절성 :
- 담화 능력 : 문맥 및 상황에 맞추어 언어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
3) 창의성 :
- 상상력 : 허구적인 글쓰기와 읽기 능력
- 추리력 : 새로운 정보를 생성할 수 있는 능력
4) 문화성 :
- 소통력 : 비유어, 한자 성어, 속담, 의태어/의성어 등의 구사 능력
- 체득 능력 : 일상적인 담화 맥락 속에서 문화적 고유성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
다. 영역별 평가 내용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기본 영역으로 설정하되, 언어 활동이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여 실제 측정에서 이러한 양상을 반영하여 출제․평가하도록 한다. 다만 각 영역이 본질적으로 구유해야 할 평가 요소는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다.
1) 말하기
- 문맥에 맞는 어휘를 표현하며 말할 수 있다.
- 속담이나 고사성어, 널리 알려진 문학 작품의 인용, 그리고 유우머를 구사하여 말하 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선정, 조직할 수 있다.
- 청자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 표정이나 몸짓 등 언어 외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동원할 수 있다.
2) 듣기
- 화자가 말한 바와 일치시켜 들을 수 있다.
- 화자의 의도나 목적을 바르게 파악하며 들을 수 있다.
- 화자가 말한 내용을 내․외적 준거에 비추어 판단하며 들을 수 있다.
- 화자가 말한 내용에 적절하고 타당하게 반응하며 들을 수 있다.
- 청자로서의 올바른 태도와 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
3) 읽기
- 문맥에 맞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 글의 내용을 창조적,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 글의 내용으로부터 자신에게 유의미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 글의 내용이 지닌 가치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4) 쓰기
- 문법에 맞게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
-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 문제 발견, 해결 과정을 가치있게 실현할 수 있다.
- 각 양식의 내적 질서를 준수하여 글을 쓸 수 있다.
- 예상되는 독자의 조건을 고려할 수 있다.
라. 문제의 예시(例示)
1) 듣고 말하기
※ 이제 여러분은 옛날 이야기 한 편을 듣게 됩니다. 잘 듣고 지시에 따라 말하세요.
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
어느 날 장씨 부자가 다른 동네에 살고 있는 이씨 부자집을 방문했습니다. 둘은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장씨 부자가 이씨 부자에게 말했어요.
“황금빛 털을 가진 양을 당신께서 가지고 계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저의 양들 중 한 마리가 황금빛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나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아주 착한 목동을 데리고 있습니다.”
“그래요? 저는 당신께 그 목동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그 목동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그렇지 않음을 제가 입증하겠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 목동이 거짓말을 하도록 해 보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내기를 합시다. 만일 저의 목동이 거짓말을 하면, 제 토지의 절반을 당신께 주겠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반대로 당신 토지의 절반을 저에게 주시는 조건으로 합시다.”
“찬성입니다.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
그 날 밤, 장씨 부자는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목장으로 가서 그 목동을 만났어요. 목동은 상냥하게 인사하면서 말했죠.
“부자 영감님, 우리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너는 어떻게 내가 부자인 것을 아느냐?”
“영감님의 태도로 알 수 있습니다.”
“만일 네가 황금빛 털을 가진 양을 나에게 준다면, 나는 너에게 많은 돈과 좋은 말을 주겠다.”
“안 됩니다. 그렇게는 못 합니다. 온 세상을 다 준다 해도 그 양은 드릴 수 없습니다. 주인님의 믿음을 저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장씨 부자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목동의 마음을 돌려 보려 했으나 끝내 실패하고, 낙담한 채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이를 알게 된 장씨 부자의 외동딸은 아버지에게
“아버님,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제가 목동을 찾아가서 한번 말해 보겠어요.”
하고는 아름다운 꽃다발과 술을 들고 목동을 찾아갔습니다.
부자의 딸은 달콤한 말로 목동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으나 결국 목동은 꿋꿋하게 유혹을 참아냈습니다. 그래도 처녀가 계속 간청을 하자, 목동은 자기와 결혼을 해 주면 그 황금빛 양을 주겠다고 했어요. 처녀는 목동의 제의에 동의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그럼 이제 그 양의 가죽을 벗겨 주세요. 나는 단지 그 가죽만 필요하니까요.”
그러자 목동은 양의 가죽을 벗겨 내어 그녀에게 건네 주었고, 처녀는 기쁨에 넘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튿날 아침, 목동은 간밤의 일을 후회하며 매우 난감해 했겠죠?
목동은 풀이 죽은 채 주인댁을 향하여 걸어갔어요. 걸어가다가 막대기를 땅에 꽂고 거기에다 자기가 쓰던 모자를 걸어놓고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인님, 어제 황금빛 양이 우물에서 물을 먹다가 그만 빠져 죽었습니다.”
이렇게 말해 놓고서는 다시 주인의 목소리로 자기가 대답합니다.
“거기엔 양이 빠져 죽을 만큼 물이 깊지도 않은데, 그게 무슨 소리냐?”
이번에는 다시 이렇게 말했어요.
“주인님, 어젯밤에 황금빛 양이 이리에게 물려가 버렸습니다.”
다시 주인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 ”
목동은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주인댁을 향해 걸었지요. 그러다가 무릎을 탁 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주인댁에 도착해 보니 거기에는 이미 장씨 부녀가 주인과 함께 목동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들 셋은 과연 목동이 거짓말을 하는지 지켜 볼 셈이었지요.
주인이 목동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목장에는 별일 없겠지?”
“네, 제가 황금빛 양을 아름다운 검은 양으로 바꾼 것말고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좋아, 그러면 그 검은 양을 이리로 데려와 봐라.”
했더니, 목동은 이렇게 대답했더랍니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 검은 양은 바로 영감님들 사이에 앉아 있으니까요.”
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ꠏ
<물음 1> 이야기 도중 황금빛 양이 이리에게 물려가 버렸다는 목동의 말에 대해 주인이 했을 법한 말을 짧게 쓰시오.(20단어 내외)
<물음 2> 이 이야기의 두 부자 중 어느 편이 이겼다고 생각하는지 서로 토론하시오.
2) 읽고 쓰기
※ 여러분이 이미 읽은 <별주부전>에서 토끼가 행한 행위를 평가하는 글을 쓰시오.
<유의 사항>
- 토끼를 인간으로 간주하여 평가할 것.
- 토끼의 모든 행위를 평가의 대상으로 할 것.
- 글의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500자 내외(±50자 허용)로 할 것.
3) 고등학교
가. 목표
국어 능력 측정은 현행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바람직한 국어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고등학교 국어 능력 측정의 목표도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결정한다.
제6, 7차 고등학교 국어과 교육과정에 제시된 ‘국어과’의 목표는 언어 본질의 이해, 국어 사용의 다양성과 총체성의 이해, 국어의 정확하고 효과적인 사용, 국어 문화의 바른 이해, 국어 발전과 민족의 언어 문화 창달에 기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어능력은 이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나타난다고 할 수 있으며, 고등학교 수준의 국어능력 평가는 단순한 기능 차원보다는 고차원적인 국어 능력을 평가토록 한다.
즉, 고등학교 국어 능력 측정의 전반적인 방향은 정확성․효율성을 바탕으로 비판력․창의력․문제발견 및 해결능력 등 확산적 사고력 측정을 지향하도록 한다. 또한 단편적인 지식이나 기능보다는 해석의 다양성, 대안의 모색, 의미의 확대 재생산 등 고등사고력 측정을 지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 평가 요소
국어능력 평가의 핵심은 ‘국어’와 ‘능력’에 있다. 즉 이들의 성격에 따라 평가의 범주 역시 결정될 것이다.
먼저, ‘국어’는 자아 실현으로서의 국어, 사회성으로서의 국어, 도구로서의 국어, 소통으로서의 국어, 문화로서의 국어, 세계관으로서의 국어 등 다면적인 성격을 갖는다. 한편, ‘능력’이란 선천적이고 정태적인 차원에 결부된 것이 아니고 지식․사고력․태도․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활동으로서의 국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국어과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지식
- 국어 활동에 필요한 지식.
- 국어 문법과 문학에 대한 지식.
2) 사고력
- 어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맥적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능력.
- 표현된 내용 자체를 이해하는 능력과 사실에 맞게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
- 제시된 정보를 근거로 하여 숨겨진 내용이나 정보를 추리해 내는 능력.
- 제시된 행위, 사실, 인물 등의 가치, 정당성, 타당성, 효용성 등을 비판적으로 평가함과 동시에 능동적으로 감상하는 능력.
- 언어 활동의 과정이 논리적 규칙에 맞도록 이루어 내는 능력.
3) 정서, 태도
- 텍스트에 대한 정서적 반응과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 능력.
- 문학 작품의 내면화와 독서하는 습관.
다. 영역별 평가 내용
기본 영역은 초․중학교와 마찬가지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로 한다. 다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설정했던 내용을 토대로 복합적이고 심도 있는 평가 내용이 되도록 한다. 평가 항목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되 편의상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1) 말하기
- 세계에 대한 앎을 상황에 맞게 말할 수 있다.
- 세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말할 수 있다.
- 세계에 대한 창의적인 사고를 표현할 수 있다.
- 텍스트를 읽은 후 비판적이며 창의적으로 말할 수 있다.
- 자신의 태도나 가치관을 사리와 정황에 맞게 말할 수 있다.
- 매체 언어를 보거나 듣고 비판적으로 말할 수 있다.
2) 듣기
- 화자의 사고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 화자의 말을 비판적으로 들을 수 있다.
- 화자의 말을 듣고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 화자의 말에 대해 문제를 발견하면서 들을 수 있고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
- 매체를 통한 언어를 보거나 듣고 비판적으로 말할 수 있다.
3) 읽기
- 비판적이며 창조적인 읽기를 할 수 있다
-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다.
- 텍스트의 사고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 작가(저자, 화자)의 삶의 태도(세계관)를 추리할 수 있다.
- 텍스트의 세계(인물, 사건 등)에 대해 윤리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다.
- 매체 언어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다.
- 텍스트를 문화적 맥락과 연결시킬 수 있다.
4) 쓰기
- 자신의 생각을 넓고 깊이 있게 쓸 수 있다.
- 자신의 독서 체험을 쓰기에 잘 반영할 수 있다.
- 글쓰기의 자료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글쓰기로 수행할 수 있다.
- 상황과 수신자의 조건을 고려해서 쓸 수 있다.
- 쓰기의 규범성과 창의성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라. 문제의 예시(例示)
1) 읽고 쓰기
※ 다음의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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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성인이 노인들에 대해서 실제로 보이는 태도의 특징은 이중적인 잣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노인들을 존중하도록 오랜 세월 동안 사회에 의해 강요되어 온 공식적인 도덕률에 어느 정도까지는 수긍을 한다. 그러나 노인들을 자신보다 못한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고 또, 그들이 유체적, 정신적으로 쇠락해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납득시킴으로써 이득을 본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로 하여금 이 노인네가 여러 가지 일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양보하고, 충고를 그만두고, 그저 그의 결함들과 서투름을 느끼게 하는 데 열중하게 된다. (중 략)
오늘날 일반 성인들은 노인에 대하여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노인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아 착취를 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가 그러한데, 프랑스에서도 노인 전문 클리닉, 휴양원, 실버타운 등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재력이 있는 노인들에게 그들이 바라는 편안함을 보살핌에 대한 대가로 가능한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끔 한다. - 시몬 드 보브와르,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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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 1> 이 글을 500자 정도로 요약하고 핵심어 다섯 개를 제시하라.
<물음 2> 지문에서 밑줄친 단어와 표현의 의미를 설명하라.
<물음 3> 현대 사회에서 노인들이 쓸모 없는 존재라고 평가하는 필자의 견해에 공감하는가? 이에 대해 일상 생활과 문헌에서 나타나는 사례를 들어가며 자신의 관점을 개진하라.
2) 읽고 말하고 듣기
※ 여러분이 이미 읽은 채만식의 ꡔ태평천하ꡕ에 나오는 윤직원의 삶이 오늘날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팀원들과 토론하라.
3) 보고 듣고 말하고 읽고 쓰기
※ 잠시 후 상영되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본 뒤 다음 물음에 답하라.
<물음> 다음 자료를 읽고 필자의 생각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기술하라. 단, 반드시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 구체적인 장면, 상황과 연관시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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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혼타스」는 미국의 월트 디즈니사가 거의 매년 한 편씩 내놓아 대단히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만화영화들 가운데 가장 최신작이다. 예컨대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등은 디즈니 사를 돈방석에 올려놓은 최근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다. 그중 앞의 세 작품은 기존의 동화를 소재로 한 것들이고, 「라이온 킹」 역시 일본의 만화영화 「레오」에서 아이디어를 빌어 왔다고 알려져 있다. (중략)
국내에서는, 「포카혼타스」를 통해 디즈니 사가 드디어 미국문화까지도 상업화시켜 다른 나라들에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하는 글들이 나왔다. 즉 그 동안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유럽적이어서 그래도 면죄부를 줄 수 있지만, 미국 것까지 판매하려고 하는 미국의 문화적 제국주의는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견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셈이 된다. 왜냐하면 「포카혼타스」가 1995년도 디즈니 사를 대표하게 된 이면에는, 미국 안의 소수인종에 대한 최근의 급증하는 관심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비록 만화영화이긴 하지만, 미국원주민 소녀가 당당하게 주요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 들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다문화주의 운동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다.
과연 이 영화는, 미국원주민(요즘 인디언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들을 대자연을 지키는 평화스러운 미국의 원래 주인으로서, 그리고 유럽에서 온 백인정착자들을 남의 땅을 빼앗는 잔인한 무법자들로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반제국주의적인 시각으로 미국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후략) -김성곤, ꡔ문학과 영화ꡕ, 민음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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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활동으로서의 문학
- 문학과 언어에 대한 에세이
禹漢鎔*
Ⅰ. 관점의 문제
인간의 일상생활은 결국 언어활동으로 수렴된다. 남과 이야기하는 가운데 동의를 구하고 의견을 조정하고 어떤 일을 해내는 데 언어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기억과 예측이라는 행동과 연관지어 보았을 때 이는 더욱 적실하다. ‘동강’에 가서 어떤 풍경을 보고, 그곳 주민들의 사정을 이야기 들었다고 하자. 누군가 있어, 동강에 가서 무엇을 보았는가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말은 기억에 떠오르는 장면과 들은 이야기를 내 말로 다시 바꾸어 전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처럼 사태가 그렇게 단단치는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주체의 행동1 : 동강 지역 여행 중 동강 지역의 풍경 바라보기.
* 동강은 아름답다.
주체의 행동2 :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 듣기.
* 동강은 우리 생활의 터전이다.
주체의 행동3 : 동강 보존의 필요성
* 동강은 보존되어야 한다.
이 밖에 얼마든지 자세한 묘사와 서사를 섞어 동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과의 대화를 내 시각으로 채록하고 그들의 말을 자세히 기록하면 실제 동강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한 것 이상의 언어자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리고 동강이 댐 건설로 수몰된다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어느 청문회에 가서 주장을 할 수도 있고,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리고 동강을 대상으로 한 편의 시를 쓴다든지 수필을 쓴다면 그것은 문학활동, 언어활동이다.
이러한 통합적 활동 속에서 언어가 운용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까지 우리는 어떤 언어활동을 서술하거나 논의의 대상에 올릴 때 언어활동의 어느 한 국면만 잘라내어 객관적 대상인 것처럼 다루어 왔다. 언어활동의 의도와 과정과 결과, 그리고 그 각각의 효과를 따지는 데에 골몰한 것이다. 그 가운데 언어학적 관점과 話用論的 觀點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은 국어교육의 중요한 줄기를 이루어 왔다.
언어학적 관점이란 언어활동의 결과물을 하나의 실체로 취급한다. “동강은 아름답다.”는 문장은 주체의 정서적 수용과 판단을 글로 옮긴, 무엇이 어떠하다 하는 기본 문장이라고 설명된다. “동강은 우리 생활의 터전이다.” 이는 주민들의 주장을 압축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문장 가운데 들어가는 인용문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 “동강은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은 필자의 주장을 나타내는 하나의 문장으로 분석된다. 또는 이들 문장이 하나의 글로 이루어져 있을 경우, 앞의 두 문장이 끝의 문장을 이끌어 오는 근거가 된다는 식의 논리적 설명도 있을 수 있다.
화용론적 관점이란 누가 어떤 상황에서 이야기를 하는가, 그리고 그 의도는 무엇인가 하는 점들을 고려하여 언어활동을 설명한다. 그렇게 되니까 언어활동의 의도와 그 효과를 따지는 편에 치중한다.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는 데 필요한 조건을 즐겨 따진다. 위 예에서 화자는 어떤 처지에 있는가, 그 이야기를 듣는 대상은 누구인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한 등의 문제를 과제로 하여 자료를 분석하고 맥락의 옳고 그름을 따진다.
그러나 언어활동을 설명하고 가치부여를 하는 데에 이 두 가지 관점으로 충분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그러면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 다음과 같은 사항을 더 따져 보아야 한다. 이는 언어활동을 인간의 근본적인 의미활동으로 보는 관점이다.
(1)왜 언어활동을 하는가?
(2)언어활동의 구조는 무엇인가?
(3)어떤 주체들이 언어활동에 관여하는가?
(4)언어활동의 결과는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가?
이러한 관점에 설 때라야 실생활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를 정당하게 이해하는 바탕이 마련된다. 문학은 유목적적인 활동이다. 물론 문학이 구체적인 어떤 목적을 가지고 출발한다고 함으로써 이른바 목적문학이니 하는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감정이나 감흥을 표현하고자 하는 표현욕구에서 비롯하여, 정서적인 감흥을 읊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념이나 정치적 신조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문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의도나 목적의 純粹, 非純粹 논의는 사실 그렇게 정당한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리고 문학은 해당 장르의 일정 규칙을 최소한 준수해야 문학활동이 된다. 산비탈 강냉이 밭을 매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한 가락의 ‘아라리’도 그 나름의 방식을 준수한다. 이를 언어활동의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다. 어떤 주체가 벌이는 언어활동인가 하는 점이 문제된다. 그리고 어떤 활동이 있으면 그 활동의 효과 혹은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 문제된다. 언어활동은 사회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그 의미가 개인에 국한되는 순전히 주관적인 것일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해 나가면, 논의의 출발점은 언어적 텍스트가 아니라 언어활동이라는 데에 놓이게 된다. 물론 언어적 텍스트 개념을 확장하면 언어활동 전체를 그 안에 포함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문자로 된 텍스트를 뜻한다. 활동 가운데 언어가 매개되는 활동 전반을 언어활동이라 규정하고, 언어활동을 대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이 왜 글을 쓰고 글을 읽는가, 그리고 그 효과는 인간의 성장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하는 문제를 고려해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교육적 고려를 하게 될 때, 문학과 어학의 양분법적 논의를 벗어날 수 있고, 문학활동에서 언어가 무엇인가 하는 논의를 할 수 있게 된다. 절차의 편의를 위해 언어학적 관점을 좀더 자세히 돌아보는 데서 논의의 시발을 삼고자 한다.
Ⅱ. 언어학의 관점
학문의 영역에 따라 말의 쓰임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논리학에서는 부호로 수렴하는 언어를 지향한다. 일상적인 의미가 덧붙을 때 논리의 선명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는 언어학의 경우도 유사하다. 언어학은 언어현상이 지닌 논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언어를 자료차원에서 실체로 다룬다. 언어를 실체로 다룬다는 것은 언어현상과 언어현상이 이루어지는 외적 맥락을 단절하고 출발한다는 뜻이다. 다음과 같은 문장의 예를 보기로 한다. 여기서 문장이란 언어활동의 구체적 단위라고 해도 좋고, 달리 말하자면 언어활동의 결과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나는 진실한 사람이다.
