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음을 쫓으니 그곳은 별세계
음악이 언제부터 우리 인류사회에 있었으며 어
떠한 형태에서 비롯했는가 하는것은 그 기원을
정확히 알수없다. 다만 우리 인간이 인류로서의
생활형태를 갖추게 되면서부터 음악이 존재했
으리라 보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원시적인 것
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감정에서 오는 충동이나 의사
전달의 수단으로서 차츰 발전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여튼
태고로부터 음악이라는것이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
고 있는것은 틀림이 없다.
음악의 구성요소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것
은 말할것도 없이 음(音)이다. 어떤 명인이나 거장이 연주하는
명곡이든, 서투른 초보자의 음악이든 결과적으로 음악은 음
의 갖가지 변화가 우리들의 청각을 자극하는데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청각의 자극만으로는 음악이라고 할수도 없으려니와
감상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그 자극이 우리가 갖는 감성, 사
상, 지식, 경험, 교양, 취미, 나아가서는 인생관, 윤리관, 종교
관 등이 구성하는 하나의 정신상태를 통하여 비로서 감상이라
는 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음악을 감상하려는 사람의 정신상태가 풍부하면 할수록 음악감상이라는 활동이 활발하게 행해질것이다. 따라서 그 정신상태가 단순하고 소박하면 그 감상작용도 단순해지며 반면에 정신상태가 편파적이면 감상 또한 거기에 따라 기형에 흐르고 만다.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그속에 무엇인가 눈으로 볼수있는 구체적인것을 기대하기 쉽다. 예를들면 이음악은 이런 이야기를 나타내고 있다던지 이러이러한 풍경이나 인물을 묘사하고 있으리라는 등, 또한 이음악은 작곡가의 어떤 심정을 나타냈다느니, 애인과 헤어진 심정을 그리고 애국의 정열을 노래한 것이려니 하고 무엇인가 우리가 경험한 문학적 회화적인것에 그 음을 대치시켜 놓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않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곡가가 그것을 작곡할때의 심경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며, 심지어는 제3자의 그럴듯한 해설에서까지 그것을 찾으려한다. 그리고는 이러한 구체적인것을 찾지 못했을 경우 '이것은 전혀 알수없는 음악' 이라고 한다.
그러나 음악의 아름다움은 어디까지나 음악 그자체에서 느끼는것이 원칙일 것이다. 문학이나 회화에 닮은 상상을 음악속에서 찾으려 한다든지 음악의 아름다움을 사람의 말로 설명하려는 노력에서 찾으려 하는것은 오히려 음악의 뜻을 더욱 모르게 하는수가 있다. 악곡은 여러가지 음의 흐름을 노래나 연주를 통하여 그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악곡의 의미는 그밖에 달리 표현 방법이 없다. 그 의미가 명확하게 힘차게 또한 풍부하게 표현된것이 '좋은 음악' 이며, 이것이 듣는 사람의 마음에 잘 납득이 갔을때 그것을 '잘된연주' 라고 한다. 음악을 감상한다는 것은 이 의미를 감득(感得)하는 것이다.
이것을 명확하게 느끼는 작용이 앞서 말한 정신상태의 풍부함에 좌우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때 듣는 사람이 갖는 여러가지 경험이나 연상이 그 음악적인 '의미' 에 결부될때도 있다. 이것은 듣는 사람의 자유이며 그 경험이나 연상이 음악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역활을 할때도 있다. 하지만 예술은 인간의 창작이란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므로 여기에 자연적으로 여러가지 약속이나 유형이 존재하게 되는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기에관한 다소의 예비지식을 가진다면 간접적으로나마 이해를 돕게 될것이다.
먼저 음악을 감상하고 그 음악에서 무엇인가를 느꼈다면 그 느낌을 다시 한번 음미하고 거기서 생긴 의문점을 지식으로 해명해 보는것도 음악감상의 한 방법이다. 베토벤 스스로가 '가장 완벽한 작품' 이라고 말한바 있는 장엄미사의 원고 첫장에 기록한 말, '마음에서 우러났습니다. 바라노니 또 다시 마음으로 돌아갈것을' 이것은 음악을 이해한다는 그 모두를 설명한 말이었다.
