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북한산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
서울 시민들에게 너무 가까이 있어 그 소중함과 진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표적인 산이 북한산과 도봉산(북한산 국립공원)이다. 수도 서울을 끼고 북에서 남으로 뻗어내리는 북한산은 태산준령이 아니면서도 깎아지른 바위봉우리와 험준한 산세로 간단한 하이킹 뿐 아니라, 암벽 등반에도 더없는 적격지이다.
우이령을 경계로 북쪽지역인 도봉산은 최고봉인 자운봉을 정점으로 북쪽 사패산에서 남으로는 우이암에 이르는데, 주능선은 대부분 기암괴석과 수려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자운봉 일대에는 만장봉,선인봉 등 걸출한 암봉들이 치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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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북한산은 백운대를 정점으로 북으로는 상장봉, 남으로는 보현봉에 이르며, 북한산 국립공원 전체의 중심에 높이 솟아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와 노적봉 일대의 바위봉우리군은 북한산 경관의 으뜸이라 할 만하다. 대도시에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렇듯 험준한 암봉과 암벽, 바위 능선을 갖춘 북한산과 도봉산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도봉산과 북한산의 봉우리들이 암벽 등반에 알맞도록 험준한 형태인 것은 당연히 이들 산을 구성하고 있는 암석의 구성성분과 관계가 있다. 백운대나 인수봉, 만장봉이 화강암 덩어리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사실은 이들 봉우리 뿐 아니라 북한산과 도봉산 전체가 화강암 지대다.
풍화와 침식이 많이 진행돼 나무가 자라는 토양도 조금만 파들어가면 바로 화강암이 나타난다. 화강암이란 지하 60km의 깊이에서 만들어진 뜨거운 바위물(마그마)이 지각을 뚫고 지표로 올라오다 천천히 식으면서 굳은 돌이다. 그리고 마그마가 지표쪽으로 올라오는 이유는 주변의 다른 암석보다 비중이 작아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이며, 따라서 지각의 약한 부위를 따라 올라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런 원리에 비춰보면 북한산과 도봉산은 땅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은 마그마가 지반이 상승하거나 이것을 덮고 있던 지층이 침식돼 없어지면서 드러난 것이다. 북한산 화강암이 처음 만들어진 지하의 깊이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지역 화강암을 연구하고 있는 연세대 권성택 교수는 지하 7~10km 아래 깊은 곳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화강암이 만들어진 시기는 방사능을 이용한 암석연령 측정 결과 중생대 쥐라기 중.후기인 약 1억6천만년 전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북한산과 도봉산만이 아니라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관악산, 수락산, 불암산 등 나머지 산들도 모두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화강암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산에 둘러싸인 서울의 중구, 종로구, 성북구, 도봉구, 노원구 등의 지역도 화강암 암반 위에 있어 이른바 4대문 안을 중심으로 하던 옛 서울(한양)은 화강암 암반 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질학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도봉산 북쪽 의정부 화강암은 1억5천만년 전, 관악산 화강암은 1억7천만년 전, 불암산 화강암은 2억년 전에 각각 만들어진 것이다. 반면 해방 뒤 서울로 편입된 강남지역과 4대문 밖인 강북의 은평구, 마포구, 서대문구 등은 모두 12억~13억년 전(선캠브리아기)에 만들어진 변성암인 편마암이어서 지금의 서울은 화강암과 편마암 지질로 대별될 수 있다
이런 지질구조에 비춰볼 때 서울 화강암은 선캠브리아기 편마암 밑에 마그마가 뚫고 들어온 뒤 1억년에 걸친 세월 동안 지각변동과 침식을 거쳐 땅속 깊이 있던 화강암이 드러나면서 두 가지의 지질로 나타나기에 이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다 같이 침식을 받은 화강암인데도 백운대 인수봉 만장봉 자운봉 같은 바위봉우리는 왜 침식돼 없어지지 않고 뾰족한 모양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단층과 바위에 수평.수직으로 생기는 금, 곧 절리의 차이 때문이라는 지질학자들의 설명이다.
화강암에는 특유의 방사선 모양, 층상 또는 수직 절리가 나타나는데, 이들 암봉에는 바위 거죽에 평행하게 금이 가는 층상(판상) 절리가 발달한 반면 수직으로 금이 가는 수직 절리는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눈.비가 와도 물이 바위 속 깊이 스며들지 못해 풍화.침식에 상대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다. 다만 층상 절리로 인해 표면이 양파 껍질처럼 떨어져나갈 뿐이어서 끝이 우뚝한 바위봉우리로 남게 된 것이다. 인수봉을 비롯해 북한산 곳곳에서 바위가 10km 이내의 얇은 껍질로 떨어지는 모습이나 바윗덩이가 언제 미끄러져 떨어질지 모르게 간신히 얹혀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층상 절리 때문이다. 북한산에서 낙석 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것도 이 층상 절리의 발달에 따른 것이다.
반면 관악산만은 수직 절리가 발달했기 때문에 같은 화강암지역이면서도 바위봉우리나 바위능선이 거의 없는 모습으로 침식된 것이다. 또 단층으로 바위가 부서진 곳은 침식도 쉽게 진행되기 때문에 물이 흐르게 되는데, 서울의 경우 청계천과 중랑천이 바로 화강암반에 단층이 일어났던 곳이다.
시야를 조금 넓혀보면 서울의 화강암 지질은 추가령지구대를 따라 포천, 철원을 거쳐 원산까지 이어진다. 방향으로 보면 한반도의 중부를 북동에서 남서로 가로지르는 것으로, 마치 화강암 허리띠 같다. 화천 대성산, 철원.포천 경계에 걸쳐 있는 광덕산, 포천 백운산, 국망봉, 운악산과 서울의 북한.도봉.불암.관악산으로 이어지는 광주산맥도 이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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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행님 너무 공부 열심히 하시는건 아닌지요. 행님 나이에 머리에 펌핑이라도 나면 큰일나요.ㅎㅎ
백명종씨, 공부하세욧!!!(노현정버전)
푸하하 노현정 버전~^^*
그게 아니고 산행 후기에 인수봉의 나이를 5 만년이라고 올린 원죄가 있어서... 자료를 찿아서 올린거야. 1억 6천만년 쯤으로 정정합니다.
잘 배웠습니다. ^^