이 문장의 주어는 ‘나’이다. 그리고 서술어는 명사와 서술격 조사가 연결되어 있다. 나는 사람이라는 유개념에 대해 종개념이 된다. ‘진실한’이라는 말은 종차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 문장은 논리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 잘 만들어진 문장이다. 사실의 판단을 나타내는 문장으로 볼 수 있다. ‘진실한’의 기본형은 ‘진실하다’이다.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이 바르고 참됨’ 또는 ‘헛되지 아니함’이라고 풀이되어 있다.(삼성판, 새 우리말큰사전) 나는 바르고 참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낸 문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풀이로 이 문장의 뜻을 다 알 수 있는가? 언어학적 관점에 가감 없이 문학에 수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언어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언어활동은 주체와 대상 사이에서 언어를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는 소통을 뜻한다. 말하는 주체가 있고 그 말을 듣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체가 대상에게 자신의 진실함을 언명하거나 주장하는 활동이다. 진실이란 거짓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꼭 그런 뜻으로 의미를 한정할 수 있는가? 예컨대 “나는 진실한 사람이다.”, 이러한 발언이 무색투명한 진공의 공간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소한의 맥락이 부여되어야 이러한 발언이 가능하다.
말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입지가 있고, 말하는 동기가 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말에 대한 언중의 공감 즉 의미의 일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맥락을 투명한 것으로 상정할 때, 이 문장은 사실의 서술로 읽힌다. 그러나 그러한 서술을 하도록 하는 여건을 고려한다면 이 자료는 주장을 나타내는 문장으로 읽힌다. 그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달리 생각해 보아야 할 항목이다. 그렇게 되면 이 문장은 뜻을 알기 어려운 언어자료가 된다. 다른 사항은 모두 괄호치고 언어자료를 바탕으로 논리를 구축하는 것이 언어학적 관점이다. 그렇다고 유연성이 없는 논리라든지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논리가 자체로서 설명력이 있다는 것과 그것이 현실에 접하여 설명하고자 할 때 커다란 낙차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할 따름이다. 이렇게 본다면 언어현상을 현상 자체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된다. 언어활동으로 시각을 달리할 때라야 언어현상을 폭넓게 설명하는 방법이 모색될 수 있다고 본다. 교육적 안목에서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언어를 가르치는 일이 언어에 대해 가르치는 일도 있지만, 언어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으로 언어를 가르친다는 의미가 규정되기도 한다. 언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언어를 설명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데올로기적 작업이다.
Ⅲ. 화용론적 관점
화용론은 언어의 일상적 수행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고려하여 언어사실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언어수행의 상황이란 주체, 대상, 맥락, 의도, 문화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언어자료를 자료로 확정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도상작전은 불가피하게 추상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진실한 사람이다.” 하는 자료를 중심으로 약간의 설명을 해 보기로 한다.
누가 말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하는 데 따라 위 명제는 진위가 달리 판별될 수 있다.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주체를 상정할 수도 있고, 그 반대 경우를 생각할 수도 있다. 성인이 말하는 경우에서 사기꾼이 말하는 경우 사의의 스펙트럼에 주체의 위치가 자리잡힌다. 누구에게 말하는가? 상대방이 나의 진실됨을 긍정하는 대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를 상정할 수도 있다. 나와 어떤 관계인가 하는 점이 다시 문제된다. 말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우선은 사실을 진술하는 형식을 빌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운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왜 그런 말을 하는가 하는 데 따라 말의 뜻이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자기긍정과 자기기만의 篇幅 사이 어느 지점에 이 말은 놓인다. 말하는 사람의 태도는 어떠한가? 직설적으로 말할 수도 있고 풍자적으로 말할 수도 있다. 혹은 점잖게 말할 수도 있고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 말로는 “나는 진실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 스스로 “나는 진실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스스로 부정할 수도 있다, 확신이 없다, 그렇게 되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등 가능한 태도는 다양하다. 듣는 사람의 태도는 어떠한가? 듣는 사람의 태도 여하에 따라 말뜻이 달라진다. 믿음의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남들은 너를 진실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러한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 즉 너의 진실함을 믿지 않는다고 할 때, 위 문장은 다른 뜻을 지니게 된다. 화용론에서는 보편주체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 벌이는 언어활동의 개별적 상황을 모두 이론의 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필연적인 사항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수용자 편에서, 너는 나를 진실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나를 인정할 수 없는 인간이다. 이렇게 나가면 이미 화용론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자아의 인격분열이라든지 심리적 이상현상으로 설명되어야 하는 국면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용론은 언어의 바깥세계에까지 걸쳐 있는 언어활동을 언어 안쪽에서만 설명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언어현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언어활동의 법칙을 수립하고자 하는 학문에서 예외가 없는 규칙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상이 자리잡고 있는 현실맥락에 대비했을 때, 설득력이 없다면 학문 그 자체로 공소한 이론이 될 공산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화용론적 관점에서 주체와 대상의 문제를 고려해 보기로 한다. 다음과 같은 예를 두고 살펴 보는 것이 편리할 듯하다. 앞의 문장에서 주어만 하나 바꾸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된다.
너는 진실한 사람이다.
이 말의 뜻은, 너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나는 믿는다는 뜻이다. 혹은 그렇게 알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한 사실을 너도 인정하고 믿는다는 점이 전제된다.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는다. 이야기 맥락에 참여한 우리 모두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다. 혹은 진실로 인정한다. 그렇지 않을 때 이 말은 무의미한 것이 되거나 참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는 어떠한가. 이러한 말이 수행되는 구체적 상황에서 보았을 때, 그 상황이 제기하는 조건에 따라 뜻이 달라지거나 무의미한 말이 될 수 있다.
나는 네가 진실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이 명제가 참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너는 진실한 사람이다.”라는 명제 자체가 논리적으로 하자가 없어야 한다. 둘째, 너의 진실함을 나는 믿어야 한다. 믿지 않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그 말은 거짓이 된다. 셋째, 대상(너)은 주체(나)의 믿음을 인정해야 한다. 넷째, 남들도 나의 믿음과 너의 믿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만 위 문장은 참이 된다.
다음과 같은 경우는 이 말이 참이 될 수 없다. “너는 진실한 사람이다.”라는 문장에서 ‘너의 진실’이 사실이 아닌 경우, 나는 그것을 믿지 않는 경우, 또는 대상이 주체의 믿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이 말은 참이 될 수 없다. 이상의 말은 참이 된다고 하더라도 남들이 나의 믿음과 너의 믿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문장은 참이 될 수 없다.
“그는 진실한 사람이다.”와 같은 경우는 더욱 복잡한 인식상의 문제를 불러온다. 내가 그와 意味共有를 이루어 내야 하고, 그 결과를 이 말을 듣는 상대방이 믿어야 한다. 주체와 대상, 그리고 지시체 사이의 의미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인식의 공통성이 삼중으로 합치되어야 한다. 내가 말을 하고 당신은 듣고 있으며, 지칭의 대상인 그 사이에 의미의 합일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너는 진실한 사람이다.” 라는 말은 “나는 네가 진실한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말로 다시 풀이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언어수행이라는 관점에서 도식화해 본다면 다음과 같이 된다.
나는 { 나는 (너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주장한다.
여기서 우리는 언어활동의 이중성을 확인하게 된다. 내가 하는 언어활동은 두 층위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너는 진실한 사람이라는 명제가 있다. 그 명제가 참이라고 나는 믿는다. 명제, 믿음, 주장은 ‘말한다’는 행동의 내용이다. 이는 철학에서, 언어행위론에서 발화수반행위라고 설명되는 사항이다. 이처럼 언어활동은 이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언어가 수행되는 국면에서는 {나는 (너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것만 수행되거나 더 줄여서 ( ) 안의 내용만 수행된다. 말을 한다는 것은 메타언어를 덧붙이는 일이 된다. 메타언어는 중괄호{ } 의 바깥에 존재하는 언어의 국면이다. 말하는 행위를 다시 언급하는 것이 덧붙어 나간다.
나는 네가 진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문장의 내용이고, 이의 수행은 말한다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믿는다는 것은 심리내적인 문제이고 말한다는 것은 물리적 차원의 행동이다. 그리고 이 행동은 구체적인 언어활동의 상황에서는 언표되지 않는다. 때로는 부가적 수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현실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입니다.”하는 식으로 언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 말은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에 자주 나타나는 수사법이다. “국민 여러분의 성의에 보답하겠다고 제 다짐을 말씀을 드립니다.” 자신이 말을 하면서 지금 나는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화용론이 주체와 대상과 상황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상황의 구체적 양상은 고려의 대상으로 삼지 못한다. 언어를 이데올로기 표현으로 보아야 주체와 대상, 그리고 상황의 의미를 고려할 수 있게 된다. 이 차원은 화용론을 넘어선다.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하는 담론분석 차원이다. 문학의 언어가 단지 개인의 의지나 지향을 표출하는 데서 지나 이념의 실천까지를 담당하는 것이라면 언어활동의 이러한 차원까지를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떤 언어활동이든지 그것을 고정된 실체로 두고 이루어지는 논의는, 이상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한계에 금방 봉착한다. 그러한 논의에서는 형식논리만 의미를 지닐 뿐이다. 형식논리를 뛰어넘는 실존 차원의 인간을 고려할 경우, 설명력을 얻기 어렵다. 언어활동 차원에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실존으로서의 활동주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방법을 달리 모색해야 한다는 요청이 제기된다.
Ⅳ. 일상언어에서 문학의 언어로
일상에서 수행되는 언어는 담론 차원의 언어이다. 구체적인 상황과 주체와 대상이 언어적 경합을 벌이는 살아 있는 언어의 실상을 담론이라고 규정하는 입장이다. 그런 시각에서는 주체와 대상을 이념적 실체로 상정하지 않고는 일상언어를 논의할 수 없다. 그리고 일상언어는 통상 대화적으로 수행된다. 밑도 끝도 없이, 누구에게라고 할 것도 없이 “나는 진실한 사람이다.”하는 발화는 수행되지 않는다. 최소한 이 글에서처럼 언어활동의 설명 자료로 삼기 위해 종이 위에다가 “나는 진실한 사람이다.”라고 써 놓고 이를 대상으로 언어활동을 설명할 경우라도, 그 목적과 의도와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언어활동은 구체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의미의 공유와 의견의 교섭, 이념의 실천을 도모하는 행위이다. 이것이 일상언어의 실상이다. 농담이나 험담에서 설법과 설교에 이르기까지, 광고에서 선동 선전에 이르기까지 언어활동 양식의 분화는 사회․문화적으로 다시 규정된다. 언어활동에 있어서 문화적 규칙을 배우는 일은 언어 운용의 규범을 배우는 것이다.
일상언어는 지극히 규범적으로 수행된다. 일종의 관습에 의존하는 언어활동이다. 아침에 만난 동료에게 인사를 할 경우, 인사 방법이 사람마다 별로 다르지 않다. “안녕하십니까?”,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야유회 재미있었습니까?” 하는 등의 공식적인 인사 방법이 있다. 그러한 인사 방식이 약간만 달라져도 그 맥락적 의미를 금방 알아차린다.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실리는 음색, 거기서 빚어지는 느낌, 말하는 태도, 말을 듣는 사람의 느낌과 태도 등에 따라 인사의 의미는 다양하게 변별된다. 언어의 공식성과 사적 친밀성(인티머시)은 이처럼 공존한다. 일상언어의 수행은 공적 차원보다는 사적 차원에 더 기대는 바가 있다. 언어활동의 사적 차원은 주체의 분화와 관계가 있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보기로 하자.
너는 {나는 (내가 진실한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것을} 안다.
여기서 나는 복합주체가 된 연후에 복수주체에 포함된다. 복합주체는 주체의 분화를 거쳐 복합적으로 설정되는 주체이다. 내가 진실한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알고, 믿는 것은 그러한 말을 하는 주체와 다른 차원에서 분화된 주체이다. 복수주체는 언어활동이 주체와 다른 주체 사이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전제한 것이다. 내가 믿는다는 사실을 네가 알 경우, 나와 너의 복수주체 사이를 상정하지 않는 한 무의미한 언어활동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남과 소통되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진술에서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 특성과는 눈에 띄게 변별되는 점이다. “인간은 사고하는 동물이다.”라는 문장에서 누가 그렇게 규정하는가, 그 이야기를 누가 듣는가, 말하는 태도와 듣는 태도는 어떠한가 하는 등의 조건은 문제가 되질 않는다. 그러나 “밖에 비가 내린다.”고 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단지 그런 언표의 조각(발화 분편)이 있다면 이는 사실세계와 단절된 순수한 언어체일 뿐이다.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나에게 무엇을 하라는 것인가? 어떤 발화/언표든지 상황과 연관되면서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때문이다..
사실세계와 단절된 순수한 언어세계를 상정하고 논리를 전개할 때, 논리중심주의(로고센트리즘)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순수한 언어세계라는 그러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왜 그런 말을 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말에 대한 화자 자신의 태도는 어떻고, 청자의 태도는 어떠한가 하는 점이 언어활동의 성립 여부를 결정한다. 이상의 조건을 따라 구체화된 언어라야 일상언어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언어활동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을 문학을 통해 확인하는 일이 이 글의 과제이다.
언어활동의 구체적 국면에서라야 일상어가 문학의 언어로 전환된다. 문학에서 언어활동이 이루어지는 데는 구체적 상황이 요구된다. 구체적 상황이 조성되는 방식은 장르마다 차이가 있다. 시의 경우는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혼자 외치는 방식으로 상황이 조성된다. 서술자를 동원하여 남의 이야기를 시의 내용으로 하는 리얼리즘시 같은 경우가 없는 바 아니나, 이는 시의 본질 국면은 아니다. 희곡에서는 사건의 상황을 무대 위에 설정하고 배우들 사이에 언어활동이 이루어진다. 관객들을 액자로 하여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언어활동이다. 소설에서는 일상생활과 아주 유사한 맥락이 형성되고 그 안에서 인물의 행동을 따라 언어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상의 언어활동과 가장 닮은 양태의 언어활동을 텍스트 안에서 보게 된다. 독자의 상상공간에 작중인물과 서술자의 언어활동이 재현되는 것이 소설의 언어활동 특징이다.
그러나 다시, 문학언어활동이 메타차원으로 전이된다는 데에서 복잡한 문제가 惹起된다. 문학텍스트 안에서 이루어지는 언어활동이 텍스트 바깥의 언어활동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텍스트는 비평담론의 대상이 되고, 비평은 다시 메타비평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전이는 이론상 무한정 전개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어활동의 범위를 어디로 한정하는가 하는 데 다라 논의가 달라질 수 있다.
Ⅴ. 문학의 언어활동 논리
문학은 창조적 생산성을 띠는 언어활동이다. 언어활동 주체들의 생산의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언어활동은 주체의 의지가 발양되는 언어적 방식이다. 말로 하는 것인가 글로 쓰는 것인가를 엄격하게 가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화적으로 의미있는 활동 범위에 드는 언어활동 가운데 언중이 문학이라고 인정하는 언어활동이 문학인 것이다. 작가의 경우로 한정할 경우, 문학적 언어활동은 작가의 언어활동 즉 작품 만들기의 의지와 연관된다. 이는 작가는 왜 작품을 쓰는가 하는 물음에 연계된다. 이에 대한 대답을 일괄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최인훈의 <화두>에서 해답의 단초를 찾아보기로 한다.
내가 만일 소설을 읽기만 하고 지내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잘된 소설을 즐기기만 하면서 평생을 보냈을 테고 읽을 만한 소설이라는 것이 있자면 어떤 과정이 진행되는가를 모르면서 지냈을 것이다.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그런다고 조금도 다쳐지지는 않지만, 이야기라는 현상이 이루어지는 운동의 한구석에는 아무래도 들어서지 못하고 만다. 쌀을 경작해 보지 못하고는 ‘쌀’이라는 현상의 중요한 한구석을 모르는 채로 지낼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쌀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아닌 사정과 다를 바 없다. 나는 쌀을 만들어서 먹는 사람이고 싶었다.(최인훈, <화두>제1부, 민음사, 1994:152)
이는 소설의 한 구절이기 때문에 언어현상 일반을 설명하는 데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왜 말을 하고, 작품을 쓰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서 正鵠을 찌르고 있다. 우리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고서 사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남의 글을 읽기만 하고 나는 쓰지 않으면서 살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말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말을 하고, 글을 써야하는 경우에는 글을 쓴다. 그리하여 말과 글을 통해 남과 대화를 한다. 이는 언어의 주체로서 자신을 윤리적 영역으로 이끌어 들이는 일이다. 내가 말을 한다는 것, 내가 언어의 주체라는 깨달음, 내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주체를 창조적 차원의 주체로 이끌어 올리는 일이다. 내가 말을 하면서도 남의 이야기를 듣는 데 지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내가 글을 쓰는 것이 남의 글을 읽는 데 도움이 되면 되었지 장애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언어의 창조성이 근원적으로 보장된다는 뜻이다. 내가 언어의 창조자이면서 수용자가 된다는 것은 가장 확실한 언어활동의 욕망이다. 여기서 언어의 욕망이 인간에게 본원적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문학의 언어는 문화적 장치로 전승이 이루어진다. 언어활동의 전승이 이루어지는 양상 또한 이와 같다. 신화나 전설이 언어 세계에 속하되 그 언어세계가 지속되는 데는 교육이 필수 요건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언어자료로 취급했던 것을 교육의 실천 가운데 이끌어 오지 않으면 언어자료가 되지 못한다는 점은 새로이 음미할 사항이다.
신화나, 전설은 생물학적으로 이해할 주어진 기능이 아니라, 인간이 짐승에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창조한 ‘제2의 감각’이다. 그것은 배우지 않으면 ‘없고’, 배워야만 ‘있게 되는’ 인간의 인공기능이다. 인공기능의 뿌리는 ‘영혼’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짐승들이면 다 가지고 있는 ‘감각’이다. 감각은 가만히 놔두면 짐승의 욕심일 뿐이다. 신화적 감각은 ‘재활’되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한다. 그것을 만든 옛사람들도 ‘배워’서 그것을 ‘자기의 안’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전승(傳承)’된다는 것은 그 ‘배움’의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말을 뜻할 뿐이지 재물을 물려받는 것처럼 되지는 않는다. (152)
배움의 과정은 언어와 실체의 세계를 이어 준다. 그 배움이라는 것은 언어세계를 형상세계로 옮기는 것이 기초이다. “책에 실린 꼭두각시 그림으로는 그 물건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서 만들어본다는 것. 이 세상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종이에 적힌 약식 기호’만으로는 미심쩍어서 자기 손으로 만들어보는 일을 하고, 그제서야 자기 머릿속에 그것들의 자리를 마련해 준다.”(152)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바늘과 실의 관계로 설명한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를 매어 쓸까.” 언어와 실체의 세계를 정당한 방식(교육과 훈련)으로 연결할 때라야만 바느질은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꼭뒤에게 씌인 꼴이 된다는 것이다.
언어활동의 교육은 훈련에서 시작한다. 최인훈의 <화두>에서 이루어지는 언어활동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는 성장과정에 맞물려 있는 언어라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은 ‘현실’ ‘책읽기’ ‘글쓰기’ 사이의 책읽기에 해당하는 일이다. 일상에서 구사되는 언어가 창조적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한 인간의 성장을 단계지어, 성장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독서는 언어활동의 수용 측면에 기울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정보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벌이는 언어활동은 언어를 體化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용납이 된다.
숙제가 아닌 그 책읽기에서 나는 ‘인류의 본질’인 ‘생물 수준의 지각(知覺)을 기호에 의해 초생물적 수준으로까지 증폭하는 일’이라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글’이라는 이 기호에 의한 의식의 체력단련이라는 체육관에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거짓의 정보이건 진실한 것이건 기호의 자극을 자신의 조직 속에 번역하여 쌓아놓는 칩(chip)으로서, 자기의 뇌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이것은 여전히 그 정보들이 참인가 거짓인가를 아는 힘과는 무관하였지만 무엇보다 먼저 이 훈련이 있고 볼일이었다.(72, * 본문의 강조 표시< >는 ‘ ’으로 바꾸어 인용하였다.)
문학의 언어는 텍스트와 텍스트의 중첩으로 이루어진다. 텍스트연관성을 지니지 않는 텍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활동의 창조성은 언어활동 안에서 이루어진다. 언어활동은 낡은 언어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언어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학의 언어는 생활세계에서 가지고 들어오는 것도 있고, 다른 문학의 언어를 이끌어 들이는 것도 있기 때문에 단일한 체계를 이루지 않는다. 최인훈의 <화두>에서는 조명희의 단편소설 <낙동강>을 인용함으로써 소설의 첫머리를 삼고 있다.