음악의 감상은 먼저 '듣는것' 이 중요하지만 한편 노래부르기와 연주하는것, 스스로 무엇인가 작곡해 보는것도 한 방법이 된다. 명곡, 대작에 귀를 귀울이는것도 좋고, 노래를 부른다거나 악기를 연주하는것,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것등 음악을 모든 방면에서 이해하는것이 중요한 방법이다.
또한 음악은 지식이나 이론으로 감상하는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지식, 즉 음악의 역사나 작곡가의 전기등 음악의 주위를 둘러싼 지식도 감상의 큰 도움이 된다. 악곡에 대한 문헌, 즉 해설서와같은것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와같은 간접적인 지식이 아무리 많다해도 귀로 듣는 음악을 어떻게 할 도리는 없지만 음악을 듣고 직접적으로 얻은 감명을 더욱 확실하게 함으로 보다 강한 인상을 받을수 있고 감상과정에서 부딪치게 되는 의문을 해명하는 역활을 하게되는것은 사실이다.
음악회에 갈 여지가 없다해도 라디오, 텔레비젼, 레코오드, 영화를 보는데서까지도 요즈음은 음악을 들을기회는 얼마든지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 있는 무수한 음악중에서 뭐니뭐니해도 실제의 연주를 듣는 아름다움에 비할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악이면 직접적인 육성이, 기악이면 그대로 울려오는 악기의 음보다 더 아름다운것은 없는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실정으로는 음악회가 자주있는것도 아니어서 라디오나 텔레비젼이 많은 역활을 하고 있으며 레코오드는 이와는 또 다른 이점이 있어 음악감상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있다. 라디오, 레코오드 등의 기계음악은 편리한 기재에 의한 것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음질이 다소나마 본질과는 다른 결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 기계음악을 통해 어떻게 진짜 음악감상을 할것인가?
기계를 통해 음악을 듣더라도 우선은 '본질적인 음악은 이렇다.' 는 직접 경험을 쌓기 위해 연주음악을 직접 듣는것이 좋다. 즉 기계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고 해도 직접 음악을 듣는것 같은 착각을 이용하는것이 음악감상의 실감을 더 느끼게 할것이다.
실제의 연주를 여러번 보고 들은 사람은 레코오드나 라디오를 들을때 전혀 무의식 상태에서 그 부족된 점을 경험과 지식으로 보충하고 기계때문에 잘못된점을 그 체험이나 기억으로 수정하여 연주때와 같은 음악적인 의미를 그 속에서 찾아낼수 있도록 어느정도 훈련이 되게 되는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한한 '진짜는 이렇다' 는 점을 알수있도록 음악회에 몇번은 가 보는것이 좋겠다. 결론으로 가장 이상적인 음악감상의 방법은 귀로 듣는 감상을 하는것은 물론 음악에 대한 넓고 직접적인 지식을 준비함으로서 감상을 더욱 세부에 미치게 하고 그 아름다움을 깊이 추구하는것이다.
레코드음악을 감상할때도 그렇지만 특히 연주회장에서 실연을 듣게될때에는 혼자가 아닌 여러사람이 함께 듣게되는 까닭에 사소한 기침소리나 숨소리 까지도 주의해야 할것은 물론 연주중에 출입을 삼가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않도록 해야한다. 또한 이번 연주회에는 누구의 어떤 음악이 어떤 양식에 의해서 연주된다는것 등의 예비지식도 지니고 가야할것은 물로니다.
<연주자에 대한 예의> 연주자가 무대에 나타나면 먼저 박수로써 그를 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연주자가 무대에 나타나도 가만히 앉아있다가 연주자가 인사를 해야만 비로소 박수를 치게 되는데 이것은 연주자에게 크게 실례가 되는것이다. 연주자가 무대에 나타나게 되면 당신이 우리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니 환영한다는 뜻으로라도 먼저 박수를 쳐야 하는것이다.