[ 낙동강 칠백 리, 길이 길이 흐르는 물은 이곳에 이르러 곁가지 강물을 한 몸에 뭉쳐서 바다로 향하여 나간다. 강을 따라 바둑판 같은 들이 바다를 향하여 열려 있고 그 넒은 품 안에는 무덤무덤의 마을이 여기저기 안겨 있다. 이 강과 이 들과 거기에 사는 인간 -- 강은 길이길이 흘렀으며 인간도 길이길이 살아왔었다. 이 강과 이 인간, 지금 그는 서로 영원히 떨어지지 않으면 아니 될 건가? ]
-- 이렇게 시작되는 포석(抱石) 조명희(趙明熙)의 「낙동강」을 아직도 갈 수 없는 곳 북한의 항구도시 W시의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창 밖의 큰 오동나무 그림자가 어룽지는 국어교과서의 책장 위에서 배우던 일이 어느덧 40년도 넘는 한 고비 옛일이 되었다. 부스럭거리며 어룽지는 오동나무 그림자가 일렁이는 「낙동강」속에 살아 숨쉬던 강물과 사람들, 주인공과 그가 사랑한 여자의 모습은, 고등학교 1학년의 수준에서 감상된 것일 수밖에는 없었겠지만, 아무에게나 고등학교 1학년은 한 번 밖에는 없는 것일뿐더러 인생의 다른 시점에서는 밟아보기 힘든 고비인 것도 사실이다. 「낙동강」을 생각할 때마다 부스럭거리는 오동나무 잎새 소리와 책장에 어룽지던 나무 그림자가 꼭 끼여드는 것은, 거기가 W시 이외의 어떤 다른 곳도 아니고, W고등학교 1학년 교실 아닌 어떤 다른 장소도 아닌 그 자리에서 읽은 「낙동강」이라는 뜻일 테고 그래서 그때 그 자리의 나와 거기다 「낙동강」을 합친 어떤 사건이 <나의 낙동강>이다.(9)
하나의 소설이 다른 소설을 구성하는 재료 역할을 한다. 이렇게 구성하는 중에 소설담론(소설언어)의 주체는 다층적으로 세분화된다. [ ] 표로 묶는 부분은 물리적 차원으로 훼손되지 않는 한 원형을 유지한다. 다만 이를 인용하는 이들의 의도에 따라, 그리고 맥락에 따라 변용이 가능할 것이다. 소설론에서 서술의 방법이 중요한 연구 주제로 부각되는 것은 주체의 다층적 분화 가능성 때문이다. 주체의 다양한 분화는 의미의 분화를 가져온다. 여기서 텍스트의 겹침이 작용하게 된다. 텍스트마다 다른 주체를 가지고 언어가 수행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문학의 언어활동은 구체성을 띤 언어를 지향한다는 점을 이 자료는 잘 보여준다. 위 인용문에는 ‘나’라는 주어가 마지막 문장에 한 번 나온다. 인간 존재의 필연적 조건인 지금 여기(히크 에트 눈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언어활동이 구체성을 띠는 점, 분위기, 시간과 장소, 그 시간 그 장소의 인물인 나는 시간과 장소의 구체성을 벗어나서는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이는 언어활동의 본질조건이다. 당시의 사건은 작가가 글을 쓰고 있는, 다라서 언어활동을 하면서 살고 잇는 ‘지금 여기’에 의미의 가닥을 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독자의 ‘지금 여기’로 전이된다.
텍스트의 중첩이 언어활동 가운데 나타나는 가장 적극적 양상은 텍스트를 대상으로 글을 쓰는 일이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에 반응을 나타내는 것도 이와 구조상 일치한다. 「낙동강」을 읽고 이야기를 써 오라는 과제를 받고, 그 과제로 쓴 글을 상황과 함께 보이면 이렇다.
작문 숙제에서 나는 쓰고 있었다. [나는 W근교의 친구네 과수원집에 초대된다. 여름 밤이다. 마당 평상에서 이야기하던 친구는 안으로 들어가서 같은 또래의 여학생을 데리고 나온다. 그녀는 친구의 사촌이다. 우리는 이말 저말 끝에 「낙동강」 이야기를 한다. 그녀네도 진도가 거기까지 갔다고 한다. 우리는 박성운에 대하여, 로사에 대하여 말한다. 여학생은 활달하였다. 그녀는 두 사람의 남학생을 압도한다. 특히 ‘형평사’라는 것에 대하여 선생님 수준의 해설을 그들에게 들려준다. 이윽고 수박도 다 먹고 이야기도 다 하고 우리는 일어서 각기 잠자리를 찾아갔다. 밤중에 나는 잠이 깨어 뒤척이다가 마당으로 나왔다. 달은 없고 별밭이 찬란했다. 집도 과수원도 멀리 둘러쳐진 산마루도 별빛 때문에 한층 더깊은 그림자로 서 있었다--] 다음 시간에 선생님은 우리들의 작문을 묶은 뭉치를 들고 들어오셨다. 총평을 하신 다음 묶음 속에서 나의 작문을 꺼내 읽으라고 하셨다.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읽기를 마쳤을 때 선생님은 학급을 향하여, 이 작문은 작문의 수준을 넘어섰으며 이것은 이미 유명한 신진 소설가의 ‘소설’이라고 선언하셨다.(82)
위의 인용 가운데 [ ]표를 한 부분은 작문 내용을 압축한 것이다. 그런데 친구인 남학생과 그의 친구인 여학생이 「낙동강」을 소재로 이야기하는 중에 ‘나’는 텍스트를 다층적으로 구성한다. 이광수의 「흙」을 떠올리고 거기서 유순과 로사를 연계짓는다. 여학생은 사촌누님을 모델화한 것이다. 이처럼 텍스트를 다층적으로 중첩하는 중에 의미의 복합성이 드러난다. 이는 삶의 의미연관을 복합적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 주체가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은 일상적 언어를 체험하면서 남의 언어를 수용하고 이해하면서 이루어지는 성장과정과 흡사한 점이 있다. 인간의 성장은 남의 언어를 수용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언어를 창조하는 데서 이루어진다. 이 창조라는 것 또한 재구성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주체의 언어에 대한 태도가 문제될 뿐이다.
이러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데는 그것이 소설인가 실화인가 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소설이라면, 허구적 상상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허구적 언어활동을 사실적 언어활동 속에서 이루어내는 것이 언어활동의 실상이고, 실제적 언어활동 속에서 허구적 상상력을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은 국어교육의 방법과 연관지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깨달음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Ⅵ. 언어세계와 현실세계
작가 최인훈은 <화두>에서 그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이야기를 잘 했다는 것을 적어두고 있다. 이 작품은 자전소설이기 때문에 작가와 작중인물과 서술자의 경계를 애써 구분하지 않아도 이해가 된다. 물론 허구성을 무시할 것은 아니다. 자전적 형식을 택했다는 것은 때로 허구성을 강조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어머니나 할머니에 비해, 그의 부친은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던 부친이 나이가 들어 옛날 어머니나 할머니가 하던 방식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부친의 삶의 양식 변화를 서술하고 있다.
이런 화제를 가지고 식구 중의 누구하고 마주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지난날에는 없었던 아버님이 지금 나를 데리고 앉아서 이러고 계시는 것이다. 책 속에 파묻혀 살던 내게는 지금 생각하니 그 점이 아버지에 대한 나의 외경감의 뿌리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책에 묻히듯 생활에 묻혀 있는 사람. 책이 그렇게 압도적이었듯, 그렇게 압도적인 ‘생활’이라는 것을 살고 있는 사람, 나는 그렇게 아버님을 통해 ‘생활’이며 ‘세상’이라는 것을 이해한 셈이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 나는 ‘책’이며 ‘책 안의 생활’이란 것은 이른바 ‘생활’이나 ‘현실’은 아니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던 것 같은데 진짜 ‘생활’만을 살고 있는 아버님은 다른 세상에 갔다가 집에 오셔서는 별로 할 일이 없으시다가 다시 그곳으로 나가는 그런 존재였다. 이것은 어느 집 아버지나 다 그렇겠지만 내가 유독 백일몽을 사는 아이였기 때문에 날카롭게 의식한 것인 모양이다.(308)
여기서 언어세계와 현실세계가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단순한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 글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어 세계와 현실세계를 별 상관이 없는 두 세계로 갈라 놓거나, 또는 그와는 상반되는 방식으로 언어세계는 현실세계를 반영하는 장치라는 식으로 이해하는 편견도 없지 않다. 그런가 하면 이런 주장도 있다. 현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언어로 구성한 현실이 있을 뿐이다. 현실이 구성되고 주체가 생기는 것도 언어로 자기 자신을 선언하는(?) 데서 가능할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말로 자기가 어떤 인간이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그가 그런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자기선언의 조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언어적 선언이 없으면, 그러한 조건은 무의미한 것이 된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된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자기 세계를 지니되 그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 주는 일이다. 그래야 진정한 자기 세계를 이룰 수 있다. 언어는 자아와 세계를 조율하는 매재이다. 세계는 실재하고 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내가 세계를 받아들이고 나의 존재를 증거하는 것은 언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언어는 존재와 존재를 이어 주는 상징적 매개체이다. 그러한 점에서 문학언어에서 일상언어로, 일상언어에서 문학언어로 넘나드는 일을 언어세계와 언어활동의 제반 국면에서 찾아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그렇게 두 세계를 넘나들면서 내가 구축하는 세계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떤 대상을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이 위의 문장은 추상적 기호일 뿐이다. 실제로 운용되는 ‘육체의 언어’에서 언어는 곧바로 행위이며 가치의 결단이다. 그 행위의 의미는 그 주체와 상황을 떠나서 논의할 수 없다.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던 지점으로 돌아가서, 다음과 같은 예를 살펴보기로 하자.
너는 나의 애인이다.
이 예를 언어활동의 측면에서 설명해 보기로 하자. “너는 나의 애인이다.” 이렇게 말했을 때, 이 말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의미의 다양성 가운데, “너는 내 사랑의 덫이다.”라는 뜻이 포함될 수 있다. 이 문장의 모호함은 구문상의 구조에서 비롯되거나 사용된 단어의 뜻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인이라는 말이 거느리고 있는 정황, 사랑이라는 것의 行爲資質(악템므)이 모호성을 초래하는 이유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애정이 너에게는 덫이나 족쇄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 역도 참(진)이다. 그래서 사랑은 럿셀의 역설을 연출한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노래가 가능하고, 그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애틋한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것은 사랑의 행위자질이 모순성을, 역설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예를 보기로 하자. 어떤 사람이 “나는 불자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자. 일차적으로 “나는 불자다.”라는 말은 사실적 지시 차원에서 그 사람의 종교를 지시한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의 지시 차원을 넘어서서 행동(활동)차원으로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의미의 충돌을 불러올 수 있게 된다. 자신이 佛子라는 것 때문에 보신탕을 안 먹는다든지 하는 것은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들의 양해를 구하면 된다. 그러나 불자이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야 할 경우, 불자라는 말 때문에 순교까지 감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사람은 말에 살고 말에 죽는다. 이러한 예는 조성기의 <우리 시대의 소설가>라는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언어가 운명적 속성을 띤다면, 이는 인식과 실천을 포함하는 실존적 활동 차원에서 그러하다.
그런 의미를 모두 포괄하는 뜻의 언어활동을 규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잠정적으로 ‘언어활동’을 규정하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 첫째, 주체와 주체의 분화 문제. 주체로서 인간의 자아는 복합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말을 할 경우, 말하는 행동을 하는 주체와 말의 내용을 의식하고 구성하는 주체를 상정하게 된다. “나는 생태주의를 지지한다.”는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나의 그러한 의식을 지닌 주체와 그러한 말을 하는 주체로 나는 양분되어야 한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주체는 복합주체로 분화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언어활동은 주체 사이에 이루어진다는 복수주체적 특징. 언어활동의 역동성은 주체와 주체의 겨룸 속에서 이루어진다. 언어활동은 일종의 힘겨루기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주체가 개별적으로 맞수와 만나는 경우를 생각할 수도 있고 집단과 집단 사이의 복수적 맞수가 상정될 수도 있다. 셋째, 활동의 생산성. 언어활동은 의도한 바와 전혀 반대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 결과를 예상치 않고는 성립하기 어렵다. 물론 농담하기처럼 언어활동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농담을 하는 가운데 지루한 시간이 잘 갔다든지 스트레스가 풀렸다든지 하는 효과가 부수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하여 언어활동을 규정하자면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언어활동은 주체가 복합주체로 분화되어 자아를 인식하고 복수주체들 사이에서 의미공유와 행동적 실천을 이루어내는 과정과 그 결과이다.”
문학의 언어를 다루는 데는 이러한 규정이 충분하지 못하다. 소설에서는 주체의 복합 현상이 중층적으로 이루어진다. 서술자가 개입함으로써 체험주체와 서술주체, 그리고 작가의 자아가 분할되어 복합적 시선을 지닌 채 엇갈리기도, 인용화법이 수용됨으로써 주체의 분화는 지속된다. 그 분할된 주체들은 독자와 상호주관적 방식으로 경합을 벌이게 된다.
소설언어의 복합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소설을 공부하는 사람의 욕망이 방법론으로 전이된 결과라고 봄직도 하다. 하지만 진리는 생성되는 것이지 객관적 존재로,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소설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믿음이다. 객관적 진리라는 것이 있다고 해도 소설에서 문제삼는 방식은 다르다. 그러한 진리를 찾아 나서는 과정, 그리고 그러한 진리를 찾아내고자 벌이는 고투가 소설의 언어를 형성한다. 진리에 대한 이러한 믿음에서는 소설 언어의 복합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소설의 언어는 다음과 같은 도식에 감싸인다.
S : 서술주체. Sr : 서술주체가 설명주체로 구현된 것.
Sd : 서술주체가 발화주체로 구현된 것.
A: 수 화 자. A1 : 텍스트에 대한 능기체로서의 수화자.
A2 : 서술주체와 자신의 관계에서 능기가 된 수화자.
W : 실질적인 작가(무화됨으로써 숨겨진 작가가 됨)
he : 작품에 나타나는 대명사
N : 작품에 나타나는 고유명사
이는 소설의 담론에 대한 논의를 하는 중에,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ꡔ소설의 텍스트ꡕ에서 그리고 있는 도식을 필자가 ꡔ한국 현대소설구조연구ꡕ라는 책에서 다시 설명해 본 것이다. 이 도식은 시모어 채트맨이 ꡔ이야기와 담론ꡕ에서 제시하는 서사텍스트 모형에 비해 ① 서술주체와 수화자를 한 단위로 보았다는 점, ② 수화자의 이중적 작용을 고려했다는 점, ③ 서술주체가 그 기능에 있어서 이중적이 된다는 점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여기서 크리스테바가 바흐찐의 대화주의 방법론을 수용하여 변형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위에 인용한 도식에 따르면, 담론을 이루는 주체들은 내용과 형식의 차원으로 다시 구분된다. 하나의 주체는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두 차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구분이 가능하다. 그리고 텍스트 안에서 말하는 주체와 말을 듣는 주체, 그리고 이들의 상호 轉化關係를 통해 상호주체적 언어수행이 이루어진다. 화자와 청자의 상호 전화관계는 언어활동에서 구현될 수 있는 민주화 이념과 연관되는 사항이다. 언어 소통의 일방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여기서 열리는 것이다.
나와 너의 인칭 문제라든지 시제와 시상 그리고 서술태 등에 대한 검토가 소설론에서 진작에 있어 왔다. 언어학에서 말하는 언어활동의 주관성을 소설에서는 주체, 대상, 수용자 등의 측면에서 상호주관성을 띤다는 것도, 르네 웰렉이 ꡔ문학의 이론ꡕ에서 지적한 이래 논의 역사가 꽤 길다. 그리고 문학은 사실을 기술하거나 직설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제안을 하는 언어라는 점도 오스틴이 ꡔ언어행위론ꡕ에서 발화수반행위를 설명한 이래 매리 루이즈 프래트 같은 이는 ꡔ문학 담론의 언어행위이론을 위하여ꡕ라는 책에서 설명한 바 있다. 철학자 존 설 등은 ꡔ언어행위ꡕ라는 책이나 ꡔ표현과 의미ꡕ등에서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함으로써 널리 용인될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항이다 .
문제는 다음과 같은 예에서 제기할 수 있는 바처럼, 복합주체들 사이에 어떻게 아무런 전제 없이 의미의 전이가 가능한가 하는 데 있는 듯하다.
그들은【나는{(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가 안다는 것을} 안다고】이야기한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 화제이다. 그 화제 내용을 나는 안다. 이를 다시 화제로 하여 그가 알고, 그 사실을 내가 아는 것이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그들이 알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언어활동은 누가 주체이고 그 대상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네 편에서는 그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 안달이 난 내 편에서 너를 앞에 두고 너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을 상정할 수 있다. 아니면 어떤 이들이 그러한 내용을 이야기거리로 삼아 이야기하는 것을 제 삼자가(소설에서라면 서술자가) 서술하고 있는 장면이 될 수도 있다.
나와 너의 관계, 혹은 나의 너에 대한 사랑을 그가 알고, 또 더 나아가 그가 그것을 안다는 것을 그들까지 알고 있다는 것, 따라서 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서술할 경우, 서술자는 이야기 밖에 있고, 서술자를 설정하는 주체(예컨대 작가 같은 존재)는 서술자의 영역 밖에 있게 된다. 층위가 다른 주체들 사이에 이처럼 다양한 의미의 전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언어활동의 힘이다. 이러한 인식의 겹쳐짐은 퍼지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모양을 달리한 괄호 하나마다 그 위에 超絶的 存在(슈퍼 빙)를 상정해야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구도가 마련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가다듬어 보기로 한다.
나는 진실한 사람이다.
여기서 ‘나’는 누구인가? 이러한 문장을 이 글을 쓰는 내가 발화했다고 할 경우, 그리하여 언어활동의 결과로 그러한 발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경우 나의 몇 가지 차원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몸 차원의 나이다. 이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존재이다. 1948년 생, 키 175cm, 체중 80㎏, 하루 세 끼 밥을 먹고 잠자고 배설하고 글쓰고 하는 나가 있다. 나는 병이 나면 몸이 아프다, 나는 자아가 아니라 몸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른바 내면이라고 하는 차원이 내가 있다. 나의 감정, 정서, 사고, 습관 등으로 이해되는 나가 있다. 나는 다른 사람과 공통되는 정서와 차별되는 정서를 함께 지니고 있다. 감정의 움직임 또한 그렇다. 나는 나 나름의 남과 조금 구별되는 사고형태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셋째, 사회 제도와 관습 등 외적으로 규정되는 나가 있다. 한 집안의 가장, 국립대학교수, 문학과 문학교육을 가르치는 사람, 어느 학회 회원 등이 그것이다.
이들 가운데, 몸으로서의 나인 첫째 조건을 다른 사람[他者]이 만들어 주거나 남과 공유할 수 없다. 그러나 두 번째의 나는 남과 공유되는 측면이 상당히 존재한다. 세 번째는 거의 남이 만들어 주는 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르튀르 랭보의 말대로 타인은 지옥이다. 나를 비추는 남이 없으면 나의 자의식은 촉발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언어활동에서는 내가 분석하는 분석 대상이 되고 동시에 분석 주체이다. 언어현상 가운데 내가 주체이면서 내가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이라는 이 사실은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른바 주객동일성을 지닌 것이 인간의 주체개념이다. 인문학에서는 이러한 인간을 다루기 때문에 주객동일성의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따라서 인문학은 인격을 논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영역의 모든 논의는 윤리의 문제로 연계된다. 문학의 경우 또한 이와 유사한 구조의 언어활동으로 수행되고 논의된다.
이 가운데, 주체의 속성인 ‘진실하다는 것’은 어느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인가. 이는 간단히 처리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차원이 混在되어 있기도 하고 시간적으로 나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뒤섞여 있다. 오늘의 진실함이 있기까지 구축해 온 신뢰와 의무의 이행 등이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미래의 나까지 현재의 나에 혼입되어 있다. 진실한 사람이기 때문에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다고 한다. 미래는 그렇게 현재에 들어온다.