그러면 연주자는 나를 이렇게 환영해주시닌 감사합니다라는 뜻으로 인사를 하게되는 것이며 연주가 끝났을때도 이와 마찬가지의 이치, 다시말해서 당신이 이토록 좋은 음악을 훌륭하게 들려주셔서 고맙다, 또 수고했다는 뜻으로 먼저 박수를 쳐주어야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사람들은 흔히 연주가 끝났을 때도 가만히 앉아있다가 연주자가 먼저 인사를 해야만 그때서야 비로서 박수를 치기 일쑨데 이런일은 완전히 앞뒤가 바뀐 일인것이다.
<연주 가치의 판단> 연주의 가치를 판단하면서 들어야한다. 멋지게 연주했다고해서 또는 제스추어가 마음에 들었다고해서 그것이 곧 좋은연주라고 할수는 없는것이다. 요는 그 연주자가 그 작품에 충실하면서도 재현 예술가로서의 자기 개성을 얼마나 발휘했는가 하는점이 문제가 될것이다. 또한 합창이나 합주등의 연주에 대해서는 그 앙상블의 결과가 어떠한 것이 있던가를 평가하면서 들어야 할것이고 또한 앙코르(再請)를 어디까지나 박수로써 청해야만 한다는것도 교양있는 관객의 태도이다.
레코오드음악을 들을때는 박수를 치는등의 수속은 간편하게 생략되지만 그대신 기물(器物)을 취급하느니 만큼 보다 더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게 된다. 레코오드 감상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이 좋은 레코오드의 선택이다. 좋은 레코오드라 함은 제일류의 연주가의 연주에 가장 새로운 녹음인것을 말하게되는데 이점이 실연에 비해 레코오드음악의 큰 장점인것이다.
레코오드의 선택에 있어서는 그종류가 한두가지가 아니므로 초심자는 덮어놓고 구입할것이 아니라 믿을만한 선배나, 음악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는것이 제일이다. 또한 레코오드 감상은 한번연주하면 그만인 실연과는 달리 몇번이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되풀이 들을수있는 장점이 있는만큼 충분히 되풀이 들어 귀에 익혀 음악감상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것이 좋겠다.
교향악 즉 심포니(Symphony)는 그리이스어로서 '조화(調和)의 음(音)' 이란 뜻이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교향곡이라 하게되면 관현악을 위해서 쓰여진 소나타를 말한다. 소나타가 오늘날처럼 기악곡형식으로 발전을 보게된것은 18세기 중엽부터라고 한다.
소나타형식이란 쉽게 말하면 곡을 구성하는 한 방식이다. 여기에는 대비적인 두개의 주제를 소개하는 주제 제시부, 이것을 여러가지로 변화 발전시키는 전개부, 그리고 처음의 제시부가 다시 반복되는 재현부로 구성되어있다. 이것은 한 원칙을 말한것이지만 악기의 편성에 따라서 바이올린소나타니 피아노소나타니 하고 부르게 되는것이다. 과거에는 소나타가 가장 규모가 큰 형식이었으나 악기의 발달과 함께 교향곡이라는 분야를 낳게 되었다. 교향곡이야말로 최대의 표현능력을 가진 음악이라 하겠다.
교향곡 양식 제1악장 - 템포가 빠른 소나타 형식 제2악장 - 템포가 느린 변주 형식 제3악장 - 3박자의 미뉴엣 제4악장 - 템포가 빠른 론도 형식 혹은 소나타 형식 이 구성방식은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 대부분의 교향곡은 4악장으로 되어 있으나 3악장, 5악장으로 된것도 있다.
악기는 저마다 독특한 감각을 풍겨주고 있다. 바이올린을 보더라도 베토벤의 바이올링곡 '로망스'에서 느끼는 청아한 감각이라든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에서 느껴지는 우수적이고 무거운 음색은 바이올린의 특유한 매력이다. 또한 첼로가 연주하는 '솔베이그의 노래'를 우리들이 들을때 풍부한 현의 감각이라든가 감동을 주는 첼로 특유의 음색을 느낀다.
비단 현악기에서뿐만 아니라 관악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미(情味)가 넘치는 클라리넷이나 애수를 자아내게하는 풀룻 등, 모든 악기들이 저마다 특유한 음색을 가지고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욕망이란 개개의 악기음색에만 머무르지않고 여러가지 악기를 결합해서 좀더 다채롭고 풍부한 음악의 세계를 원하고있다. 이러한 인간의 당연한 욕구에 응하게되어 3중주(Trio), 4중주(Quartet), 5중주(Quintet)등 실내악이란 연주형태가 생겼고, 이에서 더 나아가 표현의 가능성이 증대한 관현악(Orchestra)에까지 발전하게 된것이다.