일상언어라고 해서 주체가 모두 이렇게 분화되고 섬세한 시각으로 운용되는 것은 아니다. 문학언어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섬세하게 조직되고 운용되는 언어활동을 단순화하여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또한 언어활동의 실상이 이러한데 그것을 언어학의 관점에서 실체로 부각하고 절대화하는 방법 또한 벗어나야 한다. 언어활동을 대상으로 하여 논리를 구축하고자 하는 학문 추구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교육 차원에서 언어활동을 규정할 경우, 어떤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어 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학의 언어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부분, 느낌이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언어 저너머’를 넘본다. 그런 점에서 자신을 모르는 도발적 언어가 문학의 언어라 할 수 있다. 문학에서는 형상은 지니고 있는데 언어화가 안 되는 부분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끊임없이 드러낸다. 역설적이지만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한다. ꡔ論語ꡕ 위정편에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고 했는데, 거기서 나아가 모르는 것을 알겠다는 무모할 정도의 추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 문학행위이다. 그러한 점에서, 언어학이 확정적 의미에 집착한다면 문학은 의미의 불확정성을 인정하고 출발한다. 언어학이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않으려 한다면 문학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도전의 언어이다. 그러한 예를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가 시적 언어어의 핵심을 보여 준다든지 서정시로서 대표성을 지닌다든지 하는 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한다. 언어활동의 한 국면으로서의 缺如槪念(없는 것의 존재를 표현하는 말들)을 표현하는 추구가 문학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가 하는 점만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만이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이 시는 어떤 언어활동인가? 일단은 문학적 언어활동이라는 점을 승인하고 들어가기로 하자. 그러면 이 시의 주체는 누구인가? 시의 마지막 행에 비로소 주체가 얼굴을 내민다. 일인칭 대명사 ‘나’가 나온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하는 데 나오는 ‘나’는 어느 차원의 나인가? 여기서 답을 하기보다는 그 층위가 다양하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기로 하자.
나의 가슴은 등불의 은유로 비유되어 있다. 나의 가슴이 등불이 되고 그 등불은 누군가의 밤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은 대단히 미약하다. 그러나 그칠 줄 모르고 탄다는 점에서 힘이 있는 등불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누구의 밤을 지키는 등불인 것을 모른다고 하는 이상, 나라는 존재 또한 누구인지 규정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존재가 아주 없는 것인가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존재는 존재로 감지되기는 하는데 언어화할 수 없는 존재이다. 이러한 존재를 이성중심주의적 시각에서는 존재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문학, 시에서 그러한 존재를 언어로 형상화하고자 한다. 이는 가히 존재충동이라고나 할 만한 그러한 언어적 욕구이다.
언어화되지 않는 존재를 존재로 돋구어 올리는 데 우리는 은유를 동원한다. 은유는 비슷한 것은 같다는 모순의 논리이다. A = B 라는 식으로 동일률이나 排中律과 같은 아리스토텔레스 식의 논리를 무시한다. 이렇게 논리를 무시한 채 대상을 언어화하는 것이 시에서 언어가 수행하는 특징적 역할이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는 일인칭을 나타내는 대명사로 기능하는 것을 넘어서 수많은 의미를 달고 있는 형상(실체가)이 된다. 그리고 위에 인용한 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언어화할 수 없는 것을 언어화하는, 결여성을 뒤집어 놓는 혁명적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문학의 언어 특징 중의 의미있는 국면이다. 이러한 치열한 사유의 끝가지에 열리는 맵짠 열매가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하는 역설이다. 역설에서 주체개념은 의미의 극한에 다다르게 된다. 이러한 언어활동은 민족이라는 거대단위를 대상으로 하여 수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가히 혁명적 언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이 모순으로 가득한데 어찌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에 모순이 없기를 기대하겠는가. 나는 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 또한 나를 사랑한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어쩌랴, 나는 나의 언어로 너의 손목을 잡거나 머리채를 쓰다듬을 수가 없다는 이 분명한 사실을. 그러려면 혁명의 칼을 빼드는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부풀어 울렁여 나는 말을 잊느니, 말이 없으면 그대 얼굴은 또한 가뭇없이 사라지고 만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에 걸쳐 있는 이 구렁을 직접 메꾸는 방법이 이렇게 막연한데, 언어와 현실의 거리야 말할 바 있겠는가. 언어와 사실 그 사이에서 주체와 대상의 거리가 소멸한다면, 그리하여 의미있는 활동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주체의 분열쯤이야 무슨 상관일 것이며 주체의 중층적 분화가 대수겠는가.
우리에게는 시대의 어둠을 밀어내며 내 땅의 언어를 손질할 일이 있을 따름이다. 그것이 일상이면 어떻고 문학이면 무엇이랴. 언어활동이 내 존재의 증명이고 내가 남과 더불어 사는 윤리를 실천하는 길이 언어활동에서 열리는 것이라면, 우리의 나아갈 길은 언어활동 말고 달리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
Bakhtin, M. M., The Dialogic Imagination, University of Texas Press,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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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ek, René & Warren, Austin, Theory of Literature, Peregrine Books, 1970.
문학을 활용한 한국어 교육 방법
윤여탁*
Ⅰ. 머리말
현대 사회는 정보화, 세계화, 국제화라는 용어로 특징지어 설명할 수 있으며, 이 용어는 우리의 생활 반경이 무한히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극변하는 세계의 정세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이런 정보를 담고 있는 외국어를 제대로 배워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정을 적극적으로 외국에 널리 알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런 국내외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각도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 우리말을 보급하거나 교육할 필요도 있다. 이미 세계 각국에 많은 한국인이 진출하면서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2, 3세의 재외 한국인이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여 있다.
특히 한국의 정치․사회․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각기 다른 목적에 따라 널리 유포 또는 교육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그 교육 방법도 적극 모색할 단계에 이르렀다. 즉 외국어로서의 자국어 교육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졌던 다른 선진국의 교육 방법을 받아들여 실험하는 단계를 넘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교육하는 고유한 방법론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방법적 모색을 통하여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방법론을 개발하는 한편, 다른 나라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외국어로서의 자국어 교육 방법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이 이미 270 여년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역사성뿐만 아니라, 한국어와 한국학에 대한 연구와 강의가 세계 50여개국 300여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실시되어온 한국어 교육의 현황을 살펴보면, 다분히 한국어 문법을 중심으로 하면서 일상 생활에서의 의사 소통 능력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 학습자의 학습 목표가 다양화되면서, 이런 초보적인 목표를 넘어서 한국학이나 한국 문학 학습과 같은 고급스런 단계의 교육적 필요성뿐만 아니라, 완전한 의사 소통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서로 다르게 이해되는 제스처나 의사 소통 맥락과 같은 문화적 측면도 고려하는 교육 방법론이 요구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 글은 문법 학습과 일상 생활 언어를 중심으로 하여 의사 소통 능력을 기른다는 한국어 교육의 목표를 실현하면서, 보다 고급스런 문화 학습의 단계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의 하나로 문학 또는 문학 작품을 활용한 한국어 교육 방법의 의의와 실제를 검토하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문학 작품을 통하여 한국어 의사 소통 능력을 기를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한국학이나 한국 문학 학습을 위한 언어 능력을 기르는 상위 단계의 한국어 학습 방법론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방법적 모색의 필연성은, 국어 교육학을 지배하는 원리가 ‘사용’으로서의 언어 활동뿐만 아니라 ‘문화’로서의 언어 활동이라는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도 뒷받침된다. 즉 자국어 교육에서 초급 단계에서는 ‘사용’의 원리가 고급 단계에서는 ‘문화’의 원리가 중점이 되듯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도 ‘사용’의 원리에서 ‘문화’의 원리를 적용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학습 모델을 생각하여야 한다.
이는 한국어 학습의 필요성이 의사 소통 능력뿐만 아니라 문화 학습이나 문학 학습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외국에서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한국어 교육 전문가들의 한국 유학이 급증하면서, 한국어 학습의 필요성과 기대 수준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어 학습의 필요성이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에 맞추어 한국어 학습 방법론도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차원에서 문학을 활용한 한국어 학습은 보다 고급스런 한국어 학습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의 하나이다. 특히 문학이 고급스런 언어 표현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한국어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행위이자 한국의 문화를 학습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한국어 학습 방법론의 개발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 즉 문학을 통하여 한국어의 기초적인 의사 소통 능력은 물론 고급스런 텍스트까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을 함양할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도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이 글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현황, 특히 한국 문학 학습의 현황에 초점을 맞추어 그동안의 학습 방법론을 반성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론의 이론적 기반과 그 실제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아울러 한국어 교육에서 활용되는 교재 구성이나 교육 내용의 교육적 위계의 문제 등 한국어 교육에서 검토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살펴서, 바람직한 한국어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한국어 교육에서 문학의 위상
일반적으로 외국어의 학습은 의사 소통 능력 또는 사용으로서의 언어 기능 신장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습도 효과적인 의사 소통 능력이나 사용으로서의 언어 기능 신장에 그 일차적 목표를 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지향하는 외국어 교육의 파행성은 일찍이부터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실시되고 있는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을 우선 들어보도록 하자.
영어를 “습득”하기보다는 “배우기”가 강조되고, 영어의 “사용”보다는 영어의 용례에 대한 “지식”이 강요되고, 텍스트의 내용에 대한 능동적 상호성보다는 수동성이 강요되고, 따라서 “영어”로 “의미”(meanings to be communicated)를 창출하기보다는 의미를 암기된 문형과 단어를 통해 모방/재생산하기가 강조되는, 협의적이고 소극적인 의미의 “영어기능”을 습득하는 파행적인 영어 교육 문화를 양산해 낸다는 것이다. (중략) 학생들의 어휘에 대한 적정 학습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연구도 없이 수와 종류가 제한된 어휘로 만들어진 교과서, 배우지 않아야 할 어휘를 내정했기에 어색한(awkward) 표현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교과서, 문어 중심인지 구어 중심인지도 구별 안된 채 정해진 기본어휘로 꾸며지고 학생들의 흥미와 요구가 배제된 무미건조한 내용의 교과서, 영미 문화적 관점이 결여된 채 문화적 일관성이 없는 교과서, 교과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교과 활동과 교과 구성, 빈약하고 비실용적인 어휘를 중심으로 인위적으로 “고안된”(contrived, non-authentic) 묘사, 설명 일변도의 획일화된 문체와 문형으로 이루어진 교과서, 감정이입과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교과서, 언어의 문맥적(contextual) 이해가 불필요한 교과서, 문법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여전히 획일화된 기능 중심의 연습으로 일관된 교과서, 논리적/문맥적 예측/분석/이해/응용/판단을 통한 독해를 허용하지 않는 교과서, 다 거기서 거기인 특성과 전문성을 잃은 교과서, 양도 많지 않은 교과서, 텍스트에 대한 매력을 상실시키는 삽화, 끝을 내고도 간직하고 싶지 않은 교과서(후략)
길게 인용한 위의 글은 우리 영어 교육의 파행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외국어로서의 영어 교육의 실상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비교적 체계를 갖추고 있어 교재로 널리 채택되고 있는 서울대학교 어학연구소나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의 한국어 교재는, 영어 교재처럼 문법에 대한 집착으로 인한 기능 중심의 내용과 무미건조한 실용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서바이벌(survival) 한국어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영어 교재가 그렇듯이 한국의 문화와 고급스런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문학 작품이나 문학 현상은 학습 내용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이런 사정은 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지도자를 양성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지도자 과정”의 교과 과정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즉 이 과정에서는 한국어의 문법이나 언어 학습이나 평가에 관련된 교과가 중심으로 총 64강좌 중에서 한국 문학 4강좌와 한국 문화 2강좌가 개설되어, 한국의 역사나 지리와 같이 지역 사정의 이해 차원에서 가르쳐지고 있으며, 그 내용 역시 한국어 학습이나 한국어 의사 소통 능력 함양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문학은 한국 사정을 이해하는 보조 자료로 활용될 뿐, 한국 문학을 학습하면서 한국어 구사 능력을 기르거나 한국 문학이나 문화에 대한 말하기 또는 글쓰기와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한국어 교육 지도자 양성 기관의 교과 과정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재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실제로 이런 한국 문학이나 문화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는 경우에도 지역 사정에 대한 소개에 머물러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의 자료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학은 언어를 학습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한국어 학습 과정에서 문학은 훌륭한 듣기와 읽기 자료가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이런 읽기와 듣기라는 이해 과정을 통하여 쓰기와 말하기와 같은 표현 과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학습 자료이다. 즉 문학을 통하여 효과적인 한국어의 이해와 표현 학습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서, 언어 교육에서 목표로 삼는 제반 언어 활동인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을 통합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방법론을 택할 때 먼저 고려하여야 할 사항으로는, 기초적인 단계에서의 문학을 활용하는 한국어 학습은 ‘문학’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한국어 교육의 일차적인 목표인 언어 활동의 자료로 활용되어야 하며, 이 단계에는 문학 작품에서 일상어를 바탕으로 풍부하게 구사되고 있는 구어적/관용적 표현 등을 학습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문학 언어의 특징인 심미적 언어 능력도 신장시킬 수 있다. 문학 작품을 통하여 수동적인 언어, 무미건조한 언어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언어를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한국어 학습 방법은 문학 작품이 인물들의 사상, 감정, 관습, 소유물, 관계, 가치관, 태도를 통해 그들이 생각하고, 믿고, 두려워하고, 즐기고, 그들이 표현하고 숨기고 행동하는 것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그러나 효율적으로 학습의 목표 문화에 대한 문화적 경험을 가질 수 있으며, 이러한 경험이 문화와 연계된 의미를 이해하고 비평적 사고를 갖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한국 문학을 활용한 한국어 교육은 궁극적으로 언어 활동의 자료로서만이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학습으로 발전하여 보다 고급스런 언어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 문학은 한국 사정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보다 효과적인 언어 활동의 자료로 활용되어야 하며, 나아가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학습의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한국어 학습을 지향할 때, 한국어 학습은 문법이나 실용성 위주의 언어 학습을 극복할 수 있으며, 학습자들이 친근감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언어 학습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Ⅲ. 한국어의 통합적 학습 방법과 문학
이제 앞에서 논의한 관점을 바탕으로 하여 문학 학습을 통해 어떻게 한국어 교육을 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 때 먼저 고려하여야 할 사항은 문학 지식이나 문학 자체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문학을 활용하여 언어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비교적 널리 알려진 문학 작품의 언어적 표현을 통하여 한국어의 표현 방법이나 한국인의 사유 방식을 학습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의 방향을 설정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가르친다면, 김소월이나 이 작품의 문학사적 의의, 문학적 수사가 아니라 이런 시적 표현의 효과를 말하거나 글을 쓰는 활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시를 낭독하거나 읽는 활동을 통하여 시의 내용적 이해를 도모하고, 나아가서는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시적 화자의 생각을 발전시키거나 비판하는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즉 비유적 표현이나 강조의 표현, 역설의 표현이 가지고 있는 언어 구사 능력을 중심으로 하여, 문학의 실체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문학의 속성을 배우게 하는 방식을 선택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방향에서 제시될 수 있는 교수․학습 내용은 우선적으로 학습자의 언어 구사 능력에 맞는 제반 언어 활동을 중심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특히 문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말하기, 글쓰기 중심이어야 하며, 구체적인 학습 활동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1. 이 시에 사용된 어려운 어휘의 뜻을 알아보고, 이 어휘를 활용하여 짧은 글을 지어보자.
2. 노래하기의 갈래로 이 시는 어떤 방식을 특징적으로 구사하고 있나? 아울러 이런 표현의 효과를 일상의 언어 표현에서 찾아보자.
3.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는 표현의 효과를 말해보고, 이런 표현을 일상의 언어 표현에서 찾아보자.
4. 만일 당신이 이 시의 시적 화자와 같은 처지라면, 어떤 행동과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나를 글로 써보자.
또는 만일 당신이 이 시의 시적 화자의 상대역이라면, 어떻게 대응하여 반응하겠는가를 이야기해 보자.
5. 이 시의 시적 화자가 보여주는 태도에 대하여 나름대로 평가하여 말해보자.
이런 학습 활동을 통하여 한국어 학습자는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 구사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문학적 표현이 지니는 심미적 정서의 세계를 이해하며, 한국인의 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와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문학을 활용한 한국어 학습은 문학의 속성, 즉 노래로서의 시 또는 이야기로서의 소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하여 노래와 이야기의 특성을 알 뿐만 아니라, 이를 구체적인 언어 활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통하여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으며, 그 단계는 어떻게 설정할 수 있나를 살펴보자. 특히 이 시는 12행의 비교적 짧은 서정시이면서 나름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서술시로, 노래와 이야기의 특성을 같이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먼저 시를 읽고, 구체적인 학습 내용을 알아보자.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山)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섭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ꠏꠏ 백석의 「여승」
우선 이 시를 읽는 활동이 끝나고, 기초적인 어휘 학습이 끝나면, 시에 대한 이해와 학습자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즉 고급 단계에서는 문학을 학습하면서 기초적인 언어 구사 능력에 대한 학습을 하는 단계에 머물면 안 된다. 구체적으로 생활문 등을 활용하여 언어 소통 능력을 학습하는 기초 단계를 넘어서, 문학으로 표현되는 정서적이고 심미적인 언어 표현의 특성을 알아야 하고, 나아가서는 이런 특성에 대한 이해를 학습자들이 학습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이 시의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통하여 작품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 시의 내용에 대한 감상문을 쓸 수도 있으며, 때로는 그림이나 이야기, 또는 극본으로 바꾸어 표현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이런 표현 행위를 택했으며, 왜 그렇게 표현했나를 각자 발표하는 활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이해를 넘어서 표현으로 대표되는 의사 소통 능력을 함양할 수 있으며, 이 시에 대하여 바르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한국어 학습은 사용의 원리를 넘어 문화 원리를 지향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일상 생활에서나 유용한 단순한 의사 소통 능력뿐만 아니라 문학 학습을 통해서 사고력과 창의성을 신장하는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다. 특히 한국어 학습의 고급스런 단계에서는 단순한 의사 소통 능력보다는 문화적 이해와 표현이나 해당 학문에 대한 전문적 이해와 표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런 한국어 학습의 방향은 보다 절실하게 요청된다.
이런 학습 과정에서 문학은 다른 실용적인 텍스트, 예를 들면 팜플렛, 만화, 광고, 서류, 신문 기사, 잡지에 실린 잡담 및 논평, 영화평, 여행 기록 등과 같이 활용될 수 있으며, 이런 고려를 통하여 실용의 차원에 중점을 두고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현재의 한국어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 즉 이런 다양한 표현 매체나 문학적인 텍스트를 활용하는 한국어 교육은 실용 중심의 획일성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이런 학습 과정에서 다양한 정서적, 심미적 표현에 대한 이해 학습을 통하여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함양하여, 이런 능력을 활용하는 글쓰기와 말하기로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Ⅳ. 한국어 교육에서 위계화(位階化) 문제
이와 같은 차원에서 국내외에서 실시되고 있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교육 과정이나 교재에 대한 재검토가 새롭게 요청된다. 앞에서도 논의한 바와 같이 기왕의 교육 과정이나 교재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문법이나 실용의 측면뿐만 아니라 지역 사정 소개를 넘어서는 문학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여야 한다. 특히 교육 과정 설계와 이런 교육 과정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교재의 내용 구성의 문제는 외국어 교육의 새로운 방법적 모색을 수용하면서, 한국어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탐구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기왕의 한국어 교재를 살펴보면, 전통적인 교재 구성의 문제점을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서울대학교 어학연구소의 ꡔ한국어ꡕ1은 제재, 발음, 어휘와 표현, 연습1, 연습2로 교재가 구성되어 있으며, 제재의 내용은 전적으로 실용문 일변도로 편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교재 구성의 원칙은 학습 단계가 올라갈 경우에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으며, 다만 어휘의 양이 늘어나고 표현의 난이도가 어려워질 뿐이다. 이런 점은 자국어 교육이라는 변수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어의 기초를 학습하는 초등학교 국어 학습과도 거리가 있다.