실내악(Chamber Music)은 옛날 왕실이나 귀족들의 사적인 실내에서 연주되었던 소수악기의 결합양식에서 유래되었다고한다. 실내악의 특성은 한성부를 한악기가 담당하여 두사람이상이 연주하는것이다. 또한 실내악은 중주(重奏)로서 구성되는 것이다. 사용하는 악기의 수는 일정치 않지만 악기의 수가 많아지면 실내악으로서의 본성을 잃게된다. 그래서 4~5인조가 가장 아름다운 효과를 본다고 하겠다.
편성이 많은것도있다. 예를들면 슈베르트의 8중주곡 등이 그것이다. 그이상 편성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실내악이라기 보다는 관현악분야에 속해야 될것이다. 우리들이 실내악을 듣고 재미있어 하는것은 각 악기의 특색있는 연주 테크닉을 통한 선율이라든가 음향의 조화미와 합주의 묘미에 매혹되기 때문이라하겠다. 참으로 실내악은 관현악에서 느낄수없는 섬세한 음색이랄지, 또는 내성미(內性美)를 우리로 하여금 느끼게한다.
2중주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동등한 위치에있는 연주. 이것은 17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2중주곡에서는 피아노,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로서 모차르트곡이 많다.
3중주(Trio)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의 중주나 바이올린 2개와 첼로하나로 구성이된다. 3중주로서 많이 연주되는 것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피아노 3중주(Piano Trio)가 있다. 이 형식은 18세기 독일의 망하임(Mangheim)학파에서 발달했다고 한다. 후에 이것을 크게 조화미를 살려서 발전시킨 사람이 베토벤이다. 이 피아노 트리오는 낭만파 작곡가들이 많은곡을 남겼다.
4중주(String Quartett) 이 형식은 바이올린 2개와 비올라 첼로등 모두 현악기로만 구성되어 있기때문에 서로 화음이 가장 잘된다. 따라서 이 4중주를 가장 이상적이고 완성된 현악형식이라 하겠다. 바이올린은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으로 편성되어 마치 코러스4중창 즉, 제1바이올린을 소프라노, 제2바이올린을 알토, 비올라를 테너, 첼로를 베이스 - 이렇게 해당시킬수 있다. 참으로 현악 4중주야말로 어느 연주처럼 개성을 내세운다는 점도 없으며 조용한 분위기에 파묻힐수 있는것으로 살롱음악으로는 적격이다. 이같은 현악4중주의 형식을 가장 많이 작곡한 사람은 하이든으로 83곡이나 남겼다.
협주곡(Concerto)이란 형식이 이름하게된것은 1519년경부터라고 한다. 이 연주형식은 오키스트라에 맞춰서 독주자가 마치 영웅처럼 연주기교를 마음껏 발휘할수있는 연주형식으로 협주에 쓰이는 독주악기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제일 많다. 피아노협주곡에는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E플랫장조'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제5번 E플랫장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 C단조 작품18' 차이코프스키의 'G장조 작품44' 등이 유명하며, 바이올린협주곡에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 작품64'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작품35'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등이 유명하다.
이제까지 클레식에 대해서 이해가 어려웠던 사람들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음악감상회라든가, 연주회에 갔을때 위에서 설명한대로 귀딤아 감상해 본다면 음악에 거리가 멀었던 사람도 어느정도 친근감을 갖게 될것이다.
음악을 이해한다는것이 결코 어려운것은 아니다. 그 음악이 담고있는 정감을 올바로 이해해 가며 듣는다면 우리는 상당한 교양을 음악에서 얻게되는 것이다. 물론 음악을 제멋대로 감상할수도 있지만 이것은 현명치 못한 방법이며 올바르게 음악을 이해해서 마음의 참다운 양식으로 해야겠다. |
첫댓글 음악에 대하여 쉽고 간략하게 정리가 되어 있네요..좋은 길라잡이가 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