이에 비하여 외국어로서의 영어 교육에서는 최근 들어 문학 작품을 활용하는 교육 방법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인문학의 위기 또는 대학의 학부제 경향이라는 국면을 맞이하여, 외국어를 언어 구사 능력의 차원에서 학습하는 방식보다는 외국 문학과 문화에 대한 소개를 지향하는 학습 내용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입문적(入門的) 활동을 통하여 외국어 학습을 유도하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는데, 이런 방향성의 선택은 외국어 학습의 필요성이 다양화되는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 개발하는 한국어 교재 구성의 혁신이 절실히 요청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어 교재의 다양화와 위계화의 문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먼저 교재 개발 과정에서 문학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기준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이런 제재를 통하여 제반의 언어 활동을 수행하는 방향에서 학습 내용을 구성하여야 한다. 이를 통하여 학습자에게 흥미 있고,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며, 효과적인 언어사용 능력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학습을 통하여 보다 유연하고 능동적인 언어 능력 함양에 목표를 두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절대적 의미만을 반복하여 암기하는 어휘 학습보다는 문화적 배경 학습을 고려하면서 어휘 사용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는 학습이 되어야 한다. 즉 한국어의 문맥적 활용 능력을 학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여야 하며, 문학 작품을 활용하여 정서적 차이를 이해하는 학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교육 과정과 교재 구성에서 항상 고려할 사항의 학습 제재와 학습 내용의 위계화 문제이다. 특히 문학 작품을 활용하는 경우, 문학 언어는 일상 언어보다는 난해하고, 심미적 활동 맥락이 작용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언어 학습 단계보다는 고급의 언어 학습 단계에서 주로 고려하여야 한다. 그래서 기초 단계의 경우에는 반복적 표현이나 기본적인 표현 방식을 구사하는 동화나 민담, 동요나 노래 수준의 자료를 활용하고, 고급 단계에서는 한국 문학의 정전(正典)적인 위상을 지니면서 풍부한 언어 활용의 예를 보이는 문학 작품을 자료로 선택하여야 한다.
아울러 학습의 내용도 기초적인 단계에서는 어휘 습득이나 문학 작품의 표현 방식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고급 단계에서는 이런 어휘와 표현 방식을 활용하여 학습자의 감정이나 사상을 표현할 수 있는 활동으로 구성하여야 한다. 텍스트에 대한 이해보다는 새로운 텍스트를 생산하는 표현을, 일상 언어보다는 문학 언어를 상위 단계에서 배려하는 학습 내용을 구성하여, 효과적이고 풍부한 언어 구사 능력을 길러야 하며, 이런 단계별 학습 내용은 면밀한 연구와 검증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문학 학습을 통해 지역 사정에 대한 이해를 실현하면서, 문학을 통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같이 할 수 있는 통합적 언어 능력을 함양하고, 나아가서는 한국 문화 학습을 실천하는 방향에서 위계화의 문제를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이런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교육 과정, 교재의 위계화 문제는 외국어 교육 이론과 교육 과정이나 교재는 물론 자국어 교육의 이론이나 교육 과정, 교재와의 관련성도 같이 고려하여 구성하여야 한다.
Ⅴ. 맺음말
이 글은 주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 문학의 위상과 그 교육적 가치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이 과정에서 문학이 지역 사정 교육의 자료를 넘어, 통합적 의사 소통 능력인 언어 활동의 학습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체험이나 고급스런 언어 학습에도 도움이 됨을 밝히고자 했다. 아울러 이런 문학을 활용하는 한국어 교육에서 검토되어야 할 교육 과정이나 교재 구성의 문제, 특히 위계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였다.
이런 논의 방향은 그동안 한국어 교육이 그 오랜 연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아울러 이런 문제점은 앞에서 언급한 교육 방향이나 방법, 교재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육에 대한 정책이나 제도적인 하드웨어적인 요인들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어 교육에 대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기관이 없는 점이나 한국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육 기관이 없다는 사실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문화부는 문화부대로,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한국어 교육을 남의 일로 떠넘기거나 서로 차지하려고 하고 있으며,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일부 교육․연구 기관은 상업성에 눈이 어두운 실정이다. 순수하게 한국어 교육이나 연구를 담당할 수 있는 대학은 하나도 없으며, 여기에 관심을 가진 일부 연구자들이 개인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요구하는 부수적인 업무 차원에서 일을 맡고 있다. 필요의 요구에 합당한 제도나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을 하루 속히 반성하여, 하드웨어 차원에서의 일관성이 있는 정책 시행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행스럽게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지도자 과정”을 개설하여 체계적인 지도자 양성을 시작하였고, 일부 대학원에서 한국어 전공으로 연구 논문들이 간행되고 있으며,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학회 차원에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기획 연구가 점차로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교육이나 연구 수준 역시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실제는 앞으로 개선하고 합의할 점이 너무도 많이 산재(散在)하여 있다.
특히 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학부 또는 전공이나 대학원의 설립이 우선적으로 요청되며, 이를 통하여 외국인은 물론 재외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을 체계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전문화를 통하여 한국어 교육의 교수법, 교육 과정, 교재 등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질 때, 지금처럼 획일적인 문법 중심, 실용 생활 적응 중심의 한국어 교육은 지양될 수 있다. 즉 실용적인 의사 소통의 필요성, 한국 문화에 맞고 교양 있는 생활을 하여야 하는 사람의 필요성, 한국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의 필요성 등과 같은 학습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한국어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이런 요구에 부응하여 한국어의 학습 단계는 위계화의 문제를 고려하여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시작 단계에 있는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연구는 자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물론 외국어 교육에서 연구된 연구 성과를 적극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런 점은 특히 최근 언어 교육에서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문화 교육적 측면이나 매체 언어 교육의 관점에도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 교육 방법을 모색하여야 하며,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다매체를 활용하는 언어 교육의 실제를 적극 수용하여 한국어 교육의 방법론을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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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상의 변모와 창작주체의 대응 방식에 관한 연구
유 영 희*
1. 들어가며
창작이 행해지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창작주체가 처한 창작 기반으로서의 동시대적 세계와 이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창작주체 자신의 존재 문제를 검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물론 상식적인 차원에서 창작 행위와 세계, 창작 행위와 창작주체의 문제에 대해서 규정을 내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가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인간의 표현 욕구와 관련되는 문화적 행위라고 한다면, 창작 행위와 세계, 주체의 관련성은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 어렵다. 문화라는 것 자체가 여러 조건하에서 여러 양상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나 주체의 조건 및 본질도 다양한 양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그러한 부분을 조망한다고 해도, 여전히 창작과 관련된 세계와 창작주체의 존재 방식 문제는 해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오늘날 바라보는 세계는 눈으로 지각할 수 있는 세계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주체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가 변질되어 있다고 보는 관점 중에는 현대 세계를 ‘야만의 문화’로 규정하려는 논의도 있다. 매체의 사회라 부를 수 있는 현대 사회는 세련된 합리성과 효용성으로 치장된 겉모습의 이면에, 이와 가장 상극인 야만의 문화라고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가 야만적이라고 간주하는 이유는, 세계에 대한 주체의 이해가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며 따라서 불안정해졌다는 점과, 무한히 산출되는 정보와 의미의 과잉과 불가독성이 상징적인 횡포를 자행하는 사회가 곧 현대라는 점에 있다. 기술 매체의 가장 위험스런 측면은 바로 인간의 해독 능력이나 상상력, 상징의 기능을 방해하거나 차단하고, 억압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정보의 차단이 아니라 정보의 과잉 공급인 것이다. 그러나 그 과잉 공급도 무차별 상태에서 퍼부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틀에 갇힌 상태로 제공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잠재되어 있다. 너무나 많은 정보 속에서 한 개체는 몇 개의 정보를 취사 선택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가시적인 세계, 즉 자신이 체험할 수 있는 세계가 자신의 모든 세계라고 간주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도 타인의 삶이나 자기와는 다른 성격의 삶을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게 하는데, 이러한 세계의 속성이 윤리적 불감증을 낳는다. 이것이 정보가 행하는 상징적인 횡포 중의 하나인데, 때로 그것은 개체에게 직접적인 형태로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많은 반윤리, 폭력 앞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날 매체의 담론을 연구하는 이들은 이러한 세계의 속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창작주체가 인식하는 세계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모되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러한 변질된 세계에 주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며 대응하려 하고 있는 것일까. 그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기로 하자.
2.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의 대립
창작주체가 창작을 하면서 자신이 처한 세계를 인식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동시대적(contemporary) 세계이다. 동시대적 세계는 창작주체가 동시대의 맥락에서 바로 느끼는 현장성을 가지고 있는 세계이다. 그러나 동시대적 세계는 단순히 시간적으로 동일한 공간에 있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동시대적 세계는 시간적․공간적으로는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주체가 유의미하다고 판단하는 세계를 포괄한다. 그러므로 그 세계는 주체를 둘러싸고 있는 문화적 조건에 의해서 형성된다. 즉 창작주체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담론 중에서 그가 고려할 만하다고 판단하여 받아들이는 담론이 동시대적 세계를 형성하는 담론인 것이다.
동시대적 세계는 주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세계라도 그 지각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주체에게 세계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일 것이며, 또 어떤 주체에게는 능력을 발휘하기는커녕 늘 따라다니며 힘겨워해야만 하는 닫힌 공간일 것이다. 그런 다양성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들에게는 일반화되어 있다. 어떤 측면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각 주체가 지각하는 세계상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세계에 대한 지각을 이야기할 때, 인간은 흔히 자신이 보는 것이 세계의 모든 부분인 양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외부 세계에 대한 심상은 망막에 맺히는 상과는 다른 모습을 띤다. 망막에 맺히는 대상의 상은 이미 인간의 사고를 통해 한 번 걸러진 상태로 맺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각 개체의 기분에 따라, 각 개체의 신체적 조건에 따라, 그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창작주체가 세계를 지각한다는 차원에서 살펴볼 때, 지각의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주체는 보이는 부분만 일정한 이미지로 완성하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재구성하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생기는 복잡한 한 가지 일은 한 물체가 그 뒤에 있는 물체를 가려서 후자가 완전히 보이지 않도록 하는 중첩의 문제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시각은 보이는 부분에 만족하지 않고 그 물체를 완성시킨다. 이는 지각의 체계화가 직접 주어진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범위를 보이는 부분의 참된 한 부분으로 편입시킴을 뜻한다. 예를 들면 탁상시계 옆에 사과가 반쯤 보일 때에도, 그것을 지각하는 주체는 완전한 형태의 사과를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다. 이는 사고가 일정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자동적․경험적으로 학습이 주체의 지각 작용에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지각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인식의 문제에 연결된다. 주체에게 인식된 세계는 긍정적 세계․부정적 세계 등의 가치 문제에서부터 단일한 상을 가진 세계․복잡한 상을 가진 세계 등의 정도 문제까지 다양한 양상을 띠며 존재한다. 그러나 다양함에 기인하는 특수성 속에서도 보편적인 일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각 주체가 처한 특수한 맥락은 같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서의 일반적인 맥락에 기초해 있는 것이다. 창작주체는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일반적인 세계를 자연스럽게 그의 시야 속으로 끌어올 수밖에 없다. 지각이라는 것이 개체 자신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지각 자체가 집단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의 집단성은 일반성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물론 그것은 일반성을 포함한다. 그러나 전혀 일반적이지 못한 상황에서도 수적으로 다수인 지각이 일반적인 지각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범인을 찾기 위해 다수의 증인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범인을 지목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의 강경한 발언은 다른 모든 증인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문학적인 예를 원용하면, 그것은 형태가 갖는 중요성으로 인해 이미지라는 수단을 통해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이미지들의 증가와 이미지들의 일상에서의 편재는 동시대적 세계에서 쉽게 확인되는 사항이다. 이미지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집단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와 같은 매체는 이런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편집된 이미지를 다수의 사람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이면에 숨어 있는 실체를 파악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다만 창작 행위와 관련하여 보았을 때에는 그것이 무차별적으로, 다수의 대중에게 가해지는 행위가 아니라 몇몇 집단, 또는 공통의 취향과 취미를 가지고 있는 집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차원에서 일반적인 매체와는 그 속성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창작주체는 이러한 세계 속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가 처한 동시대적 세계의 모습에 대해 파악하고 이것과 창작 행위와의 관계를 거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창작이라는 것은 주체와 세계와 대상 간의 관계 맺기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대상(Object)을 제시하고, 그것을 다른 것들과의 관계(Relation) 속에 놓음으로써 그 속성을 구체화하고, 그런 다음에 주체인 나에게 주는 의미(Meaning)를 규정하는 절차를 보이는 사고 과정은 거의 모든 글쓰기에서 두루 나타나는 구조다. 그러므로 창작주체가 소속되어 있는 세계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분석은 창작을 행하기 위한 일차적인 작업이 된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주체가 처한 세계는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가. 그 세계는 점차 이중적인 구도로 나아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세계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창작주체에게 영향을 미치는 비가시적인 세계의 대립이 그것이다.
사실 원시 시대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사회가 점점 복잡하고 다양화되어 갈수록 세계는 주체가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18세기 이후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그런 양상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거대한 선박을 만들기 위해 하나의 부품을 조립하는 사람은 그 선박이 왜 만들어지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지 파악할 수 없다. 다소 거리를 두고 멀리서 자신이 만들고 있는 선박을 관찰함으로써 크기나 모양은 감지할 수 있지만, 그것이 생산되는 사회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힘에 부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그러한 사항을 익히고자 한다면 부품을 조립하는 일 이외에, 자신이 생산하는 제품의 사회적 유통 구조와 경제적 역할 등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지식의 습득은 부분적인 작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요원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거대화된 사회의 일부분인 주체는 자신이 속한 세계의 대략적인 크기나 모양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이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처해 있으며, 어떤 기능을 하는지 그것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는 더 이상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체가 그러한 사실을 깨닫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주체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아주 작은 세계를 세계의 전부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매체가 발달하기 이전에는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문자, 영상 등의 각종 매체는 주체에게 일종의 혜안을 주었다. 그러나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매체는 상당 부분 세계를 은폐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은폐는 상당히 기술적이고 전략적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은폐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감지하지 못하게 한다. 매체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유통시킨다는 일차적 기능만 갖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창출하고 기호 환경을 형성함으로써, 주체(해독자)와 메시지(텍스트), 그리고 주체와 실재적(물리적) 환경 사이의 관계를 구성하는 더욱 포괄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주체는 매체 속에 담겨 있는 비가시적 세계를 자신의 경험 영역 속으로 끌어들이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것은 가시적 세계와 마찬가지로 주체에게 의미 있는 세계로 받아들여지며 두 세계의 공존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리하여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의 대립은 오늘날 창작주체가 체험하는 세계의 이원적인 대립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두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립을 통해 창작주체의 지각을 제한하기도 하며 확장하기도 한다.
나는 망한 왕조의 늙고 병든 마지막 왕이었다. 酒色은 나의 덧없는 나날이었고 폭정은 내 위대함이요 악명은 역사가 되었다. 나의 연호 4년 乙未年 크고 붉은 말 한 마리가 광화문을 네 바퀴 돌고 난 다음 음울한 울음을 울고는 사라졌다. 거북이가 웬 장수의 동상 밑에서 빠져나와 교보빌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여우 여러 마리가 모 신문사로 들어왔는데 그 중 한 마리가 편집국장 데스크에 올라앉았다가 없어졌다. 덕수궁에서는 금계와 참새가 교미하고, 전갈좌가 밤하늘을 기어가 황소를 물어뜯여 죽였다. 피묻은 별이 아현동 민가에 떨어졌는데 땅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르더니 거기에 커다란 웅덩이가 생겼다. 서울의 수돗물은 온통 벌건 녹물이었고 어떤 중이 曹溪寺 대문을 열고 보니 큰 배가 절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한다. 한강 고수부지에 물고기들이 올라와 죽었는데 고기들이 모두 외눈박이였다. 수만 마리의 바퀴벌레들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녔다. 모기떼가 해를 가렸고 밤에는 고궁의 오래된 회양나무가 사람 소리를 내며 울었다. 다리가 뚝 끊어져 달리던 통학 버스가 물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들이 애비를 죽여놓고 집을 불지르는 일도 있었다. 또 큰 개가 서쪽에서 인왕산 언덕에 와서 대궐을 바라보고 짖더니 이윽고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으며, 성 안에 개들이 길 우에 모여 혹은 짖기도 하고 혹은 울기도 하다가 얼마 후 흩어졌다.
노왕이 이제 임종을 맞는 차에, 시녀들이 와서 나의 데드 마스크를 뜨겠다고 법석이었다. 아, 나는 그거 필요없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들은 내 나이 수만큼 나의 죽은 가면을 떠가지고는 이제 나더러 그것들을 무대 중앙에서 깨뜨리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늙은 왕은 울상이 되어 나의 석고상을 들고 관객을 향해 비틀비틀 걸어갔다. 내 얼굴로 집중되는 핀 조명: 빛의 막 속에서 왕은 딱 이 한마디만 하고 내 얼굴을 깨뜨렸다.
“이건 삶이 아냐.”
위의 시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창작주체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상상을 하며, 그것을 시 텍스트 속에 담아내고 있다. 독자들은 창작주체의 광범위한 상상 영역을 오가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명확히 긋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서울의 수돗물은 온통 벌건 녹물’이라거나 ‘다리가 뚝 끊어져 달리던 통학 버스가 물 속으로 들어가버’린다거나 ‘애비를 죽여놓고 집을 불지르는 일이 있었다’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현실의 끔찍한 잔영을 감지할 수 있고, ‘거북이가 웬 장수의 동상 밑에서 빠져’나온다거나 ‘전갈좌가 밤하늘을 기어가 황소를 물어뜯어 죽’인다거나 ‘수만 마리의 바퀴벌레들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녔다’거나 하는 등에서는 비현실적 세계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의 대립은 상상력의 작용과 아울러 현대시의 성격을 규정하는 보편적 특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창작주체가 창작 행위를 수행함에 있어 세계에 대한 지각은 커다란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매체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가시적 세계보다는 비가시적 세계가 보다 현실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된다는 세계의 존재 방식에 있다. 이러한 세계상의 변모는 창작주체에게 새로운 지각을 요구한다.
3. 비가시적 세계의 대두와 현실의 재구성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주체의 각성에 기반해 있다. 주체가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게 되었다는 전제하에 비가시적 세계의 존재를 문제삼을 수 있다.
그러나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가 대립되는 구도가 아니라, 비가시적 세계가 대두된다는 것은 세계가 문제적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는 여러 양상을 띤 채 존재한다. 가시적 세계가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경우,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가 갈등하고 있는 경우, 비가시적 세계가 허위적 진리를 구성하고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가시적 세계가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와 비가시적 세계가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는 주체의 세계에 대한 인식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가시적 세계의 전면적인 등장은 주체에게 보이는 것이 곧 진리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세계상을 완전한 것으로 인식하고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전망 내지는 지향을 가지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러한 개체에게 세계상은 늘 고정적인 것이며, 변화 없는 것이고, 발전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된다.
비가시적 세계가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에는 주체가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기본적으로 주체는 가시적인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만, 비가시적인 것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현실과 꿈이 하나가 되고, 현실 속에 비현실이 존재하며, 비현실이 현실로 인식되는 상황을 수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현대 세계가 이러한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완전히 이러한 상황에 도달한 개체는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비가시적 세계가 완전히 점령하고 있는 세계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고 보는 주체는 비교적 세계를 순탄하고 행복하고 안정된 것으로 인식한다. 굳이 어떤 물리적인 힘을 가해서 구조를 조정하거나 형태를 바꿀 필요가 없다. 이들에게 저항은 의미가 없다. 가시적 세계는 충분히 만족스럽고, 비가시적 세계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 둘 사이를 비교하고 저울질해서 어느 한쪽에 치중할 필요는 없다.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가 갈등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은 비판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러한 관점에 서게 되면 가시적 세계의 실상뿐만이 아니라 비가시적 세계의 실상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 간의 긴장 관계를 파악하고, 두 세계의 모순된 관계를 인식하며, 그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결국 교육에서 지향하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러한 지점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비가시적 세계의 대두를 문제삼을 때 많이 거론되는 부분은 매체와 관련된 부분이다. 매체의 허와 실에 대해서는 문화연구가들이 이미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사실 동시대의 문화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매체는 매력적인 연구 대상이다. 대다수의 개인들이 매체의 허상 속에서, 또는 매체가 주는 정보를 거름으로 삼아 생활을 전개해 나가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매체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러나 매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매체를 통하여 재산출된 사물과 세계는 이전의 존재론적 지위를 잃어버린다. 사물의 세계는 자립적 구속력을 잃어버리고, 정보를 정보로서 생산하는 매개의 형식 체계 안에서만 의미를 지니는 어떤 기호가 된다. 다시 말해서 매체의 영향력이 증가할수록 사물은 그 실체성을 상실해 버린다. 사물은 매체 속에 흡수되어 이미지, 표상 또는 부호가 된다.
매체 속에 등장하는 세계는 가공되고 조립된 세계일 뿐이다. 매체의 틀 속에 담기지 못한 상당 부분의 세계가 개인들의 인식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마치 경험한 것인 양 착각하도록 하는 일을 매체는 서슴없이 하고 있다. 매체의 영향력이 확산될수록 세계는 그 안으로 흡수되고, 그렇게 흡수된 세계는 코드들의 규칙과 명령을 따르는 한에서만 다시 매체 밖으로 재현되어 나올 수 있다. 그 조작된 진실 앞에서 개인은 무력하게 무너지고 만다. 그러므로 그 세계 바깥에 대한 인식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체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매체에 종속된 주체라는 문제는 주체가 비가시적 세계의 참모습을 파악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이는 지속적․반복적으로 투입되는 비가시적 세계의 이미지를 주체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다 보면 주체는 비가시적 세계를 가시적인 세계인 양 인식하게 되고, 그런 관점에서 자신의 세계상을 형성한다. 그렇게 되면 주체의 올바른 세계 인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세계의 참모습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주체가 대상과 세계를 분리해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대상 물체와 주변 물체들은 언뜻 보기에 서로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엄밀히 말하면 서로 분리되어 있다. 동일한 물체를 다른 배경에서 관찰하고, 동일한 배경이 다른 물체들에 영향을 주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이러한 분리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런 연습을 되풀이하다 보면 주체는 세계 속에 불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대상과 그 대상이 맺고 있는 세계와의 관계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문학이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인간 조건의 수많은 측면들에 대한 통찰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찰을 지식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지라도, 틀림없이 문학의 가치는 인간 사고 일반에 있어 많은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인식적 가치라는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가능성의 상상이라는 것은 인간 사고 곳곳에 스며든 특성으로서, 철학적 문제와 그 해결뿐 아니라 일상적 문제와 그것에 대한 결정에서도 항상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을 통해 주체는 세계에 대한 바른 통찰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올바른 세계상을 가진 주체로 바로 서기 위해서 주체는 세계에 대한 재구성 작업을 해야만 한다. 인간은 사고를 하면서 끊임없이 재구성을 해 나가는 존재이다. 존재에 대한 재구성, 삶에 대한 재구성, 윤리에 대한 재구성 등 자신이 당면한 모든 문제를 재구성해 내는 것이 인간이다. 이러한 재구성은 글쓰기를 통해 가장 확실하게 이루어진다.
아침 티브이에 난데없는 표범 한마리
물난리의 북새통을 틈타 서울 대공원을 탈출했단다
수재에 獸災가 겹쳤다고 했지만, 일순 마주친
우리 속 세마리 표범의 우울한 눈빛이 서늘하게
내 가슴 속 깊이 박혀버렸다 한순간 바람 같은 자유가
무엇이길래, 잡히고 또 잡혀도
파도의 아가리에 몸을 던진 빠삐용처럼
총알 빗발칠 폐허의 산속을 택했을까
평온한 동물원 우리 속 그냥 남은 세명의 드가
그러나 난 그들을 욕하지 못한다
빠삐용, 난 여기서 감자나 심으며 살래
드가 같은 마음이 있는 곳은 어디든
동물원 같은 공간이 아닐까
친근감 넘치는 검은 뿔테안경의 드가를 생각하는데
저녁 티브이 뉴스 화면에
사살 당한 표범의 시체가 보였다
거봐, 결국 죽잖아
티브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내가 드가?
이 텍스트 속에 등장하는 체험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된 것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창작주체가 직접 경험한 체험이 아니라 가상의 이미지를 통해 전달받은 체험일 뿐이다. 사각형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사건, 그 사건이 진실임을 가정할 때, 또 다른 사각의 화면 속에 등장했던 사건, 허구적인 것이긴 하지만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사건과 결부되면서 창작주체에게 독특한 감응을 불러일으켜 창작이라는 실제 행위를 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것이 진리를 표방하고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와는 상관없이 가상의 이미지를 자신의 세계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매체가 대중화되고 미디어 세계가 도래하면서 주체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도 점점 이러한 양상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4. 창작주체의 정체성 확립과 주체적 인식
주체의 입장에서 볼 때, 비가시적 세계는 극복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것의 효용성과 영향력에 대해서는 좀더 고찰해 보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러한 긍정적 측면을 인정한다고 해도 비가시적 세계는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 비가시적 세계는 주체의 인식을 거짓된 것으로 만든다. 기호 작용은 더 이상 대상에 대한 지시 작용도, 사물의 재현도, 사물의 모방도 아니다. 그것은 대상을 꾸며내는 것, 더욱 심화된 모형을 통해서 조작하는 것,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허구하는 것일 뿐이다.
자신 앞에 펼쳐진 세계가 진정한 세계가 아니라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주체의 대응 방식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회피하거나, 그 세계에 굴복하거나, 그러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벗어나려고 하는 등등의 유형이다. 창작 행위와 관련해 볼 때, 유의미한 주체는 세 번째 유형의 주체이다. 적극적인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유형. 이 유형의 주체는 세계를 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이러한 주체는 세계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신의 전망을 수립할 줄 안다. 그에게 부정적인 세계상은 바람직한 것으로 변화시켜야 할 대상이며, 긍정적인 세계상은 그 자체로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다. 끊임없는 자기 모색과 자기정체성의 수립만이 자신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주체는 깨닫고 있다. 그들은 모순된 세계를 수정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실제로 그 세계와 대항하는 방법, 모순된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법, 모순된 세계 속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세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길러 나가는 방법 등의 다양한 대응 방식을 취한다. 여기에서 둘째, 셋째 방법이 창작 행위와 실제로 관련되는 항목이다. 창작주체는 세계의 변질을 인식하고 그것을 타파해 나가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 방식의 일환으로 창작 행위를 수행해 나간다.
먼저 모순된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법. 이는 창작주체의 적극적인 대항 방법으로서 창작주체가 교사다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된다. 이 경우 창작주체는 창작의 목적을 사회의 모순된 국면에 대한 고발 내지는 비판으로 설정한다. 이는 세계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비추어졌을 때, 창작주체의 창작 이유로 항상 제시되어졌던 부분이다. ‘예언자로서 시인의 사명’에 대한 언급은 이러한 논의와 어느 정도 맞물려 있다.
그리고 모순된 세계 속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세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길러 나가는 방법. 여기에는 너무 소극적이고 우회적인 비판이어서 비판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텍스트부터, 적극적이며 직설적인 비판으로 누구나 확연하게 그 비판의 대상을 감지할 수 있게 하는 텍스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텍스트가 존재한다.
창작교육에서는 마지막에 언급한 방법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이는 창작주체와 그가 처한 세계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적 상황을 고려할 때, 창작주체가 처한 세계는 이분법적 양상을 띠기 마련이다. 창작주체는 자연인으로서 일상 생활의 세계 속에 노출되어 있고, 또 약간의 제약과 조절을 필요로 하는 학교 생활의 이중적 환경 속에서 성장한다. 그 이중적 환경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그러므로 창작주체에 대해 고려할 때, 그 각각의 환경에 대해서 고찰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환경 변인을 고려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창작주체가 창작 행위를 통해 얻는 세계와의 대항 결과는 진정성 획득이라는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다. 창작주체의 진정성(l'authenticité)은 진정성의 개념이 기존과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고 있다. 삶의 총체적인 표현으로 진정성의 개념을 연결시킬 때, 그것은 리얼리즘 문학 이론의 한 부분이거나 혹은 리얼리즘을 보완하는 미적 개념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90년대 평단을 분주하게 했던 진정성의 담론들은 오히려 80년대적 리얼리즘 미학 이론과 대응하는 입장에서 제기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때의 진정성은 집단화된 욕망과 뚜렷한 이념적 색채를 내세우는 작품들을 거부하면서 자유로운 문학적 입지점을 꿈꾸기를 열망한다. ‘명료한 언어로 해명될 수 없는 문학적 감동’으로서의 진정성은 문학의 정치성을 초월하거나 견제하는 방패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90년대 이후 창작주체의 본질 자체가 변화의 양상을 띠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이다. 창작주체는 더 이상 문학 속에서 이념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완성된 형태의 어떤 작품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창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이 되었다. 이는 자신이 쓴 글을 검토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졌다는 창작을 둘러싼 환경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진정성 개념은 자연스럽게 개인의 정체성 문제와 연결된다. 진정성과 정체성은 넓게 보면 같은 의미 범주 안에 포함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는 개념이다. 진정성은 자신의 존재 차원에서 존재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행위와 연결이 되지만, 정체성은 그러한 행위를 통해 주체가 얻게 되는 결과적인 산물인 것이다. 당연히 이 두 개념은 서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중요한 것은 그러한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연결고리가 바로 창작 행위라는 것이다. 창작 과정을 통해 창작주체는 자신의 진정성을 회복하고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매체는 사회 전반의 어떤 역동성을 생성해 내는 것에서부터, 사회 현상을 통제하고 변화시켜 나가는 데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특히 오늘날 첨단 기술로 무장된 매체는 현대 사회의 지식과 정보, 그리고 그것들의 다양한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생활방식 즉 문화까지도 대량으로 소통시킨다. 그리하여 오늘날 통념적으로 ‘매체’라는 말은 ‘대중매체’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일 수 있는 국면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세계는 미디어 세계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미디어 세계는 주체와 세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매체에 의해 규정된다.
그런데 미디어 세계에서의 주체와 세계 문제를 교육적 상황으로 끌어들이는 경우 주체의 정체성이 문제가 된다. 허위가 세계를 지배하고, 진리 아닌 것이 진리인 양 받아들여지는 세계에서 주체는 아노미 상태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주체의 비판적 인식이라는 측면이 고려된다. 비판적 주체의 관점에서 미디어 세계의 허상은 오히려 비판적 감식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는 거짓된 세계 내면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지만, 결코 그 발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오염된 사람들에게 그 오염 정도를 알려 주어 거짓된 세계를 정화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비판적 주체는 정체성 정립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주체이다. 여기에서 정체성이란 확정적이며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며 복수적인 것이다. 한 주체에게 하나의 정체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고정된 패턴으로 환원할 수 없는 복수의 정체성이 있고, 그것은 언제나 그 정체성들 간의 힘과 갈등 관계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체성에 접근하게 되면 정체성은 매 시기마다 적정 수준에서 정립될 수 있는 것이므로 교육적 고려 및 수용이 가능해진다.
후기 현대의 삶에서 정체성이 특히 핵심적인 문제로 떠오르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후기 현대의 자아가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즉 후기 현대의 자아는 탈전통적 질서 속에 살고 있다. 기존에 접해 보지 못했던 낯선 세계와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바로 서기 위해서 정체성의 정립이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그리고 생활 세계의 다원화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현대 세계에서는 노동의 시간 및 공간이 여가의 시간 및 공간과 완전히 분리되며, 노동과 여가 그 자체도 고도로 다원화된다. 그러한 다원화가 주체에게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정체성 수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셋째, 후기 현대 사회가 권위 부재의 시대라는 것과 관련된다. 현대는 ‘체계적 의심’ 또는 ‘회의’가 내면화되어 있는 시대이다. 그래서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신을 할 수가 없다. 믿을 만한 것은 자기 자신, 자신의 신체뿐이다. 그러므로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수립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제가 된다. 마지막으로 ‘매개된 경험’의 지배도 선택의 다원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계속해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가 매체를 근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과 관련된다. 자신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세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다양한 세계가 매체를 통해 전달되고 있으므로, 주체는 그러한 세계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다. 비록 성공적으로 매체가 전달하는 수준의 삶을 성취할 순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선택 여하에 따라 그러한 분위기의 삶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제시된 것이다. 선택의 문제에는 항상 나름대로의 가치나 지향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역시 정체성이 문제가 된다.
일단 정체성을 수립하게 되면 창작주체는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를 재편성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세계가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비쳐질지라도 긍정적인 세계로 나아가는 힘을 추진해 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적어도 훼손 수세계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긍정적 상을 형성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5. 마무리하며
세계의 조건은 여러 가지 점에서 그 이전의 세계와는 질적으로 달라졌다.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세계에 대해서 전망한다. 그러나 그러한 세계의 이질적인 모습은 세계 자체의 속성에서 연유하기도 한다. 즉 ‘세계적 상호관계의 중심문제는 문화적 동질화와 문화적 이질화 사이의 긴장관계에서 초래’한다고 보는 입장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세계는 그 자체의 다양성 속에서 분열을 일으켜 여러 이질적인 모습이 상호 공존하는 오늘날의 형태를 띠게 수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 속에서 주체가 처한 혼돈 상태는 사실 총체적인 것이다. 혼돈은 주체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개념들부터 물질적인 것이나 이념적인 것까지 모든 부분에 걸쳐 발생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각도에서 그것들을 바라보지 않으면 금세 왜곡 수진리의 늪에 빠지게 다. 현실에 대한 감각에 무언가 변화가 발생하고 있으며 현대의 과학 기술적 현실은 비현실적이 되고 있다는 정당한 통찰이 제기되면서, 많은 창작주체들과 비평가들은 문학이 외부 현실을 재현해야 한다는 요구를 포기하고, 자신에게 자족적인 현실을 그리는 과정이거나 붕괴되고 분산 수현실을 그리는 과정이 되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현실이 환상적으로 되어 버린 세계에서 자신 이외에는 어떤 것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순수한 환상만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는 것과 같다.
더 나아가 ‘전자적 문예창작’의 도래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전자적 문예창작에 대한 고려는 기존의 문학 및 문학교육의 위기에 대해 언급할 때 항상 영상 매체에 의해 문자 매체가 쇠퇴할 것이라는 위기 의식 속에서 논의가 진행되었다는 점과 관련하여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전자적 문예창작의 도구는 여전히 언어이다. 그러나 그 언어는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분석해서 프로그래밍해 놓은 언어이다. 실제로 언어를 조합하고 창조 활동을 하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 장치인 것이다. 기계 장치가 적합한 계산에 의해 추출된 여러 언어의 쌍들을 장르 규칙에 맞게 내 놓으면 문예창작가는 선택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는 ‘독창적인 창작자’가 아니라 ‘언어배열자’가 된다.
사실 글쓰기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하는 것은 가능하다. 보다 더 비관적으로 인공적인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가공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가공적인 글쓰기를 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도 있다. 20세기 후반을 규정하고 있는 문명, 미디어 세계의 양상 속에서는 보다 극단적인 방식의 창작 방법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일부 문화 연구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이는 지나치게 비극적인 전망이다. 현대 문화 속에 등장하는 비현실 같은 현실은 보는 관점에 따라 충분히 긍정적이 될 수 있다. 즉 비판적 주체라는 주체상을 정립하게 되면 오히려 미디어 세계의 허상을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유용하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미디어 세계에서 세계는 매체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간주되고, 각종 개념에 대한 오해도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다. 특히 예술에 관련된 개념은 그 양상이 너무 다양해서 무어라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나름의 현대성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예술은 민족학 유형보다는 차라리 고고학 유형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비밀스럽고 고풍스런 스타일에 아주 쉽게 영향을 받는다. 사실 우리는 미디어 세계를 이야기하면서 대중 매체를 이야기하고 자연스럽게 대중 문화의 속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중 문화와 현대 문화가 동일한 것이라고 판단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민중적 스타일과 현대적 스타일이 뒤섞이는 일은 거의 없다. 이는 우리 시대의 예술이 바로 다원적인 스타일이라고 하는 상태에서 꽃피어 왔으므로, 데카당스라는 특정한 경우처럼 절충적인 스타일이나 혼합적인 형태를 혐오하지만 않는다면 어떤 순수한 형태의 스타일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가 피카소나 스트라빈스키처럼 자유롭게 변모하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카멜레온과 같은’ 예술가들에게 적용되어 왔는데, 그들은 어떤 스타일의 단계에서 다른 스타일의 단계로 능란하게 옮겨가면서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작품 하나하나에 배어들게 된 독창적 스타일을 이룩한 사람들이다. 다양성을 견지하고 있지만 예술은 그 텍스트에 개체의 독특한 특성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개념 하나에 대한 오해에서부터 주체의 존립 기반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은 극도의 혼돈 속에 서 있다. 이는 문학에 대한 오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문학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극도로 혼란스럽다. 쓰기도 전에 출판하려는 작가, 이해되지 않는 것을 형태를 갖추어 전달하려는 대중, 읽지도 않은 것을 판단하고 규정하려는 비평가, 아직 씌어지지도 않은 것을 읽으라고 강요받는 독자가 야기시키는 특이한 혼잡스러움 때문이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텍스트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을 매번 예상하면서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새로운 통일성을 추구하려고 그 요소들을 한데 모아놓기도 한다. 그러므로 풍요와 빈곤, 자부심과 겸손함, 우리의 문학적 노력에 대한 최대한의 폭로와 여기에서 빚어지는 극도의 외로움, 이런 것들을 통해 적어도 권력도 영광도 바라지 않는다는 문학의 미덕만큼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문학이, 창작이 여전히 유의미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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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육을 위한 한국어의 문형 빈도 조사
노은희*
1. 머리말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는 학습자들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바른 용법으로 습관화하기 위해 문형 학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형 중심의 학습법은 1960년대 영어교수법으로 널리 사용된 Pattern Drill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현재는 인지주의나 변형생성문법에서 제기된 반론으로 인하여 의사소통 중심의 학습법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그런데 한국어 교육은 한국어에 대해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성인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법 구조를 중심으로 한 문형적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문형적 접근을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학습자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문형 제시 방안을 생각해 볼 일이다. 학습자들에게 한국어의 문형을 모두 제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문형 제시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우선 순위에 따라 교재를 구성해야 한다.
의사소통을 위한 한국어 교재의 문법 항목은 실제 자료들에서 빈도가 우월하게 나타나는 것을 우선으로 할 필요가 있다(김유정, 1998). 나아가 각 장르별로 그 텍스트에서 자주 유용하게 사용되는 문형을 중심으로 교재가 구안되어야 한다. 이에 본고에서는 교재 구성을 위한 기준의 하나로 실제 자료들에서 보이는 문형의 사용 빈도를 살피고자 한다.
2. 연구 절차 및 분석
연구는 다음 순서로 진행한다. 먼저 자료를 선정하고 그 속에서 나타나는 문형들을 부호로 표시하여 전산 처리한다. 이렇게 추출된 문형과 그 빈도를 분석하여 교육적 시사점을 살핀다.
(1) 자료 선정의 기준
① 문어 자료와 구어 자료를 고루 선정한다.
② 한국어 학습자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료를 선정한다.
③ 다양한 텍스트를 포괄하도록 하되, 각 텍스트별로 텍스트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일정 분량의 문장을 선정한다.
꠆ꠏꠏ 문어 자료 : 소설 10편, 수필 12편, 기사문10편, 교과서글 10편(전기문 2편, 일기 1 ꠐ 편, 편지글 3편, 독후감 2편, 설명문 1편, 이야기 1편)
ꠌꠏꠏ 구어 자료 : 만화 3편, 드라마대본 7편, 대화 전사자료 9회분
(2) 문형 분류 및 처리 방법
1) 기본 문형의 분류 기준
한국어 기본 문형은 문장 성분 중심으로 혹은 서술어 중심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문장 성분 중심으로 문형을 분류하면 한국어의 문형 체계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잘 나타낼 수 있고, 서술어 중심으로 문형을 분류하면 문장 구성 요소의 연관에 따른 의미적 차이나 기능을 설명하기에 유리하다. 보통 한국어 교육에서 쓰이는 교재들은 서술어 중심의 문형 분류를 택하고 있다. 서술어 중심으로 문형을 제시하면 서술어에 따른 문장 구성의 제약이나 문장 구조의 의미적 차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데 비해, 문장 성분으로 문형을 분류하면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가르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서술어에 따른 문형 분류가 문형 체계를 상세하게 나타내므로, 문형의 빈도나 난이도 조사 등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따라서 한국어 교재 개발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문형의 빈도를 조사한다는 목적에 비추어, 본고에서는 서술어에 따른 문형 분류를 기본적인 틀로 삼아 자료를 분석하고자 한다.
2) 문형 분석과 부호화 방법
서술어에 따른 문형 분류를 토대로 자료를 전산 처리하기 위해, 먼저 문장의 서술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서술어의 의미론적 특성에 의해 제약되는 문장 성분과 그 구조를 표시한다.
- 표시 약호 : N+조사, V, Adj, Adv(필수적 부사어)
- 생략된 필수 성분 표시
- 조사는 대표형으로 표시
- 본 용언만을 서술어로 표시
- 이어진 문장은 각각 나누어 표시(안긴 문장은 제외)
3) 자료 처리 방법
①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그램 : Microsoft Access ’97
② 4개의 Field 설정 : 구어/문어, 장르, 문장, 문형
ꃚ
③ 검색과 정렬 : 구어/문어, 장르, 문장, 문형을 검색어로 사용
④ 문형의 빈도 제시 : 동일한 유형의 문형 용례와 빈도수 계산 가능
(3) 문형의 빈도 추출 및 분석
우선 처리 결과를 간략히 다음 표로 제시할 수 있다.
<문형별 사용 문형수>
분석 자료들에 나타난 문형을 살피기 위해 앞의 표를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사용된 기준 문형수 : 1-2-3-4
자료의 분석 결과, 4개의 기본 문형에서 확장된 기준 문형수는 32개로 나타난다. 자동사 술어형이 기본 문형에서 다양하게 확장되어 가장 많은 문형수를 지닌다(13문형). 반면, 명사 술어형이 가장 적은 문형수를 갖는다(4문형).
② 사용된 전체 문형수 : 2-1-3-4
생략형을 포함한 전체 문형수는 83개로 나타난다. 타동사 술어형은 자동사 술어형에 비해 기준 문형수 자체는 훨씬 뒤지지만, 성분들의 생략이 월등히 많아 생략형(24문형)을 포함한 전체 문형수가 가장 많다(31문형). 타동사 술어형은 보통 필요로 하는 성분수가 많아 실제 쓰임에서는 자연스럽게 성분들이 생략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명사 술어형은 생략형(3문형)도 적어 전체 문형수 또한 가장 적게 나타난다(6문형).
<장르별 사용 문형수>
각 장르별로 쓰이는 문형을 살피기 위해 앞의 표를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문어와 구어의 사용 문형수
ㄱ. 기준 문형수 : 32개의 기본 문형 중 문어 자료에서 28문형, 구어 자료에서 26문형이 나타난다. 기준 문형만을 볼 때, 문어 자료가 구어 자료보다 문형이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ㄴ. 전체 문형수 : 생략형을 포함한 전체 83문형 중 문어 자료에서 74문형, 구어 자료에서 59문형이 사용되고 있다. 전체 문형을 볼 때, 구어 장르보다 문어 장르에서 다양한 문형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으로 생각해서, 문어 장르에서만 쓰이는 문형이 24개, 구어 장르에서만 쓰이는 문형이 9개가 있음도 살필 수 있다.
ꃚ 문어 장르에서는 고루 쓰이는 데 비해 구어 장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문형
- N이 N을 N로 V, N이 N에 N을 V 등
ꃚ 구어 장르에서는 고루 쓰이는 데 비해 문어 장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문형
- (N이) (N에게) (N을) V, (N이) (N이) Adj 등
② 각 장르별 사용 문형수
ㄱ. 기준 문형수
‧ 32개의 기본 문형 중, 소설과 교과서에서 가장 다양한 문형이 나타나며(22문형) 대화에서 가장 적은 문형이 나타난다(13문형).
‧ 특히, 기사문은 다른 문어 장르(평균 22문형)에 비해 비교적 적은 문형이 사용되고 있다(18문형). 이는 기사문이 일정한 형식성에 따라 특정 문형이 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구어 장르에서 만화와 드라마는 문어 장르와 유사하게 다양한 문형이 사용되고 있는 데 반해(21문형), 대화는 이보다 훨씬 적은 문형만 나타난다(13문형). 이는 만화와 드라마가 대화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문어체적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ㄴ. 전체 문형수
‧ 전체 문형 83개에서 생략형은 55개로 평균 66%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 기사문은 생략형이 47% 정도로 다른 장르에 비해 성분 생략이 적고, 반면 만화는 생략형이 71% 정도로 성분 생략이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문형의 장르별 사용 빈도>
각 장르별로 문형의 사용 순위를 살피기 위해 앞의 표를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전체 사용 순위 : 문어 자료와 구어 자료를 통틀어서 타동사 술어형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43.5%), 형용사 술어형이 가장 적게 사용된다(15.7%).
② 문어․구어의 사용 순위 : 전체 사용 순위와 비교하여 구어 자료에서는 형용사 술어형이 더 많이 나타나고(전체 15.7%에 비해 약 20% 정도), 또 문어 자료에서는 명사 술어형이 더 많이 나타난다(전체 15.7%에 비해 약 19% 정도).
③ 각 장르별 사용 순위 : 사용 순위만을 볼 때 문어 자료에서는 기사문이, 구어 자료에서는 대화가 대조적인 양상을 보인다. 기사문은 형용사 술어형이 다른 문어 장르보다 휠씬 많이 사용되고 있다(문어 14.7%에 비해 24.2%). 또 대화는 다른 구어 장르에 비해 자동사 술어형이 덜 쓰이고(구어 23.5%에 비해 18.2%), 형용사 술어형이 많이 쓰인다(구어 17.9%에 비해 22.8%).
<개별 문형의 빈도 순위>
각 문형별로 사용 순위를 살피기 위해 앞의 표를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대체로 문형의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그 문형의 사용 범위도 넓음을 알 수 있다. 즉 사용 빈도가 높은 9개의 문형은 각 장르에서 고르게 한 번 이상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빈도가 높은 문형은 그 사용 범위도 넓어서 교육적 활용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② 기준 문형을 중심으로 그 빈도 순위를 살펴본 바, N이 N을 V(38.2%)-N이 N이다(15.5%)-N이 V(12.4%)-N이 Adj(38.2%)의 순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문형들은 각각의 기본 문형으로 실제로도 사용 빈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4개의 기본 문형들이 전체 사용의 75%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은 교육적 시사점이 크다고 하겠다.
한국어 자료의 약 75%가 기본 문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간 한국어 교육의 문형 학습에 대한 방향 전환을 요구한다. 기존의 한국어 교재들을 살피면, 구조의 복잡성을 기준으로 문형을 나누고 이를 초․중․고급의 단계별로 배열한다. 대개 기본 문형은 초급의 전반부에서 학습을 완료하는 것으로 구안하고, 특히 작문 등의 문어 사용 지도에서는 복잡한 구조의 문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렇지만 문형의 사용 빈도를 볼 때, 학습자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구조의 문형들을 펼쳐서 보여주기보다는 기본 문형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미적 양상과 기능을 보여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예상 외로 문어 장르에서 기본 문형의 사용 빈도가 평균보다 높게(76.2%), 구어 장르에서 사용 빈도는 평균보다 낮게(71.5%) 나타났다. 앞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문어 장르는 구어 장르보다 사용되는 문형수가 더 많다. 하지만 문어 장르에서 자주 사용되는 문형은 오히려 일부 기본 문형에 치중되어 있다. 단적인 예를 들어, 소설에서 사용된 기준 문형수는 22개로 다른 장르에 비해 가장 많았는데, 오히려 4개의 기본 문형만의 사용 빈도가 78.4%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특이할 만하다. 이에 대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치를 중심으로 그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먼저, 문어 장르와 구어 장르는 기본 문형이라도 글자수에서 차이를 보인다. 문어 장르의 문장들은 기본 문형이라도 다양한 수식어(관형어, 부사어 등)를 동반하여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사 술어형(N이 V)을 살펴 보면, 소설에서는 한 문장 당 평균 22자 정도가 쓰인 데 비해, 대화에서는 7자 정도가 쓰였다. 이는 동일한 기본 문형이라도 문어 장르에서는 다양한 수식어를 동반하여 문장이 길게 쓰이고 있는 데 비해, 구어 장르에서는 필수 성분도 맥락에 의존하여 생략된 채 소수의 성분만을 중심으로 문장이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 문형의 생략형 빈도를 살펴 보면 재차 확인이 된다. 동일한 기본 문형이라도 문어 장르에서는 완성형이 자주 쓰이는 데 비해, 구어 장르에서는 생략형이 자주 쓰인다. 예컨대, 타동사 술어형의 생략형인 ‘(N이) (N을) V’ 형이 소설에서는 1.16%만 나타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화에서는 14.78%로 나타난다.
따라서 기존의 한국어 교재는 기본 문형을 중심으로 다시 구안될 필요가 있다. 이때 문형 학습을 위해, 문어 장르는 기본 문형에 수식어로 문형을 확대하는 방식에 유념하고, 구어 장르는 기본 문형을 토대로 성분이 생략되는 방식에 유념하여 제시한다.
③ 생략형을 포함한 전체 문형 중에서는 ‘(N이) N을 V’ 형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17.8%), 그 다음이 ‘N이 N을 V’ 형으로 나타났다(14.1%). 여기서 실제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형은 완성형보다는 오히려 생략형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어 교재를 구안할 때 생략형을 불완전하게 받아들이거나 배제해서는 안 된다.
<개별 문형의 특징적 사용 양상>
각 문형마다 장르에 따른 특징적인 사용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어 교재에서 세부적인 텍스트를 제시할 때 참고할 만한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 ‘N이 V’ 형은 문어와 구어를 통틀어 자주 사용되는 문형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문어에서 더 많이 사용된다. 특히 전체 평균(12.4%)에 비해 소설(17.5%)은 이 문형을 많이 사용하고, 대화(5.9%)는 이 문형을 가장 적게 사용한다.
② ‘N이 N에 V’ 형은 문어와 구어 장르에서 비교적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전체 평균(6.2%)에 비해 문어 장르에서는 고르게 평균 이하의 빈도를 갖지만(4.6%), 구어 장르에서는 평균 이상의 빈도를 갖는다(8.1%).
③ ‘N이 N에게 N을 V’ 형은 문어 장르(1.6%)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데 비해, 구어 장르(5.4%) 특히 대화(6.9%)에서는 자주 사용된다. 이는 대화와 같은 구어 장르에서 상호작용의 의미를 담고 있는 시혜동사류들이 빈번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④ ‘N이 Adj’ 형은 문어 장르(6.6%)보다는 구어 장르(11.3%)에서 더 많이 사용된다.
3. 맺음말
지금까지 문형에 대한 연구들은 대개 실증적인 고찰 없이 기본 문형의 선정과 그 기준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에만 집중되어 왔다. 본고는 실증적인 방법으로 문형의 사용 빈도를 살피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 문형 학습의 접근 방식과 문형의 제시 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하였다. 물론 문형의 빈도가 교재 구성의 유일한 기준일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적인 중요한 기준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교육용 기초 어휘를 설정하는 가장 주요한 기준이 그 어휘의 사용 빈도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으로 한국어 교재를 구안할 때는 문형의 사용 빈도 외에도 문형의 사용 범위, 문형의 확장 양상, 문형과 사용 어휘와의 관계(기본 문형과 기본 어휘와의 상관성, 특히 서술어) 등을 고려하여 단계별로 학습 내용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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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1998),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문법 교육, 이중언어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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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규(1993), 기본문형의 몇 가지 문제, 우리어문연구 6․7, 우리어문연구회.
이소영(1996), 현대국어의 구어문형 연구, 숙명여대 박사학위 논문.
문학사교육에서의 지식의 문제
- 국어 지식 교육의 영역과 활동과 관련하여
김 정 우*
1. 서 론
문학사교육을 논하는 자리마다 빠짐없이 강조되어 온 것은 문학사교육을 통해 형성된 그 무엇이, 작품의 이해와 감상에 배경 지식이 되어 준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문학사’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품의 이해와 감상에 필요한 ‘배경 지식’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배경 지식’이라는 것이 ‘문학사’를 ‘가르침’으로써 획득될 수 있는 것인지 등의 문제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위의 문제들과 관련하여 기존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점검해 본다면 다음 사항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국어교과 내의 문학교육’에서 ‘문학사’를 가르치는 일의 성격이 불분명하다.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국어교과의 성격 역시 상이하게 규정되어 왔고, 국어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여러 가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크게 보아 이제까지 국어교과에서 이루어진 문학사교육이라는 것은 기존 학자들의 문학사 기술의 내용을 학습자들에게 간략히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이러한 식의 문학사 교육은 이른바 학습자들의 언어 사용 능력을 신장시키는 일과는 거의 무관했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문화 유산의 전수’라는 관점에서 본다 하더라도, 기존에 서술된 문학사를 다시 정리하여 그것을 단편적 지식의 형태로 전달하는 데에 그치는 방식으로는 그 본래의 의미를 제대로 획득하기 어려웠던 점만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해 볼 때, 문학사교육을 논하기 위해서는 이를 단지 ‘문학교육’의 하위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이 또한 국어교과의 한 부분임을 분명히 하고, 이에 따른 위상과 성격을 규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문학사교육을 ‘배경 지식’과 관련짓고자 할 때, 국어교과 전반에서 ‘지식’의 문제를 좀더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예를 들어 6차 교육 과정에서의 경우, 우리가 국어과에서 ‘지식’을 볼 수 있는 것은 ‘언어 사용 기능, 국어에 관한 일반적 지식, 문학의 이해와 감상’이라는 구분된 세 개의 영역에서 볼 수 있는 ‘국어에 관한 일반적 지식’이다. 이는 주지하다시피 ‘문법’ 교육으로 그 주된 내용을 채워 온 영역이다. 그렇지만, ‘국어에 관한 일반적 지식’이라는 것이 어떤 성격을 갖는지, 이 때의 ‘국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영역은 다른 두 영역과 어떤 관련을 맺는지 등은 여전히 논의, 혹은 논란의 대상이다. 배경 지식으로서의 문학사교육은 적어도 이 세 영역에서 ‘국어에 관한 일반적 지식’의 범주와는 거의 무관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즉 ‘일반적 지식’과는 무관한 ‘배경 지식’이었던 것인데, 상황이 이러하다면 ‘배경 지식으로서의 문학사교육’이란 자칫 전제가 공허한 결론이 되기 십상이었다고도 하겠다. 그러므로 ‘문학사교육과 배경 지식’이라는 화두를 놓고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국어교과 전반의 지식 관련 논의이며, 이를 검토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 가는 과정을 거쳐야만 문학사교육의 초라한 ‘독자성’의 상태를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문학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문학사가 제공하는 ‘배경 지식’의 기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현행 6차 교육과정의 문학 영역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일반적인 지식’을 만나거니와, 이 때, ‘문학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의 내용은 무엇인지, 이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바르게’ 이해, 감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등의 문제는 여전히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이 글에서 초점을 맞추어 보고자 하는 문학사와 관련하여 문제를 한정해 본다면, 문학사는 문학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인지,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해, 감상 활동을 위해 마련되어야 하는 지식인지, 아니면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그 때까지의 문학교육의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구성하는 교육의 결과물이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밝혀져야 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단지 ‘문학사 교육’이라는 독립된 틀 속에서 해결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문학-사-교육’이라는 변수들 각각에 대해, 그리고 동시에 전체적으로 조망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또한 국어교과라는 틀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까지 문학사 교육에 대한 논의의 주된 흐름이었던 배경 지식으로서의 문학사 교육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재구성은 우선 국어 교과에서 ‘지식’이란 어떤 성격을 띠고, 어떤 위상을 차지하며,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의 문제를 구명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단계에서는 그에 바탕하여 지식이라는 항을 중심으로 문학사교육과 국어교육 간의 관계를 설정해야 할 것이고, 이는 다시 문학사적 지식이 학습자의 학습 행위와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의 문제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2. 국어교육에서의 지식의 의미와 영역 설정
이제까지 국어교육에 관한 논의를 학습자의 상태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 본다면 크게 ‘안다’와 ‘할 수 있다’의 두 기본축을 토대로 이루어져 왔다고 정리해 볼 수 있다. 전자를 ‘지식’으로, 후자를 ‘기능’ 혹은 ‘능력’으로 달리 말할 수 있을 것인데, 교수요목기에서 5차 교육과정까지 국어과 교육에 대한 정의는 결국 이 두 축에서 어느 쪽에 좀더 비중을 두느냐의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식에 강조점을 둔 ‘학문 중심의 교육 과정’이나 기능에 강조점을 둔 ‘기능 중심의 교육 과정’ 모두 각 입장의 편향성이 낳는 폐해로 인해 여러 차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학문 중심 교육과정’에서 비롯된 ‘내용 중심의 국어교육관’은 국어학, 국문학, 수사학의 기본 지식, 개념, 원리 등을 학습자로 하여금 익히도록 하고, 학습자가 그 분야의 전문 학자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해당 분야에 대한 탐구와 발견 활동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교육해야 할 지식 선정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해야 할 지식의 양은 지나치게 방대하다는 점, 이 지식들의 교과 내에서 구조화되지 못했다는 점, 교사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점 등에서 이러한 입장은 적지않은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비판을 바탕으로 국어교육에서의 지식 교육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 학습자들의 언어 사용에 중점을 두는 기능주의적 입장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기능 중심 교육과정’에서 비롯된 ‘방법 중심의 국어교육관’ 역시 훈련이나 단순 반복만을 강조한다는 점, 정의적 영역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 사고력을 소홀히 다룬다는 점 등에서 비판을 받았으며, 융통성 없는 규칙 지배적 기능이란 언어 사용 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제6차 교육과정에서는 위에서 제기된 다양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까지는 이를 통합적으로 사고하려 했음을 볼 수 있다. ‘언어 문화 창조’를 위해 ‘기능’과 ‘지식’이 모두 필요함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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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이것이 통합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것이기는 하나, 그것이 ‘국어의 발전과 민족의 언어 문화 창조’라는 상위 목표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만 그러하다는 것이다. 즉 하위의 세 항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상위의 단일한 목표를 향해 있으나, 실제로 이 세 영역간의 관계가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여전히 이 세 영역이 배타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도영의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1) 최상위의 ‘올바른 민족 의식과 건전한 국민 정서’는 국어과 고유의 목표가 될 수 없으므로 배제하고, 2) 국어과 고유의 목표로 ‘민족의 바람직한 언어 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설정하며, 3) 하위의 세 영역은 각 영역별 활동을 ‘내용’으로 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이 ‘내용’이 상위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설정하되 각 영역이 상호간에 보완 관계에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때 세 영역간의 상호관계는 서로 종속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나, 학교급별 강조점이 달라야 한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상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즉 초등학교에서는 언어 사용 영역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언어 영역과 문학 영역을 중점적으로 가르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틀을 바탕으로 하여 ‘언어 사용 영역’의 내용 체계가 구체화된 모습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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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기능과 전략과 지식으로 이루어지는 ‘언어 사용 과정’에서 지식이 활동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즉 언어 사용 기능에 대한 개념적, 방법적, 조건적 지식과 언어 사용 전략에 대한 개념적, 방법적, 조건적 지식이 없이는 이러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표의 하단에 있는 지식들은 과연 어디서 마련되는 것인가? 언어 사용에 관한 ‘앎’이 과연 ‘국어에 관한 지식’이나 ‘문학’과 별개의 것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이제까지 국어교육에 대한 많은 논의들이 ‘국어에 관한 지식’이나 ‘문학’ 영역에서의 지식이 없이는 ‘언어 사용 교육’이 공허해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해 왔음을 생각해 볼 때, 여기서의 지식이란 그 상당 부분이 언어 영역과 문학 영역에서 제공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제까지 언어 영역의 지식은 주로 ‘문법’ 영역에 국한되어 왔다. 즉 문장을 최대치의 단위로 설정하고, 형태론과 통사론 위주의 체계와 지식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이러한 방향의 언어 지식 교육을 전혀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모국어 화자의 언어 활동을 염두에 두는 국어 교육의 성격상 끊임없이 문법 교육의 불필요성에 대한 지적이나, 국어 학습의 흥미를 감소시키는 주 요인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국어교육의 영역과 관련된 일련의 논쟁의 과정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것은 주로 언어 사용 기능 중심의 교육과 문학에 대한 이해와 감상 능력 신장 중심의 교육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언어 지식 영역은 대부분 논외로 취급되거나 그 위상과 역할이 축소되는 쪽으로만 가닥이 잡혔을 뿐이었다.
그러나 언어 지식 영역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지식, 즉 ‘언어에 관한 지식’은 결코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앞서 이도영의 표에서 보듯, ‘언어 사용 과정’은 개념적, 방법적, 조건적 지식을 토대로 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문학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터인데, 문학에 대한 이해와 감상, 나아가 창작 활동 역시 다양한 차원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 지식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할 ‘언어에 관한 지식’은 대상과 범위를 좁히고 특화시켜 독립적인 영역을 차지하는 방향으로 규정되기보다는 국어교육 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전반의 토대를 이룰 수 있는 포괄적인 지식의 차원으로 재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언어에 관한 지식’이라고 할 때의 ‘언어’ 개념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국어교육에서 교수-학습의 대상으로 삼는 언어는 민족의 언어 활동 전반을 포괄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말하고, 듣고, 읽고, 쓸 줄 알게 되는 것으로서의 언어임은 물론, 사회적이고 민족적인 자기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차원으로서의 언어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국어에 대해 언어학적인 체계를 이해하고, 규범적이며 정확한 언어 사용을 하기 위한 기준을 바르게 아는 일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확함과 규범성에 대한 앎이 곧 국어교육에서 배워야 할 ‘언어에 관한 지식’의 전부일 수는 없다. 민족의 언어 문화란 규범의 준수와 일탈의 긴장 속에서 생성되는 창조성을 생명으로 하는 측면이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어교육의 ‘언어에 관한 지식’에서 이 ‘언어’는 단지 문장의 차원에서 그치면서 규범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전후 맥락을 소거한 차원의 것이기보다는, 텍스트 혹은 담론 차원으로 확대된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 언어는 규범적인 언어의 차원과 함께 언어 활동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민족의 언어 문화를 염두에 두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언어 문화에 대한 지식을 담기 위해서는 문학을 특화된 차원의 언어로 취급하면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어’ 활동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언어에 관한 지식’을 주로 가르치는 언어 지식 영역의 내용은 앞서 6차 교육과정의 문학 영역의 목표에 대한 기술에 포함되었던 ‘문학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을 포괄하는 차원의 것이 된다. 다시 말해, 문법적 지식을 전수하는 데 치중했던 기존의 언어 지식 교육에서 탈피하여 언어 활동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영역이 되는 것이며, 이 때 문학의 이해, 감상, 창작에 관련되는 지식을 포함하여 민족의 언어 활동 전반을 이해하고 스스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개념적, 방법적 지식들을 함께 다루는 영역으로 그 역할을 설정하게 되는 것이다.
언어 지식 영역을 이렇게 재규정하게 되면, 이에 걸맞는 영역간의 관계 설정, 혹은 국어교육 내의 영역 재설정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교육과정의 변화 속에서 명칭이나 위상, 관계가 변화를 겪기는 했지만, 국어교육에서 언어 사용 영역, 문학 영역, 언어 지식 영역으로의 영역 구분은 현실적 타당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위에서 설정한 바대로의 언어 지식 영역을 바탕으로 한다면 이 세 영역간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도식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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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도식에서 언어 사용 영역과 문학 영역은 모두 활동의 성격이 강조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가능케 하기 위한, 혹은 보다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차원의 지식들이 언어 지식 영역으로 포괄된다.
여기서 활동의 성격을 갖는 언어 사용 영역과 문학 영역은 분리된 것이기보다는 텍스트성의 차원에서 연속된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영역을 단순히 ‘영역간의 관련성이 있다’의 차원을 넘어 일종의 연속체로 파악하는 것은 소모적이기까지 했던 국어교육간의 영역 설정을 둘러싼 논쟁에 대한 발전적 지양의 성격을 띤다. 즉 문자언어와 구술언어는 물론 이미지를 수반하는 멀티미디어적 텍스트 형태까지를 포함하되, 각 텍스트들이 갖는 다양한 텍스트성의 독자성과 관련성을 모두 이해하고 체험하며 생산하는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틀 내에서 문학을 실체 중심으로 가르쳐 온 관습의 폐해는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며, 딱히 어느 지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문학과 비문학의 관습적 경계를 학습자로 하여금 고정된 것으로 전수받게 해 온 폐해 역시 학습자 스스로 그러한 관습적 경계의 현실적 의미와 타당성에 대해 질문하게 함으로써 언어의 다양한 속성과 국면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하는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언어 지식 영역의 내용을 이룰 개념적, 방법적 지식들은 이러한 활동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 활동의 과정을 거치면서 학습자들은 각 지식들에 대한 확인 혹은 수정의 단계를 거쳐가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각 단계의 지식들은 단순히 교사로부터 학습자에게 주입되거나 전수되는 형태를 넘어서 학습자 스스로의 활동과 체험을 통해 검증하고 체득될 수 있는 것으로서 그 성격이 변화하게 된다. 굳이 구성주의적 교육 이론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암기 위주의 지식 전달의 교육에서조차 그 지식이 다양한 학습자들에게 동일하게 전달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며,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이 실제적 활동과의 관련 속에서 검증되고 체화되는 것인가의 문제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의 장에서의 지식은 이 세계에 대한 그 지식의 설명력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학습 주체의 질문에 시달리는 과정에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학습 주체는 자신의 체험과 세계에 대한 인식에 단순히 부가되는 것으로서의 지식을 넘어 자신의 인식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발전적 체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 문학 영역과 문학사교육에서의 지식
언어 지식 영역에 대한 재규정을 통해 국어교육 하위 영역의 체계에 대한 개략적인 틀을 앞에서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교육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영역 설정의 타당성에 못지 않게 각 영역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는가의 문제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문학 영역, 특히 문학사교육과 언어 지식 영역간의 관계에 한정하여 이 문제를 살펴 보도록 한다.
문학은 근본적으로 완벽한 해명이나 자명한 설명을 거부한다. 그러므로 문학교육은 학습자의 주체적인 활동의 가능성을 폭넓게 열어 놓을 수 있는 반면, 그만큼 다른 교과와는 달리 체계화된 지식의 구조 속에 각각의 작품을 정해진 자리에 놓고 그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어려운 영역이다. 이 어려움은 문학사 기술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문학사는 실체가 아니라 형태’라는 진술은 과거의 문학적 집적물을 실체로 보지 않고 관계 속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 기호로 파악하는 관점의 표현이다. 즉 독립된 위치 혹은 고정된 위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기표로서의 개별 작품에 단일한 기의가 고착되어 있는 것 또한 아니며, 다만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만 비로소 그 가치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문학의 속성에 근거하여 설정된 이러한 관점에 동의한다면, 문학교육과 그 하위의 문학사교육에서 수행해야 할 교육 내용은 각 작품의 의미를 고정화해서 지정석을 마련하고 학습자들에게 그 위치를 알려 주는 일이 그 본질적 사명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개별 작품들을 다양한 관계의 그물 속에 다르게 위치시켜 보고, 그 과정에서 다르게 드러나는 의미와 달라지는 위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바로 그러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몇 가지 전제는 불가피하게 필요해 보인다. 개별 작품은 문학사 속의 수많은 텍스트의 그물 속에서 직조된 것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텍스트들간의 주고받음만 있는 것이 아니며, 텍스트는 세계와 마주선 인간과 인간을 매개하는 작용 또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로서의 학습자는 텍스트의 이러한 매개 작용을 이해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개념적, 방법적 틀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틀이 전혀 없다면, 텍스트의 의미 작용이 활성화될 수 없으며, 그러한 경우 독자에게 개별 작품은 단지 무의미한 기호 이전의 단계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적 틀로 우리는 대략 세 가지 성격의 지식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우선 텍스트의 기본적인 의미 실현에 관련되는 언어적 지식, 그리고 텍스트의 장르와 주로 연관되는 텍스트의 속성에 관련되는 지식, 마지막으로 텍스트가 관련을 맺고 있는 저자 및 당대의 사회 역사적 맥락과 관련되는 지식이 그것이다. 실제로 작품의 의미 실현 과정에서는 이 세 가지 성격의 지식이 모두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첫 번째의 언어적 지식이나 세 번째의 텍스트 외적 지식의 경우는 우리가 ‘문학’ 작품으로 어떤 텍스트를 규정하는 데 상대적으로 비본질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두 번째의 장르적 지식 혹은 속성에 대한 지식과 구별해 볼 수 있다.
문학사교육에 대한 기존의 논의에서, 문학사교육을 작품 이해의 배경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아 온 것은 위의 두 번째 경우와 세 번째 경우를 주로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장르적 지식 혹은 텍스트의 속성과 관련된 지식은 상당 부분 공시적 문학 이론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지만, 이와 더불어 통시적인 흐름 속에서 장르 형성의 과정을 파악하고, 텍스트의 속성의 전승과 변화 양상을 살펴 보는 일 역시 문학에 대한 이해에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민족의 언어 문화와 그에 바탕한 자기정체성 확립의 과정이 문학교육과 만나는 지점은 그 민족의 다양한 언어적 스펙트럼을 접함으로써 가능한 일일 것이며, 그러한 까닭에 장르적 지식 혹은 텍스트의 속성과 관련된 지식의 형성 과정에서 문학사적 접근은 중요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세 번째의 경우인 텍스트 외적 지식은 주로 텍스트의 의미 실현 과정을 지연시키게 되는 정보의 부재 양상을 극복하는 데 관련이 있다. 언제나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어떤 대상에 ‘관하여 많이’ 아는 것은 어떤 대상‘을 잘’ 알기 위해 필요한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양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곧 질적으로 훌륭한 앎의 상태라고 하는 착각에 빠지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문학사적인 사실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단지 아는 것에 그치는 것이어서는 그 의의가 크지 않다. 실제로 자신의 이해․감상 활동에 바탕을 이루는 지식이 되어야 하며, 다시 그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자신의 인식 체계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일에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학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관련하여 문학사적 지식이 갖는 위상은 결국 문학 영역의 다양한 활동들을 개념적이고 방법적인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것이며, 아울러 구체적인 텍스트 해석의 단계에서 의미 실현의 지연 단계를 해소하여 전체 작품 구조의 의미를 실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문학 영역의 활동의 원활한 수행을 염두에 둔 차원의 이러한 논의는, 다시 이러한 활동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지향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관련한 문학사적 지식의 위상 문제로 이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문학사적 지식의 위상과 의의
국어교육 내에서 문학사에 대한 교육을 한다는 것은 앞에서 본 대로 문학 영역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지식이자, 그 활동을 통해 새로이 형성되고 변화해 가는 지식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학사교육의 성격을 좀더 구체적으로 구안해 보면 다음과 같이 크게 두 차원을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1) 이해․감상․창작 활동과 문학사적 지식
앞서 문학 영역은 무엇보다도 작품의 이해․감상․창작 활동을 중심으로 민족의 바람직한 언어 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도모하는 영역으로 정리하였다. 그러므로 문학사적 지식 역시 이러한 이해․감상․창작 활동과의 관련성의 부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 관련성을 살펴 보기 위해, 우선 활동이라는 말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지식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어떤 사람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에 대해 곧 지식이라고 부르는 데 우리는 별다른 주저함이 없다. 그러나 사람의 인식 체계 속에 정리된 단편적인 것들의 집합을 놓고 그것을 통칭하여 지식이라고 하는 관점은 “그것이 단순하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저급한 대중적 환상”이라는 비판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지식이 단순히 구성요소의 가산적 총화가 아니라 조직적 체계성을 띨 때만 비로소 지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죽었다’거나, ‘임진왜란은 1592년에 일어났다’는 식의 특수한 사실들을 열거하고, 이 개별적인 상태를 곧 지식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적어도 이것은 학문적 지식의 범주에는 들지 못하는 것이다. 특수한 사실들, 개념, 명제 그리고 공식의 의미는 그것을 요소로 하는 더 커다란 인식 체계와의 관계를 통해서 파악되는 것이며, 그것이 어떠한 맥락에서 파악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와 지적 수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결국 지식은 일종의 체계이다. 이 말은 전체를 알지 못하는 지식의 파편, 혹은 그 의미의 맥락을 잃어버린 정보는 지식의 범주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지식의 체계성을 염두에 둘 때, 우리는 지식이 전달된다거나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은 전체적인 체계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식은 무질서하게 보이는 것에 의미 있는 질서를 부여하려는 틀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식에 대한 이러한 관점에 기반한다면, 문학사교육에서 가르치게 되는 문학사적 지식은 기존의 문학사 연구의 성과들을 단편적으로 정리하여 전해주는 것은 그리 커다란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무질서와 혼돈의 세상을 그 나름의 질서로 형상화하는 것이 문학 행위라 할 때, 문학 영역에서의 활동이란 바로 이러한 질서 부여의 행위를 체험하거나 그러한 작품 내의 세계의 질서를 이해하고 향유하는 활동일 터인데, 문학사적 지식 역시 이러한 활동의 바탕이 되고 그 틀이 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사적 지식은 궁극적으로 개별 학습자로 하여금 문학에 대한 총체적인 체험 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선정되고 설계되어 전수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개별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이 이러한 구조에 의해 학습자에게 의미를 갖게 될 수 있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문학사적인 지식들은 우선 우리 문학 작품들의 양식적 특질이나 언어 활동으로서의 문학적 속성이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사적인 관점에서 학습자들이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왕조에서 무슨 작품이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아는 차원을 넘어서 그것이 당대의 어떤 철학적 배경과 세상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인가를 이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세상에 대한 언어적 대응이 이러저러한 모습을 띠고 나타나게 되었는가의 문제를 생각해 보고 그 생각의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이 문학 활동을 수행해 나가는 틀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시대를 달리하는 옛 문헌으로서의 ‘고전’이 학습자에게 의미 있는 현재형으로 변화하는 일 또한 현재 자신의 문학 활동의 바탕이 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식의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 이루어질 때에만 가능한 것이 될 것이다.
한편 이러한 방향의 문학사적 지식의 교육은 매우 세심한 위계화 작업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상적인 언어 활동으로부터 양식적 특질이 분명하게 인식되는 문학작품에 이르기까지 텍스트들의 연속체를 접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의미 파악과 이해를 위한 정보로서의 지식이 필요한 단계로부터 각각의 텍스트를 자신의 틀 속에서 주체적으로 평가하고 능동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층적인 활동의 양상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의 이해․감상․창작 활동과 관련된 문학사적 지식 역시 각 단계 활동의 특성과 수준에 따라 재구조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낮은 단계에서는 텍스트의 언어적 속성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활동을 돕는 지식의 차원으로 구조화되어야 한다면, 상위의 단계로 올라갈수록 하나의 텍스트를 다른 텍스트들과의 다양한 연관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이들 각각을 어떻게 관계짓는가에 따라서 그 의미가 상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지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2) 관점 형성과 문학사적 지식
문학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문학의 이해․감상․창작 활동들이 어느 정도 수행되었을 때, 보다 높은 수준의 상위 단계에서는 이러한 활동들을 바탕으로 이 세계를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고 질서화하는 주체적 관점 형성의 단계를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문학 작품들에 대한 사적 평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시대와 상황에 대한 비판적 관점의 형성과 그것을 바탕으로 이제까지 있어 왔던 문학사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자신의 문학관을 형성하는 활동이 구안될 수 있다.
문학사는 무엇보다도 그 스스로가 해석의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시대에 대한 비판일 뿐만이 아니라, 문학의 모든 형태들에 대한 비판이 된다. 전문적인 문학사가의 연구 결과와 같은 수준으로 학습자들에게 개별적인 문학사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 무리이다. 그러나 각 작품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질적인 텍스트들에게 일정한 관련을 부여하는가를 살펴 보는 것은, 비록 동등한 차원의 문학사를 새로 쓰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학문적 체험을 통해 그러한 학문적 체험을 통해 수많은 체험 구조의 변혁을 거치게 될 것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폴라니(M. Polanyi)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문자적으로 접하는 지식의 이면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특수한 세부항목들이 있으며, 그것들이 모종의 통합성을 가지게 됨으로써 명시적 지식이 의미를 얻게 된다고 주장한다.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이 특수한 세부 항목들을 두고 ‘암묵적 지식’이라고 하거니와, 문학사적 지식들이 이러한 통합의 단계를 거쳐 의미를 얻게 되기 위해서는 ‘암묵적 지식’의 차원에서의 무엇이 함께 전해지고 또 그에 대해 비판적 인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정한 연구자의 문학사에서 이 ‘암묵적 지식’을 무엇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이 자체가 언표화되지 않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쉽게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우리는 이것이 상당 부분 문학사가의 ‘관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과로서의 문학사는 반드시 어떤 ‘관점’을 담고 있는 것이되, 이 관점이란 그야말로 작품들간의 관계, 사적인 맥락의 구성 사이사이에 흔적들로 남겨져 있는 것인 까닭이다. 그러므로 문학사적 지식이 학습자 자신의 문학에 대한, 그리고 이 세계를 질서화하는 방식에 대한 주체적인 관점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문학사교육의 온전하고 최종적인 목표에 도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 이전 단계에서 다양하게 학습했던 단편적인 앎들이 보다 체계화되고 상호작용을 통한 새로운 의미 형성의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학문을 발전시킨다거나 혹은 수준 높은 학문적 지식을 획득한다고 할 때, 그것은 곧 암묵적 지식의 유형을 전환시킨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까닭에 배움의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우리는 하나의 주어진 세계를 변형하여 다른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학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언어 활동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학습을 행하는 과정 역시 이와 같은 성격을 띤다. 문학이 그 본질적인 속성으로 세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질서화를 갖는 것처럼, 문학사를 교육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이 세계에 대한 학습자의 관점을 형성해 가도록 하고, 새로운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세계에 대한 타인의 관점들을 파악하고, 학습자 자신의 주체적인 관점을 형성해 가며, 그에 따라 이 세계에 대한 언어적 질서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능력을 국어교육을 통해 길러주기 위해서는, 문학사교육에 대한 새로운 위상을 부여하고 그 활동에서 다루어져야 할 지식에 대해 이제까지의 논의에서와 같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5. 결 론
학문적인 지식의 발달은 단지 기존의 관심 체계에 하나의 인지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지식의 획득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식을 얻는 과정은 단순한 집적(集積)의 과정이 아니다. 지식에 무엇인가를 추가함adding to knowledge이란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항상 관념의 전체 세계를 변형하고 재창조하는 일인 것이다. 이제까지 학교 교육에서 문학사를 가르치는 일이 주로 단편적인 지식의 전수나, 작품 이해의 배경 지식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 온 일은 지식에 대해 위와 같은 관점을 취했을 때 그 의의를 제대로 찾기 어려웠으며, 그러한 점에서 여러 비판에 직면해 왔다.
이 글에서는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문학사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어교육 내의 지식교육의 문제에 관심이 돌려졌으며, 그 결과로 국어교육에서 언어 지식 영역의 내용을 대폭적으로 확장해야 하고, 이 때의 언어 개념을 구체적이고 연속체적인 언어 개념으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틀에 따라 국어교과 내의 문학 영역은 이해․감상․창작의 활동이 좀더 중점적으로 강화하되어야 하고, 언어 지식 영역으로부터 그 활동의 개념적, 방법적 지식을 제공받고 다시 그 지식들을 수정, 발전시키는 구조를 상정하게 되었다. 아직은 구체적인 많은 부분들이 비어 있는 상태이긴 하나, 이러한 구조를 통해 국어교육이라는 큰 틀 속에서 문학 텍스트를 통해 이루어지는 교수-학습이 학습자들의 전반적인 언어 활동 능력의 발달과 밀접한 연관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져볼 수 있다.
위와 같은 틀 내에서 문학사교육은 문학 작품을 이해․감상․창작하는 데 필요한 지식들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문학사교육은 학습자들로 하여금 문학사를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관점을 형성해 갈 수 있도록 하며, 궁극적으로는 세계를 인식하고 언어적으로 질서화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계획되고 설계되어야 할 것임을 보았다.
눈을 돌려 볼 때, 세계를 인식하고 그에 대해 주체적인 관점을 형성하여 비판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형성해 가는 교육은 다른 여러 교과 영역 중에서도 특히 문학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육에서 가장 그 본의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문학의 본질적인 속성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을 바탕으로 한 국어교육이 학습자로 하여금 역사적인 안목과 관점을 획득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이루어진 문학사교육의 형식과 내용에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 또한 분명히 해 두어야 할 점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어과에서 지식이 갖는 의미와 위상에 대한 여러 입장의 논의가 활성화될 때, 국어교육의 위상과 내용을 바람직하고 발전적으로 정립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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